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곧 나가야 하는데 씻기 귀찮아서 침대에서 뒹굴을 일삼아 게으름중이다
얼마전 송년회 관련 글을 남기면서 내년의 노래를 뽑아야 한다는 글을 썼더니 메피님이 그걸 알려달라고 하셔서, 말 잘듣는 웬디는 시키는대로 다 하기 때문에 이렇게 또 페이퍼를 쓰고 있다. 사실 이틀동안 좀 고민을 했다. 이건 퀴즈 형식이니까. 내가 너무 쉬운, 나스러운 노래를 가져가면 사람들이 너무 쉽게 맞힐 것 같아 못가져가겠는거다. 원래는 이상은 12집의 지도에 없는 마음을 가져가고 싶었는데 그건 너무 오래도록 블로그의 배경음악이었던 관계로 사람들이 너무 쉽게 눈치를 챌 것 같은 것이지. 너무 나스러워!
가끔 내 이름이 써있는 것 같은 음악이 있다. 내가 봐도, 남이 봐도. 옷같은 거 봐도 그렇다. C양과 나는 서로 옷을 입고 가면 '야 거기 니 이름 써있다' 라고 농담을 주고받곤 하는데, 그건 딱 니옷이다, 라는 뜻이다. 살짝 루즈하고 언밸런스한 핏을 좋아하는 나와, 딱떨어지는 라인을 사랑하는 C양의 옷입는 스타일은 천차만별인데, 우리는 또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어
음악도, 별스런 취향이 없기 하지만, 가끔 누가봐도 쟤는 저걸 좋아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있나보다. 나는 두번째달과 이상은 12집 같은 음반들이 그랬다. 나도, 남도, 쟤가 저걸 좋아하겠구나, 싶게 여기는 것. 물론 여기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겠지.
암튼 그래서 난 자꾸만 나스러운 음악을 피하려다보니, 내가 아닌 음악들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곡들의 가사를 읽으며 내년의 다짐을 새로이 하고 있었다. 이건 아무래도 모임의 취지와 맞지 않는 것인데 말야. 그래서 그냥, 이름 좀 써있어도, 사람들 쉽게 맞혀도 어째도, 그냥 나스러운 곡을 가져가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건 아래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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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이에게
우리가 간직해야 할 소중한 것 있다면
내 삶을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는 것
약하고 어리석은 나 자신을 본다 해도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으며
비교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가꿔가고
우리를 사랑하신 그 분을 믿으며
외로운 사람들 품에 안아줄 수 있도록
우리맘 속에 소중한 것을 간직하며 살아요
약하고 어리석은 나 자신을 본다 해도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으며
내 안에 숨겨진 큰 비밀을 발견하고
그 소중한 꿈 안에 내 삶을 이루며
삶에 지친 사람들 찾아와 쉬어 가도록
우리 맘 속에 누군가의 자릴 남겨두며 살아요
사랑하며 살아요
사랑하며 살아요
이 노래는 들을 때마다 부를 때마다
저 볼드표시한 부분 때문에 짠하다
맨날 짠하면서도 맨날 못하던 거, 내년에는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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