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 

           I'm married!

                          TIFFANY
           So am I!

                          PAT
           What the fuck are you doing? Your husband's dead!

                          TIFFANY
           Where is your wife?

                          PAT
           You're crazy!

                          TIFFANY
           I'm not the one that just got out of that hospital in Baltimore.

-Silverlinings Playbook의 대사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쳤다고 말하는.

 

 

 

 

 

 Silverlinings Playbook은 그 발걸음이 심상치 않은 영화입니다. 네, 저는 저 괴상한 대사로 서두를 대신했지요. 얼마나 난장판 코미디인지를 제대로 보여 드릴 길이 없어서이기도 했습니다. 몇 가지 키워드로 살펴보는 이 영화는 전반부와 중반부의 출중함을 후반부의 구태의연함으로 한순간에 날려버려도 가까스로 그 축을 잡아끄는 몇몇 시사점 때문에 다시 생각하게 되는 묘한 작품입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행복한 미국 가족의 영화입니다. 크로니핀, 트래저딘 등의 약품을 이야기하던 남녀가 서로 걸레, 미친놈(저도 고상한 단어를 사용하고 싶습니다만 인용은 제대로 해야지요)으로 몰아붙입니다. '앞으로 순탄하게 잘 살 거야. 아가씨 같은 사람은 사주 보러 올 필요 없어' 라는 점술인의 말을 들은 다음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이 년을 보내는 것과 같은 일이 이 영화에서는 줄줄이 이어집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대책불능의 미친 스크루볼 코미디이며 후반은 그저 그래서 마지막 오 분 정도는 안 보고 그냥 나와도 영화 감상에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아마 안 보고 나오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가로와 세로로 이어진 지그재그의 축에서 이 영화는 참신하게 살아납니다.

 

 

 

 

 

1.가로

 

 

 

 

 

 

 

 

 

 

 

 

 

 

 

 

 

 

 

“당신이 필요해요, 팻 피플스. 젠장, 죽을 만큼 필요하다고요!”
그녀는 내 목에 부드럽게 키스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내 살갗에 떨구었다. 보통 여자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과는 사뭇 달랐지만, 분명 솔직한 말이었다.-책 속에서

 

 

 

 

 원작이 태초에, 각본은 그다음에. 각색이 모든 곳에. 헐리우드의 모토일 겁니다. 배우로 활동하던 맷 데이먼이 감독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것도, 마카로니 웨스턴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랜토리노로 돌아오는 것도 어쩌면 각색과 제작의 분업화에 다름 아닐 겁니다. 이야기가 있었다면 카메라가 그것을 바꿉니다. 각색은 원하는 숨결의 강도를 조절하지요. 이를테면, 네, 육두문자를 남발해 가면서요.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쓰고 절망적으로 거리를 달리면서요.

 

 

 

 

 당신 미쳤어! 라고 말하는 남자에게 볼티모어의 정신병원에 있었던 건 당신이야. 라고 말하는 여자. 나 결혼했어요! 라는 말에 나도요! 라고 말하는 여자. 스크루볼 코미디가 간단하게 관객을 끌어들이는 가장 편한 방법을 감독은 택했습니다. 등장인물 전부를 미친 사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전 재산을 스포츠 게임에 거는 아버지, 아내와 역사 선생의 샤워 섹스 장면을 목격하고 역사 선생을 죽기 직전까지 구타한 다음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나와서도 여전히 아내를 되찾으려 전전긍긍하는 팻, 남편이 죽은 다음 남녀 불문하고 회사 사람 전부와 섹스를 해서 해고당한 티파니, 업무 스트레스와 홈 홈 스윗 홈을 외치는 아내 사이에서 질식사 할 것 같은 친구까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등장인물 중 제정신인 사람은 팻의 어머니 돌로레스 밖에 안보입니다. 이쯤되면 이 영화는 미친 사람들의 코미디가 아니라 미친 미합중국 국민의 자화상이라 보아도 좋을 정도예요.

 

 

 

 

 '파이터'에서부터 미친 가족을 보여주었던 데이비드 O.러셀은 이번에는 각도를 좀 따스하게 틀었습니다. 본인은 아니라 하겠지만 어떤 장면은 미국의 또 다른 잘 짜인 로맨틱 코미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을 떠올리게도 했어요. 쥴스는 마이클을, 마이클은 키미를 보고 죽도록 뛰는 장면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서로의 등을 보고 뛰는 사람들입니다. 짝사랑을 한눈에 보여주던 그 장면이 이번에는 팻의 등을 보고 뛰는 티파니로 변주됩니다. 처음 저녁을 먹기로 할 때에서야 우리는 티파니의 등을 보게 됩니다. 앉아있거나 정지해 있는 스윗 홈의 베로니카와는 달리 티파니와 팻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들을 올려다 보게되지요. 언뜻 보면 평범하지만 이 감독의 시선은 참 자상하고 친절해요. 나서지 않고 길을 안내해주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모든 감독이 지닌 당연한 자격사항이라 오히려 우리에겐 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2.세로

 

 

TIFFANY

What meds are you on?

