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만 할까?
열린사회참교육학부모회 지음 / 베이직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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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력고사를 보고 대학교에 입학한 세대이다. 그러니까 20여 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때의 교육과 지금의 교육은 대입시 하나만 보더라도 상당히 많이 변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은 사교육에서 더 나아가 선행학습이라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고 있는데 내가 보냈던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1학년때 개인적으로 국어시간의 고문에 관심이 있었는데 당시 고등학교 3학년에서 배우는 훈민정음 서문과 용비어천가 일부분 등을 라디오 교육방송을 통해 들으면서 2년 앞서 '선행학습'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선행학습은 나 스스로 고전문법에 관심이 많이 정상적인 학습과정과는 별도로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의 선행학습은 어떤가. 학생들의 관심이나 능력, 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은채 남들이 하니까 우리 아이도 해야지 하는 부모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학생들은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해 학습의 효과는 둘째치고 학교에서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나 사회교육 등의 전인교육을 할 수 없도록 조장하고 있다.



선행학습의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내 아이만 시키지 않는다면 경쟁에서 뒤쳐질까봐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선행학습은 단지 예습의 차원을 넘어선다. 책에서는 예습과 선행학습을 직관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예습은 수업을 잘 듣기 위해서 수업 얼마 전에 준비하는 것이고, 6개월에서 심지어 2~3년 정도의 교과과정을 미리 당겨서 배우는 차원에서의 선행학습은 수업 자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뛰어넘어버리는 것이다.  - p.51


정말 명확한 구분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내 입장에서 아직 선행학습이나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 등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기에는 시기가 이르질 않나 생각도 든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또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전혀 이르지 않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된다. 이제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에게 영어학원은 기본이고 논술학원을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상위권 대학 입학의 지름길이라고 알려진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해서 초등학생때부터 사교육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어찌보면 나의 이런 순진한 발상을 저자들은 이런 식으로 꼬집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을 좋은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자라는 것이 좋다는 건강한 교육관은, 자녀가 중학교에 들어가 첫 번째 중간고사의 성적표가 나오는 순간, 그야말로 순진한 교과서적인 생각이었다는 자괴감으로 바뀌면서 사라지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 p.30


저자들은 선행학습의 금지를 주장하면서 그 대안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목적으로 한 교육의 질 향상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저자들이 선행학습의 금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지금의 선행학습이 학생들의 수준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그러한 선행학습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말살하고 능동적인 학습을 저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p.59).


학교는 그 체제를 바로 세우고 잘만 운용한다면 가정에서 할 수 없는 감성 교육과 도덕 교육,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질서와 사회라는 공공 개념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고, 또한 살아가는 태도를 정립해주는 전인교육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관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 p.54


공교육의 질 향상과 함께 학부모들 스스로가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p.60)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교육기관의 진정한 목표인 인성교육을 위한 방법으로 독서를 제안하기도 한다. 그리고 책 마지막에서는 사교육의 대안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주장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들이 보고 실천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족들이 책 읽는 분위기에서 자란 학생들은 책 읽기를 습관화하기 마련이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과 함께 책 읽는 독서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독서정책이나 강력한 구호보다 중요하다. 책 읽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 되고, 또한 생애에 걸쳐 함께 할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인성교육을 실천하는데 바탕이 될 것이다.  - p.115


스스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국제고등학교에 입학했다는 학생의 인터뷰 내용에서도 독서는 강조된다.


부모님께서는 언제나 제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셨어요. 집에 가면 방마다 커다란 책장이 있고 책이 꽉 차 있었어요. 부모님께서도 언제나 독서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저는 자연스레 책을 접하게 되고 공부할 마음이 생겼어요. 그렇게 해서 어릴 때부터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었어요.  - p.216


책에서는 공교육의 체질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방법도 제안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먼저 공교육도 서비스 마인드를 갖출 것을 주장한다. 경직된 조직 운영 스타일도 바꾸고, 사업적인 마인드로 기획하고, 교사들을 강의력 중심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인지교육에서 공교육의 경쟁력이무너지면서 인성교육에서의 공교육에 대한 지지도도 함께 무너졌다고 저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정말 공감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저자 그룹중에 실제 학교 교사였던 분이 썼을 것으로 추측되는 공교육 현장의 모습을 책 내용 중에서 옮겨본다.


