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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장강명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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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컨셉을 좋아합니다. 심심은 한데 호흡이 긴 책을 읽자니 부담스러울 때, 그렇다고 생활밀착형 에세이는 그닥 안 땡기고 그냥저냥 마음을 딴 데 보내서 쉬다 오고 싶을 때 이렇게 여러 명의 작가에게 같은 소재를 나눠주어 백인백색의 원고를 받아 묶은 단편집이 신나게(내용이 신날 수 없는 경우가 왕왕 있지만서도,) 가볍게(읽으려는 마음을 갖기가) 읽기에 정말 딱이지 않나 싶어요. 그 기획이 흔하지 않은 컨셉을 갖고 있으면 더 재밌죠. 잘 차린 밥상... 정확히는 반찬가짓 수 많은 밥상 받은 기분 아니겠어요.


이런 기획으로 묶인 책들 중에 지금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다행히, 졸업>이군요. 사실 이 제목도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서 어쨌든 졸업이었나, 아무튼 졸업이었나(아무튼 시리즈를 너무 열심히 읽다보니...) 우야든둥 졸업이었나...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찾았지만요. 여하간 이 책도 장강명 작가의 단편으로 시작합니다. 오프닝 전문 작가셨던 걸까요... 


책 팟캐스트를 주구장창 찾아 듣다보니 <책, 이게 뭐라고>도 즐겨 듣는데 방송에서 조금씩 얻어 만들어진(내 맘대로 머릿속에서 만든) 장강명 작가의 이미지는 웬지 좀 예민하고 시니컬한 패턴을 띠고 있었는데, 이 단편에서 좀, 확실히, 그런 면모를 느끼고야 말았습니다. 르포 작가인 주인공은 장 작가님을(갑자기 작가'님' ...) 많-이 닮은 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작가가 어떤 인물을 빚을 땐, 물론 주인공급 인물 이야기지만, 자신과 부분 닮게 만들던가 최소한 어떤 점에서는 본인이 닮고 싶은 면을 두드러지게 부각시키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그저 화법과, 말을 다루는 태도를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이 전부이지만 그 부분으로 전체를 아주 거칠게 조망해 보겠노라 거만을 떤다면, 인간의 성격도 어느 점에서는 프랙탈적이기도 하지 않느냐고 억지를 부리면서, 이 주인공은 아무래도 장 작가님을 떠올리게 해!!! 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작가님 죄송해요. ㅎㅎ 사실 저는 작가님을 잘 몰라요. 당연하죠, 작가님이 어떤 작품을 쓰시는지 알 것 같다고 떠벌릴 만큼 작품을 많이 읽어본 것도 아니고요. <알골>에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내 경험으로는, 첫 만남에서 팬이라고 말하는 사람 중 실제로 내 책을 읽어본 이는 다섯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 -18쪽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적으로 동의해요. 그러니까 저도 팬이라고 떠벌려 보겠습니다. 팬이라고 자처하는 치들의 특성에 딱 부합하니까요. 

저는, 주인공의 치밀하고 (일견) 계산적인... 부정적인 뉘앙스는 빼고 말입니다만, 여하간 그런 면모에서 작가님을 되게 많이 떠올렸어요. 선장하고 나누는 대화보다, 알골들과 나누는 대화는 진짜 작가님 육성으로 귀에 들리더라고요.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미 언급했지만, 팬 어쩌고 하는 데서는 이거 경험담이구나 하고 웃었죠. 스포일러가 되니까 차마 언급 못 하지만 제일 마지막 문장이 진짜 작가님 톤이더라고요. 전혀 모르는 분이지만 아주 모르는 것도 아닌 분이 쓰는 이야기는, 정말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승우 작가님이나 김금희 작가님이 쓴 소설은 그냥 소설로 읽히는데, 작가님이 쓴 이야기는 확실히 다르게 읽혀요. 김중혁 작가님의 소설을 읽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하긴 했는데 작가님 캐릭터가 훨씬 더 작가를 많이 닮은 편입니다. 친근했어요. 재미있었고요. 여긴 너무 멀어서 배송비가 책값보다 더 나가서 조만간에 작품을 다 읽어보겠다 등의 말은 못하겠지만, 한국 돌아가면 언제고 꼭 읽어봐야겠다 싶네요. 이 말의 빈말 지분은 스스로도 계산이 잘 안 되네요.


아무튼, 

서론만 있는 이상한 글이지만 나름 중요했던 포인트만 더하고 맺자면 이거예요.

