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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카페
크리스토퍼 필립스 지음, 안시열 옮김 / 김영사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전 플라톤이 쓴 [향연-사랑에 대하여](문학과 지성사)를 읽었다. ‘함께sym 먹고 마신다posium'의 뜻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그야말로 그리스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함께 먹고 마시며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물론 등장인물 중 주인공은 소크라테스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기억하기보다 분위기를 기억한다. 술을 먹는 자리에서도 철학적 대화가 가능했던 당대의 분위기와 술을 먹으며 현실의 부조리와 부패를 성토했던, 그리고 평등한 미래사회를 갈망했던 젊은 날이 묘하게 겹쳐지며 나를 흥분시켰다. 지금은 멀어져만 보이는 그 분위기. 시대보다는 내가 타락했기 때문이리라.
그후 나는 크리스토퍼 필리스가 지은 [소크라테스 카페](김영사)를 읽었다. 지은이 필리스는 소크라테스의 말 중에서 “음미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말에 깊이 감동하여 넉넉한 삶을 살 수 있는 자유저술가의 길을 접고 소크라테스처럼 살기를 결심하여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어떻게 그가 길거리 철학자로서 살게 되었는지, 그와 철학적 대화를 원하는 곳이며 어디든지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그 대상이 누구든지 -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죄수에서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 대화하고, 이야기하고픈 소재가 무엇이든지 진지하게 접근하여 서로의 지혜를 확인하는지, 기록하고 있다.
그는 가르치려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는 오히려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에게서 배우고 서로를 고양시키고,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하게 하고, 굳이 결론을 내리려하지 않는다. 그는 철학을 강연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하기를 실천한다. 물론 철학하기의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골방에 처박혀 심오한 형이상학적 세계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고, 다른 철학자들의 사상에 깊이 매료되어 그 철학세계에 빠져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바로 소크라테스의 방법을 선택한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묻고 답하는 방법, 대화하는 방법.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았던 것은 그의 교육내용이나 방법이 아니라, 그가 과거의 자신의 길을 버리고 과감하게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용기다. 그것이 나에게는 없기에.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말에 밑줄을 처놓고는 망설이는 것이다.
“어떤 일을 행하게 될 때까지는 주저하기 마련이다. 주저함은 뒤로 물러서는 것으로서 비효과적인 결과만을 낳는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창조하는 데에는 하나의 기본적인 진실이 있다. 이 진실을 모르면 수많은 아이디어가 사장되고, 멋진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 진실은 바로 결행의 순간에 그 결정으로부터 모든 사건의 흐름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보이지 않는 사건과 만남, 그리고 꿈도 꿔보지 않았던 물리적 지원이 밀려온다. 무엇을 할 수 있든, 무엇을 꿈꿀 수 있든 간에, 일단 시작하라. 용감함에는 천재성, 힘, 마술이 들어 있다. 지금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