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하버드에 오다 - 1세기 랍비의 지혜가 21세기 우리에게 무엇을 뜻하는가
하비 콕스 지음, 오강남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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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속도시]로 유명한 하비 콕스의 저서 [예수, 하버드에 오다]를 이제서야 다 읽었다. '이제서야'라는 표현의 의미는 책을 사놓고 한 달 이상 걸려 읽은 책이 드물다는 것이고, 그동안 이 책 이외에도 많은 책을 읽어야했다(!)라는 것이고, 이 책의 분량이 꽤 되었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끝까지 읽지않으면 안 될 정도로 문제적이었다는 것이다.

2.
하비 콕스는 하버드대학의 종교학과 교수다. 그는 예수를 화두로 삼아 하버드 대학생에게 윤리적 접근과 토론을 실시한다. 예수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그려내면서 1세기의 랍비가 21세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떤 소용이 되는지,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이해해야하는 지 묻고 있다.

3.
나의 성서 공부는 크게 4개의 방향으로 촉수가 뻗어있다. 그 4개의 방향의 정점에 예수가 있을 것이다.
첫번째 방향은 유대사적 방향이다. 즉 예수가 있기까지 유대인들의 삶과 사고가 예수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최근 스퐁신부의 저서가 이 방향을 대표한다.
두번째 방향은 역사적 예수의 탐구방향이다. 로마제국주의의 식민지의 하층민의 아들로 태어난 예수가 어떻게 그들에게 희망의 근거가 되었는지, 예수의 진정한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것이다. 도니미크 크로산, 마커스 보그, 내가 번역하는 있는 책의 저자 펑크가 이를 대표한다.
세번째 방향은 비교종교학적 방향이다. 예수가 종교인이라면 그 종교인이 탐구했던 하느님(또는 진리)가 타종교에서 추구하는 진리(하느님)과 어떻게 관계하는 지를 묻는 것이다. 그리하여 단일하고 유일한 종교로서의 기독교가 아니라 다양하고 개방된 종교로서의 기독교를 모색하게 한다. 오강남 교수를 꼽을 수 있다.
마지막 네번째 방향이 현대윤리적 방향이다. 그러한 깨달음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그러한 탐구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오늘날의 종교로서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어떠한 모습이었는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나의 공부방향을 '네 잎 클로버'라 부른다.

4.
하비 콕스를 읽었다는 것은 나의 네번째 촉수가 뻗었다는 것을 말한다. 하비 콕스는 오늘날 예수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탐문하는 학자라는 뜻이기도 하다.

5.
하비 콕스를 읽으며 확장된 것: 그는 본 회퍼의 후예라는 점. 그래서 다시 알라딘에 들어가 본 회퍼의 [옥중서간]과 하비 콕스의 고전명저 [세속도시]를 주문하였다. 31일날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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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읽는 신약성서
조태연 외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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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연, 차정식, 유승원 등 젊은 성서신학자들이 자신들의 전공에 맟춰 신약성서를 새롭게 해석한 책입니다. 예수, 초대교회, 바울 등에 초점을 맞춰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수를 다루는 장은 펑크의 논의와 중복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시적으로 아름답게 구성하고 있으며, 초대교회를 다루는 모습은 역사학도의 시선에서 초대교회의 다양한 흐름을 조망하고 있고, 바울을 다루는 항목은 설교자이면서 인간이었던 바울의 생각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1999년도에 초판이 나와 지금까지 5쇄에 이르고 있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읽었던 것으로 판단되는데, 저는 이제야 읽네요. 얇고(311쪽), 저렴하면서(1만원) 그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교양서적입니다.
새신자들에게 읽혀도 좋을 성 싶고, 헌 신자들도 새롭게 성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한 번 읽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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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의 예수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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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레시피- 공자, 부처, 소크라테스, 예수를 식탁으로 초대하다
김경윤 지음, 최정규 그림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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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의미
마커스 보그 외 지음, 김준우 옮김 / 한국기독교연구소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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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난 하느님
마커스 보그 지음, 한인철 옮김 / 한국기독교연구소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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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2000년- Jesus at 2000
마커스 보그 지음, 남정우 옮김 / 대한기독교서회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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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 전3권 겨레고전문학선집
박지원 지음, 리상호 옮김 / 보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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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유의 「획린해」 「사설」 「송고상한인서」 「남전현승청벽기」 「송궁문」 「연희정기」 「지등주북기상양양우상공서」 「응과목시여인서」 「송구책서」 「장군묘갈명」 「마설」 「 후자왕승복전」은 1만 3천 번씩 읽었고, 「악어문」은 1만 4천 번 읽었다. 「정상서서」 「송동서남서」는 1만 3천 번 읽었고, 「십구일부상서」도 1만 번 읽었다. (……) 그러나 그 사이에 󰡔장자󰡕와 󰡔사기󰡕, 󰡔대학󰡕과 󰡔중용󰡕을 많이 읽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읽은 횟수가 만 번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이 글에 싣지 않는다. 만약 뒤에 자손이 내 「독수기」를 보게 되면, 내가 독서에 게으르지 않았음을 알 것이다.


