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가지 그림자 : 심연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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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만큼 자극적이지 않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아나의 고정한계를 하나씩 실험하고 넘는 과정이라면

심연편은 그레이의 고정한계는 넘는 과정처럼 보인다.

그레이의 세계. 그녀를 통제하고 명령하고 싶은 세계를 탐험하던 아나는 더 이상 못하겠다고 떠난다.

심연편에서 그레이는 아나를 찾아와 항복한다.

더이상 자신의세계를 강요하지 않는다.

명령으로 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요트, 피아노, 당구대, 엘리베이터

매우 다채로운 사랑놀음이 있으나 자극적이지 않다.

제임스는 매우 똑똑한 작가다. 우연은 하나도 없다.

소품과 스토리와 캐릭터를 모두 고려하며 배치한다.

 

제임스의 가장 큰 공은 여성의 눈으로 섹스를 즐기는 작품을 창조한 것이 아닐까.

여성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 감성에 맞춘 섹스에 대한 표현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백미는 밀당이다.  

 

사실 내 감성에 사드는 참 역겨울 뿐 아니라 쪼잔한 남자가 구질구질하다는 느낌이었다.

그가 즐기는 가학은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여 마지막에 죽이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시종일관 소통하지 않는것이 더 문제다.

심지어 사드는 스스로도 자기가 원하는것이 뭔지 모르는 것 처럼 느껴진다.  

5살짜리 아이의 정신으로 어른의 몸이 되어 신체를 학대하는 짓을 보는 것은 즐겁지 않다.

한사람 마음대로 하면 절대 안되는 것이 사랑이고 섹스거든.

 

한편 그 유명한 폴린레아주의 O이야기는 작자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남성의 욕망에 맞춘다.

뭐랄까. 정말 이런 일들이 있을까, 싶은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면은 있지만

일방적으로 그의 욕망에 맞추는 그녀를 보는 것은 안스럽다.

그의 욕망을 위해 그녀가 노예가 되어 무조건 맞춰주는것, 은 사실 남자들의 욕망이거든.

 

밀당이 중요한 이유는 밀당은 소통이고 욕망에 대한 존중이고, 설레임이기 때문이다.

그, 혹은 그녀의 손에 채찍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밀당이고 소통이고 욕망에 대한 존중이고 설레임이 되어야 하는것이다.

제임스는 이 지점을 정확하게, 영리하게 구성한다. 그래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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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Sherlock: The Abominable Bride (셜록: 유령신부) (한글무자막)(Blu-ray)
BBC Warner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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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해가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오만한 자의식은

셰익스피러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 했다지.

그들이 말하는 소위 제3세계 인민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대

영국인들이 셰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셰익스피어를 셜록과 바꾸는 것에는 흔쾌히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셜록, 유령신부는 셜로키언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다.

이 영화의 독자적인 스토리라인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코난 도일이 창조한 오만한 제국주의자 부르주아 신사 셜록을 21세기 버전

예민한 수다쟁이 마약중독자로 바꿔 적폭적인 애정표현을 한 BBC 드라마 버전으로 바꾸는것에 성공한 영국인들이

그것으로 모자라 90분짜리 셜록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셜로키언드리 상상하며 좋아하는 셜록을 만들고 보면서 함께 즐긴다.

아, 모든 셜로키언들은 모리아티와 결투하는 폭포 장면을 눈으로 보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해.

폭포가 비처럼 쏟아지는 절벽의 한 모퉁이

이 장면을 보며 영국인들이 셜록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고백하는 장면이라는 생각이들었다.

어쩌면 꼭 내 상상속의 장면과 똑같던지.

브라운 색상의 빅토리아 시대와 쿨하고 차가운 속도의 현대를 오가며 셜록을 즐긴다.

 

왓슨은 물론이고 원작에는 몇번 등장하지도 않는 허드슨부인과 그의 형까지 상상하며 즐기고

각본을 쓰는 사람과 감독과 구경꾼까지 모두 이 에피소드를 즐긴다.

 

세기를 뛰어넘는 소설과 그 속의 인물들을 우리는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과거의 소설속 인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즐기는 영국인들이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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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2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2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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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28년 중국공학의 교장이 된 후스가 취임연설을 통해 선언한다.

