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나는 치즈버거 꿈을 꾸었다.







수타공법 면을 던지듯 더이상 촌스러울 수 없을 것 같은 현란한 리듬, 오로지 치즈버거 그 하나만을 생각하며 만든 것 같은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펼쳐졌다. 크라제를 시작으로 버거킹으로 끝냈으나 기왕 먹는 거 더 경박하게 먹어보리라! 다짐하며 가게 문을 밀고 들어섰다. 아몬드 밀크를 넘어 이제는 헴프 씨드 밀크, 유기농 아보카도, 텃밭에서 직접 따온 에일리움은 잠시 잊고 기름기로 위장을 적시리라 다짐했다. 그러자 친구 하나가 웃으며 말한다.


 "치즈 버거, 달링. 치이이이즈 버거!"


 혀의 굴림도 윤활유를 바른듯 미끄럽다. 베어나오는 육즙이 느껴지는듯한 길다른 모음에 마음을 가다듬고 주문한다. 모든 걸 다 넣은 이 세상의 치즈버거. 그런 것을 먹을 때엔 햇빛은 바삭바삭해야 하고, 바람은 흥얼거려야 한다. 쌈을 먹을 때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가둔 육즙과 경박한 슬라이스 치즈를 한 번에. 엊그제 넷플릭스에서 본 옥자는 잠깐 잊을거야. 번드르르한 기름이 입술에 묻는 것도 상관 없어. 샷 하나 추가, 얼음 작게, 홀밀크 대신 하프 앤 하프로! 이렇게 주문하던 취향도 없지. 치즈버거 올 더 웨이! 대신 아는 사람이 지나가더라도 그가 적당히 나를 못본 체 해 주었으면 좋겠어. 일회용 테이크아웃 잔에 부딪히는 얼음은 서글서글한 소리를 내고, 양상추가 이와 이 사이에서 아삭 소리를 내는 날. 달고 짠 감자튀김과 케첩, 소고기 패티와 슬라이스 양파. 

 노래 가사처럼 육식을 그만두고 자연에 귀화하려 하였으나 해바라기 씨와 당근 주스에 지친 어느 날이라면, 
 치즈버거 앞으로.



천국의 치즈버거.

어니언 슬라이스를 얹으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네.

뭔가 특별한 걸 원하거나 취향이 있는 것도 아니야.

난 그냥 천국의 치즈버거.


천국의 치즈버거

미디움 레어 머스터드 추가

어니언 슬라이스를 얹으면 최고


양상추, 토마토.

하인즈57이랑 감자튀김

커다란 코셔 피클과 차가운 맥주

세상에 뭘 더 바래?

-지미 버펫, 치즈버거 인 파라다이스



세상에 이런 가사와 리듬, 코러스와 메인 보컬이 경박하고 촌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음에 놀랐는데, 듣고 나면 묘하게 치즈버거가 먹고 싶어진다. 무려 70년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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