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경제학 - 30대를 위한 생존 경제학 강의
유병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서른살 경제학 : 30대를 위한 생존 경제학 강의 - 유병률
★★★★☆

일단, 절대 나는 경제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부분을 전제로 글을 쓰기 시작해야할 것 같다. 살아온 방식도, 현재도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지극히 경제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에는 조금 글른(-_-;;) 스타일이다. 사회적인 관계속에서 보면, 따져야 할 것들과 따질 필요 없는 것들, 그리고 따져서는 안되는 것들을 죄다 안따지고 산다. 그게 속 편하니까.

그런데, 이 책은 첫장부터 심기를 살살 건드린다. 딱 그렇기 때문에.

들어가는 글
'이렇게 살다가는 아무것도 안 되지......'
해 놓은 것 없고, 이루어 놓은 것 없는데 어느덧 30대입니다...(중략)
서른 살이 되면서부터 가슴 한구석에서 담석처럼 자라나는 30대 증후군입니다. 지푸라기 같은 월급봉투에 의지해 이렇게 평생을 떠내려가야 할 것인지, 허허벌판에 혼자 서 있는 심정입니다.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리를 잡은 40대 이상의 중년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30대가 되면 20대에 그려왔던 꿈의 판도와 방향이 사람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다. 20대는 그저 꿈을 따라, 이상을 따라 가야만 했고, 내 생각이 늘 옳아야 했으며, 나를 따르지 않아도 혼자 터벅터벅 산길을 오르더라도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정말 막상 30대가 되서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니었고, 회사에서 더 이상 '막내'가 아니었고, 집에서 '엄마 만원만' 할 수도, 해서도 절대 안되는 나이. 더 이상 내 위에만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었고,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그냥 무심코 흘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재태크와 펀드, 금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고, 매달 쏟아지듯 날아오는 고지서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이미 결혼을 해서 혹 아이까지 낳아 기르고 있는 30대라면 이야기가 더 달라지겠지만, '스타일'만 찾아다니던 20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사실 내린지는 쫌 지났지..훔)

그런데, 문제는 긴장만 하고 있다는 것. 준비하고 있는 30대와 그렇지 않은 30대의 차이는 앞으로 저금리, 저성장의 대한민국에서 큰 코 다칠거라는 무서운 경고를 책에서 말해주고 있다.

살아 남을 30대와 도태될 30대, 품위 있게 늙어갈 30대와 돈도 힘도 없이 버틸 뿐인 30대.... 고통스럽게 준비하는 자만이 살아 남는 시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올해 초 한큐에 사들였던 여러 권의 책 목록 중에 이 책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학이라는 나와 너무나 먼 거리의 활자 때문이었을까. 중간에 읽다가 한 번 낙오하고 먼지만 쌓아두고 있었는데, 다시 손에 집어들게 되었다.

책에는 다양한 개념들과 용어, 이야기, 브랜드, 경제 지표, 기업 비하인드 스토리, 경영/경제 전략, 기업 성장사, 기업 지배 구조, 고령화에 따른 투자 및 재태크 그리고 중국과 미국에 대한 이야기까지 사실 왜 지난 번에 읽다가 낙오했는지 이해가가지 않을 정도로 흥미롭고, 탄탄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특히 실물경제에 대한 재미있는 입문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다.

특히 얼마전 삼성 애버랜드의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으로 이학수 부회장이 소환될거라는 소식이 있었다. 그동안도 삼성이나 대기업 계열사들의 출자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를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책을 통해서 오히려 그런 뉴스들이 더 와 닿게 되었다.

