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궁금했다. 좋다는 말처럼 내적 기준을 충실히 따르는 단어를 만나면, 그 말을 꺼내놓는 사람이 마음 속에 세워놓은 좋고 좋지 못함을 가르는 기준이랄지 체계랄지, 그런 것들이 과연 뭘까 아주 많이 궁금했다. 그러니 특별한 인생을 만든다는 좋은 느낌이란 대체 뭐라고 설명했을지, 알고 싶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이 참 읽고 싶다.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이라고 하면 치졸하고, 번번히 잡으려다 놓치고 마는) 것 중 하나니까. 깊이 감추어져 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한 줌 정도는 있을법한 마음 한 자락에 대해서 굉장히 잘 쓴 소설일 것 같다는 짐작이 든다.



요즘 한창 과학에 관심을 주는 아이가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을 것만 같아 눈여겨보게 된 책.



나는 이 사람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지만, 아이들은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이거 뭔지 안다. 너무 안다. 바로 그 최고 우울한 시즌에 핀란드에서 잠시지만 머물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라는 그 말을 뒤집어엎는 느낌으로다가...  시민의식이라든가 교육시스템이라든가... 기타등등의 것들은 연구대상감이다. 좋은 쪽으로. 



제목만으로도 박장대소. 이 책을 보자마자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 떠올랐는데, 결이 비슷할 것도 같다. 다만 어쩐지 이 책은 조금 더 현학적으로 파고들어간 책일 것 같고.



기존에 없던 형태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흥미가 있다. 말 한마디 한 조각의 개념으로 무리지을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미래가 좀 더 기다릴만한 것, 믿을만한 것이 되어갈 거라는 개인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생동감이 넘쳐서 좋으니까. 



관심 있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목차 구성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절로 호기심에 불을 댕기게 하는 질문들이고, 멋진 구성이고, 그랑 피날레까지 절로 흘러가게 만드는 편집력이다. 이런 목차라면 내용도 분명 재미있을 거다. 뭐 간혹 예상을 뒤집고 용두사미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책들도 있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순전히 표지가 끌려서...



이런 책들은 의외로 되게 쓸만한 통찰력 있는 조언들이 담겨 있는 경우가 있더라. 아, 서점에서 좀 뒤적거려볼 수 있으면 딱 좋은데, 환경이 안 받쳐준다.



괴담집이다! 재미있겠다. 그렇지만... 관심은 가지만 읽을 수 없다. 내 심장은 이런 괴담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노쇠했...

그렇지만 역시 궁금해... 



때가 때이니만큼 ㅠ.ㅠ 여기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가 없다. 아마 요즘이 아니었다면 과연 관심을 가졌을까 스스로 그런 의문도 들고.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음... 돌아갈 때쯤 되면... 몇 권 정도는 도서관에도 구비가 되어있지 않을까, 나름 예측을...

여기로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집에 쌓인 책들이 이토록 산더미가 된 것인지 몹시 의아하다. ㅋ 이러고 저러고 책구경 다니다가 몇 권씩 사쟁긴 것들이었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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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교
EBS 미래학교 제작진 지음 / 그린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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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한다>

변했다, 변할 것이다도 아닌 변한다는 말 속에는 진행형의 풍랑을 온 몸으로 다 받아내야 하는 우리의 불안과 혼란이 모두 실려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다 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변하는 것들이 대다수이고, 심지어 그 변화의 바람이 우리를 어디까지 불어젖힐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불안한 예측만 할 뿐이죠. 변해야만 하는 것들도 있을 거고요. 변해야만 하는 것들 중 대표적인 것으로 학교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자라나는 세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가정 다음으로 많은 영향을 받는 곳이니까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보다 평가의 기준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온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게 사실이죠. 평가의 기준을 따지기에 앞서 학교의 존립 자체가 부분적으로나마 흔들리고 있는 사실부터 직시해야 하는 때인데... 


학교란 과연 무엇일까요. 학교는 어떤 곳으로 존재해 왔으며, 현재에는 어떻고, 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까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목고가 언제 없어지고, 학종이 어떻고 저떻고, 중요하지만, 그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주름살 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요. 학교는 뭐 하는 곳이고, 학교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또 뭐고, 이것들이 현재 정의되는 방식과 앞으로의 방식이 과연 같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바로 그 고민과 탐구의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학교란 과연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고민의 여정이죠.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이것도 그저 하나의 '길'로 봐야 한다는 점 정도 아닐까요. 고민을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좋은 답은 많아질 겁니다. 


