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월 23일 이사를 왔다.

2. 집풀고 이거 저거 정리하다 지난 주말부터 집일, 정원일을 시작했다.

3. 계단밑 벽장(해리 포터가 살던 방)에 선반을 두 개 달았다. B&Q라는, 가정용품을 전문으로 파는 커다란 매장에서 널판지 두 개를 사왔고,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들이 주고 간 공구를 이용해 작업을 했다. 벽이 콘크리트인 줄 알았는데 석고판인 것 같다. 구멍을 너무 크게 뚫어 버렸다. 다시 또 뚫어야 했다.

4. B&Q에서 사온 전기 체인쏘(chainsaw)로 정원에 있는 나무를 쳤다. 처음엔 체인 거는 방향이 틀려서 고생을 했다. 나중에 바로 잡았더니 톱이 잘 들더라. 정원 구석에 있는 꽤 큰 나무를 베어넘겼다. 유튭에서 나무 베는 법을 배웠는데 막상 자르려고 하니 어느 쪽으로 넘어갈 지 확신이 서지 않아 머뭇거렸다. 덕분에 톱이 나무에 껴서 또 헤맸다.

5. Car Boot이라고 일요일 아침에 열리는 노점 시장에서 해머를 12 파운드 주고 사서 정원에 있는 낮은 벽돌벽을 깨부수었다. 부서진 벽돌들을 푸대에 담아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쓰레기 버리는 곳에 버렸다. 두 번을 갖다 버렸고 한번만 더 나르면 될 것 같았는데 문닫는 시간이었다. 


왼쪽이 쳐낸 나무들이다. 이걸 차로 운반할 수 있게 잘게 잘라야 한다. 정원 바닥은 잔디로 덮을 예정이다.



벽돌벽을 깨부순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사각형 공간에 데크(야외용 마루)를 놓을 계획이다. 우리가 하고 싶지만 아마... 사람을 부르게 되지 않을까...


6. 쓰레기 버리러 가는 차도 옆으로 강이 흐른다. 햇살 좋은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반은 벗은 채 잔디에 누워 휴일을 즐기고 있다. 가족 단위가 많다. 휴일. 사람들은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하거나 나처럼 집안일을 한다. 옆옆집 포루투갈 부부네 집에서도 뭔가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는 사람도 보인다. 옆집 할머니는 하루 종일 정원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  

7. 이쪽 나라의 기본 개념은 DIY(Do It Yourself)인 것 같다. 관련된 책들도 많고 공구들, 자재들을 살 데도 많다. 나를 감동시킨 건, 그렇게 나온 폐자재를 직접 버릴 수 있는 시설이 인근에 있다는 것이었다. 옵션이 주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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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잠시 바람 쐬러 나갔다가 도서관 앞마당에서 R을 만났다. 인사를 나눈 후 나는 서둘러 변명을 해대기 시작했다. "다른 공부하느라 스피노자를 읽지 못했다. 스피노자를 읽고 일전에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고 나서 너한테 연락하려 했었다..." R은 자기도 스피노자를 읽을 틈이 없었다며 웃었다. 나는 두통이 있어 바람 쐬러 나왔다고 했고 우리는 같이 에스프레소 카페에 갔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의 두통은 사라졌다. 나는 스스로를,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면 하나도 알지 못하는 스타일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구체적인 문제에 접근할 때 그 문제 영역 일반에 대한 기초에서부터 접근하곤 한다. 시간이 많이 드는 방법이다. R은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R은 로크의, 실체에 대한 복합 관념이 왜 적합한 관념이 아닌가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있었다. 우리는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러는 동안 나도 R처럼 다소 가볍게(?)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다음 주 토요일날 R의 집에 R의 작품을 보러 가고, 또 친구들과 조각 전시회에도 가기로 했다. 사실 나는 아직 대영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등에도 가보지 않았다. 지하철 역 구내를 지나다가 바하의 콘서트를 광고하는 포스터를 보고 핸드폰으로 찍어 놓았지만 감히 거길 갈 생각도 못하고 있다. 그래, 좀 더 여유를 갖고 살자...