정민이 쓴 󰡔책 읽는 소리󰡕(마음산책)에 나오는 조선조 학자 김득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득신은 둔재인 자신의 모습을 극복하기 위하여 읽고 또 읽었다. 김득신의 독서기록 중 최고는 「백이전」을 읽은 것인데, 그 횟수가 무려 1억 1만 3천 번이라 한다. 당시의 1억은 지금의 10만에 해당하니 대강 11만 3천 번을 읽은 것이다. 참으로 놀랄 노자가 아닐 수 없다.


2.

정보화시대에 김득신과 같은 사람은 살아갈 도리가 없다. 매일매일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는 판에 과거의 정보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 손가락질 받는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은 살아진지 오래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태도는 교과서에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자꾸 김득신과 같은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과거를 잊지 않고 되씹는 사람, 새로움의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 남들이야 뭐라 하든 자신의 고집을 지키는 사람, 한 번 세운 목표를 끝까지 추구하는 사람, 남들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야 마는 사람, 다른 사람이야 변하든 말든 끝까지 남아 조직을 지키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있어 아직 세상은 덜 부패하고 덜 타락한 것이라 믿는다.


3.

고전을 읽는 사람도 이에 속한다. 말초적 향기에 넘어가기보다는 그윽한 향기를 감상할 수 있는 사람, 표피적 즐거움보다는 본질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 새로움을 좇으며 분서갱유(焚書坑儒)하는 자리에서 다시 책을 주어 담고 오래된 지혜를 발굴하는 사람이 바로 고전을 읽는 사람이다.

최근 들어 고전이 새로이 출간되는 모습은 그래서 반갑다. 헬레나 호지의 표현대로 ‘오래된 미래’가 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작 생수를 발견하지 못하고 고갈된 영혼을 해갈시키는 힘이 고전에 있다. 최근들어 나온 고전 몇 가지를 소개한다.


4. 

우선 북녘학자 리상호가 번역한 󰡔열하일기󰡕(보리)를 손에 꼽지 않을 수 없다. 열하일기의 발췌본만 읽어온 나로서는 완역본이 나왔다는 그 자체가 반갑기 그지없다. 물론 남한에서도 민족문화추진회에서 열하일기를 완역하였다. 하지만 민족문화추진회의 열하일기는 현재 품절되었고, 몇몇 학자들만이 간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즈음에 보리출판사에서 겨레고전문학선집 시리즈의 첫 번째 사업으로 열하일기를 출간한 것은 참으로 용감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3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두께와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두고두고 마음의 양식을 쌓는다는 기분으로 산다면 아주 유용한 투자가 될 것이다. 나는 지금도 책상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열하일기 3권을 꽂아놓고 매일 즐거워한다. 우리 역사 속의 최고의 문장가 박지원의 최고의 작품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나를 뽐내고 싶다.      


5. 