PAT
Me? None. I used to be on Lithium and Seroquel and Abilify,

but I don't take them anymore, no.

They make me foggy and they also make me bloated.

TIFFANY
Yeah, I was on Xanax and Effexor, but I agree, I wasn't as sharp,

so I stopped.
PAT
You ever take Klonopin?

TIFFANY
Klonopin? Yeah.

PAT
Right?

TIFFANY
Jesus.

PAT
It's like, "What? What day is it?"
How about Trazodone?

TIFFANY
Trazodone!

PAT
Oh, it flattens you out. I mean, you are done. It takes the light
right out of your eyes.

TIFFANY
God, I bet it does.


I'm tired. I wanna go.

VERONICA
No. No, no, no, no. We haven't, we haven't even finished the salad
yet, or the duck. I made the Fire and Ice cake.

TIFFANY
I said I'm tired. (to Pat) Are you gonna walk me home or what?

PAT
You mean me?

TIFFANY
Yeah, you. Are you gonna walk me home?

PAT
You have poor social skills. You have a problem.


TIFFANY
I have a problem? You say more inappropriate things than
appropriate things. You scare people.

PAT
I tell the truth. But you're mean.

TIFFANY
What? I'm not telling the truth?

RONNIE
Um, maybe I should drive them home separately?

VERONICA
You can drive them both home. Now.

TIFFANY
Stop talking about me in third person.

VERONICA
You can take Tiffany home first.

TIFFANY
You love it when I have problems.
You love it, Von, because then you can be the good one. Just say it.

VERONICA
No.

VERONICA

I don't. I don't. I just wanted to have a nice, I just wanted to
have a nice dinner.

TIFFANY
Oh, God.

VERONICA
What is your problem?!

TIFFANY
Nothing's my problem! I'm fine. I'm tired and I wanna go.

Come on, are you ready?

VERONICA
You really, you really wanna go right now?

TIFFANY
Yes, I really wanna go! It's been great.

RONNIE
Okay, guys, the baby is sleeping!

TIFFANY
Sorry. I don't wanna wake up the baby. Bye.




 

 팻은 티파니에게 예의가 없고 심술궂다고 말하고 티파니는 팻에게 부적절한 말을 엉뚱한 자리에서 꺼내 사람들을 언짢게 한다고 말하지요. 저는 이 비비 꼬아대는 개성이 데이비드 O. 러셀의 각색에서 왔다고 생각해요. 책은 영화보다 더 친절하고 은근한 방법을 택합니다. 눈빛이 얽히고 증오의 불꽃이 튀는 미친 남녀의 마음을 실버라이닝적 시점에서 슬쩍 풀어내고 있거든요.

 

 

 

 

 데이비드 O. 러셀은 윈터스 본의 전사 제니퍼 로렌스를 불안증에 걸린 연약한 여자로, 차가운 바람둥이 남자 브래들리 쿠퍼를 재기하려 안간힘을 쓰는 루저로 만들어놨습니다. 브래들리 쿠퍼가 연기한 팻은 그 패배감이 구두 밑창에 숨겨둔 천 원짜리처럼 숨겨져 있어서 그가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쓰고 뛰는 장면에서는 Beck Hansen의 Loser가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았어요. 브래들리 쿠퍼는 날을 드러내고 제니퍼 로렌스는 감추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나는 이제 막 시작이다'는 데이비드 O.러셀이 있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헐리우드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선댄스 키드의 힘이에요. 이야기가 포화상태입니까? 거기서 거기일까요? 하려는 말은 모두 뻔할까요? 이것은 각자가 판단할 일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한 가지 이야기, 혹은 천만 가지 이야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한다면 선댄스 출신의 감독들은 분명 열세 번째 이야기를 할 겁니다. 베드로가 그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도, 선댄스에서조차 외면당하는 것도 그들은 신경 쓰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경우는 다르지만 워쇼스키 형제가 매트릭스 이후 더한 거대 자본과 시스템을 만나 참사를 겪거나 토머스 빈터베르그 감독이 헐리우드에서 유명무실한 영화를 만들었던 그런 일이 미국 인디 영화 감독들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 잡담

Best Picture: "Argo."
Actor: Daniel Day-Lewis, "Lincoln."
Actress: Jennifer Lawrence, "Silver Linings Playbook."
Supporting Actor: Christoph Waltz, "Django Unchained."
Supporting Actress: Anne Hathaway, "Les Miserables."
Directing: Ang Lee, "Life of Pi."
Foreign Language Film: "Amour."
Adapted Screenplay: Chris Terrio, "Argo."
Original Screenplay: Quentin Tarantino, "Django Unchained."
Animated Feature Film: "Brave."
Production Design: "Lincoln."
Cinematography: "Life of Pi."
Sound Mixing: "Les Miserables."
Sound Editing (tie): "Skyfall" and ''Zero Dark Thirty."
Original Score: "Life of Pi," Mychael Danna.
Original Song: "Skyfall" from "Skyfall," Adele Adkins and Paul Epworth.
Costume: "Anna Karenina."
Documentary Feature: "Searching for Sugar Man."
Documentary (Short Subject): "Inocente."
Film Editing: "Argo."
Makeup and Hairstyling: "Les Miserables."
Animated Short Film: "Paperman."
Live Action Short Film: "Curfew."
Visual Effects: "Life of Pi."

