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 박지윤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일수의 탄생>의 추천글입니다.

 

유은실이 3년 만에 내놓은 장편동화라니, 작가 이름만 들어도 이번에는 또 얼마나 재미난 이야기일까 책을 집는 손보다 성급한 마음이 앞섰다. 그리고 마침내 책을 만났을 때, 표지에 떡하니 그려진 일수의 뚱하고 평범한 얼굴에 풉 하고 웃음이 터지기 시작해, 어느 인물 설화에 버금가는 ‘태변 먹고 태어난 일수’의 탄생 비화에 호기심이 들끓더니 마지막에는 시큰 뭉클한 마음에 어쩌지 못하고 코끝이 쨍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나도 청년 일수처럼 거울 앞에 서서 물었다. “나의 쓸모는 누가 정하지?”

 

러키세븐이 둘이나 들어간 7월 7일에 태어난 일수는 ‘일등하는 수재가 되어라!’라는 이름 뜻과 달리 있는 듯, 없는 듯, 칭찬할 것도 야단칠 것도 없는 아이로 자란다. 그런 일수가 딱 하나 ‘잘하는 듯’ 한 게 있다면 바로 서예. 비록 받침은 잘 쓰지 못하지만 일수는 서예 학원 명필 원장님에게 서예를 배우며 초등학교 서예부에도 들게 된다. 하지만 붓글씨도 일수의 평범함을 특별하게 그려 주지 못한다. 부모님의 기대와 달리 일수는 중학교에서는 ‘굳건하게 중간을 지키는’는 녀석이 되었으며, 공업고등학교에서는 ‘기계 공포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취사병으로 가서 조리사가 되고 싶었지만 ‘미각이 둔한 것 같아. 간을 못 맞춘다’는 결론을 얻는다. 그리고 어느 날 사회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청년이 된 일수는 우연히 초등학생의 가훈을 대신 써 주면서 엉뚱하게도 가훈업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부모에게 비범한 존재로 탄생되지만, 정작 아이는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끊임없이 몰아치는 질문의 파도 속을 걷게 된다. 나는 무엇을 잘하지? 나는 누구에게 쓸모가 있지? 나의 쓸모는 누가 정하는 거지? 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빨리 대답을 찾고 제 갈 길을 나아가기도 하지만, 남들보다 더디게 이곳저곳으로 더듬이를 펼치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과정을 겪고 어떤 일을 하게 되든, 결국 중요한 것은 삶의 순간에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결코 바보 같은 행동이 아니라는 것, 일수처럼 잠시 일시정지 간판을 걸어도 삶의 큰 그림에 아무 해가 없다는 메시지는 아이들이 인생의 크고 작은 고비에 넘어지더라도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심어 준다.

 

<일수의 탄생>은 아이들에게 삶의 단계마다 읽도록 권해 주고 싶은 책이다. 초등학생 일수도, 중학생 일수도, 고등학생 일수도, 어른 일수도 거울을 보며 나의 쓸모에 대해 고민할 테니까. 그건 살아가는 데 늘 함께할 질문이니까. - 박지윤(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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