제일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타이틀작인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였고, 재일 울림이 컸던 것은 <웨이큰>이었습니다. 와, 진짜 명작이었어요. 음... 설마 이걸 보실리는 없다! 확신하며 아무말 대잔치를 지껄였는데, 왠지 민망해서 덧붙이자면 장작가님, 너무 서운해 말아주세요. 틀림없이 서운해 하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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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좋아해서, 많이 갖고 있기도 하고 도서관에서도 종종 빌려오기도 한다. 어떤 책들은 그냥 휘리릭 넘겨보고 어떤 책들은 좀 더 꼼꼼히 훑어보고, 또 어떤 책은 온라인 서점 검색창을 열어 다른 사람들의 리뷰도 찾아 읽어본다. 마음에 들어온 책일수록 남들의 느낌도 궁금해지기 마련이라... 남들도 나처럼 생각하는지, 아예 다르게 생각하는지. 



혹시나하고 찾아봤는데 번역본이 나와 있었네...


엄밀히 말하면 이것도 번역본이기는 한 게 작가는 원래 프랑스어로 낸 책이다. 그런 까닭에 원서를 얼마나 잘 살린 번역인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어쨌거나, 여기서 찾아보든 저기서 찾아보든 이 책은 칭찬일색. 


삶이 어떤 형태로 흘러가는지, 혹은 흘러가야 하는지를 조용히, 나긋나긋하게 풀어 그려낸 책이다. 어느 정도로 안온한 어조인가하면, 처음에는 도대체 이게 뭐야... (시간이 정말 느릿느릿 흘러가는 이야기다) 하면서 책장을 넘길지 몰라도 넘긴 페이지가 많아질수록 코가 맹맹해질 수 있다. 뭐야, 하는 기분으로 시작한 어떤 감정이 천천히 스미는데, 갈수록 찡해져서 모른 척할 수 없게 된달까.

이야기는 이렇다. 

배저 부인은 아주 소박한 사람(?)이다. 매주 일요일마다 산꼭대기에 올라가는, 산책이라고 하긴 좀 벅차고 본격적으로 산행이라기에도 어딘가 미묘한 걷기가 취미인 듯하다. 정상까지 앞뒤 안보고 마구 올라가는 게 아니라, 주변도 찬찬히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자연물이 있으면 줍기도 하고, 길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들과 잠시 잡담도 나누면서 급할 것 없이 천-천-히- 올라간다. 배저 부인의 일요일은 대체로 거의 항상 그랬다.

고양이 룰루를 만나기 전까지는.


배저 부인은 수풀에 숨어 흘끔거리며 엿보는 룰루에게 원하면 같이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그렇지만 룰루는 자신의 신체조건(산행에는 어째 부족한 듯한)에 겁을 내며 망설인다. 여기서 이 책의 가장 훌륭한 부분이 등장한다. 

배저 부인은, 룰루의 망설임을 이해한다. 누구든 자기 자신을 믿고 도전할 용기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부인은 룰루가 자기 발로 따라나설 때까지 다그치지 않는다. 얼마나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인지! 


부인은 룰루에게 산길을 걸을 때 썩 유용한 지식들도 가르쳐 준다. 호기심이 넘쳐나는 룰루의 질문에 대답도 충실히 해 준다. 그렇게 정상에 오른 룰루는 '표현할 수 없지만, 가슴에 꽉 차오른 그 어떤 감정' 때문에 아무 말 않고 거기에서 보이는 세상을 충분히 오래 바라본다. 이 장면도 정말 좋다. 내 마음에 들어 온 기분을 충분히 더듬어 헤아려 보는 기회가, 실제로는 얼마나 많이 박탈돼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말이지... 





어쨌거나 배저 부인에게 배우고, 많이 따라다니면서 꽤 산을 잘 타게 된 룰루는 이제 나이가 들어 예전만큼 산행이 거뜬하지 못한 부인을 돕는다. 그렇게 함께 산을 오른다. 그러다 결국 노쇠한 부인은 이제 룰루더러 혼자 산에 오르라고 권한다. 다녀와서 무엇을 보고 왔는지 이야기해 달라며 룰루를 보낸다. 

혼자 걷는 산길은 배저 부인과 걸을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룰루는 그 고독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성장한 룰루는 어느 새 자기보다 더 어리고, 미숙한 다른 존재와 함께 산길을 걷고, '뭔가'를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인생에 대해 이렇게 할 말 다 하면서 시적으로 표현할 수가 있단 말야? 이런 압축능력은, 기찬 비유는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돼??, 가 책을 덮고 난 뒤의 솔직한 감상... 