"권한은 쥐고 있다보면 개인의 지식이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망각하기 쉽다. 남들이 상상도 못했던 일을 한다며 함부로 결정하고 시행하는 것은 강도보다 더 위험하다."

이명박의 기상천외한 4대강 사업이 생각나더군. 강도보다 위험한.

 

중국인이야기 두번째. 첫번째 중국인이야기는 흥미진진 재미있었다. 기대하며 본다.

후난성 빈농의 장남으로 태어나 여덟살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열살 때부터 빈 밥그릇 들고 남의 집 문앞을 기웃거렸던,

홍군시절부터 부총사령관이었고 한국전 사령관이었던 펑더화이는 오랜시간 전장에서 군을 지휘한 대장군이지만

1959년 대약진운동의 실패를 지적했다가 국방부장에서 쫓겨난다.

마오쩌뚱을 비판했다가 눈밖에나 쫓겨나는 셈이다.

196년 8월 18일. 중국군사위원회는 확대회의를 소집했다. 전군의 지휘관 1,061명이 베이징에 운집했다. 국방부장 펑더화이와 총참모장 황커청이 도마위에 올랐다.  

그리고 9월, 국가주석 류사오치는 전국임민대표회의(전인대) 결정 사항이라며 인사명령을 발표한다.

"국무원 부총리 린뱌오에게 국방부장 겸직을 명한다."

정치적 견해의 차이로 반대파를 숙청한다 해도, 적어도 저 정도의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다.

펑더화이를 실각시키기 위해 천명이 넘는 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했다.

박정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쫓아낼때는 절차가 필요없었다. 심지어 사람을 죽일때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대통령 박정희의 한마디로 그형식과 절차가 충분했고, 심지어 야당 국회의원을 납치해 목숨을 위협했지.

사실 민주주의의 내용은 절차를 지키느냐 안지키느냐일 때가 많다. 형식과 내용이 떨어져 있지 않다는 말이다.

적어도 반대파를 숙철할때 저정도의 절차는 지켜줘야 하는거다.

평생을 전장에서 누빈 펑더화이는 성격이 급하고, 성질이 욱해서 사고도 잘치지만 하급부하와 아이들에게 인자해서

인민에게 존경받고 병사들에게 인기있는 장수였다. 매력적이네.

 

루산회의도 인상적이다.

1959년 여름에 열린 루산회의처럼 복잡한 회의도 없다. 회의자료를 보면 볼수록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중국인들을 많이 봤다. 중공지도부가 40여일간, 산속에 들어박혀 나오지 않았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전국의 국가관료들이 모여 낮에는 조별토론하고 해가지면 삼삼오오 영화관이나 경극 공연장을 찾았다.

40여일간 각종 현안문제로 토론을 하다가 대약진운동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사투끝에 백전노장 펑더화이가 몰락하지만

 

국회에서 야동이나 보고, 졸고, 그나마 참석도 안하고, 비정규직 확대시키는 법이나 만들고, 지들 월급이나 만장일치로 올리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나 허구헌날 사리사욕에 어두워 제 곳간만 채우는 비리에 물든 정부관료들에 익숙하다가

중국의 무산계급을 위한 정부를 보면, 그들은 신념을 갖고 고민하며 신중하게 정치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현안문제에 대한 판단이나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서로 공격하며 싸우더라도

그결과 수십년 동지가 하루아침에 적이 되더라도, 적어도 그것이 저하나 잘살기 위해서 라거나

1% 부자들만 더 잘살게 하는 정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실수도 하고 싸움도 하고 심지어 죽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념과 명분, 형식과 절차에 충실하며

그 권력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적을 몰락시키는 방법이 마오쩌뚱과 박정희는 달랐다.

박정희는 한마디로 절차없이 마음대로 죽였고, 마오쩌뚱은 토론하고 절차를 거쳐 승인받았다.

모름지기 인간의 정치란 이래야 하는것 아닐까.

 

 

2.

새해가 다가오자 리리싼은 고향 집을 찾았다. 아버지는 명망가였다. 돈도 많고 땅도 많고 부인도 많았다......