서문에서 이런 물음이 등장하면서 읽는 사람의 머릿속을 어지럽힙니다. 토다이라는 일본의 AI는 2013년부터 대입시험에 응시해 왔다고 해요. 첫해 연구진의 고민은 이런 거였다네요. '인간이 쉽게 푸는 것을 왜 AI는 풀지 못할까?' 

그러다 2016년에 이르면 이들의 고민은 좀 더 어두워집니다. '인간이 AI와 경쟁할 수 있을까?'

토다이가 틀린 추론류의 문제를, 일본 중학생의 1/3 가량이 마찬가지로 맞추지 못했다고 해요. 그래서 이 질문은 이런 고뇌에 가 닿습니다. 

인간을 AI처럼 교육시키는 현상이 교실에서 일어나는 건 아닐까? 이해와 해석, 추론 능력까지 상실한 인간이 AI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방법은 있을까?

사실이건 아니건 이런 고민이 대두됐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그렇다면 우리는 제 손으로 제가 들어갈 구덩이를 파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는 거잖아요. 인공지능보다 월등한 인간의 어떤 지적인 능력을 개발하기보다 묻어버리고, 절대 쫓아갈 수 없는 기계적 능력을 배양하는 데 어린 세대들의 소중한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 현실에 저는 전율을 느낍니다. 

최근에 러시아에서 온 어떤 분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무슨 이야기 끝에 나온 화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역사에 관한 이야기였죠. 본인이 학생 시절 역사라면 아주 치를 떠는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시험 때문에 외워야 했던 역사적 사건들의 핵심 내용과 발생 시기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회상하더군요. 그런데 최근 역사에 아주 깊은 흥미를 느껴서 관련 서적들을 탐독하고 있다는 거예요. 왜냐고 물으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을 만들어 낸, 어찌보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일들의 바닥에 깔려있는 인간의 마음과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들이 굉장한 관심을 끌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관점을 갖고 역사를 다시 접하니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 있었나 하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런 호기심의 싹이 좀 더 어릴 때 자랄 수 있도록, 그래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하는 마음을 스스로 키우도록 배려해 주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왜 모두가 다 수학을 잘 해야 하고 영어 도사가 되어야 하나요. 아니 막말로 그렇게 영어를 열심히 가르쳐 놔도 입 한 번 열기를 어려워하는 것도 참 문제고. 


아무튼,

원래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던 내용을 책으로 추린 것이라 조금 아쉬운 면이 없진 않습니다. 그래도 꼭 알려야 하겠다 싶은 내용을 핵심적으로 추려서 꾸린 책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이건 좀 중요하구나 생각했던 부분만 조금 간추려 볼게요.



영국 UCL 로즈 러킨 교수는 미래의 AI는 지능지수가 500-10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미래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부모로서 아이를 판단할 때의 기준을 학교 성적 잘 받아오는 아이 vs. 못 받아오는 아이로 삼고 있었다면 반성과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죠. 그러니까 이제 정말 중요한 능력은 시험 잘 보는 게 아니라 학습능력 그 자체인 겁니다. 무엇엔가 관심을 갖고 알려고 덤벼들고, 실패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스스로 지적 실험을 거듭하며 그 과정에서 논리력을 훈련할 수 있는 능력. 어떤가요, 학교에서건 가정에서건, 아이에게 이런 환경이 주어져 있을까요? 


책에 따르면 싱가폴에서는 SLS- Student Learning Space, KF- Knowledge Forum 이라는 두 종류의 디지털 포럼이 활성화돼 있다고 합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든 과목의 학습자료가 제공되며, 뿐만 아니라 교사의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라고 하고요. 

인도는 Tinkering Lab이라는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언제든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노르웨이는 태블릿을 이용한 읽기와 쓰기 교육이 현재로서 이루어지고 있고요. AI교사가 바른 읽기를 지도합니다. 짜증과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반복 학습을 시킬 수 있으니 이런 부분에서 AI를 도입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 같습니다. 


시대의 부름도 그러하거니와 학생 중심의 교육이 실행되려면 디지털 기기를 거부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학생 개개인의 학습 진도와 속도, 또 흥미와 이해도, 원하는 학문적 폭과 넓이를 모두 충족시키는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의 개인화가 불가피하니까요. 이러한 학습 개인화를 실제 교육 현장에 투입하려면 어마어마한 자원이 투입돼야 함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불신과 투쟁과 기타등등의 불편한 감정적 소모가 몹시 크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우려로는 학습이 이렇게 디지털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시력손실도 어마무시하지 않을까... 짐작만 해 보고요. 디지털 네이티브로 자라는 아이들이 적어도 40대는 되어야 건강 측면에서의 유의미한 데이터가 축적될 것 같아 이 부분은 정말 불안하기만 하네요. 