인생이 뭐 엄청 거창한 게 아니야. 위대하고 오래 추앙받는 일을 해야 되는 게 아니야(어릴수록 그런 생각을 하지 않나). 그냥 내가 경험으로 배운 것이든, 시간이 흘러가며 가르쳐 준 것이든, 사소한 것이라도 잊혀지기엔 아까운 삶의 지혜를 아래세대의 누군가에게 잘 전달해서 이어지도록만 해도 그걸로도 괜찮은 거겠다... 그런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는 거다. 이런 책을 만나면. 아주 잠깐 생각하고 잊어버릴지언정, 마음속에서 한 번 긍정한 삶의 태도는 어떻게든 흔적을 남기는 법이니까. 


한참 이 여운을 굴리고 있다보니 문득 단속사회가 떠오르는 거다.



특히 프롤로그에서 말하는 이 부분을, 이 그림책이 그대로 그려냈구나 생각했다.


삶의 실제적 경험으로부터 조언과 충고가 온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나와는 다른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망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한 사람으로부터 배울 것이 하나도 없다면 그 사회는 망한 사회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 사회가 '사회'일 수 있는 것은 연속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연속성을 지녔다는 것은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경험과 지혜가 끊임없이 갱신되면서 후대들에게 전승될 수 있음을 뜻한다.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고 또 그 환경을 바꾸귀 위해 사람은 한편으로는 선대의 경험과 지혜를 필요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새롭게 바꾸어내야 한다. 

- 20~21쪽


그래서 우리는 좀 더 경청해야 하고, 좀 더 다듬은 말을 해야 한다. 내 살아온 인생을 주구장창 말로 전시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곧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므로 이러이러하게 나를 대접해야 함이 마땅하다'는 구걸 내지는 하소연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말이 나눔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근심과 걱정이 타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설사 그것이 사적인 투덜거림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겪고 있는 무제를 자신만이 아닌 모두의 이야기, 아니면 적어도 사회적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내 이야기에 누군가 다른 이가 맞장구를 치며, 자신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을 통해 사적인 관심과 걱정은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공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사적인 투덜거림이나 징징거림을 그 자체로 나쁘다고만 할 순 없다. 다만 그 자체가 독백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말 걸기이며 자시느이 경험을 나누기 위한 초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

이야기는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며 듣는 사람이 그 이야기에 "참여"할 때에만 계속 이어지고 풍부해질 수 있다. 

- 186~187쪽


젊은 사람들이 중장년, 노인들의 말을 대체로 듣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그게 대부분 공감하며 들어주기를 강요하는(문제는 그게 불가능한 전제라는 건데!!!) 징징거림, 푸념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의 개별성에서 보편적 담론을 끌어냈던 어른들은, 늘 존경받았다. 


개인이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것이다. '나'라는 개인은 다른 누구하고도 다른 자기만의 독특함을 지닌다. 이 독특함은 다른 어떤 특성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것이어야 하며 다른 것으로 강제로 환원하려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엄기호'라는 사람은 경상도 사람이고, 199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국제연대활동을 위해 외국에서 몇해간 돌아다녔고,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이 모든 것은 '나'라고 가리켜지는 한 사람의 특징을 어떤 특정한 집단 혹은 범주로 환원하는 방식의 설명이다. 경상도, 90년대, 국제연대, 강사 등이 그러하다. 이런 점에서 '나'가 먼저 나온 뒤 '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안에 수많은 '우리'가 있는 셈이다.


그렇더라고 나에게는 최종적으로 우리라는 그 어떤 '묶음'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나만의 독특한 그 무엇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 무엇이 없어지면 나는 그저 묶음의 묶음에 지나지 않는다.

- 109~110쪽


즉 집단정체성을 제외하고도 순수한 나, 다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내가 남아 있어야 나는 타인에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고, 후대에 개인의 문화를 전승할 수 있는 것이다. 오버하자면 개인은 그 사람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개인문화의 아이콘이어야 한다고도 할 수 있다. 


다시 그림책으로 돌아와서, 배저 부인은 그저 일요일마다 산봉우리에 오르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다. 그렇지만, 산책과 산행과 여가가 오묘하게 뒤섞인 그 걷기에 더불어 쌓인 경험과 지식이 지혜를 생성했고, 그것을 배우고자 하는 곁이 생겨나고 그 걷기의 문화가 쭈욱 누군가에게로 이어진다는 것은, 아 그게 그렇구나 그런가보지, 하고 잊어버려도 될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자기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일의 중요성이, 그게 결국 사회에 퍼트릴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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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굳이 아이 인생설계까지 잘 해주려고 나서서 극성을 떨 것이 하나도 없다. 엄마들의 원대한 자녀미래 설계가 실제로 성공적이었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으니까. 내게서 사회적 정체성을 지워냈을 때에도 여전히 나를 나로써 남아있게 하는 그 무엇이 없는 것이 더 슬픈 일이고, 빨리 바로잡아야 하는 일인 이유를, 참 설득력있게 잘 쓰셨다. 