"유학을 무사히 마쳤으니 장하다. 앞으로 뭘 할 거냐."

리리싼은 말을 안하면 안했지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었다.

"공산당을 할 겁니다."

노인네는 "죽을 길 제발로 찾아나선 놈"이라며 노발대발 했다.

"나라에 군인과 총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나 하는 소리냐. 너같은 애송이들이 천년을 한들 될 일이 아니다."

리리싼도 지지않았다.

"군벌들에 총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진리와 인민이 있습니다. 죽음은 별개 아닙니다. 희생자가 생겨야 더 많은 사람이 일어납니다. 혁명은 성공하고야 맙니다."

ㅎㅎㅎㅎㅎㅎ 혈기왕성한 부자집 아들 리리싼이다.

진리와 인민이 있어 죽음도 별것이 아니었으니, 먼 미래가 아니라 오늘을 위한 사랑에 불꽃이 일고

상황이 안좋으면 헤어지고, 아이가 생기면 남에게 맞기고

스스로 목숨을 걸었기에 오히려 다른 문제들은 혀를 내두를 만큼 쉽게 쉽게

공산당을 한다는 리리싼의 말에 노발대발하는 노인의 말이 재밌다.

공산당이 나쁘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나라에 군인과 총이 많으니 네가 죽을 것이라고 화를 낸다.

혁명에 투신했던 사람들, 시대의 분위기가 보이는 것 같은 이런 장면들은 재밌다.

그래서 결국 혁명에 성공했으니, 심장뛰는 열정으로 살았던 사람들이 성공해서 국가를 운영하니. 얼마나 좋았을까.

 

중국인이야기가 더욱 재밌는 것은 성공한 항일전쟁, 성공한 혁명이기 때문이다.

항일전쟁에 성공해서, 인민들과 목숨걸고 싸웠던 역전의 장수들이 무산계급의 혁명또한 성공했기 때문이다.

리셴녠 같은 사람.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라는게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감히 살 생각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가난하여 10대에 목수가 되고 항일전쟁이 벌어지자 공산당에 입당하고

홍군에 가담해 구사회를 매장시킬 관을 본격적으로 짜기 시작 한다.

전쟁이 뭔지 몰랐지만 전쟁을 하면서 전쟁을 배운 리셴녠는 혁명에 승리한 후 전국의 재정을 관장하는 재정부장이 된다.

31년간 정치국원을 역임하며 부총리 15년을 한 후 원로가 된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최고권력의 자리에 올라 31년을 살았던 셈이다.

리셴녠을 비롯한 혁명의 주역들 중에는 비천한 신분이었던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부족하거나 게으르거나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었고 고민과 고뇌와 사랑과 결단과 용기와 실패와 오류를 모두 격으며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어 나갔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전쟁을, 하면서 배웠듯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재정부장 또한 하면서 배웠다. 그렇게 잘했다.

금수저 물고 태어나 부모에게 수백억 물려받는 아이들은 남을 깔고 뭉개고 우습게 보는것을 배워 그렇게 하더라.

금수저 물고 나온놈은 여러개의 금수저를 물고 평생 오만하고

흙수저 물고 나온놈은 평생 죽을똥 살똥 일해도 가난하게 천대받다 죽는 스토리는 재미없다.

한국 현대사가 중국현대사보다 재미없을 뿐 아니라, 고통스럽기만 한 이유다.   

 

 

3.

1950년 9월 한국전쟁에 참전을 반대하는 린바오의 말이다.

"직언을 용서해라. 미국 군대가 우리 경내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군대는 함부로 움직이는게 아니다. 출병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경솔하다. 미군이 압록강 연안에 배치된다 해도 나쁠게 없다. 가까이 온 적은 협상하기가 쉽다. 남북한이 싸우건 말건 그건 자기들 문제다. 단 미 제국주의가 동북을 침버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바탕 붙을 수 밖에 없다. 그때는 내가 직접 신발끈을 동여매겠다."

린바오 의견에 한표.

뭐하러 남의나라 전쟁에 우리군의 피를 흘리나.

미국이 국경을 넘어 중국을 침범한 것도 아닌대.

