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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자꾸만 그들을 잊어버린다. 지구촌 어딘가에서 몇 초에 한명씩 죽어간다는 어린아이들. 실감은 못 하지만 엄연한 현실인데 TV나 광고를 볼 때 뿐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사람들은 그들을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저자는 월드비전의 직원으로서, 또한 직업으로서 매일 해결책을 고민해야 하는 그의 눈에는 이 사실이 몹시도 안타까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기획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아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지만, 절대빈곤이라 불리우는 몇 몇 나라들의 경우는 정말로 심한 경우가 많다. 깨끗한 물을 먹는 것만으로, 하루에 죽 한 그릇만 제공해도 여러 목숨을 살릴 수 있다. 간단한 치료약이면 죽어가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내가 가진 것들에서 조금만 손길을 베푼다면 생각보다 많은 생명을 살릴 수가 있다.
나라별로 지역별로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지원을 해주는 분야가 다를 수 있다. 물이 시급하면 우선은 깨끗한 물을 공급해줘야겠지만, 길게 봐서는 우물이나 공동수도시설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게 필요하다. 병원이 필요하면 보건소를, 교육이 필요한 마을에는 학교를 지어주는 일을 몇 년을 걸쳐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을 한다. 그게 그들의 역할이고 지금까지 후원자들의 후원금을 그런 사업들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가 남자라 크게 눈물샘을 자극하는 절절한 글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도 아이들을 인터뷰 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대목들이 나온다. 대체로 담담한 문체들이 이어지다, 중간에 눈물 흘리는 남자들때문에 두배로 더 가슴에 와닿아 함께 눈물짓곤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어 잠시 소개해 보겠다.
볼리비아에 사는 열다섯살의 아밧이야기다. 그들은 보통의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일을 잘도 견뎌낸다. 아밧은 탄광촌에서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는 일을 한다. 막장의 벽을 뚫어놔야 어른들이 들어가서 이후 작업을 할 수 있다.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3분안에 탈출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그런 위험한 일을 아이들에게 맡기는 자체도 납득이 안가지만,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등짝이 서늘해지고 소름이 돋는다. 3분안에 못 나온다면? 끔찍한 일이다. 목숨을 바친 대가 치고는 받는 돈이 너무 형편없어 또 한번 가슴이 쓰라린다. 그러나 그들은 그나마도 직업이 있다는 것에 만족해 하는 눈치다.
(...)
아이가 매일 목숨을 걸고, 막장에 들어가 가족들을 위해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살아서 돌아오면 받는 돈이 1달러를 가까스로 넘는다. 커피 한잔 값도 안 되는, 고작 껌 두 통 값에 아이는 사선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이 아이에게 일상은 어쩌면 죽을 고비를 넘겨야만 하루씩 연장되는 딜레마 같았다.
(...)
이 아이보다 천배, 만배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는 나 자신을 떠올려본다. 그동안 내가 해오던 불평들이 얼마나 사치인지 깨닫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진다. 아밧 이라는 이 아이한테 큰 죄를 진 것 같은 죄책감과 미안함이 들었다.
양치하면서 습관적으로 흘려버리는 수돗물 과 반찬이 입에 안맞는다거나 다이어트를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들. 지구촌 어딘가에선 물 한방울과 음식 한덩이가 없어 죽어가는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우리는 자꾸 잊어버린다.
이 책을 덮으며 한 아이를 더 후원하기로 결정한다. 그동안 망설여 온 제일 큰 이유는 계속적으로 지원을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 왔을때는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하루아침에 후원금이 끊기게 되면 다시 밥 굶는 아이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마음에 걸려서였었는데, 그런 상황이 오면 그때가서 걱정하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후원하는 아이가 비록 월드비전은 아니지만, 기존에 해오던 동일한 단체에 한명을 더 후원하기로 했다. 꼭 월드비전이어야 하는건 아닐테니 저자도 별다른 이견은 없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