아이의 현재를 빼앗지 말 것. 나는 여기다 잘 먹을 권리, 충분히 깊이, 넉넉히 잘 권리를 더해주고 싶다. 잘 자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기회에. 


뭐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오전 10시가 다 되어가는데 우리 중딩이는 아침 먹고 또 뻗쳐 주무시고 계신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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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이삿짐(?)싸랴 책정리하랴 정신이 없었다. <진이, 지니>는 이후 10월에 어떤 소설을 만나기 전까지 이게 올해 읽은 소설 중에서는 최고겠구나 생각했었다.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도 책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친구에게도 기꺼이 권할 만하겠다 싶었다. 일단 소재가 예사롭지 않은데 실화다. 그리고 쉽게 쓰여져 있다. 조금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8월


       

  

얼마나 아이들 책 읽(히)기에 관심이 온통 쏠려 있었는지가 다 드러나는구나... 

<다시, 책으로> 얼마나 간곡하고 솔직한 글인지. 

<그들이 얌전히 있을 리 없다>는 아이들에게 권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포복절도.


9월


       
       


소설의 첫만남 시리즈를 몇 권 구입해서 가지고 있는데 작은아이는 <원통 안의 소녀>가 제일 재미있다고 평했다. 이 책의 저자 김초엽 작가가 그 유명세를 탄 김초엽 작가라는 건 한참 나중에 알았다.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를 읽기 전의 나와 읽고 난 후의 내가 같은 사람일 수 없다는 사실은 고맙고 감사하다. 한편으로는 무섭다.

<아무튼, 문구> 이 정도는 되어야 덕후지. 어쩌면 <아무튼>시리즈는 <덕후전>인지도 모른다.


10월


       
       
       


<모멸감>은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책이다.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이렇게 예쁘고, 유용하고,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내용을 담았으면서도 휙휙 넘겨봐도 문제없을, 카달로그 같은 책이 또 있을까 싶은.

한국에서였으면 도서관에서 몇 주를 기다려 빌려보거나 다 구입해서 봐야 했을 한국소설들을 아주 줄기차게 신나게 빌려다 읽었다. 우리동네 SMFC 도서관 한국책 서가를 담당하고 계신 사서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인사를...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진이, 지니>를 밀어내버린 그 책.


11월


       
       


<미래학교>를 읽고는 정말 충격받아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더러 다 챙겨보라고 카톡을 보냈다. 아니 이런 다큐까지 만들었고 봤고, 그런데도... 변화는 이다지도 늦을까. 

<단속사회> 같은 책은 읽기에 몹시 괴롭다. 그래도 읽고, 알고, 고민하는 것이 이대로 머물면서 외면하는 것보다 낫다.


12월


       
       
       
       
       


<엄마의 20년>은 아이가 어린 젊은 엄마일수록 꼭 읽어봐야 한다. 아이에게 심적/경제적 투자를 쏟아붓기 전에 읽을수록 득이 될거라 생각한다.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독특하고, 뒷목잡고, 묵직해지는 이야기들을 잘 포장해 놓은 재미있는 책이다. 이렇게 다양한 여운의 감정을 남기는 책은 오랜만이었다.

<돌이킬 수 있는>에 대한 다락방님의 찬사어린 게시물을 보고난 뒤 하루이틀 지나서인가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정말 깜놀.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므로 당장 대출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31일 밤 자정 카운트다운에 폭죽 울려퍼지는 소리가 한창이던 때에야 겨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얼마나 눈을 못 떼고 있었으면 큰 아이가 도대체 그게 뭐길래, 나도 좀 봐야겠다는 소리를 할 정도. 


이렇게 2019년 읽었던 책들을 겨우 정돈하고, 제일 좋았던 책들을 꼽자면,


fiction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nonfiction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사실 이건 <모멸감>과 <단속사회>를 한꺼번에 놓고 되게 고민했던 건데 괴롭지만 꼭 필요한 책보다, 순전히 내 마음이 즐거워지는 쪽으로 선택한 결과다.

너무 많아서 읽었던 책들 목록에는 굳이 포함시키지 않지만, 2019년도에 읽었던 수많은 그림책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던 것은 이거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싶지만... 안 할 것을 스스로가 너무 잘 아는 관계로 간단히 정리.

한마디로 하이파이브! 에 관한 책인데,

특히 스토리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남아들은 정신 못 차릴 듯) 인터랙션이 너무 잘 설계돼 있다. 