중국인들의 다수는 이 전쟁에 참전을 원치 않았다.

김일성이 기세등등 한반도를 전부 먹고 싶었던 거고 이승만은 지 기득권을 뺏기기 싫었던 거고

그래서 이것들이 외국 군대를 불러와 지가 통치하는 나라 인민에게 총질을 하고 산천을 피로 물들인거다.  

1950년 한국전쟁을 처음으로 중국인 시선으로 본다. 이 또한 흥미롭다.

 

한국전쟁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이승만과 김일성의 가족들은 다치지 않고 죽지 않았다.

중국이 참전을 결정하자 마오쩌뚱의 큰아들 마오안밍이 지원하여 압록강을 건넌지 34일만에 미군의 네이팜탄에 죽는다.

적어도 마오쩌뚱을 비롯한 이당시 중국의 정치인들은 전쟁을 결정하면 자기 목숨을 걸고 직접 앞장서고, 자식들도 참전한다.

 

책을 읽으며 계속 중국과 한국의 정치가 비교된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돈있고 권력있는 지배계급의 자식들은 군대에 가지 않는다.

적어도 전쟁을하려면 지가 앞장서고, 제 샊들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거다.

이라크에 참전을 결정한 후 그 전선으로 떠난군인들은 모두 가난한 자들의 아들이다.

실제 참전을 결정한 자와 그 아들을은 위험한 전쟁터에 안간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참전으로 인한 이권은 모두 지들이 챙기지. 남의 목숨걸고 돈 번다는 말이다. 비겁하고 염치없다.

 

한국전쟁당시 김일성, 펑더화이 스탈린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어떤말을 하고어떻게 합의하고 어떻게 싸웠는지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그러고보니 왜 한국전쟁 당시 남한 대통령이나 장군들, 장관들이 뭔말을 하고 뭔짓을 했는지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까.

 

 

4.

감옥에서 풀려난 리충산은 두딸을 대리고 다퉁유치원을 찾아갔다. 리리싼이 설립하고 '홍색목사' 둥젠우가 운영하는혁명가 유자녀들의 요람이었다.

생모 양카이후이가 사형당한 후 외할머니 샹전시하 외숙모 리충더의 품에 안겨 사지를 빠져나온 마오쩌뚱의 세아들을 비롯해 큰언니 리이춘과 차이허썬 사이에 태어난 차이좐, 마오쩌뚱이 농민운동 대왕이라고 극찬했던 광둥코뮌의 자취자 펑파이의 어린 아들 등이 모여 있었다.

혁명에 바쁜 와중에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다시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아이를 책임지지 못하니 아이들을 보살피는 홍색목사가 있었던거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데, 영원한 사랑을 어떻게 약속 할까.

내일 죽을 지 모르는대, 오늘 마음에 드는 사람을 불륜이라고 회피하겠냐고.

세상의 이목이든지 예의든지 뭐 그렇게 중요하겠냐고. 그래서 오늘 하는 사랑이 더욱 뜨거웠겠지만,

오늘만을 살다보니 아내들과 특히 아이들이 슬퍼진다.

 

중국 사람들 참, 말도 잘해.

가난한 선생이던 지셴린이 꿈에 그리던 독일 유학을 가게 되었다.

거의 파산상태 였던 가족들은 "굶기는 쉬워도 죽는것은 어렵다"며 지셴린을 안심시켰다.

ㅎㅎㅎㅎㅎ

이 말을 하는 가족들과 지셴린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다.

 

두번째 중국인이야기도 재밌다. 3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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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1,000이라는 숫자보다 999라는 숫자가 더 완전한 듯하여

999편의 마이리뷰를 알라딘 서재에 올린것을 자측 하기로 한다 헤헤.

 

2003년 8월 처음 시작했고, 2006년까지는 일년에 몇개 안올리다가

말할것 없이 이 시기는 정신없이 달리던 시기, 책을 읽기는 했으나  갈무리할 여유가 없었다. 

 

1.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알라딘 서재에 리뷰를 올렸구나.

1) 알라딘 서재 시스템은 책에 대한 글을 써서 올리기에 참 편리한 공간이었다.