한편 고전을 되씹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책 한 권도 소개하고 싶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신영복 선생이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돌베개)이라는 책을 썼다. 책의 띠지에는 이러한 말이 써 있다. “미래로 가는 길을 오래된 과거에서 찾다! / 자본주의 체제의 물질낭비와 인간관계의 황폐화를 ‘관계론’을 화두 삼아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신영복의 동양고전 강의! /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불교, 신유학, 대학, 중용, 양명학” 한편의 종합선물세트를 대하는 기분이다. 동양고전의 원문과 신영복 선생의 참신한 해석과 해설을 같이 맛볼 수 있다.


6. 

더욱 반가운 것은 이제 청소년들도 고전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출판사에서 다양한 고전기획서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타이틀은 청소년용이지만 성인이 읽어도 손색이 없는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청소년용 고전출간은 독서논술과 맞물려있고 대학입시와 독서이력철을 염두에 두고 나오는 상업적 목적을 부분적으로나마 띠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생존을 위해 책을 내는 출판사를 탓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상업용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고전의 출간은 적극 권장하고프다.

우선 풀빛출판사에서 <청소년 철학창고> 시리즈로 플라톤의 󰡔국가󰡕와 불교경전 󰡔우파니샤드󰡕,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출간했고, 뒤이어 공자의 󰡔논어󰡕, 이황의 󰡔성학십도󰡕,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낼 예정이다. 원문에 대한 충실한 번역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성실한 해설이 돋보인다. 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눈여겨 두었다고 아이에게 사주라고 말하고 싶다. 사계절 출판사에서도 <주니어 클래식>이란 이름으로 다윈의 󰡔종의 기원󰡕과 플라톤의 󰡔변명󰡕을 출간했는데 칼라풀한 편집과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인다.


7. 

청소년 교양서적보다는 전문적이고 더욱 저렴한 책을 원한다면 책세상에서 기획한 <책세상 문고-고전의 세계>를 권하고 싶다. 이미 40여권의 책을 전문가가 해설하여 출간하였고 가격도 저렴하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을 골라 간편하게 소지하고 읽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나 자신도 한 권 한 권 골라 모으고 본 것이 이미 20여권 가까이 된다.


8.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한다. 이 말은 이렇게 고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전을 읽지 않는 세대는 미래가 없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고전 한 권 쯤은 손에 쥐고 있을 일이다. 아무리 가난한지라도 고전 한 권 쯤은 선사할 일이다.


“오직 책만은 부귀나 빈천, 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한 권을 읽으면 한 권의 보탬이 있고, 하루를 보면 하루의 유익이 있다. 이 인생이 배우지 않음이 한 가지 애석한 일이고, 오늘 하루 등한히 지나보냄이 두 번째 가석한 일이다.”


정민이 소개하는 유계의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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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대담 시리즈 1
도정일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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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의 매력

이 세상에 혼자 떠드는 것처럼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은 없다. 그것은 혼자 술마시는 것에 버금가는 불행한 사태다. 민주주의의 기초가 바로 상호인정과 상호소통에서 비롯됨을 생각해보면, 대화의 중요성은 실로 막중하다. 그것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들숨과 날숨을 번갈아 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대담의 매력은 쌍방성에 있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상호긴장과 갈등의 산물이 바로 대담이다. 대담의 미덕은 대중성에 있다. 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말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학문적 체계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삶의 진솔함과 일상적 언어의 사용을 통해 쉽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 한편 대담이 일상의 잡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학문적 세계를 펼쳐놓는 것이라면 거기에는 엄청난 내공이 쌓여야 한다. 신문이나 잡지에 한 두면을 장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으로 묶어낼 정도의 내용을 담으려면 그 사상의 깊이와 넓이가 확보되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자신의 주된 저술을 대화체로 쓴 것은 바로 이러한 것들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리라. 담헌 홍대용의 󰡔의산문답󰡕도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깊게 읽히고 쉽게 읽힌다.