R이 쓴 에세이 초고를 읽고 검토해 주기로 했기 때문에 일요일에는 그와 관련된 작업을 했다. 두 시간을 작정했지만 무려 5시간을 그 일에 매달렸다. 많은 문제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나는 하루에 해야 할 일을 서너 가지 정도 정해놓는데 한번도 그 일들을 다 마친 적이 없다. 한 두 개가 최대한이다. 류비셰프처럼 한 항목에 두 시간 정도씩 할당하여 처리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예정한 시간을 훌쩍 뛰어넘고도 아직 까마득한 작업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류비셰프의 방법은 내게 맞지 않는다. 문제를 파악하는 데만 해도 두 어 시간이 걸린다. 그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해 보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네 다섯 시간은 필요하다. 즉, 나한테는 한 항목에 대한 최소 할당 시간이 4 시간 정도이다. 차라리 이렇게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하나의 문제에 최소한 네 시간을 투여해야 한다는 것이 하루에 한 두 문제를 다루어도 족하다는 것을 뜻하는 건 아니다. 여전히, 하루에 두 어 개 이상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결론은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철학에 있어서는 양보다는 질이라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양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질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시간당 넘어가는 페이지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철학에서 스피드가 중요한 일은 없으니까. 그러나 얼마마한 시간이 걸렸든 충실하게 숙고되어 넘어간 페이지들, 고되게 사고를 기록한 노트의 페이지들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철학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두 번 생각하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 결론이 공부를 더 열심히,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언제나 유쾌한 일이다. 학기가 시작된지 이제 한 달 여가 지났다. 그래, 탐색전은 끝난 것이다.

어제 공부를 하다가 문득 느낀 것이 있다. 내가 로크를 다루든, 스피노자를 다루든, 비트겐슈타인을 다루든, 인식론 상의 문제, 혹은 심리 철학 상의 문제를 다루든, 내가 어떤 기반, 어떤 관심 위에서 그 문제들을 다루려고 무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바로 그 기반, 바로 그 관심은, 명제 태도라는 철학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내 손에 우연인 듯 들어와 있는 램지의 철학 논문들도 바로 이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 관심은 작년 연말에 쓴 비트겐슈타인의 "논고"에 대한 작은 논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마 나의 석사 학위 과정은 이 개념을 명확히 바라 보기 위한 장치들을 만들어 내는데 바쳐질 것 같다. 말하자면 이 개념이 나를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유학 기간 중 매일 매일 꼬박 꼬박 블로그에 일지를 기록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잘 안될 것 같다. 할 말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고, 할 말을 줄여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가끔씩, 한 두 마디 하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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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4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weekly 2012-11-14 20:08   좋아요 0 | URL
말씀 감사합니다. 실은... 어제 R이라는 친구가 철학 공부를 그만 두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R은 그림과 조각에서 경력을 만들고자 하는 친구인데 철학에 흥미를 느끼고 있긴 하지만 거기서 재미를 찾아내지는 못하는 상태였던 게지요. 만약 이 친구가 철학에서 경력을 만들 야망을 갖고 있었다면 저는 중도 포기를 오히려 반겼을 것 같습니다. 그건 마치 피아노에 열정을 갖고 있지만 손가락 운동 신경도, 귀도 그리 예민하지는 않은 피아노 연주자 지망생과 같은 경우일 테니까요. 그러나 이 친구는 예술의 길을 걷고 있고 앞으로도 그 길을 걷고자 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그리고 저는 작가, 화가, 음악가, 영화 감독 등등은 모두 사상가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철학 훈련이 이 친구의 진로에 크게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고, 그래서 일단 학기는 마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습니다(어짜피 학비도 다 냈잖아?). 너가 흥미를 갖고 있는 철학에서 fail하지 않고, 거기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 상태에서, 즉 철학 애호가가 된 상태에서, 철학을 떠나도 그때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에세이 쓰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은 내가 도와 줄 수 있다(반대 급부로 저는 이 친구에게 프랑스어를 배울까 생각 중입니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철학도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동기화, 즉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내지 않는 한 저 엄청난 철학 문헌들이 종이와 잉크 낭비에 불과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그것이 사실일 수도 있고, 가장 존경받는 철학자 여럿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판국이고... 말씀하신 것처럼 경제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졸업 후 전망 문제도 있고, 길게는 이천년, 짧게는 수십년 동안 수많은 연구자들의 집중된 탐구로 난도질 되어 있는 문제들에 대해 내가 지금 새로이 제기하고 있는 이 아이디어가 과연 새로운 것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가까운 회의도 있고... 그러나 아마 이 모든 것들이 이 공부의 여정을 구성하고 있는 것일 겁니다. 피아노 연주자에게 피아노가 그렇듯이 말입니다. 피아노가 그의 우주일 수도 있고, 쓸모없는 나무통일 수도 있는데, 그것은 피아노가 쓸모없는 나무통일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서 그가 피아노 안에 있는가, 혹은 그 밖에 있는가를 통해 결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무화의 가능성 위에 가치를 세우되 그 가치를 절대화하지 않는 한에서 그것은 가치 있는 것일 테지요. 그것이 곧 여정이라는 말의 정의일 테구요... 격려되는 말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 카테고리는 류비셰프를 따라 내가 일한 시간을 기록하고 분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게을러져서 업데이트를 통 안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이쯤에서 류비셰프 방법에 대한 사용(후)기를 간단히 적어보기로 한다.

