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1998 제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 220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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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말했다 : “널 대신 살아주고 있는 자의 정체가 뭐야?”

“굶주림과 권태를 동시에 넘어선 곳;

난 거주할 수 있는 낙원을 찾고 있어“라고 나는 말했다.

넌 아직도 삶을 사랑하고 있어, 넌 겁쟁이야;

이게 그녀의 마지막 말이었다.

                                   <낮에 나온 별자리> 중에서


내 거지 근성 때문인지도 몰라

나는 너의 그 말 한마디에 굶주려 있었단 말야;

“너, 요즘 뭘 먹고 사냐?”고 물어주는 거

聖者는 거지들에게 그렇게 말하지;

너도 살어야 헐 것 아니냐

어떻게든 살어 있어라

                                   <聖 찰리 채플린> 중에서


몸무게가 100kg을 훌쩍 넘어 이제 삶이 무겁다. 술집에 가도 의자 있는 곳만 찾게 된다. 입식으로 되어있는 근사한 술집에서 양반다리가 힘들다. 여자들처럼 외로 꼬고 앉아 있다가, 어린아이처럼 다리를 쭉 펴게 된다. 낯설고, 창피하다. 산다는 것이 이처럼 어처구니없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가령 살을 빼기 위해 낮에 호수공원으로 자전거를 타러 가면 자전거가 삐걱댄다. 삐걱대는 소리에 놀라고 그 위에 얹혀진 술부대 같은 내 몸에 놀란다. 아내는 그것이 늘 걱정이다. 반신욕이 효과 있다고 늦게 퇴근해서도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20분 동안은 잠겨있어야 한다. 어느날 아침은 10분 만에 나와버렸다고 아내와 싸웠다. 한 번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화내는 아내에게 나는 버럭 미친놈처럼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데 아내에게 화를 내 버리는 것.

황지우의 시집 󰡔어느날 나는 흐름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문학과 지성사)를 다시 읽었다. 詩의 슬픔이 나에겐 위로가 된다. 어떻게든 살아야겠다. 문제는 황지우 말마따나 “그런 아름다운 廢人을 내 자신이 /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200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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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 2004-05-07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지우 시를 한창 잘 읽던 시기가 있었는데...젊은 날,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그 사이...그런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