수업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하여 밤새 보충 학습물을 준비한 교사가 눈총을 받고, 복사기 사용에 대해 결재를 받게 해서는 안된다. 행정은 수업 서비스를 방해할 것이 아니라 도와야 할 것이다. 수업 서비스의 질이 높은 교사는 그 능력을 인정받고, 나아가 교사의 '교사'가 될 수도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어야 하며, 또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그들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인터넷 동영상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해서 학교의 '스타 강사'가 될 수 있는 통로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더 이상 교사를 행정적인 능력으로만 평가해서는 안된다.  - p.137


제목에서와 같이 책 내용 전반적으로 선행학습의 폐해에 대해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성적경쟁에서 소외될까봐 학생들의 요구와는 상관없는 선행학습을 시키고 있다. 나 역시 앞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할 자녀를 둔 상황에서 사교육과 선행학습의 필요성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책에서 말한 것대로 사교육은 공교육의 부족한 점을 메꾸고 보충하는 선에서 그 역할을 끝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학습이야 말로 사교육의 진정한 대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선행학습의 폐해를 교육현장에서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얼마든지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권리가 존재하겠지만 공교육의 붕괴에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차마 선행학습 규제나 금지에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사자인 학생이 불행하고, 교사가 절망하고, 학부모가 가정파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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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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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언젠가 서점에서 소설 코너를 가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희한한' 제목의 책에 눈길이 가서 책 표지와 내용을 간략히 훑어보고 내려놓은 적이 몇번 있었다. 요즘에야 소설을 조금 읽고는 있지만 당시 나는 소설을 그리 즐겨 읽는 편이 아니어서 상식적인 차원에서 제목만 봐두고 다른 코너로 이동한 적이 많다. 이번에 읽게 된 <사악한 늑대>가 그 희한한 제목의 책을 썼던 저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것도 어찌보면 인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넬레 노이하우스. 독일 출신의 여성 소설가이다. 이 책은 타우누스 시리즈의 여섯번째 도서라고 한다. 역시 추리소설의 묘미는 범인이 누군지 알기 위해서는 퍼즐을 끝까지 맞춰봐야 한다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책의 2/3정도를 읽어도 범인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았다. 대략 이사람이 아닐까 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확신은 없었는데 결국 범죄집단의 우두머리로 밝혀졌다는 점에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늘 그래왔듯이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강가에서 어린아이의 시체가 발견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결국 그들이 맞닥뜨린 것은 태양의 아이들이라는 자선단체를 위장한 아동성폭력조직이었다. 그곳에서 학대를 받던 아이 중의 한명이 결혼까지 하게 되면서 새 삶을 찾았지만 학대를 받는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다중인격이라는 일종의 분열증상이 나타났고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주변인물들이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겪은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아동성폭력이라는 좀 많이 지저분한 주제로 결말이 나는 것이 못내 마음이 무거웠다. 정말 이런 조직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만약에 실제로 이런 조직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응징해 주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난다.


중간중간에 결말의 복선이 될 것 같은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면서 읽었는데 저자가 결말로 이끌어가는 과정을 가끔씩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소설읽기의 또다른 묘미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 노이하우스의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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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10기때 리뷰활동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그나마 리뷰가 몇일 늦긴 했어도 마지막까지 활동을 수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음 13기에서도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져본다.


매달 두권씩 6개월동안 총 12권의 책을 읽었는데 경제경영 분야의 12기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베스트5를 고민스럽게 선정하였다. 가급적 주제가 중복되지 않은 책을 선정하기 위해 무척 고민스러웠음을 밝혀둔다. 그리고 베스트5 중에서 하나를 굳이 고른다면, 이것 역시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에릭슈미트의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선택하고자 한다.


12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베스트5


[낯선 사람 효과]

일상생활에서 약한 연결성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해 준 책이다. 요즘같은 인맥이 중시되고 인터넷이나 모바일 상에 SNS가 유행하는 시대에 꼭 읽어둘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지상강의를 들을 수 있는 책이다. 현실 사례를 잘 선택하여 전략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단지 누군가를 무너뜨리고 이기기 위한 전략이 아닌 지속가능한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시대]

구글 회장의 포스가 느껴지는 책. 단지 디지털 기술의 미래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의 미래를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국가의 미래, 그리고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섬찟한 측면도 없지 않다.