미래학교를 설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커리큘럼을 짜는 일이었다고 해요. 많은 논의 끝에 지식 전달 - 실생활과의 연계성 - 자발적 설계/탐구 과정을 아우르는 커리큘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는군요. PBL project based learning이 필요한 이유겠지요. 실제로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미래역량에 해당하는 창의성 - 협업능력 - 의사소통능력을 놀라울 정도로 발달시킵니다. 더하여 디지털 기반 교육과정에서는 현 교육환경에서 사실상 쉽지 않은 교사와 학생간 소통채널이 아주 활성화되었으며, 학생간 소통도 원활했다고도 하고요. 또한 개인 맞춤화라는 말이 무색치 않게 각 개인의 진도와 관심사에 따라 교과서 내용을 자유롭게 추가 및 편집하게끔 유연하게 구성했다고 합니다. 클라우드를 적절히 할당해 스스로 자신만의 교과서를 만들게 했다고 하니, 자료를 모으고 적절하게 편집하는 능력 또한 발달했겠지요. 


후반으로 가면 학교의 존재와 교사의 역량에 대한 고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학생들은 단순히 지식 전달자로서의 교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러니 이 지점에서 교사들도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교사의 존재의미를 리포지셔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 역량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되는데, '그걸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서 헌직 교사들도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선생님들 역시 과목별로 전문성을 키운 사람들이잖아요. 교과목 내에서는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학습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통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창의성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건 교사로서도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과목별로 '이 과목은 소통이 중요하다' '또 다른 과목은 창의성이 중요하다'라는 식의 구분법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게 사실이죠. 


디지털 네이티브는 대부분 선생님이 교단에 서서 교과 내용을 전달하는 수업에 대해서 '얼마든지 온라인 강의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학교에 대해 '다닐 필요를 모르겠다' '수업 시간에 모르는 게 없어서 질문이 없다'라고 평가했던 디지털 네이티브가 '미래학교는 다르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미래학교의 교사들은 지식 전달이 아닌 미래 역량을 키우는 수업 디자인과 평가가 더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170-171쪽


선생님들이 항상 배우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이라는 말씀을 하시잖아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배우는 즐거움보다 '해보는 즐거움'이 더 큰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왜 해보는 즐거움을 경험하면 안 되죠?

-181쪽


수업을 듣는 건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친구들이랑 같이 하는 건 학교에서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런 활동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코딩을 정말 잘하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건 신청 안 했어요. 이걸 어떻게 내 실생활과 연결하고, 변화시키느냐 그걸 생각해보고 싶어서요. 미래학교에서도 실생활과의 연계를 모색할 수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182쪽


학교의 변화 속도는 더디고, 한동안 계속 더딜 겁니다. 가정에서 - 아웃소싱할 수 없는 교육이라는 게 있는 법이예요 - 아이들에게 조금씩 알려줘야 합니다. 새 시대를 향해 열릴 문 손잡이를 돌릴 수 있는 방법을요.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들을 보면 다 아는 거네, 별 것도 아닌 걸 참 대단한 것처럼 포장했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뻔하고 쉬운 방법일수록 막상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마치 우리 모두가 건강한 다이어트의 정석을 알고 있어도 그 방식으로 성공하는 다이어터는 극히 소수인 것처럼요. 그러니 시시하고 별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의 실천이라도 해 볼 일입니다. 원래 큰 변화는 일상의 작은 습관으로부터 비롯하기도 하고요. 