■ 인문학자와 자연과학자의 대담

최근 들어 읽은 대담집으로 탁월한 한 권을 선택하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대담-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를 꼽는다. 인문학자 도정일(경희대 영어학부 교수, 비평이론)과 자연과학자 최재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생물학)이 '생명공학 시대의 인간의 운명'을 테마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벌인 10차례의 대담과 4차례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전체 분량이 600쪽을 넘는 아주 두꺼운 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 이유는 두 학자의 내공도 기여하지만, 대담의 주제가 바로 현재의 우리의 삶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되는 생명과학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말을 하자면, 인문학적 소양은 어느 정도 갖추어다고 말할 수 있지만, 자연과학은 거의 문외한에 가깝기 때문에, 인문학과 생물학이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인문학적 주제와 자연과학적 주제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도 매우 궁금한 사안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최홍만의 K1 대회보다 훨씬 재밌었다고 말할 수 있다. 두 대담자는 유전자와 문화, 복제와 윤리, 창조와 진화, DNA와 영혼, 육체와 정신, 신화와 과학, 인간과 동물, 아름다움과 과학, 암컷과 수컷, 섹스.젠더.섹슈얼리티, 종교와 진화, 사회생물학과 정신분석학 등 13개 주제를 종횡무진하면서 때로는 논쟁하고 때로는 서로에 대해 감탄하면서 성숙의 창을 열고 있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두터운 세계’에 대한 도정일의 도저한 열망과 ‘생명’에 대한 최재천의 치열한 열정을 만날 수 있다.


■ 동양철학자과 서양철학자의 대담

최근에 나온 책은 아니지만 대담집 다운 대담집으로 손꼽을 수 있는 국내 책은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이다. 공교롭게도 위의 책과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는데, 나는 이 책을 읽고 휴머니스트라는 출판사가 썩 괜찮은 곳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제작단계에 이르기까지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짐작이지만 이 책을 만들면서 쌓았던 내공과 판매의 성공에 힘입어 󰡔대담󰡕도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한다.


주제는 좀 산만하게 펼쳐지지만 시원한 편집과 사진의 이용, 현장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긴박감 넘치게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실력은 대담집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대담자들이 철학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김용석 교수와 이승환교수라는 점도 책의 깊이를 주는데 한몫 톡톡히 했다. 철학이 추상세계를 떠도는 관념이 아니라 현실세계 속에서 살아 숨쉬는 학문임을 알 수 있게 하는 책이다.


■ 어려운 사람일수록 대담집을 찾아라


이쯤에서 나의 독서 비결을 이야기해야겠다. 나는 철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닌데, 철학자 행세를 하며 산다.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나는 행세를 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대해준다. 고맙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자찬이라 쑥스럽지만, 나의 철학적 삶의 미덕은 쉬움에 있다. 내 직업이 학생을 상대로 하는 강사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나는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 이야기하는 재주가 있다. 그런 재주가 갑자기 쌓이는 것은 아니지만, 비결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문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의 경우, 그 사람의 강연집이나 대담집을 찾아 읽는 것이다. 운수가 좋으면 수십권을 읽어도 모를 수 있는 사상의 핵심을 몇 줄만에 캐치할 수도 있다. 그때의 기분이란……. 그렇게 깨달은 것들을 염두에 두고 다시 원서-물론 한글로 번역된 것-에 접근하면 얽힌 실타래가 풀리듯이, 흩어진 구슬이 꿰어지듯이 술술 착착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접근했던 학자들이 현대철학자들인 질 들뢰즈였고, 미셸 푸코였으며,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였다. 모두가 어려운 철학하기로는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었으나, 나는 그들의 사상을 대담을 통해서 큰 줄기를 이해한 후, 접근하기 쉬운 책부터 한 권씩 독파해 나갔던 것이다. 그렇게 읽어가면서 그들의 학문적 진지함과 치열함을 배웠고, 깊이와 넓이에 감탄했으며, 문제의식에 공감할 수 있었다.

좀 더 실감나게 만들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푸코의 맑스󰡕라는 책에 부록2에 실려 있는 대담은 푸코가 고등학생과 대화를 나눈 이야기를 수록한 것이다. 짧은 분량이지만 나는 그 대담을 통해 푸코가 결국 하고자했던 작업이 무엇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 번 읽어보라. 

나는 출판문화 속에 대담의 형식이 널리 과감히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은 학문의 대중화를 위해서도 아주 필요한 사안임과 동시에, 대중의 학문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공부 역시 아주 어린 아이들과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기를 소망한다. 학문의 미래는 아이들에게 달려 있을 터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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