[어모털리티]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단지 평균나이가 많아진다는 것이 무슨 대수인가 하겠지만 그에 따른 여러가지 효과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한 시대에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경제 예측서로는 이 책을 선택했다. 폴 크루그먼의 책도 좋았지만 이 책은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으로 인구의 변동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이용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해리 덴트의 주장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유용한 정보를 습득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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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슈미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새로운 디지털 시대 - Google 회장 에릭 슈미트의 압도적인 통찰과 예측, 개정증보판
에릭 슈미트 & 제러드 코언 지음, 이진원 옮김 / 알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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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글로벌 IT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기업 중에 구글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그들을 '신'이라고 일컫는 책이 나왔을까. 따라서 그 기업을 이끌었던 사람이 쓴 책이라면 읽어보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새로운 디지털 시대>라는 거창한 제목의 이 책은 앞서 말한대로 구글의 에릭 슈미트가 제러드 코언과 함께 쓴 책이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다가올 미래의 명암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쓰려고 노력하였다. 그가 가장 먼저 이 책을 통해 다가올 미래의 변화원인으로 지적한 것은 '연결성'이다. 모바일 기술의 확산으로 인해 더 활발하게 진행되는 연결성의 극대화는 거의 모든 것의 변화를 야기한다.


연결성은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 연결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 연결성을 확보할 것이고, 많은 연결성을 확보한 사람들은 더 많은 연결성을 확보할 것이다.  - p.51


이 연결성이 만들게 되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변화를 2장에서 언론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십수년전에 비해 지상파 방송이나 종이신문의 '격'은 상당히 많이 떨어졌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가 득세하고, 위키피디아 같은 공유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흔히 주류 언론이라고 불리는 사업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 사업이나 신디케이션 사업 또는 타 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수익창출을 꾀하고 있는듯 하다. 특히나 위키리크스 같은 폭로 사이트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언론사 뿐만 아니라 정보조직들까지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주류 언론의 위기상황을 설명하면서 나아가야 할 대안전략으로 다음과 같은 혜안을 제시하고 있다.


주류 언론은 아마도 정보를 수집·보호·입증하는, 한마디로 모든 정보를 거르고, 읽고, 이해하고,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신뢰성 필터(credibility filter)'의 역할을 할 것이다. (중략) '검증'이 언론의 중요한 능력으로 간주될 것이다.  - p.85


연결성의 확대로 인해 각 지역별로 기존의 기자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기고자들이 보도망에 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현재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소셜미디어들이 그런 현상들을 부추기고 있는데 결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내가 주인이므로 나를 중심으로 내 주위의 네트워크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게끔 시스템화되어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온라인 상에 올린 정보들을 누군가는 저장을 하고 있으며, '인증샷'을 찍고 있으며, 그것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비즈니스에 적용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란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싶은 속성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법정에서 상기되고 싶지 않거나 신문 1면에 인쇄되어 나오길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기록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다. 미래에 이런 격언은 당신이 말하고 쓰는 것뿐만 아니라, 방문하는 웹사이트, 온라인 네트우크에 초대하는 사람, '좋아요(like)' 버튼을 누른 게시물 그리고 당신과 관련된 사람들이 행동하고, 말하고, 공유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다.  - p.96


연결성이 가지는 특징은 국가 권력에도 영향을 준다. 민주화가 된 국가이건, 그렇지 않은 국가건 간에 국민들이 갖는 힘을 더 커질 것이며, 정부의 사생활 규제는 더 힘을 잃어갈 것이다. 


연결성은 국가의 힘을 강화시키면서 국가가 좋은 위치에서 은밀하게 시민의 데이터를 캐낼 수 있게 해주는 한편, 뉴스의 확산을 통제하는 국가의 능력을 위축시킨다.  - p.106


책에서 저자는 희망적인 미래만 그리고 있지는 않다.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낼 희망의 이면에 담겨 있는 불안함과 위기 역시 예측하고 있다. 컴퓨터나 이들의 연결 네트워크가 항상 완벽한 작동을 하는 것은 아니어서 위기 상황은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이런 예측들이다. 국제적인 차원에서는 사이버 갈등과 새로운 유형의 물리적 전쟁이 더 빈번히 발발할 것이다.(p.201). 그런 미래를 예측하고 대처하는 것이 우리의 할일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저자들은 단지 디지털 기술 그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낼 미래의 모습을 다양한 방면에서 광범위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예측은 단지 허상이 아니라 현실의 사례와 비교하여 미래의 유사한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현실과 어떤 점이 다르게 변화해 나갈지를 그리고 있다. 그 변화의 범위는 한 개인의 생활에서부터 국가 권력과 사회구조의 모습 더 나아가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 그리고 사이버 세상과 현실 세계의 관련성에까지 이르고 있다. 인터넷에 구체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우리에게 닥칠 미래의 모습을 예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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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8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 - 폴 크루그먼, 침체의 끝을 말하다
폴 크루그먼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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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제 위기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많은 책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의 원인을 지적하고 해결방법을 논했지만 여전히 안개속을 걷는 느낌이다. 지금까지의 주장들을 정리해 보면 대략 두가지로 요약해보면 크게 긴축정책을 주장하는 측과 경기부양을 주장하는 측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폴 크루그먼은 대표적으로 경기부양을 주장하는 학자이다. 긴축정책으로 숨통을 조이지 말고 정부는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 폴 크루그먼의 주장이며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정치권에서는 긴축정책을 주장하는 쪽이 대세인 듯 하다. 그래서인지 폴 크루그먼은 특히 독일을 비판하는 내용이 여러번 등장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대표적으로 긴축론을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국가는 빚을 줄이고 무리한 사업 확장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다.


