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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오랜만에 우리나라 소설을 읽었다. 어쩌다 보니 거리를 두고 말았다. 애정하는 작가도 특별히 없다.오랫동안 알라딘 창에 깜박인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보면서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단순하게, 제목에서 sf 적인 느낌이 풍겨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창경궁' 에 관한 이야기라는 글이 어느 순간 내 시선으로 들어왔다.창경궁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라면....그런데 소설 읽기 시작하고 나서는 내가 애정하는 강화도와 석모도에 대한 스케치가 있어 더 즐겁게 읽을수 있었다.
"후쿠다가 관직에서 내려온 뒤 아주 오랫동안 그는 잊힌 사람이었다.그의 행적이 새롭게 조명된 건 2000년대가 되어서였다. 창경궁 대온실을 이야기할 때마다 한국에서 결코 지워낼 수 없었던 그 이름은 정작 식민지배 당사자의 나라에서는 무명에 가까웠다.(...)"/400쪽
조선왕릉을 찾아 다니게 된 것은 고즈넉한 산책을 하고 싶은 욕심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왕릉을 찾아 다니게 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역사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이 따라왔다. 여전히 까막눈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다양한 시선으로 왕릉을 바라보게 되었다.단순히 '역사'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도 신기하고,궁 역시 내게는 그런 존재다. 그러나 그곳은 여전히 높은 벽이 쳐져 있는 기분이 든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가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는 건데..핑계일게다.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라는..핑계. 그런데 <대온실 수시 보고서>를 읽으면서 창경궁대온실이 너무 궁금해졌다. 사실을 기반으로 했지만, 이야기의 대부분은 허구라고 했다. 후쿠다가 후쿠바 하야토가 아닌것과 같은... 그런데 왠시 다 있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가 식민지 시절을 겪었고, 전쟁을 지나오면서, 창경궁이 온전하게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게다. 그럼에도 소설처럼 읽혀지지 않았다. 정말 그곳에서 그런 일이 모두 있었을 것만 같은 기분. 그런데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소설 마지막 즈음, 영두가 어린시절 할머니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게 된 장면 덕분은 아닌가 싶다.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는 얘기지(...)"/403쪽 영두의 개인적 이야기보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가 소설의 더 중심에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오랜만에 몰입하며 읽을수 있었던 건, 인간의 시간과 다른 시간을 만날(?)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깡통만두는 알고 있으면서,모두가 알고 있는 만큼도 모르고 있었던 창경궁...과 이제는 만나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대온실 수리 보고서>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