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홍주진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내 동생은 렌탈 로봇>의 추천글입니다.
숙제해 주는 로봇, 친구가 되어 주는 로봇, 심부름 하는 로봇, 간호 로봇, 청소 로봇... 어린 시절에는 만화책과 TV 만화에 나오는 각종 로봇이 나의 상상의 나래 안에 있었다. 숙제가 밀려 고통 속에 하루 온종일을 보내야 했던 개학 전날엔 더욱더 숙제 로봇이 간절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는 로봇, 내가 시키는 대로 다 따르는 로봇! 상상만 해도 신이 나고 스트레스가 풀렸다. 그런 로봇을 빌려 쓸 수 있다니! <내 동생은 렌탈 로봇>이라는 책 표지의 제목이 솔깃한 이유이다. 기술의 발달로 몇몇 로봇은 가정에서 실제로 쓰이게 되고 현재 우리 집에서도 청소 로봇을 쓰고 있다. 하지만 로봇이란 심장을 갖지 않은 비 생명체일 뿐. 대화가 되고 감정의 공유가 가능할 수 있는 생명체는 아니다. 그런데 4학년의 겐타는 생명이 있는 로봇을 갖길 원했다. 그것도 동생 역할을 할 수 있는 로봇, 즉 동생 로봇, 아니 완전한 '동생'을 말이다. 여기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는 사실은 모른 채 행복한 형제 관계만을 상상했을 것이다.
로봇이라는 기계적 매개체를 통해 휴머니즘적인 이야기를 완성시킨 다키이 사치요의 상상력은 유쾌하다. 그는 읽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흥미를 유발시킨다. 몇 가지의 에피소드는 간단하면서도 복선이 깔려있다.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순간에는 놀라울 정도로 관심을 빨아들이는 재미가 있다. 어른 독자들은 영화 <인셉션>처럼, 타인의 꿈 속에 들어가 나의 생각을 심고, 생각을 빼앗기도 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꿈에서 깬 상태가 아직도 꿈인 상황을 경험해 본 어린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흥미진진함도 있다. 그래서 이야기의 앞부분을 다시 뒤적거리며 어디서부터 꿈이었나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4학년의 겐타는 잠시 빌린 동생 로봇을 통해 사랑과 갈등과 분노와 그리움, 모두를 길지 않은 시간에 경험한다. 동생 로봇 쓰토무는 기계적 요소는 전혀 느낄 수 없이 완벽한 사람 형태이며 완전한 독립체여서 형인 겐타와 형제관계를 이룰 수 있었다. 겐타는 동생과 간식도 나누어 먹어야 하고, 게임도 같이 하고, TV 보는 채널도 양보해야 하며, 엄마의 사랑도 나눠야 했다. 참을 만큼 참았다는 식의 겐타의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순간은 오해와 편견이 뒤섞여있는 왜곡된 것이었지만 어린 겐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동생을 버린 죄는 혹독한 결과로 돌아온다. 후회와 그리움으로 말이다.
Only Child, 외동아들, 외동딸로 사는 것은 부모의 사랑을 나누지 않고 다 가질 수 있고, 주어진 물질도 갈등 없이 누릴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더 소중한 '나눔'의 아름다움과, 갈등을 해결하는 '성숙함'을 성장 과정에서 놓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런 빈틈을 채워 주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어린 동생이 나의 행복을 빼앗아 갔다는 분노를 느끼는 형에게도, 내 마음대로 부려먹을 동생만이 필요한 형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 홍주진(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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