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번역가 김영욱 님께서 보내주신 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내가 만든 옷 어때?>의 추천글입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이 하는 일도 다양해진다. 어떤 직업은 듣도 보도 못한 낯선 이름 때문에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어른으로서도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한 때 직장을 갖고 사회생활을 해 본 필자도 이럴 진데, 하물며 우리 아이들이야. 건강하게 사람이 살아가는 데 일은 꼭 필요하다. 생계의 수단에서건, 자기실현을 위해서건. 그런데 막상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의 직업을 물으면, 막연한 대답뿐이다. 세상에는 어떤 직업들이 있고,  직업 별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뿐 더러, 그 일을 수행하는데 어울리는 적성과 재능을 제대로 알려주는 어른들도 드물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은 장차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구체적인 꿈을 갖고 자신들의 재능을 개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필자가 발견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춘 <일과 사람> 시리즈의 한 권, <내가 만든 옷 어때?>는 패션 디자이너를 동경하는 어린이들에게 맞춤한 그림책이다.

 

엄마가 재봉질로 손수 만들어준 옷을 입고 자란 여덟 딸 부잣집의 막내인 나(화자)는 어엿한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 호기심 가득한 독자들에게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와 일상이 어떤 것인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나는 늘 새로운 옷을 만들어야 하니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스케치를 해둬야 하고, 시장을 내 집 드나들 듯 다녀야 하고, 공장에 가서 작업지기서 대로 샘플 옷이 만들어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만 진짜 좋아하는 일이라, 힘들 때도 있지만, 보람차고 재미있다. 정말 멋진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화가들의 그림도 많이 봐야 하고, 옛날 영화도 즐겨 봐야 하고, 꽃이나 풀벌레, 심지어 동물들까지 유심히 관찰하며 예쁘고 신기한 것은 스크랩을 해둬야 한다. 심지어는 길거리에서도 사람들의 옷차림을 눈여겨보고, 작은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다가 얼른 그려 두기도 해야 한다.

 

이처럼 많이 보고 느끼고 연구해야 좋은 옷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고 화자인 나는 독자들에게 충고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학생 때부터 자주 가던 동대문의 원단 가게며 단추 가게를 소개하고, 분주한 작업실까지 열어 보여준다. 덕분에 독자들은 멋진 옷이 탄생하기까지의 공정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 있다. 재치 넘치는 그림과 사근사근한 설명 덕분으로 어느덧 독자들은 아름다운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된다.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담아 그린 '패션 일러스트'가 뭔지, 옷을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 달라는 내용을 적어 공장에 보내는 '작업 지시서'도 있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또한 옷본대로 천을 자르는 마름질을 하는 재봉사 아저씨, 재봉틀로 실을 곱게 박는 바느질과 단추나 지퍼 등을 다는 마무리 작업을 해주는 아줌마, 구겨진 옷 모양을 잡아주는 다림질하는 언니들이 일하는 공장 견학을 통해서는, 바야흐로 옷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단 걸 깨우칠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만든 옷 어때?>는 단순히 진로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만은 아닌 것이다. 물론 중간 중간 옷감의 재료와 빛깔에 얽힌 옷감 속 비밀을 알려주는 내용이 있고, 때와 장소에 맞는 옷 입기 정보도 제공해주고 있으므로, 패션에 대한 궁금증을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도 있게 구성되어 있다.

 

책장을 열자마자 펼쳐진 고리 달린 알록달록한 종이옷들은 필자가 어릴 적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샀던 종이인형옷 만들기 놀잇감을 떠올리게 해준다. 마지막 면에 실린 '디자인이란 무얼까?'를 보면서는 필자도 미처 몰랐던 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EBS 방송에서는 우리 아이들의 꿈이 무엇인지, 학교와 가정에서는 진로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우리 아이들은 아빠는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이웃 언니는 매일 아침 예쁘게 차려 입고 어느 회사에 가는지 궁금하지만, 어른들의 일터를 직접 체험하기란 쉽지가 않다. 엄마 옆에서 자투리 천으로 인형 옷을 만들던 화자인 나가 어엿한 패션 디자이너가 되었듯이, 우리 어린이들도 자신들의 소중한 꿈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할 권리를 인정하고, 건강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살이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내가 만든 옷 어때?>는 '내게 맞는 일은 뭘까', 구체적 탐색을 가능하게 해준 귀한 책이다. - 김영욱(작가,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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