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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가 필요한 모든 순간, 나만의 브런치가 완성되는 순간
지은경 지음 / 레시피팩토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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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어릴 적 기억에 일요일은 늘 느지막히 일어나서 가족들과 둘러앉아 라면을 끓여먹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하나씩 낱개 포장이 된 라면이 아니라 면이 열 개 한꺼번에 들어가 있던 라면이었는데 다섯 식구가 둘러 앉아 예닐곱 개를 끓여 먹으면 그야 말로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지요. 달걀이라도 하나 떨어뜨려 휘휘 저어 놓으면 그야 말로 최고였습니다. 학교에 가느라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반찬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옹기종기 모인 가족의 훈기 덕분이었는지 유독 맛있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라면의 종류도 천차만별이고 맛도 하두 많아 입맛대로 골라먹을 수 있는데 어째 그맛이 그리운 것은 과거의 추억이기 때문일 테지요. 지금 생각하면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도 아니고 점심도 아니게 먹었던 그 끼니가 지금 말로 '아점'이라는 것일테죠. 그런 말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도 우린 아점을 진작부터 즐겼던 셈이네요. 그런데 '아점'이라는 말이 '브런치'라는 말로 승격되어버렸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언젠가부터 브런치라는 세련되고 근사한 메뉴가 비싼 가격으로 우리 앞에 등장했습니다. 회사에서 시간에 쫒기다 보면 커피라도 사치를 부리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곤 하는데 브런치는 그야 말로 딱인 메뉴입니다. 가격이 비싸서 속상하긴 하지만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가끔은 돈 쓰는 것이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주로 애용을 했지요. 그런데 늘 돈을 펑펑 쓸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이 레시피는 아주 유용했습니다. 원체 요리라는 것을 못하는 저인데 가족이 생기고 아기가 생기자 세 가족이 선뜻 브런치를 사먹기는 손이 떨리더라구요. 어감상 브런치는 싸고 배부르고 맛나 보이는데 카페에서 브런치는 만오천원을 웃돌더라구요. 세 가족의 브런치 가격은 웬만한 외식을 능가한다는... -우아한 사치도 한때인 것이 슬프네요- 게다가 주말이면 어째 밥 먹고 돌아서면 또 끼니가 돌아오는 것인지 눈이 핑핑 돌아갑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한 끼 정도 브런치 메뉴를 집에서 만들어 먹으니 꼭 카페에 나온 듯, 가족과 소풍을 즐기는 기분이 나더군요. 책에서 소개한 모든 재료를 다 갖추고 있지도 못하고 이름을 외우기도 버겁긴 하나 한 주에 하나씩, 한 번에 하나씩 이 책에서 알려주는 소스 하나, 빵 하나, 치즈 하나 사서 아이와 함께 만드는 재미가 솔찮게 재미나네요. 물론 요리 후에 치워야 하는 일이 버겁긴 하지만 대단한 요리가 아니라 빵가루 조금과 설거짓거리가 전부라 감당할 만합니다. 빵을 자르고 치즐를 올리고 굽고 젓고. 주말의 브런치 요리 과정이 저희 가족에게 생기를 불어넣은 셈입니다. 언제까지 지속가능할지 모르지만, 주말에 밥 세끼를 차려먹느라 지치고 늘어진 모든 분들이 이 책으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점이 브런치라는 이름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이어나가는 것처럼, 주말 한끼에 나만의 이름을 붙여보면 지치고 노곤한 주말이 조금은 탱글탱글해질지도 모르잖아요? 다음주에는 또 뭘 만들어 먹을까 벌써부터 고민이 되네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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