장점: 일하게 한다. 생산적이게 한다. 분석가능하게 하고 예측가능하게 한다. 그러므로 효율적이게 한다.

단점: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 한다. 예를 들면 책 한권을 읽는 것보다 두권을 읽는 것이 더 생산적으로 보일 것이다. 한 시간 공부한 것보다 두 시간 공부한 것이 더 생산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함정일 수 있다.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은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페이지를 읽을 수 있는 책, 즉 좀 더 가벼운 책쪽으로 나를 유혹한다. 책 한권을 읽고 소화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적어도 한번 읽은 것은 읽지 않은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은 책 한권을 채 소화하기도 전에 다른 책으로 손을 뻗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의 사고는 겉보기에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있을 때 가장 활발할 수 있다. 나같은 경우엔 걸을 때가 그렇고 책을 덮고 누웠을 때가 그렇다. 그러나 이런 시간들은 시간 기록에서 제껴 놓아야 하는 시간들일 경우가 많다. 책을 덮고 누웠을 때 나는 타이머를 끈다. 그러므로 그 시간은 기록상으로는 아무 시간도 아닌 경우가 많은 것이다. 최근에는 읽는 시간보다 쓰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데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쓰기를 마치려 한다. 더우기 쓴다는 것은 시간 기록상으로는 완전한 실패로 보일 때도 있다. 즉, 몇 시간 동안 쓴 것을 결국 폐기해야 했을 때. 이걸 기록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시간 기록에 극도로 게으르고도 마음에 별 가책을 받지 않고 있다.

둘 중 하나다. 위의 단점은 류비셰프 방법 자체의 단점이든가, 내가 운용을 잘못한 탓이든가. 아마 후자일 것이다. 그러나 전자에도 얼마간 의혹을 던질 수 있는 것이 류비셰프에게서 비슷한 증상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류비셰프는 엄청난 양의 생산물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쓰던 것과 같은 류의 업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일급 업적이냐 아니냐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집중도에 대해서 하는 말이다. 류비셰프는 툭 하면 새로운 주제로 튀어 나갔다고 한다. 산만하게 방대한 영역을 휘젖고 다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산만함의 이유를 그의 시간 통계 장치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두어 시간 주업무에 집중하고 나면 누구나 피로를 느낀다. 다른 학자들이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다시 주업무에 복귀하는 순간에 류비셰프는 다른 부업무에 빠져 들었을 수 있다. 또다시 피로가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류비셰프는 또다른 업무로 스위치 했을 수 있다. 물론 류비셰프는 하루 중 상당량의 시간을 주업무에 투입하였다. 그러나 그 시간과 에너지는 다른 부업무들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배분된 것일 수 있다. 즉, 기록된 만큼보다 덜 집중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류비셰프도 하루 8시간 동안 5 페이지의 진척을 보였다는 기록보다는 다양한 항목에서 다양한 성취를 얻은, 그러니까 좀 더 긴 기록을 좋아했을 수 있다. 그것 역시 다양한 관심사로 그를 이끄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어떤 관심사에 대해서건 그에 투여한 시간과 업무 항목은 그를 충분히 만족시켰을 것이다. 시간 자체는 차이를 보여주지 않으므로.