조금이지만 저는 다른 아이들보다 미리 미래를 경험한 거잖아요. 제가 성인이 될 무렵에는 '세상이 이렇게 바뀔 거고, 이런 게 가능해질 거다'라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돼요. 예전에는 '중학교는 대학 진학을 위해서 버텨낸다'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말이죠. 미래가 그렇게 머지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지금 공부하는 걸 조금씩 융합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게 항상 머릿속에 있죠.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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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이 한 권의 책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여기서 발견한 읽고 싶은, 읽게 된, 읽고야 말... 책들을 한두 권 발굴한 정도가 아니지만서도 그 중에서도 웬지 꼭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있었어요. 어떡합니까 그냥 읽고 싶으면 읽어야죠. 원서로 봐도 좋았겠지만 이 책은 문장이 쉽지 않을 것 같아 굳이 번역본으로 주문하고 맙니다. 한국 배송 시스템 진짜 놀라워요. 개인적으로 아마존 프라임 멤버쉽 이용중이지만 그래도 한 이틀 걸리거든요. 알라딘에 DHL로 주문하면 정확히 3일만에 태평양을 건너옵니다. 물론 책값과 비등한 배송료가 붙지만, 사실 어떤 쇼핑몰은 같은 나라 안에서도 거의 만이천원에 육박하는 배송료를 청구하거든요. 그런 거 생각하면 또 아예 못 살 건 뭐냐 이런 오기가 생겨서 종종 책을 주문해버리는 (그리고 코로나 덕분에 오른 환율과 수수료가 합산되어 청구되는 카드값을 보면 뒤늦은 후회가 뒤통수를 갈기는...)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줄기차게 받아보는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은 참으로 배신을 땡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 몇십년 책 끼고 산 경험이 아주 헛되지는 않아서 비교적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곤 합니다. 이 책이야말로 그 중 갑이라고 할 만 했고요. 오늘 특히 그런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종종 언급하게 되는 친구 가족을 초대해서 오후-저녁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어쩌다보니 친구와 이 책을 펼쳐놓고 머리를 맞댄 채 책에 그려진 커버들을 열심히 연구(?)하면서 서로의 독서경험을 나누게 됐어요. 한 페이지 또 한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너 이거 읽어봤어? 나도. 난 그건 아직 안 읽어봤는데 어때, 추천할 만해? 어떤 점이 좋았어? 

또는, 아 내가 이 책을 읽었던 땐 말야... 내가 몇 살때였는데...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4일간 횡단하는 열차 안에서였는데 사실 그때 내가 거의 죽다 살아난 때였거든, 근데 책 내용도 어떻게 기가 막히게 딱 그런 거지... 왜 그럴 때 있잖아, 어째선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책 속 이야기와 내 상황이 너무 동일시되는 때가 있잖아, 와 같은 이야기.

내가 이름만 알던 작가의 어떤 다른 이야기. 또 그녀가 모르던 어떤 작품에 대해서 내가 알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일방적으로 한 사람이 떠드는 것이 아니라 듣고, 들려주고, 배우고, 알려줄 수 있는 그 사실이 너무 즐겁고 신이 나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는 거죠. 이렇게 왔다갔다 주거니받거니하는 대화가 그것도 쌍방이 함께 몰입하는 대화를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워했던건지 절절하게 깨달았습니다. 


이거 좋아. 이 저자는 이 책이 좋다고 했지만 나라면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더 추천했을거야. 아, 이 분이 이렇게 돌아가신 거 너무 슬퍼. 몇 년 더 사셨으면 책 두 권쯤은 더 나왔을텐데(올리버 색스). 난 이 책 정말정말 완독해보려고 노력했는데 한 스무 페이지 읽다가 관뒀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너도? 나도. 여기서 하이파이브 한 번(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와, 그렇지, 이 책! (화씨451). 


그렇게 한참을 카탈로그같은, 카탈로그라는 별명을 붙이기엔 훨씬 훌륭한 이 책을 넘겨가며 놀던 우리는 결국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있잖아, 우리는 북클럽을 만들어야 돼. 맞아, 나도 그런 생각 했었어. 물론 그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고 더 이상의 진전은 (아직까지는) 있지는 않지만, 글쎄요 어쩐지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다같이 한 권의 책을 읽고 본인의 느낌과 감상을 공유하는 모임이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가져와 간략 브리핑을 하면서 좋은 책 정보를 서로 나누는 모임이건 말이죠. 이곳으로 오기 전에도 참여하는 책모임이 있긴 했는데, 진짜 이 모임이 이루어진다면 과연 얼마나 책을 충실히 읽어갈 수 있을지 굉장히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그야말로 다른 문화적, 개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책을 읽는 방식이 얼마나 다를 것이며 책을 이해하고 건져내는 것들은 또 얼마나 풍성할까요. 이쯤되면 역시 언어가 사람이 가장 열심히 다듬고 훈련해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도구라는 사실을 되새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제 다른 친구와 잠깐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덧붙여 봅니다.

