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책장에 꽂혀 있었던  <순이삼촌>을 마침내 읽었다.장편인 줄 알았던 '순이삼촌'은 25쪽 정도 분량의 짧은 단편이였다.도저히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아픔의 역사를 마주했다.그리고 부끄러웠다.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일어난 역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제주4.3을 묻는 너에게>는 '순이삼촌'을 읽은 덕분에 읽게 되였다.그리고 '무명천 할머니'의 사진을 마주했다. "2004년 가을날 평생 무명천으로 턱을 가리고 살았던 한 할머니의 죽음이 알려졌고 그녀의 사진 한 장이 수많은 사람들을 울렸다.1949년 1월 그의 고향 판포리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턱이 날아가 버린 여인.그날 이후 '무명천 할머니'가 되었던 서른다섯 살의 여인,진아영 할머니.홀로 선인장 마을 월령리에 살던 그녀는 90세까지 수시로 링거에 의지해야 했다.실어증에 걸린 것처럼 살던 그녀는 끝내는 이시돌양로원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212쪽... 제주 4.3은 여전히 진행중인 역사라 했다.가해자들에 대한 처벌과 사과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무명천 할머니처럼 4.3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 그 증거일게다.<제주4.3을 묻는 너에게>를 읽으면서 만났던 '무명천 할머니'에 관한 그림책이 출간 되였다고 해서 궁금했다.

 

'무명천 할머니'의 사진이 발견되었다는 것도,쓸쓸한 죽음도,평생을 고통 속에 살았던 시간도,지금에서야 알았다.그런데 긴 세월 고통으로 보냈을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는 어쩜 이리도 간결하게 정리가 되는 걸까? <제주4.3을 묻는 너에게>에서 만났던 무명천을 두른 할머니의 사진 한장.그 깊은 사연을<무명천 할머니> 통해 만나고 싶었다.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은 고통에 대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걸까?  할머니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사진 한장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지 않던가? 고통의 시간을 구구절절 말하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그래서였을까,그림책으로 만난 할머니의 모습에서 조금은 덜 고통스럽게 보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어쩌면 그림 속에서라도 치료가 되고 있는 모습으로 믿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그런데 4.3의 후유증은 단순히 육체적인 고통만 있었던 것이 아니여서 더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거다.지나가는 경찰만 보아도 몸을 움추려야 하고,빨갱이 소리 들을까 두려워 해야 했던 많은 사람들은 자살과 환청의 트라우마 속에서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여전히 제주4.3을 폭동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할머니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아프지만 역사의 중요한 증거자료 역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할머니가 살아온 역사는 온전히 개인이 겪어온 고통의 역사라 말할수 없으니까 말이다. 할머니의 역사는 제주 4.3의 역사이기기도 한거다. <무명천할머니>를 읽고 싶었던 건 할머니에 대해,제주 4.3에 대해 좀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는데,읽다 보니 제주4.3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4월이 왔다. <순이삼촌>을 다시 읽어 보려다가, 오래전 리뷰로 남겼던<무명천 할머니>를 꺼내 보게 되었다. 제주 4.3을 마주한 시간들이 보였다. 재판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뉴스.내년에는 부디 저와 같은 뉴스와 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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