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백년후 대표 김현정 님께서 보내주신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물고기가 사라진 세상>의 추천글입니다.


"바다의 비극은 곧 우리 인간들의 비극!"

'물고기가 사라진 세상'.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묘한 느낌이 있는 제목이다. 게다가 이러한 세상을 만드는 주범이 '무서운 악당'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라니, 서늘하다 못해 오싹해진다. 그런데 삽화도 그렇고, 특히 각 장마다 한 쪽씩 차지하고 있는 만화는 왜 이리 따듯하고 예쁜 걸까?


평소 '먹을거리부터 환경, 생태, 자연, 농업 등의 분야에서 지구와 인간이 모두 건강하게 사는 법을 담은 책'을 펴내는 것을 꿈꾸는 나에게, <물고기가 사라진 세상>은 뒤통수를 한 대 쥐어박으며 퍼뜩 정신이 들게 하는 책이다. 등잔 밑이 어둡기는 어두운가 보다. 100년 후까지 남을 수 있는 건강한 책을 만들고자 하면서 나의 시선은 줄곧 '땅'에만 꽂혀 있었던 것이다. 즉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반도에 살면서 지금까지 바다, 특히 물고기의 '부재' 또는 '사라짐'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도, 아니 조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우리가 늘 들이마시는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살듯, 바다와 물고기도 그곳에 늘 있으리라 여기며 잊고 지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늘 곁에 있지만 이 '새로운' 미지의 바다 세계로 안내해준다.


저자는 대뜸 앞으로 50년 뒤에는 물고기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러고는 '설마?' 하며 의구심을 품는 우리에게 그 이유를 자분자분 들려준다. 바다와 물고기를 파괴하는 주된 원인인 '물고기의 남획, 바다 오염, 지구 온난화', 바다 밑바닥까지 싹쓸이하듯 거둬가는 바람에 바다를 사막으로 만들어버리는 '저인망 어업'의 폐해, 물고기 어획을 둘러싼 나라들 간의 싸움, 미국 대륙의 2배가 될지도 모른다는 '바다 쓰레기 섬' 등등.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 책 표지 그림의 잠수부가 하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이게 정말 우리가 저지른 짓이란 말인가?"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오렌지러피 이야기다. 이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보다 5배 정도나 긴 150년을 산다고 한다. 하지만 그만큼 알을 낳는 것도 다른 물고기보다 느리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모른 채 미처 다 자라지도 않은 물고기를 크기만 보고는 '성어'라고 생각하고 무차별하게 잡아버려, 지금은 오렌지러피가 발견된 지 수십 년 만에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비단 오렌지러피에게만 일어났을까?


바다를 다시 살리는 길은 바다를 자연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보고만 있다가는 '물고기의 멸종'이라는 엄청난 비극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바다와 물고기를 살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길을 아이들에게 알려준다. 되도록 전통 방식으로 잡은 물고기를 먹고, 멸종 위기에 놓인 물고기는 피하는 등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말이다.


결국 저자는 <물고기가 사라진 세상>을 통해 아이들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을 들려주려 한다. 즉 이대로 가면 물고기도 사라지고 바다도 황폐화되지만,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이를 막을 수 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암울할 수도 있는 내용을 들려주며 책을 아름답게 꾸민 것은, 저자가 바라는 미래가 이토록 아름답기를 바라는 염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 김현정(도서출판 백년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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