이렇게 쓰고 보니 단일하고 집중된 일을 하는 경우에는 류비셰프의 방법이 적당치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티븐 킹은 하루에 열 페이지를 쓰는 걸 작업 규칙으로 삼는다고 한다. 만약 스티븐 킹이 류비셰프의 시간 통계를 사용한다면 그의 시간 통계 내역은 무미건조할 것이다. 류비셰프의 경우라면 평균 업무 시간량만 나와준다면 어제까지 하던 작업을 거침없이 제쳐 두고 딴 일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이 나와 버렸다. 베드로 앞에 두툼한 시간 통계 장부와 수많은 영역에 걸친 수많은 성과물을 자랑스레 펼쳐 보이는 것보다는 내가 가장 잘 하는 영역에서 높은 순도로 이루어진 성과물을 내놓는 것이 내게는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

이로써 나의 게으름에 대한 흠잡을 데가 별로 없는 면죄부가 작성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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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22 2012-06-05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고~; 방금 놀랍다는 댓글쓰고 또 한번도 쓰고...다시한번 쓰게 만드시네요ㅋㅋ;;
저는 글로 작성하신 그런 케이스를 "내 열정" 혹은 편집증(강박), 여튼 병적인거라고 생각하고있었는데...미적인 결과물이나...기타 등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 반복패턴을 합리화 했더라지요...사실 아직도 정답은 모르겠습니다^^
 

-한 것
1. 청갈색책: 수 시간 읽음
2. 청갈색책과 관련하여 수 시간 동안 글 한편 씀, 그리고 지움
-----------------------------------------------
-.-

-비고
1. 시간통계가 거의 허물어졌다...-.-
2. 이번 달로 직장을 그만 둔다. 그리고 아마 8월쯤에 한국 밖으로 나갈 것 같다. 마음이 떠 있기 때문에 하나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책을 읽는 대신 많은 웹 페이지를 읽었다. 그 의미는 그냥 시간 보내기...
3. 그러나 지난 주 리뷰를 구태여 지금 적는 이유는... 반성이고 시간통계를 계속 이어 보겠다는 의지.
4. 청갈색책 읽기.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으면 jEdit에 문장을 타이핑해 넣고 한참을 바라보고 번역을 해 보고 코멘트를 달아 본다. 그렇게 느리게 느리게 어렵게 어렵게 한 문장씩 나아간다. 방바닥에 누웠다가 커피를 마셨다가 친구에게 온 전화를 받았다가. 그렇게 한 두 페이지를 나아가다 보면 굳이 jEdit에 타이핑해 넣을 필요 없이 문장이 읽히는 지점이 나온다. 언젠가는 가파른 등성이가 끝나고 평지가 나오게 마련이듯이. 그때 느끼는 작은 행복. 미소.
그러면. 그렇게 수고스럽게 읽은 문장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철학적 질문들의 무의미함. 그러니 철학은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튀어나올 수 밖에 없다.
첫째. 어쨌든 비트겐쉬타인은 철학적 활동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즉, 자기반성적, 혹은 자기성찰적 활동. 둘째. 나 자신의 고백인데, 그러한 활동에서 영원성에 대한 욕구의 일부가 충족됨을 느낄 수 있다. IT 관련 웹 페이지들을 읽고 그에 관한 나 자신의 의견을 형성시켜 가다가 문득 깨달은 것은, 그런 것들이 내게 별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
Men grow cold as girls grow old
And we all lose our charms in the end
But square cut or pear shaped
These rocks don't lose their shape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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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것
1. code name GA: 2.01
--------------------------------
총 2시간 1분 읽고 씀-.-

-다음 주 계획
1. 페이퍼: 청갈색책의 두 가지 번역본
2. 부자 통장 리뷰

-비고
1. 많은 일을 하지 않았다.
2. 집중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그에 들어가기 전에 저 두 일을 끝내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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