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송미경 님께서 보내주신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김 배불뚝이의 모험>의 추천글입니다.
"이 개구쟁이를 걱정하지 마시라"
르네 고시니의 <꼬마 니꼴라>에서 니꼴라는 이런 말을 한다.
"이 다음에 내가 어른이 되면 이런 큰 교실을 사서 하루 종일 놀기만 할 거다."
니꼴라의 교실은 선생님들의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은 물론 학생 주임 선생님에게까지 잔소리를 들어야 하고, 장학사가 오는 날은 바짝 긴장하고 모범생 연기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도 니꼴라는 교실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이 아무리 완벽한 연출자가 되어 무대를 통제하려 해도 아이들은 저마다의 놀이를 찾아내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쉼 없는 애드리브를 쏟아낸다. 연출자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우리나라에는 교실에서 거침없이 별짓 다하는 김 배불뚝이가 있다. 주인공 김 배불뚝이는 재미있고 신 나는 일엔 토끼처럼 빠르다가도 재미없는 일엔 거북이 보다 느린 녀석이다. 배불뚝이는 이다음에 어른이 되었을 때 놀기 위해 교실을 살 필요도 없다. 지금 이미 주어진 공간 안에서 최선을 다해 놀고 있기 때문이다.
심 봉사 놀이를 하느라 눈을 감고 화장실에 다녀오고, 비타 삼백을 먹기 위해 아픈 행세를 하고, 선생님께 시도 때도 없이 수수께끼를 내면서 말이다. 하다 하다 선생님을 팔겠다고 온 동네를 누비고 다니는 녀석이다.
배불뚝이에게 교실은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이다. 빗자루 선생님은 아이들을 지도하는 연출자도 아니요. 동떨어져 방관하는 관객도 아니다. 주인공과 밀고 당기기를 하고 대사를 주고받는 멋진 배우다. <김 배불뚝이의 모험>시리즈의 매력은 바로 이것이다. 가장 문제아처럼 보이는 이 녀석이 이곳에서는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이라는 것!
그러나 어른들이여! 툭하면 수업 시간에 교실 밖으로 달아나고, 걸핏하면 친구들과 툭탁거리고, 선생님을 팔아서 맛있는 걸로 바꿔 먹겠다는 이 개구쟁이를 걱정하지 마시라. 내가 주인공이 되는 삶을 살기 때문에, 내게 주어지는 모험을 거부하지 않기 때문에, 배불뚝이의 학교생활은 자기 목소리로 충만하고 자기 몸집으로 충만하다. 분명 이 아이는 교실 밖 인생도 그러할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중요하지 않은 배역이 없고 주어진 사건마다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가 없을 것이다.
빗자루 선생님은 그것을 믿기에 1학년 2반 교실을 유머가 통하는 공간으로, 아이들이 뒹구는 공간으로 내버려 둔 것이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임으로써 소통하는 법을 아는 선생님이다. 우리는 이제 소통함으로써 모험에 동참하기만 하면 된다. 이제 아이도 어른도 각자의 자리에서 모험을 시작하자. 당연히 새로 시작될 연극 무대의 주인공은 이 책을 읽는 어린이 여러분이다. - 송미경(동화작가,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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