2004.12.31일 기준 삼성그룹 출자 흐름

2004.12.31일 기준 삼성그룹 출자 흐름


즉, 그림을 보면 2004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삼성에버랜드(이건희 회장 주식보유 3.72%, 이재용 상무 25.10%)는 삼성생명에 19.34%를 출자하였다.(이미 삼성생명에서 이건희 회장은 4.54%의 지분 보유) 그리고, 삼성생명은 각각 삼성증권과 삼성물산, 삼성전자에, 삼성카드는 삼성애버랜드와 삼성증권, 삼성화재에 출자하는 구조이다. 실질적으로 이건희 회장이 가지고 있는 직접 지분은 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전자 정도인 것이다. (뎅쟝 엄청 복잡하네..-_-;;)
왜? 그리고 어떻게? 얼마나?가 궁금하시면 더 상세한 자료는 읽어보시길 권하며.

목차를 소개하면.

1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전략에 강하다
1. 기업전략의 핵심코드, 탄력성
2. 탄력성으로 트렌드를 읽다
3. 전략적 사고하기, 게임이론
4.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다
5. 선발자와 후발자, 타이밍의 전략

2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경영을 안다
1. 'Animal Spirit'의 신화
2. 대기업 출생의 비밀, 모럴 해저드
3. 대기업 생존의 비밀, 출자 사슬
4. 이건희 회장은 어떻게 삼성을 지배하나
5. 구본무 회장의 흔들리지 않는 지배력
6. 최태원 회장의 '포스트 재벌' 실험

3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돈의 길을 본다
1. 금리는 경제의 반쪽
2. 환율에 울고 웃는 이유
3. 고령화 시대의 생존 재테크

4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불황을 예측한다
1. 길거리 경제학이 진짜 경제학이다
2. '산업활동동향'은 실물경제를 읽는 더듬이
3. 주머니 속의 경기 신호등, 콜금리
4. 정부는 어떻게 돈주머니를 푸는가
5. 고성장 잔치는 끝났다

5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고령화 시대가 두렵지 않다
1. 살아 남을 30대, 대책 없이 늙어갈 30대
2. 고령화의 경제학은 따로 있다
3. 고령화 시대의 돈 되는 트렌드
4. 평생전략은 서른 살부터 짜야 한다

6장 30대가 알아야 할 두 나라, 겁 없는 중국과 잘난 미국
1. 누가 중국을 달리는 자전거라 하는가
2. 중국, 알면 흥하고 모르면 망한다
3.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

특히 막연하게만 이야기해 왔던 고령화/저성장 시대에 대해 4장과 5장에서 어떻게 경제에 접근해야할지 구체적으로 현재의 상황과 향후의 미래 예측을 더해서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실제로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길에 또는 주말에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언젠가부터 부쩍이나 어르신들이 지하철에 많이 타고 계신다. 한칸에 젊은 사람들이 훨씬 적은 경우도 많이 봐왔다.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일 수도 있지만, 분명 여기저기 널려있는 지표들과 우려와 염려로 점치고 있는 국민연금, 저출산, 고령화 이런 단어들이 그리 먼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래 포스터가 한 20년 뒤를 그대로 미리 찍어놓은 사진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사실 돈의 흐름을 읽는다는 표현을 많이들 쓰는데, 생각만큼 쉬운일이 아니다. 매일 매일 경제신문을 눈여겨 봐도, 9시 뉴스와 매일 쏟아지는 경제관련 정보를 귀로 듣는다 하더라도, 관심이 없으면 남의 나라 이야기다. 한번 사는데 뭘 그렇게 따지고, 집값 변동에, 금리 변동에, 몇 백원 이자에 호들갑이냐고, 있을 때 잘 쓰면 되지 않냐고 20대를 내내 살아오던 마인드가 책 한권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하기는 좀 무리가 있지만, 나와 비슷한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아주 살짝, 꽤 쏠쏠한 자극이 되지 않을까 한다.

5장의 소주제처럼 '평생 전략은 서른 살부터 짜야 한다'는 말이 결코 늘 들어왔던 교과서적인 내용으로만 치부해 버리기에는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도 꼭 담아두어야 할 문구이다.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쏟고 알아보려고 애쓰면 경제와 돈이라는 흐름을 잘 잡아볼 수 있지 않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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