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과 죽음을 자기 삶의 지표로 삼는 일에 나는 반대하고 있지만, 어떤 삶과 죽음은 분명 신호이자 메시지이고 그것을 신호이며 메시지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삶은 늘 있다. 이때 발신자는 살거나 죽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속한 사회다. 오늘 발견된 죽음 근처에서 고립되어 취약한 상태에 있을 사람들이 이 밤과 낮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p.74)


사람들은 온갖 것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기억은 망각과 연결되어 있지만 누군가가 잊은 기억은 차마 그것을 잊지 못한 누군가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 화석이다. 뼈들은 역사라는 지층에 사로잡혀 드러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퇴적되는 것들의 무게에 눌려 삭아 버릴 테지만 기억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기억은 그 자리에 돌아온다.
기록으로, 질문으로.
(p.76)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무 정치적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런데 나는 누가 어떤 이야기를 굳이 '너무 정치적'이라고 말하면 그저 그 일에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말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그건 너무 정치적, 이라고 말할 때 나는 그 말을 대개 이런 고백으로 듣는다.

나는 그 일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습니까.

(p.133-134)




'민요상 책꽂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포스트잇 플래그를 쓰지 않고, 화면으로 책을 보지 않는다는 글에는 공감할 수 없었지만 (왜냐하면 이 책을 인덱스를 붙여가며 읽었고 최근엔 종이책만큼 전자책을 읽고 있으므로)


일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었다. 일기 읽기를 끝냈으니 사두고 읽지 않은 연년세세를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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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문학동네 5기에 가입했다.



작년에 온라인 강연 참여도 못하고 1-4기 중에 가장 활동을 못했어서

5기 가입에 좀 시큰둥 했었는데... 결국 책 욕심을 못 버리고... 그렇게 됐다...

베스트셀러 중에서는



니콜 크라우스 『사랑의 역사』를 골랐고


신간에서는



한은형 『레이디 맥도날드』를 골랐다.





북클럽문학동네 4기 재가입시 포인트 혜택을 드립니다.

아래 재가입 설문을 작성하여 제출해주신 4기 회원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5,000P를 드립니다.

※ 포인트는 북클럽문학동네 홈페이지 SHOP 카테고리에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직 4기, 5기 중복 회원만 참여 가능합니다. ※

설문지를 작성하지 않으시면, 이벤트 참여 및 포인트 지급이 불가합니다.

● 포인트는 모집 기간 종료 후, 아래 설문을 작성해주신 분들에게 일괄 지급될 예정입니다.

https://forms.gle/j3Pfh6oK2p2eh8da7



4기->5기 재가입시 5,000 포인트 증정받으려면

위 링크의 재가입 설문지를 작성해야하는데, 까먹을까봐 미리 해두었다.







ㅇㄴ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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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판 책이랑 함께 주문했더니 말일에야 받아 본 더뮤지컬.
김지현 배우님을 처음 보았던 연극 '오만과 편견' 초연 프로그램북과 함께 찍어보았다. 

가장 최근에 본 건 스위니토드 러빗부인이었는데, 그게 벌써 2020년 1월이라니.

렛미플라이로 대학로 와주셔서 4월에 보러 갈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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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무 정치적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런데 나는 누가 어떤 이야기를 굳이 '너무 정치적'이라고 말하면 그저 그 일에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말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그건 너무 정치적, 이라고 말할 때 나는 그 말을 대개 이런 고백으로 듣는다.

나는 그 일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습니까.


-황정은, 일기 日記 p.13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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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결산, 올해의 인물.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다 보면 내가 이걸 보려고 입덕한 게 아닐까? 하는 작품을 만난다. 올해는 음악극 '태일'이 그랬다.

태일을 어떻게 보게 되었더라. 도합 20번 본 뮤지컬 '미드나잇'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트친 분의 후기가 타임라인에 차곡차곡 쌓이는 걸 보고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극이기에 후기가 이렇게 좋은 걸까. 이분이 이렇게 좋아하는 작품이라면 필시 내 마음에 들 거고, 그렇지 않아도 본전이니까 한 번 봐보자.
그렇게 태일을 처음 보던 날. 공연이 끝나고 일어나야 하는데 눈물이 다시 쏟아지는 바람에 다시 주저 앉아 추스르고 일어선 기억이 난다. 처음 계획했던 페어와 전혀 다른 페어로 보게 되었는데, 그 페어가 너무 잘 맞았던 나머지 두 번을 더 보고 보냈다.

때마침 명필름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태일이'도 개봉했다. 이번엔 막내와 함께 챙겨보았다. 음악극 '태일'에서 보지 못했던 태일이의 모습과 평화시장 여공들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또 이번주에는 애정하는 프로 '꼬꼬무'에서 전태일 열사를 다뤄준 덕분에 본방사수했다. 태일이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님과 여동생 순덕씨 그리고 친구 3명(김영문, 이승철, 최종인님)의 인터뷰가 담겨서 울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꼬꼬무에서 인상 깊었던 건 1970년 11월 13일 이후의 이야기를 다뤄준 부분이었다. 친구들은 청계피복 노조가 해산할 때까지 10년간 노동자를 위해 싸웠다. 사망한 노동자의 빈소에는 늘 어머니가 계셨다. 노동자들의 시위 현장에도 어머니는 항상 맨 앞에 있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죽지 말고 싸워라."는 말을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으셨단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아들의 곁으로 가는 그날까지 노동자의 어머니로 살다 가신 태일의 어머니와 여전히 태일이의 친구로 살고 계신 친구분들이 있기에 태일이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고, 그 바람은 이어질 것이다.

6월의 어느 날 연극을 보러 갔을 때 광화문 교보문고에 이런 현판이 걸려있었다. 올 여름 할 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 김경인 시인의 <여름의 할 일>이라는 시의 구절이었다. 이 구절을 빌려 이 글을 갈무리한다.

올해 내가 한 일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불꽃을 지켜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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