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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겨울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8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평점 :
1.
거인들의 몰락 다음편이다.
빌리와 에설, 그레고리, 피트와 모드, 발터 거인의 몰락편에서 애태우고 사랑스럽던 주연들이 아버지 세대가 되었고
그 자녀들이 주연이다.
모드는 레이디 모드 라는 필명으로 진보적인 신문에 칼럼을 쓰며 나치를 조롱한다.
"이러면 나치가 열받는거 알잖아요." 아버지가 말했다.
"그러라고 쓴거예요."어머니가 냉정하게 말했다. "내 글을 보고 그들이 흐뭇해하는 날이 온다면 그만 써야죠."
에리크와 카를라는 모드와 발터의 자식들이고 십대다.
바야흐로 나치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쟁취하기 직전의 시기
세계의 겨울은 독일 모드와 발터네 집 아침 풍경으로 시작한다.
"재즈는 퇴폐적이에요." 에리크가 말했다.
"바보같은 소리."
아다가 접시에 치즈와 얇게 썬 소시지를 담아 건네주자 에리크는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입에 넣었다. 카를라는 오빠의 식사예절이 끔찍했다. 아버지는 심각해 보였다. "누가 그런 말도 안되는걸 가르쳤지. 에리크?"
"헤르만 브라운이 그러는데 재즈는 음악이 아니라 그저 깜둥이들이 만드는 소음이래요." 헤르만은 에리크의 가장 친한 친구로, 아버지가 나치당원이었다......"깜둥이들은 열등한 종족이에요." 그가 반항적으로 말했다.....
"네 나치 친구들은 역사를 전혀 몰라." 아버지가 말했다. "고대 이집트인이 피라미드를 세울때 독일인은 굴속에서 살았다. 중세에는 아랍인이 세상을 지배했지. 독일 왕자들이 제 이름 하나 못 쓰던 때 무슬림은 대수학을 했어. 인종하고는 상관없는 거다."
시대를 대학살속에 몰아넣을 나치 파시스트들과 2차 세계대전의 겨울을 예고하는 첫장면이다.
사람들은 독일의 나치가 유대인들을 어떻게 학살했는지에 대해그 야만과 폭력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말한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증언은 꾸준히 발행되고 영화로 만들어진다.
그런대 실은 유대인에 대한 학살이 실행되기 전에 그런 수준의 독재를 위해 나치가 어떻게 공사주의자, 사회주의자들을
구속하고 폭행하고 죽였는지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않는다.
나치는 먼저 저항하는 자들, 반대하는 자들을 구속하고 제거한다.
나치가 의회를 중심으로 어떻게 힘을 행사하기 시작하는지, 어떻게 인민들의 동의를 받거나, 침묵하게 만드는지
동성애자들과 유대인들에 대한 적개심이 어떻게 강화되고 조직되는지 보여준다.
소비에트 혁명의 중계를 거인의 몰락에서 봤는대 이번에는 나치 파시스트의 독재를 중계방송으로 본다.
국민들에게 감시받지 않는 권력이 어떻게 잔인해지는지.
"저는 나치의 어떤 포스터를 기억해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끔찍한 생각을 떠올린 것도 바로 그 기억 속 포스터 때문이었다. "남자 간호사와 정신장애가 있는 남자 그림이었어요. 문구는 대략이런 식이었고요. '유전적인 결함으로 고통받는 이 사람의 평생 동안 우리 공동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육만 마르크입니다. 동지들, 그것은 또한 당신의 돈입니다!' 아마 잡지 광고였을 거예요."
인간의 생명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는 선동을 이렇게 한다.
인간의 생명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고, 어떤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니 돈이 든다고, 비열하게 선동한다.
나치는 결국 장애인들을 모아서 학살했다.
2016년 대한민국의 장애인 정책도 비슷하다.
장애인들을 위한 돈을 지출하는 것을 거부하는 점은 똑같아.
투자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의 혈세로 재벌들에게 그렇게 많은 특혜과 이윤을 보장하면서
비용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돌보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똑같다. 야만적이야.
2.
화창한 1936년 토요일 오후였다. 로이드 윌리엄스가 케임브리지에서 2학년을 마쳐가던 그때, 역사가 오랜 대학교의 흰 석조 회랑 사이로 파시즘이 비열한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이런 문장 좋다.
시절은 수상하여 피비린내가 예고되고 있는 순간에도, 화창한 오후, 대학교의 흰 석조건물은 아직 평화로워 보인다.
세상일은 그렇다.
오늘 내 뜰안에 화창한 햇살이 비친다해도, 어느 모퉁이에 폭력과 광신의 파시즘이 비열한 머리를 들이미는지 경계할 일이다.
이렇게 빨리 어떤 곳이 좋아질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라고 로이드 윌리엄스는 생각했다. 에스파냐에 온지 겨우 열달이었지만 이 나라에 대한 그의 열정은 웨일스에 대한 애착 만큼이나 강했다. 햇빛 쏟아지는 겨치 속에서 피어나는 희귀한 꽃을 보는게 좋았고, 오후에 즐기는 낮잠이 좋았고, 아무리 먹을 것이 없어도 와인은 떨어지지 않는게 좋았다.
축축하고 어두운 웨일즈의 탄광촌에서 자란 촌놈에게 에스파탸의 강렬한 태양은 좋았겠지. 찬란하잖아. ^^
나치의 등장과 스페인내전을 중심으로 인생의 중대한 결단을 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향한 꿈을 꾼다.
확실히 격동의 시기 일 뿐 아니라, 열정의 시기였던 것 같아.
스페인에서 벌어지는 내전에 각국의 보수주의자들이 프랑코를 지우너하고 뒷돈을 대는거야, 지금도 그러니까.
반군을 지원하여 그가 권력을 잡으면 댓가로 이윤을 착취하려고 몰려드는것이 국경을 넘는 자본의 특징이니까.
하지만 그것에 반대하는 좌파들이 이렇게 쉽게 훌쩍 국경을 넘어 낯선 땅으로 가서 게릴라전에 삶을 올인하다니
낭만적이다.
3.
6월 22일 독일군이 공격했을때 붉은 군대의 많은 전방 부대는 실탄조차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소련의 비행기는 위장도 하지 않은 채 활주로에 줄지어 서 있다가 전쟁 개시 후 몇시간 만에 독일 공군에 의해 천이백대가 파괴되었다......
가장 끔찍안 것은 스탈린이 붉은 군대에 내린 퇴각 금지 명령이었다. 모든 부대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싸워야 했고 장교들은 포로가 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했다. 남은 병력으로 더 강한 방어진을 새롭게 구촉하는 것은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이말은 전투에서 패배할 때마다 학살로 이어진다는 뜻이었다.
멍청한 스탈린과 관료들, 이런 명령이 가능하고 행해진다니.
적은 밖에 있는 히틀러가 아니라, 내부에 그것도 머리꼭대기에 있다.
공산주의를 위해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 자들은 뭐 때문에 혁명을 한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