많은 독일 정치인들 또한 "국민과 국가의 지출이 곧 국민과 국가의 수입"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이들은 1990년대 말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독일이 이룩한 변화가 다른 모든 나라들이 따라야 할 모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 p.49


저자는 긴축정책에 반대하면서 '지출이 곧 수입'이라는 주장을 내세운다. 그 주장의 근거로 글로벌 경제와 비교해서 규모는 훨씬 작지만 유용한 비교 사례로서 '육아협동조합'의 예를 pp.47~48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이 사례는 1977년에 나온 기사를 인용한 사례로서 간단한 해법을 찾아볼 수 있다.


육아협동조합은 조합원들끼리 육아의 부담을 공평하게 분담하게 위해 만들었다. 공평한 육아분담을 위해 쿠폰 시스템을 실시했고 조합원들에게 20장의 쿠폰을 지급하여 쿠폰 한장으로 30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직화하였다. 하지만 회원들 중 일부가 나중에 오랫동안 집을 비울 상황에 대비하여 가능한 많은 쿠폰을 모아두고자 했고 그로 인해 유통되는 쿠폰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점점 쿠폰의 수가 줄어들자 회원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다른 부부들의 아이들을 돌봐주면서 계속해서 쿠폰을 모으는 일에만 집중했다. 한마디로 육아분담 사업은 '침체'에 빠진 것이다. 회원들의 불만이 야기되자 조합우녕자는 쿠폰을 더 많이 발행했고 이 문제는 해결됐다. 저자는 이 사례를 통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아낸다. "어려움을 겪는 동안 미국 정부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저자는 "모든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부마저 지출을 줄인다면 누가 미국이 생산한 제품을 산단 말인가?"라며 반문한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설명한다.


돈을 빌려주던 사람들은 계속 빌려줘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돈을 빌리던 사람들은 지출을 크게 줄여야 했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도 지출을 늘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전반에서 지출이 급격히 위축됐다.  - p.51


물론 저자도 주장하듯이 화폐를 찍어내는 것만으로 침체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바로 유동성의 함정 때문이다. 유동성의 함정이란 제로 금리로도 경기 침체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돈을 빌리는데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수준으로까지 유동성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여전히 바닥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p.56). 정치적인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저자는 이번 경기침체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또 한번의 대규모 정부 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대공황에서 벗어낫듯이 말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국 정부들이 지출 규모를 지금보다 한단계 높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 p.64


3장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어빙 피셔와 하이먼 민스키의 주장을 언급한다. 어빙 피셔는 "채무자들은 더 많이 갈을수록 더 많이 빚지게 된다."는 주장(p.71)을 하면서 부채의 심각성을 느껴 부채의 일부를 매각함으로써 위험을 줄이고자 한다면 전체적인 위기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바로 대공황의 원인이었으며 지금 지속되고 있는 경제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민스키 역시 "지금 당장 채무자들은 소비할 능력이 없고, 채권자들은 소비할 의지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채무자는 채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채권자들의 지출을 전혀 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 세계경제의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일반 가정이 계속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결국 사회 전체의 부 역시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저자는, 누군가는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돈을 빌려야 하는데 그 주체가 정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전반에 걸쳐서 정부 지출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공공부채와 불황극복과의 관계는 없으므로 긴축정책은 파기하고 정부는 지출을 늘리라는 주장과 함께 저자는 중산층의 재산은 제자리에 머물로 있거나 줄어들었는데 왜 상위 1%는 오히려 급증했는지를 밝혀준다. 또한 유럽과 유로화의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경제학의 이론적 백그라운드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의 주장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힘들겠으나 다양한 주장을 들어보고 현실에 적용해 보고자 하는 고민과 노력 정도는, 불황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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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8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