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당신이 살았던 날들

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이 책을 읽고 여성 랍비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죽음은 삶에 관한 격렬한 찬양이라는 것도, 죽은 이들 저마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는 것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만 랍비가 쓴 글이라 그런지 내겐 너무 종교적으로 다가왔고, 어떤 부분에서는 유대민족의 선민의식도 종종 보여서 좀 불편.

[100자평] 니카라과 산타 루실라

니카라과 산타 루실라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7월

묵직한 바디감에 적절한 단맛. 마지막에 느껴지는 산미까지 꽤 훌륭하다.

[100자평] 은밀한 결정

은밀한 결정
오가와 요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모든 소멸하는 것들,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 초반부터 서정적인 분위기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하는데 어느 순간 그 분위기가 팬시 상품처럼 인공적으로 느껴져 좀 질린다. 게다가 비밀경찰 및 그 섬의 소멸은 대체 왜?라는 의구심을 해소해주지 못하는 용두사미식 결말.

[100자평] 광인과 수녀 / 쇠물닭 / 폭주 기관차

광인과 수녀 / 쇠물닭 / 폭주 기관차 ㅣ 제안들 34
스타니스와프 이그나찌 비트키에비치 지음, 정보라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2년 2월

절대적이고 이상적인 예술을 향한 현실의 파괴 또는 재창조. 이 책에 실린 세 작품 모두 논리도 이성(理性)도 윤리도 해체된 부조리극의 진수를 보여준다.

[100자평] 사악한 목소리

사악한 목소리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남자들이 팜파탈이 틀림없는 여성들에게 매혹당하면서 서서히 미쳐간다. 타자를 철저히 타자화함으로써 마침내 주체가 해체되는 전복적인 이야기들. 버넌 리 그 자신이 이 모든 이야기에서 남성 화자로 말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