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천미나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집으로>의 추천글입니다.

 

이 작품은『오늘 아침에 고래를 만났습니다』를 통해 인간에 의한 환경 파괴 및 환경 보호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 작가, 마이클 모퍼고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작가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딴 마이클이라는 주인공에서 알 수 있듯이 모퍼고의 소년 시절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감동적이며 서정적인 이야기이자,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라는 소재를 통해 역시 환경 보호라는 주제 의식이 뚜렷한 작품이지요. 피터 베일리의 따뜻하고 섬세한 펜화가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마이클 모퍼고의 서정적인 이야기와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한 권의 추억의 그림책을 넘겨보는 듯한 아련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주인공 마이클은 강산이 변해도 여러 번 변할 만한 시간인 근 반세기 만에 다시 옛 고향 마을을 찾습니다. ‘결코 돌아가지 마라’던 옛말을 무시하고 고향 마을인 브래드웰로 이어지는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마이클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하나둘씩 떠올리기 시작하지요. 그 중에서도 페티그루 부인을 떠올리면 여지없이 마음이 아파옵니다. 페티그루 부인은 바닷가 습지 한가운데 객차를 개조한 집에서 ‘예민한’ 당나귀와 ‘빠름이, 더 빠름이, 왕 빠름이’라는 세 마리 개를 키우며 외롭지만 평화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나타나 부인이 사는 습지에 원자력 발전소를 짓겠다고 선언하면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평화로웠던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분열이 일어나고, 처음에는 페티그루 부인의 편에 섰던 사람들도 차츰 등을 돌리게 되지요. 결국 페티그루 부인은 객차를 불살라버린 뒤, 여동생이 사는 태국으로 돌아가고 마이클네 가족도 고향을 등지게 됩니다. 하지만 50여년 만에 찾아온 고향 마을의 원자력 발전소는 겨우 몇 년 돌아가다가 가동을 멈추고 지금은 흉물로 남아 있습니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의 97퍼센트 가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국내 총발전량의 31퍼센트를 차지하는 원자력은 발전 규모로만 세계 6위에 이르는 등, 화석연료 비중을 크게 낮춰 주는 청정 대체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전력부족으로 인한 블랙아웃마저 걱정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당장 원자력을 없애버리자고 주장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3의 불’로 불리는 원자력 뒤에는 방사능 누출이나 원자폭탄과 같은 부정적인 그림자가 늘 따라다닙니다. 가깝게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비롯,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에 이르기까지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어마어마한 대가와 함께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결과를 초래합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원전 찬성론자에 대해 ‘바보’라고 부를 정도로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고 당시에만 충격에 빠졌을 뿐,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우리 원전은 외국에 비해 고장이 적고 가동률도 높은 편”이라고 주장하지만 “과학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실수는 쉽게 저질러집니다.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납니다.”라고 호소하는 작품 속 페티그루 부인의 말대로 원전은 기계 결함, 직원의 실수 등 사고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지요.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의 장정욱 교수님은 한겨레 칼럼(2012년 10월 11일자)에서 원전 건설로 인한 사회적 대립의 격화는 과소 또는 낙후지역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여 수백 킬로미터의 송전선으로 대도시의 소비자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체계의 구조적 문제에 근거한다면서, 원전이 그토록 절대 안전하다면 사회 정의와 경제성을 두 다 충족시킬 수 있는 안으로 차라리 서울에 원전을 짓자고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값싸게 전기를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러나 안전관리 및 사후처리가 지극히 어려운 동전의 양면이자 양날의 칼인 원자력 발전.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이 시점에 학교에서, 가정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눠 보아야 할 작품으로 추천합니다. 또한 단순히 원자력뿐이 아니라, 개발과 편리라는 미명 하에 소중한 강을 파헤치고 산허리를 뚫어 도로를 만들기 전에, 인간의 눈에는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동식물에게는, 또 누군가에게는 그곳이 하나뿐인 집이자 “완벽한 천국”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천미나(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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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 2013-01-1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아이에게도 그책을 읽혀봐야 겠네요^^ 요즘우리 애는 상위5%가 되는 수학만화책라는 책을 읽고있는데 이책도 괜찮은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