영어가 아주 능숙하고, 본인의 모국어와 영어 외에 원어민은 못 되어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으로 구사하는 외국어가 두 개 정도 더 있는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의 아이도 당연히 영어를 아주 잘 하지만, 미국인들이 흔히 쓰는 축약어를 많이 씁니다. 예를 들면 I am going to... 를 I'm gonna, yes를 yeah, 하고 줄여 발음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친구는 아이가 그렇게 발음하는 걸 너무너무 싫어하는 거예요. 그래서 대놓고 한 번 물어봤습니다. 여기서는 다들 그렇게 발음하는데 왜 그렇게 싫어하냐고.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하더라고요. "언어라는 건 제대로 말하는 방식을 익히지 않으면,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고. 줄임말로 아무렇게나 말하는 건 아주 나중에 천천히 배워도 돼. 사실 그런 건 하루이틀이면 금방 배워. 그렇지만 정석대로 제대로 배우는 건 지금 하지 못하면 나쁜 버릇이 들어버린 뒤에 교정이 안 돼. 제대로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절대 제대로 쓸 수 없어.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거든."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말이었어요. 말하는 법 뿐일까요. 읽는 것도 마찬가지겠지요. 어려워도 제대로 읽는 법을 배우는 것 역시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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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성을 탐구하려고 하는 사람의 위치는 늘 바깥쪽이다. 겪고자 하는 사람은 안에서 함께 파도 맞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삶은 밖에서 관찰하고 연구하기보다, 살고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삶은 그것을 기꺼이 살아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품을 내어준다. 그렇게 파고들어 치열하게 버텨나간다고 해도 결국 우리는 삶의 일부분밖에 알 수가 없다. 죽는 날까지 그럴 것이다. 그러니 인생은 이렇고 저렇고 말이 길어질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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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의 주요 일과 중 하나는 신간소식을 훑어보는 일이었다. 요즘은 몇날에 한번 정도 챙겨보는 게 전부다. 신간소식 보는 게 일종의 자학적인 취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왜 아니겠어요,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절대(까지는 아니지만서도) 할 수 없어 몸살이 나는데. 그래도 이 짓을 그만둘 수는 없고, 치토스 치타의 마음을 너무 알게 됐다라고만 해 둬야지. 


표지부터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데,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사전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사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 이런 자의적... 이라고 표현하면 죄송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시점과 통찰을 제공하는 사전은 더 좋아해서... 한국 돌아가면 당장 사서 읽어야지싶은 의욕을 충만하게 하는 책!

 


조조 모예스의 이름은 굉장히 잘 아는데, 책을 읽어본 적은 없다. 책을 읽어볼 마음을 내기도 전에 주변에서 어찌나 친절하게 스포일링을 해주는지 전혀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선입견 없이(... 라고 할 수 있을지?) 얼른 읽어보고 싶다. 생각만 해도 귀찮지만, 원서로 도전할 수도 있기는 있겠구나... 그러나 하기 싫으다... 

잠깐 아마존 찾아봤더니 전반적인 평이 좋다. 마음이 왔다갔다하네.















순전히 신간에 떴던 오리지널 초판본 디자인이 예쁘다는 이유로 관심신간에 적으려고 검색하다가 보고야 말았다... 내게 유일한 제제의 모습으로 기억되는 이희재님의 작품이 작년에 다시 나왔다는 사실을. 이건 사야 돼. 사야 되는데 어쯔끄나아



개성있는 작은 공간들을 문화를 파생시키는 곳으로 키워나가는 모든 분들을 존경한다. 그런 이야기를 읽는 것은 즐겁다. 긍정적인 영향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테마소설집이라. 짱이다. 이런 건 꼭 읽어줘야한다. 세상엔 재미난 기획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개인적으로는 모두가 1인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아홉 살 어린이에게 권해주고 싶다. 엄마의 추천을 너무나 신뢰하는 나머지 본인이 읽을 책마저 결정장애를 느끼는 건 좀 문제가 아닌가 싶지만 아직 어리니까 차차 나아지겠지...



표지가 끌리면 일단 봐야 직성이 풀린다. 껍데기도, 분명히 중요하다. 일단 다루는 소재가 몹시 관심이 많은 분야이기도 하고.



요즘처럼 외국어 구사 능력에 대해 오만가지 잡생각을 다 했던 때가 있었나 싶다. 아이들은 TV에서나 봤던 4-5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영어 하나 구사할 줄 아는 게 어디 가서 자랑할 일도 못 된다는 것, 그리고 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결국 타인과 소통하려는 마음에 닿아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 참이다. 그러게, 예순도 외국어 하기 딱 좋은 나이라는데, 나이가 다 무슨 핑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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