2) 공부 많이 한 평론가들의 책에대한 글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던 나는 

알라딘에 서재를 운영하며 글을 올리는 수많은 아마추어들의 편안한 책 사랑이 참 좋았다.

내 생각과 같은 글은 지인을 만났것 같아서 좋고, 내 생각과 다른 글은 다른 눈의 새로움이 좋았지.  

무엇보다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참 많구나, 확인한 것이 좋았다.

 

2. 내 서재의 사용 방식은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2007년 이후 거의 바뀌지 않았다.

1) 주로 리뷰만 올렸다.

서재를 운영하는 것이 일처럼 나를 압박하기 않기를 바랬고, 그래서 너무 재미에 몰두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저런 리스트를 만들어 올리고 싶은 유혹을 10년째 뿌리치고 있다.

학문이란 카테고리를 만들어 분류하며 총화하여 계보를 만드는 것.

리스트를 만들다보면 그 즐거움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고, 

더 고급진 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컴 앞을 떠나지 못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하드보일드 여성탐정의 계보, 시보다 아름다운 소설, 슬프고 매혹적인 캐릭터, 예수와 붓다 그리고 평등한 세상의 꿈.....

십수개의 리스트 제목이 머리속에서 맴돌지만, 새로운 일을 만들지 않기로 한다.

 

2) 다 읽은 책만 올린다.

내가 평론가들의 서평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이사람이 이 책을 읽기는 하고 쓴건가, 싶을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냥, 예의라고 생각한다.

작가와 출판사 그리고 알라딘의 다른 블로거들에게 읽지도 않은 책을 올리는 것은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경제적이기도 하다.

다 읽지도 않은 책을 올리는 수고를 할 이유가 없고,

다 읽지도 않은 책의 리뷰를 올려서 내 서재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싫으니까.  

 

3) 최대한 간략하게 올린다.

그러나 잘 안된다. 재밌는 책일수록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기도 하고 ^^;

 

4) 특별한 형식없이, 그냥 책을 읽고 내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올린다.

 

3. 10년 넘게 알라딘에 서재를 운영하며 생각나는 몇가지

1)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 한 알라딘 / 불매운동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 없었던 것이, 실제 불매운동을 할려면 서재 문을 닫고 알라딘을 나가야 하는대, 그러지 못했다.

그냥 알라딘이라는 서재 시스템이 유용할 뿐,

알라딘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서 장사를 잘 할 뿐 착한기업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기로 했지.

뭐, 당연하기도 하고. 자본주의 사회에 착한기업이 어딨니.  

 

2) 최근의 헤닝 만켈을 비롯해 국내외 작가들의 죽음을 알고 추모할 수 있는 것도 좋았고

 

3) 알라딘 초반에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내가 늘 리뷰를 읽었던 물만두는 잊을 수 없네. 추리소설과 함께 편히 쉬시길.

 

4) 중간에 잠깐 책소개 창을 각자 개인이 편집할 수 있었는대, 나는 그때가 좋았다.

책소개와 리뷰를 가장 위로 올려놨었지.

 

 

4. 축하해. 팥쥐!

내 책상위에는 지금도 다 읽고 아직 리뷰를 올리지 못한 메모가 쌓여있다.

1000번째 리뷰를 뭘로 올릴까, 생각하며 즐겁다.

이러나 저러나 책읽은 느낌을 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이 있는것은 알라딘에게 고마운 일이다.

책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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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감시원 코니 윌리스 걸작선 1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외 옮김 / 아작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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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코니의 서문 중

로봇과 시간여행자,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 물리학적인 우주의 냉정한 방정식과 기술 진보의 숨겨진 대가에 대한 이야기, 인간이란 존재가 무엇인지 결정하는게 얼마나 어려우며, 또 인간이 되는게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끝도 없이 다양한 과학소설이 내 잎에서 축제를 펼치는 것 같았다.

열세살 코니 윌리스가 하인라인을 본 후 도서관을 뒤져서 만난 SF의 세계다.

SF에 대한 여러 정의와 해석이 있지만 내가 만난 SF는 저 표현이 딱 적당하다.

