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의 대화 -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새로 읽는 관계사 시리즈
김연철 지음 / 창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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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이 아닌 제3의 누군가가 다리를 선물로 주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다리를 놓아야 한다. 비무장지대라는 바다를 건너면 북한이라는 더 큰 다리가 나오고 우리는 유라시아 대륙과 만날 수 있다. (5)

코리아는 미뤄도 되는 미래였고, 인도차이나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이었다. 강대국들은 ‘인도차이나 문제‘에 어떻게 개입할지를 고려하면서, ‘코리아 문제‘의 토론에 참여했다. 다시 말해 제네바 회담을 둘러싼 ‘협상의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인도차이나 문제‘에 대한 각국의 협상전략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강대국의 동북아 지역전략은 동남아를 포함하는 세계 전략의 맥락을 통해 더욱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32)

미국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남북대화를 필요로 했고, 그래서 한국정부에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라는 직접적 압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미국이 원하는 긴장완화, 즉 데탕트의 수준은 자신들의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정도까지였다. 미국은..., 1971년 12월 비상사태 선포와 1972년 10월 유신 국면에서 박정희 정권이 대외정세를 국내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나아가 1973년 이후 남북대화의 후퇴를 방관했다. (115)

셋째, 박정희 정부는 지역전략이 부재했으나, 빌리 브란트 정부는 지역전략과 동독정책을 동시병행적으로 추진했다. 동방정책은 동독정책과 더불어, 폴란드를 비롯한 바르샤바조약기구 소속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그리고 소련과의 관계 개선을 포함하는 개념이었다. 특히 서독은 동독과의 관계 개선에 앞서 소련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했다. (126)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관계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남북관계가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남한이 북한과 대화 채널을 열어놓고 현안을 논의할 때 남한의 역할을 인정한다. 남한이 북한을 설득할 능력이 있으면 당연히 정보를 공유하고 대북정책을 협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악화되어 남한이 더이상 북한을 설득할 능력이 사라지면, 미국은 더이상 남한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161)

김영삼 대통령은 여론에 너무 민감했다. 그러나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이 이중적이라는 사실은 몰랐다. 다수의 국민이 북한에 대해 보수적이다. 그러나 불안의 장기화를 원치 않는다. 다수의 국민은 당연히 핵을 개발하는 북한을 비판한다. 그러나 위기가 길어지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정보의 해결능력을 문제 삼는다. 북한을 비판적으로 보던 시선이 정부로 향해, ‘뭐하나‘ ‘왜 해결을 하지 않느냐‘라고 묻는다. (196)

전쟁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과 구별짓고자 하는 대상이 바로 유화정책이다. (211)

6자회담은 사실 ‘북미 양자협상 우선‘ 노선을 강조하는 북한의 입장과 양자협상을 거부하는 미국이 타협한 결과였다. 부시 행정부는 ‘비확산‘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 한국 등 역내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해결 노력을 요구했다. 부시 행정부가 다자주의를 고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국이나 한국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228)

14일 밤 양측은 고별방송을 내보냈다. 155마일 휴전선 곳곳에 달린 확성기를 통해 남쪽에서 마지막 말을 전했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기원하면서 그동안 우리 자유의 소리 방송을 들어준 인민군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무궁한 행운을 빕니다." 그렇게 대결의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북쪽 역시 11시 점어 "통일의 그날 우리 만납시다"...라면서 고별방송을 했다. 2005년 8월 13일로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선전수단이 모두 철거되었다. (236)

철도는 상상력이다. 1906년 개통된 경의선 기차를 타고 일제강점기 독립군들은 만주로 갔다. 경성역(현 서울역)은 국제 역이었다. 당시 자료를 보면 경성역에서 파리 혹은 런던까지 가는 기차표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분단되고 전쟁이 나면서, 한반도에서 육상교통은 끊겼다. ... 대륙을 향한 상상력도 사라졌다. (251)

나아가 김영삼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의 북한 붕괴론은 대북정책의 실패를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였다.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북한의 도발로 돌리고, 도발의 원인을 남북관계의 성격이 변화한 데서 찾는 것이 아니라 북한 내부의 혼란이나 체제 불안에서 찾는 것이다. 두 정부 모두 북한의 후계체제 이행기와 맞물렸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김일성 사망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는 김정일 건강악화 이후 후계체제의 혼란 가능성에 주목했다. (263)

결국 통일이 우리의 미래가 되려면 통일비용을 줄이고 통일편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통일의 비용이 편익을 역전하는 지점, 즉 ‘전환의 계곡‘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바로 공존과 공영의 과정을 통해 호혜적인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통일대박론‘의 가장 중요한 약점은 통일 과정을 말하지 않는 점이다. 과정이 아닌 결과로서의 통일을 강조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오래된 흡수통일론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283)

무엇보다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헌법정신이며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통일의 기본 철학이다. 박근혜 정부는 평화를 말하지 않고 통일만 강조했다. ‘평화적 수단에 의핸 평화‘만이 지속가능성을 갖는다. 예멘처럼 통일은 했으나 화해와 협력을 추구하지 않아 다시 전쟁이 일어난 사례도 있다. 한반도에서 평화 만들기는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추진해야 할 ‘시대의 과제‘다. 박근혜 정부는 실체도 없는 통일론에 사로잡혀 한반도 평화 만들기의 당면과제를 방기했고, 평화통일을 추구하라는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 (288)

법적인 평화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상의 평화‘다.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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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저우 이야기 - 후이저우를 통해 중국 전통문화의 위기와 변화를 되새기다 문화와 역사를 담다 7
임세권 지음 / 민속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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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명이 별도로 나오지 않을 것을 보면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인 듯. 대륙의 사극 & 당대미술 상업작품에서도 자주 보이는, 정말 꼭 한번 가고 싶은 안휘성의 꿈 같은 아름다움이 잘 담겨 있다. 그 곳의 척박하고 복잡한 현실과는 별도로, 늘 가슴 가득 판타지를 품게 만드는 중국의 자연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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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뒷골목을 읊다 - 당시唐詩에서 건져낸 고대 중국의 풍속과 물정
마오샤오원 지음, 김준연.하주연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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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당나라 관원들의 출근 제도가 너그럽고 활달했던 당나라의 시대정신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인간적이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백거이...는 <한유의 ‘궂은 비‘ 시에 화답하여>에서 이렇게 썼다. "게다가 조회를 쉰다는 소식이 밤에 들려와 잘못 거리로 나섰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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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엄마의 힘 - 작은 습관으로 기적을 만드는
안민정 지음 / 황소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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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해서는 복잡한 감정이고 그 사회 어두운 면도 모르는 바 아니나, 그 매너와 질서 의식은 확실히 한국보다 몇 배 앞서 있음. 재해 앞에서 의연한 것도 자기 사회에 대한 믿음의 수준이 높기 때문. 매너의 수준 맞지 않으면 대화 상대로 인정 받는 것조차 어려운 법. 배울 것은 역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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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구조 - 중심.주변.아주변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4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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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양식 4종으로 인류사 다시 쓰면서 미래사에도 도전하는(양식D) 것은 여전함. 아주변론도 이미 한 이야기. 내가 놀란 부분은 중국사=제국사로 읽으면서 몽골제국을 복권시키는 4장과 제국의 역성혁명의 일환으로 중국 공산혁명을 다시 쓰는 5장! 증여 파워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중국도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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