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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 - 폴 크루그먼, 침체의 끝을 말하다
폴 크루그먼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제 위기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많은 책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의 원인을 지적하고 해결방법을 논했지만 여전히 안개속을 걷는 느낌이다. 지금까지의 주장들을 정리해 보면 대략 두가지로 요약해보면 크게 긴축정책을 주장하는 측과 경기부양을 주장하는 측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폴 크루그먼은 대표적으로 경기부양을 주장하는 학자이다. 긴축정책으로 숨통을 조이지 말고 정부는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 폴 크루그먼의 주장이며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정치권에서는 긴축정책을 주장하는 쪽이 대세인 듯 하다. 그래서인지 폴 크루그먼은 특히 독일을 비판하는 내용이 여러번 등장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대표적으로 긴축론을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국가는 빚을 줄이고 무리한 사업 확장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다.
많은 독일 정치인들 또한 "국민과 국가의 지출이 곧 국민과 국가의 수입"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이들은 1990년대 말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독일이 이룩한 변화가 다른 모든 나라들이 따라야 할 모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 p.49
저자는 긴축정책에 반대하면서 '지출이 곧 수입'이라는 주장을 내세운다. 그 주장의 근거로 글로벌 경제와 비교해서 규모는 훨씬 작지만 유용한 비교 사례로서 '육아협동조합'의 예를 pp.47~48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이 사례는 1977년에 나온 기사를 인용한 사례로서 간단한 해법을 찾아볼 수 있다.
육아협동조합은 조합원들끼리 육아의 부담을 공평하게 분담하게 위해 만들었다. 공평한 육아분담을 위해 쿠폰 시스템을 실시했고 조합원들에게 20장의 쿠폰을 지급하여 쿠폰 한장으로 30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직화하였다. 하지만 회원들 중 일부가 나중에 오랫동안 집을 비울 상황에 대비하여 가능한 많은 쿠폰을 모아두고자 했고 그로 인해 유통되는 쿠폰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점점 쿠폰의 수가 줄어들자 회원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다른 부부들의 아이들을 돌봐주면서 계속해서 쿠폰을 모으는 일에만 집중했다. 한마디로 육아분담 사업은 '침체'에 빠진 것이다. 회원들의 불만이 야기되자 조합우녕자는 쿠폰을 더 많이 발행했고 이 문제는 해결됐다. 저자는 이 사례를 통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아낸다. "어려움을 겪는 동안 미국 정부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저자는 "모든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부마저 지출을 줄인다면 누가 미국이 생산한 제품을 산단 말인가?"라며 반문한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설명한다.
돈을 빌려주던 사람들은 계속 빌려줘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돈을 빌리던 사람들은 지출을 크게 줄여야 했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도 지출을 늘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전반에서 지출이 급격히 위축됐다. - p.51
물론 저자도 주장하듯이 화폐를 찍어내는 것만으로 침체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바로 유동성의 함정 때문이다. 유동성의 함정이란 제로 금리로도 경기 침체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돈을 빌리는데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수준으로까지 유동성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여전히 바닥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p.56). 정치적인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저자는 이번 경기침체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또 한번의 대규모 정부 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대공황에서 벗어낫듯이 말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국 정부들이 지출 규모를 지금보다 한단계 높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 p.64
3장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어빙 피셔와 하이먼 민스키의 주장을 언급한다. 어빙 피셔는 "채무자들은 더 많이 갈을수록 더 많이 빚지게 된다."는 주장(p.71)을 하면서 부채의 심각성을 느껴 부채의 일부를 매각함으로써 위험을 줄이고자 한다면 전체적인 위기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바로 대공황의 원인이었으며 지금 지속되고 있는 경제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민스키 역시 "지금 당장 채무자들은 소비할 능력이 없고, 채권자들은 소비할 의지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채무자는 채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채권자들의 지출을 전혀 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 세계경제의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일반 가정이 계속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결국 사회 전체의 부 역시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저자는, 누군가는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돈을 빌려야 하는데 그 주체가 정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전반에 걸쳐서 정부 지출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공공부채와 불황극복과의 관계는 없으므로 긴축정책은 파기하고 정부는 지출을 늘리라는 주장과 함께 저자는 중산층의 재산은 제자리에 머물로 있거나 줄어들었는데 왜 상위 1%는 오히려 급증했는지를 밝혀준다. 또한 유럽과 유로화의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경제학의 이론적 백그라운드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의 주장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힘들겠으나 다양한 주장을 들어보고 현실에 적용해 보고자 하는 고민과 노력 정도는, 불황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