당시 내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용감한 유격대원이 나오는 소설을 읽고 금성세서의 침공을 담은 영화 같은 것들만 봤더라면 SF에 대한 열정은 금세 식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글쎄. 그렇다니까. 정말 그래. 우주전쟁 얘기는 너무 과대 평가되어 있다.

코니의 서문은 SF 소설에 대한 헌사이고 애정표현이다.

어릴적 도서관에서 만난 무지개 빛 SF와 어떻게 평생을 함께 하며 놀고 있는지. 부럽네.

 

 

2.

중단편집

첫번째 리알토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두번째 나일강의 죽음은 크리스티의 SF식 해석인 모양인대, 분위기는 잘 잡고 가지만 이런식의 마무리는 석연치 않다.

코니는 이런 마무리가 재밌는 모양이다.

문화사 달라서일까. 나는 석연치 않고 뭔가 찜찜하다고 느낀다. 화장실 갔다가 밑을 닦지 않고 그냥 나온 느낌이랄까.

톡톡튀는 표현들은 재밌다.

 

클리어가족이 보내는 편지는 짧지만 인상적이다. 본격적인 SF의 미래사회

방사능 폭파후 살아남은 닌네 가족과 탤벗 아줌마 그리고 스팇치는 봄을 기다리며 산다.

짧지만 강렬하다.

 

화재감시원

시간 여행이라는 건 지하철 타는 것과는 달라. 바솔로뮤" 이곳에 도착하기전 그 잘나신 던워디 교수가 고풍스러운 안경너머로 눈을 끔벅이며 나에게 했던 말이다. "2-세기로 가든지, 그게 싫으면 역사 현장 실습을 포기하든지 알아서 해."

"하지만 전 아직 준비가 안됐습니다."내가 말했다. "저는 사도 바울을 따라서 여행 다닐 준비를 무려 4년 동안이나 했습니다. 사도 바울 말이에요. 세인트 대성당이 아니라고요. 설마 제가 대공급 당시의 런던으로 실습 떠날 준비를 단 이틀만에 마칠수 있다고 믿는건 아니시겠죠?"

재밌다. 사학과의 역사현장실습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

ㅋㅋㅋㅋ 최고의 역사 실습이 아닌가. 멋진 행각이다. 나라면 어디로 갈까.

1945년 해방정국의 서울로 갈까. 동학혁명군의 갑오년으로 가서 전봉준을 따라다닐까.

 

가장 재밌는 건 마지막편 내부소행이다.

너무 훌륭해서 진짜라고 믿기 힘들 정도라면, 진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초반부터 반복되는 이문장의 의미를 알게 되었을때, 이마를 탁 치며 눈이 밝아진다.

미리 눈치 챘다고 해도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다.

이수스신과 접신하는 영매 아리아우라가 그녀를 추종하는 사람들 앞에서 쇼를 할때 

생전 신을 믿지 않았고, 신을 빙자한 사기꾼들을 조롱하던 멩켄의 영혼이 들어와 말을 한다.

"너희들, 입을 헤 벌리고 거기 그렇게 앉아서 아칸소 캠프 모임에 온 시골뜨기들처럼 뱀의 혓바닥을 가진 설교자의 말이나 듣고 앉아 있을거야? 이 여자가 너희들의 연애문제를 해결해주고 담석증 치료나 해줄까 싶어서......"

이런 설정 재밌다.

얼마나 황당할까. 관객들보다 아리아우라가 더 황당하지. 신을 믿지 않는 영혼이 낸 몸에 들어와서 말을 하다니. ^^

 

신을 믿지 않아도 점을 보는 사람은 많다.

점도 여러가지지만 신이내린 사람이 쪽집게로 맞춘다는 점쟁이의 말을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고 싶다.

누추한 내 삶에 볕들날이 언제인지, 내 앞날에 어떤 사랑이 있는지 뭔가 신나는 말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 점을 본 경험으로는 모르는 앞날의 운명을 예언해준다는 느낌보다는

처음보는 사람이 나를 알아준다니 좋다는 느낌이더라고.

재밌다.

 

둠스데이 북을 읽다가 포기했었는대, 인내하며 다시한번 코니 윌리스에게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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