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번역가 류화선 님께서 보내주신 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우고의 대단한 심부름>의 추천글입니다.

 

'혼자'는 '함께'의 또 다른 말

어린이 책을 읽으면서 어른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세상살이의 지혜를 짧은 글 속에 경쾌하게 풀어 놓은 것을 보고 감탄하곤 하는데, <우고의 대단한 심부름>도 그랬다. 처음으로 세상을 만나게 될 아이에게 엄마가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참 정감 있게 풀어놓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요즘 아이들은 엄마 세대들보다 더 이른 시기에 공동생활을 하고 타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런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여럿이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이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책이다.

 

우고는 아기 고릴라다. 우고가 사는 고릴라 마을의 아이들은 어느 정도 자라면 일종의 통과의례로 혼자서 먼 곳에 심부름을 다녀오게 된다. 우고 역시 먼 곳에 사는 할머니의 집으로 심부름을 가게 된다. 너무 먼 곳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엄마에게 우고는 뭐든지 혼자서 잘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탕탕 친다.

 

고릴라가 살지 않는 낯선 숲에서 우고는 사나운 폭풍을 만나 길을 잃게 된다. 숲 속에 사는 동물친구들에게 길을 물어보려 하지만 다들 우고의 험상궂은 얼굴과 커다란 몸집에 놀라 제대로 인사를 하기도 전에 도망쳐 버린다. 처음으로 타인에게 자기가 어떻게 비치는지 알게 된 우고는 슬퍼진다. 아무도 우고 안에 있는 상냥함을 보지 못한다.

 

그 숲에는 우고와 비슷한 이유로 다른 동물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고슴도치 따콩이가 산다. 따콩이는 뾰족한 가시 때문에 아무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그 숲의 동물들이 우고 안에 있는 정 많고 겁 많은 고릴라를 보지 못했던 것처럼, 따콩이 안에 있는 용기 있고 재치 있는 고슴도치를 보지 못한다.

 

외모 때문에 진짜 모습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속상해 하는 우고와 따콩이. 두 아이는 서로를 똑바로 마주보고 무엇이 정말 소중한 것인지를 서로에게 이야기해준다. 고릴라니까 크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게 당연하고, 고슴도치이니까 가시가 있는 게 당연하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긍정하는 말을 들은 두 아이는 스스로를 긍정하게 된다. 자연스럽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타인 역시 자기만큼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고릴라 마을의 첫 심부름은 홀로서기를 가르치면서 동시에 함께 살기를 가르친다. 가족의 품에서 떨어져 낯선 곳으로 가게 되면 뭐든 혼자서 해낼 수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타인이 내미는 도움의 손길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고의 첫 심부름은 어느 누구도 혼자서 뭐든 해낼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하다는, 자신의 약함을 자각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함께의 즐거움을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고의 이야기에는 세상엔 자신을 오해하는 이도 분명 존재하지만 자기답게 살다보면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봐줄 이도 분명히 있다는 그런 희망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다. 자신을 진짜 이해해주는 타인과 친구가 되는 것은 아이나 어른이나 삶의 큰 축복이다. 우고와 따콩이는 그런 친구가 되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주고,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 이해해주는 그런 친구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홀로 선 나무 같지만 그 나무는 역시 홀로 선 나무들이 가득한 숲에서 산다. '혼자'라는 말, 홀로서기라는 말은 그래서 '함께'라는 말, 함께 살아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미덕이 된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는 천연기념물처럼 희귀해졌지만, 다음 세상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은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 - 류화선(동화작가,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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