 

 

 

 

 

 네, 그저 그렇습니다. 저의 예상과는 달리 링컨이 상을 휩쓸지도 않았고 레 미즈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지도 않았어요.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당연한 결과였지요. 라이프 오브 파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아카데미는 권위보다는 젊어지려는 발버둥을 하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만 온갖 부문에서 후보작들을 남발하는 것은 기회균등보다는 하향 평준화의 달성일 뿐입니다. 이것은 권위 있는 시상식, 그 나라의 영화적 전통을 만드는 틀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인지도 낮은 누군가가 나와서 pc에도 어긋나는 재미도 없는 농담으로 시작해서 퍼스트 레이디의 이미지 변신의 무대로 이어진 다음 그저 그런 수상 결과만 낳는 쇼가 되지 않는 대신에요.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제니퍼 로렌스의 여우주연상 수상입니다. 작년은 '대처'의 메릴 스트립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카데미의 참신해지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기는 합니다만 상대는 제시카 체스테인, 에마뉘엘 리바, 퀴벤자네 월리스, 나오미 왓츠였지요. 후보들 중에서는 발군이며 제니퍼 로렌스의 에너지를 생각하면 그럴 법 했지요. (속닥-그러나 그럼에도 뭔가 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리고 이 챕터는 아카데미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과의 작은 교집합에 관한 잡담일 뿐입니다. 이 영화에 관한 잡담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상까지 타니, 이 정도면 꽤 그럴듯한 꼬리표 아닙니까?

 

 

 

 

3.날실과 씨실

 

 

 

 

 

 

 

 

 

 

 

 

 

 

 

 

 

  • 1-1. Silver Lining Titles - Danny Elfman
  • 1-2. My Cherie Amour - Stevie Wonder
  • 1-3. Always Alright - Alabama Shakes
  • 1-4. Unsquare Dance - The Dave Brubeck Quartet
  • 1-5. Buffalo - Alt-J
  • 1-6. The Moon Of Manakoora - Les Paul / Mary Ford
  • 1-7. Monster Mash - CrabCorps
  • 1-8. Goodnight Moon - Ambrosia Parsley / Elegant Too
  • 1-9. Now I'm A Fool - Eagles Of Death Metal
  • 1-10. Walking Home - Danny Elfman
  • 1-11. Girl From The North Country - Bob Dylan
  • 1-12. Silver Lining - Jessie J
  • 1-13. Hey Big Brother - Rare Earth
  • 1-14. Maria - Dave Brubeck / The Dave Brubeck Quartet 
  •  

     

     

     

     사운드트랙입니다. 대니 엘프만,데이브 브루벡 쿼텟, 밥 딜런을 축으로 하겠어요. 그러고는 살짝 알라바마 쉐이크와 이글스 오브 데스 메탈을 군데군데 뿌리고, 타이틀곡이 하나쯤 필요하니 Jessie J를 영입한 것이겠지요. 그렇기는 해도 Jessie J의 뮤직비디오는 영화 홍보와 싱글 판매를 동시에 노린 모양인데, 좀 중구난방인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네, 그저 제 생각일 뿐이지만 아이 엠 러브처럼 비범하지도, 그렇다고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처럼 괴상하지도 않고(이 사운드 트랙 들어보신 분은 제 기분을 아실 겁니다), 아델의 스카이폴처럼 주제를 한순간에 녹여내지도 않는 그저 그런 평범한 리스트입니다.

     

     축이 있기는 합니다만 비율을 알기 어렵게 혼용되어 약간 번잡스러운 느낌이 있어요. 이 영화가 도그마 필름도 아니고(음악은 극중 라디오나 주인공이 듣는 음악이 아닐 시에는 별도 삽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지요), 기왕 넣을 바엔 아주 마음대로 넣겠다는 고집이 엿보이는 의지의 선곡입니다. 하긴, 그것이 이 영화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힘이기도 했어요. 물론 그만한 패기가 있는지는, 다음 영화를 지켜보아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아직 이 감독은 본인의 말대로, 이제 막 시작입니다. 우리는 포스트 마틴 스콜세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마 케네스 듀란도 십 년 전 그것이 궁금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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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01 06: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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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01 1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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