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펭귄클래식 135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구상할 때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 밝혀 얻은 호기심. 얼마 전에 국내에서 공연하기 시작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얽혀 이 소설을 집어들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150년 전의 소설이라는 것이 두렵긴 했다. 현대 소설에 비해 지루한 플롯과 장황한 서사가 기다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루한 소설일 거란 불안은 기우였다. 주 단위로 연재된 소설이라 그런지 에피소드가 굉장히 타이트하고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거기에 대단히 효율적인 인물 배치가 돋보였다. 이런 류의 전지적 작가시점은 실로 오랜만에 보았다. 화자가 작가로서 소설 속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의 목소리를 내는데, 처음엔 약간 거북했던 이 어투가 나중엔 소설을 이끌어가는 감칠맛 중의 하나로 사용되더라.


화자는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한다. 이것이 두드러지는 것은 '감추기'인데, 작가는 어떤 인물의 정체를 의도적으로 가리고 나중에 '짜잔' 등장 시킴으로서 독자에게 약간의 충격과 대단한 흥미를 유발하는 기술을 때때로 사용한다. 덕분에 소설이 지루해질 틈이 없는데, 앞서 스치듯 지나간 케릭터들이 나중에 중요한 인물로 재등장하면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환기되고 앞 내용을 상기하게 되면서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더라.


역시 이 소설의 백미는 인민재판 과정이다. 이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도 훌륭히 차용되어 있다. 가난한 시민들과 부유한 귀족들의 상황이 역전되어, 시민들이 귀족들을 재판하는 모습은 광기에 가득 차 있다. 오랜 세월동안 그들에게 핍박당하고 괴롭힘 당해온 시민들의 아픔은 파리 전체를 광란의 도가니로 이끌고, 모든 귀족들은 프랑스 혁명의 획기적 발명품 기요틴에 의해 일 분에 한 명 꼴로 목이 잘린다. 프랑스 혁명은 분명 세계 역사에서 한 지점을 차지한 민주주의 혁명의 대표이고, 그 의의는 뜻깊지만 혁명이 행해졌을 당시 프랑스의 분위기는 소설 속에 그려지듯이 참담할 따름이었다.


소설은 개인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처절한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개인 서사로서 한 시대를 그리는 소설의 방식은 오래된 작품임에도 대단히 세련되다. 극적 구성을 극대화시키는 구성 방식이나 빠른 서사 전개, 그리고 치밀하게 구축된 복선과 반전은 이 소설의 매력을 부각시킨다. 현대 서사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이야기는 고전으로서 이 소설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놀라운 소설이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