도서관에서 처음 빌려다봤다가, 한 번 보고 당장 반납하고(책 망가져버릴까봐 겁나서) 아이 몫으로 새로 사줘버렸다. 이제 맘껏 망가뜨려도 마음이 편... 편할 것이다... 아마도...?


올해는 또 어떤 책을 만나련지. 작년보다는 머리에 좀 남아있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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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뉴베리 수상작인 <어느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은 반 년이 지난 지금도 스토리는 또렷하게 기억난다. 다만 이야기의 배경이 지금의 10대 아이들에게는 이질감이 있어서일까 아이들은 읽으면서 큰 감흥을 못 느껴하는 듯했다.

<고양이 낸시>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사고 싶다, 사고 싶다는 충동을 여러 번 찍어누르느라 힘들었던 책.

이번 달에 우치다 타츠루의 저작에 꽂혀 짬나는대로 많이 읽었다. 읽으면서 굉장히 광분(그래 바로 이건데!!!)했었는데, 그랬는데, 어찌된 게 누구한테 얘기할라치면 왜 떠오르는 게 없는 것이냐... 아마 너무 깊이 감명받은 나머지 마음 속 깊이 파고들어가서 뇌까지 이사할 여력이 없었나보다, 그렇게 위안하고 있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는 공부머리 독서법 팟캐스트를 듣다가 읽어보고 아이들에게도 추천해봤는데 엄청난 대호평. 

오래전에 읽다 관뒀던 고전부 시리즈가 자주 다니던 지역 알라딘 중고매장에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게 대단한 가격에 진열돼 있길래 전부 구입해서 다시 읽어봤다. <여행의 이유>는 굳이 말 보탤 것이 없을 정도로 이미 이 책의 훌륭함을 다들 극찬하셨으니 말을 아낀다. <레몬>은 솔직히 내게 그닥 와닿지는 않았다. <안녕, 주정뱅이>는 정말로 너무나 좋았었는데. 친필사인본이어서 좀 아까웠지만, 그냥 정리했다. 

오은영 박사의 책은, 나는 되게 공감하면서(?) 읽었는데 십대 중딩 큰아이는 다 읽어보더니 깊은 한숨을 쉬었다. 무슨 뜻일까?


5월


       
       
       
       
       
       
       


<포노 사피엔스>는 많은 부모들을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트렸을 것이다. 분명. 이 분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100% 동의는 절대 하지 않는다. 정말이지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책이다. 더이상 카더라에 의존하면 안 된다,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을, 부담감을 부모들에게 실어줬다는 측면에서는 정말 훌륭하다!

<와일드 우드> 시리즈는, 중간 중간 좀 지나치지 않나싶게 늘어지는 부분만 좀 견디면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공감하는 능력>은 한참 언어와 소통, 감정, 교류에 관해서 생각하던 때에 읽었다. 그저 생각이지만 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해질텐데 그 능력이 출중한 아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싶다. 

<푸른눈, 갈색눈>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실험에 (일면 잔인하지만, 그래서 그 결과가 더 충격적인) 관한 이야기다. 뭐가 됐든 어렴풋하게 아는 것과 깊이 아는 것은 마음에 새겨지는 깊이가 다르다.

<진짜 그런 책은 없는데요> ... 속편은 쓰지 않는 게 낫지 않았을까

<뱀이 깨어나는 마을> 다락방님이 추천하셨어서 읽었다(이 분이 추천하신 책은 실패하지 않는다).

<프랑스 부모는 아이에게 철학을 선물한다> 프랑스 교육이라든가 프랑스 부모의 육아라든가에 대해 다루는 책은 솔직히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그냥 읽어볼 만 했다. 그 정도. 

<아무튼, 양말> 세상엔 자기만의 취미분야를 심도있게 들이파는 재미있는, 흥미로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관광은 언제나 즐겁다. 


6월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무슨 말을 더할 것도 없다. 별 오만개쯤 주고 싶다. 

김정운 작가(이제는 교수는 아니시고, 글도 쓰시고 그림도 그리시니...)의 책을 원래도 좋아한다. <에디톨로지>에 대단히 감명받았었는데,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는 책이 빽빽해지도록 플래그를 바르면서 읽었다. 그러나 감히 토를 달자면, 요즘은 화장대 없이 사는 여자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좀 알려드리고 싶... 

<엄마의 책모임>은 리뷰 길게 쓰기 힘들어하는 내가 굳이 따로 적었을 정도.

<곰탕>은 다른 할 것도 많은데 책을 왜 읽어,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앞에 펼쳐줄 책. 

청소년 소설에 대한 오만한 선입관을 깨준 책이 바로 <아몬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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