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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함대 세트 - 전2권 - 미중전쟁 가상 시나리오
피터 W. 싱어.오거스트 콜 지음, 원은주 옮김 / 살림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과 소련이 냉전을 벌일때 그 시절이 오래갈꺼 같았다. 서로가 서로를 이기기 위해서 끊임없는 경쟁과 노력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싸움은 어쩌면 허무하게 끝났는것이 전쟁을 통해서 끝난게 아니라 소련 내부의 붕괴로 그냥 미국이 이겨버린것이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서로 대등한 초대강대국에서 미국 혼자만의 유일한 초대강대국이 되어버렸다. 공산주의의 패배로 인한 민주주의 승리라고도 할수있는데 미국의 저력이 그만큼 컸다고도 볼수 있겠다.
그런 미국의 시대가 계속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미소냉전이 종식되는것처럼 미국의 독주가 흔들리고 있다. 그것은 소련의 부활이 아닌 또다른 나라의 부상때문이다. 바로 중국. 큰 영토와 서양을 늘 두려움에 떨게 했던 막강한 인구를 바탕으로 경제개발을 한 결과 이제는 감히 미국과 맞설만한 국력을 가진 나라가 된것이다. 물론 아직 중국의 힘이 미국과 모든 면에서 대등한 정도는 아니지만 세계 경제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해봤을때 곧 미국을 앞지를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중국이 이 세상에 몇 안 남은 공산주의 국가란 사실이다. 비록 정통적인 공산국가가 아닌 서양식 자본주의를 상당부분 받아들인 변형된 형식이긴 하지만 전 중국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일수있는 국가주의적인 공산국가란게 문제다. 게다가 중국의 오랜 역사적인 전통인 팽창주의가 이미 아시아쪽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미국의 이익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에 미국의 경제력은 그렇게 좋지 못하고 세계 여러곳에서의 경찰노릇을 동시에 할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력을 앞세운 중국의 저돌적인 약진은 미국에게 중국에 대한 경계를 크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사드분쟁도 본질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반발로 인한것이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의 긴장은 여러 상상력을 낳게 하는데 그중에 하나로 만들어진 책이 바로 이 유령함대다. 바로 미국과 중국간에 전쟁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미국의 전력과 중국의 전력을 비교하면서 싸우면 누가 이기니 마니 하는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하는데 그것을 본격적으로 이야기소재로 삼은것이다.
이야기는 지금이 아니라 2026년이다. 그동안 중국은 다방면에 걸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고 특히 우주와 방위산업분야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실력을 쌓은 상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국에 전면적인 전쟁을 개시하는데 문제는 미국의 최첨단무기들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바로 중국의 사이버전쟁으로 인해서 전자무기들의 네트워크가 완전 박살이 나서 중국은 그냥 땅짚고 헤엄치는격으로 미국의 전투기 전함등을 손쉽게 요리하게 된다. 계속해서 패배하는 미국. 반면에 중국은 미국을 미 본토에 붙들어매놓고 전장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을 회유,협박해서 미국이 혼자 싸우게 만든다. 이제 미국은 굴욕적인 전쟁 패전의 위기에 몰리게 되는데 최후의 수단으로 유령함대를 동원한다. 중국의 감시에 걸리지 않고 유령처럼 적진으로 돌격할수있는 유령함대. 과연 미국은 반전의 실마리를 잡을수 있을까.
책은 배경이 앞으로 10년후라는 점을 감안해서 그때 상용화될 여러 무기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대표적인게 드론이다. 지금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드론이 중요한 무기화되어서 이야기에 자주 등장한다. 드론뿐만 아니라 로봇,무인제트기 등의 무기와 각 병사들 생체에 심은 정보칩,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여러 전자장치등이 나오면서 현실감있게 전쟁을 그리고 있다.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 첨단무기는 전자화되어있는데 앞으로는 그것의 비중이 더 커질것이다. 이것에 착안해서 중국이 미국의 전자네트워크를 유린함으로써 전쟁의 승기를 잡아가는 과정이 잘 나타나있다. 사이버전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반격은 바로 이 전자전의 복구에서 시작되고 있고 이것의 승패가 결국 전쟁의 승리를 가르게 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야기는 여러 시점에서 동시에 전개된다. 유령함대를 지휘하는 함장, 그리고 중국이 점령한 하와이에서의 반란군, 중국의 전쟁 지휘부 장성, 미국에 도움을 주는 여러 민간인들, 중국과 함께 미국을 공격하지만 미국에 도움을 주는 러시아인 등등 여러 각도에서 인물들을 배치해서 더 생동감있고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중에서 제일 재미있는건 역시 제목인 유령함대를 이끄는 시먼스 함장부분이다. 여기에는 가족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도 드러나면서 수년간 왕래가 없었던 퇴역해군인 아버지와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함대를 재건해서 반격을 하는 모습 등등이 흥미로왔다.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소재를 가지고 현 시점과 가까운 시점의 전력을 사실감있게 잘 구상해서 재미있는 가상전쟁소설을 잘 만든거 같긴 하다. 실제로 얼마나 구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미래전에서 있을법직한 무기들을 미리 보는 면도 쏠쏠했다. 여기에 나온 전자무기가 우리나라 군에서도 실제로 쓸수있을꺼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쉬운건 지은이가 전문작가가 아니다보니 이야기전개가 매끄럽지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이 어떻게 발전했고 무엇때문에 전쟁을 시작했으며 전쟁후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서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그저 각 에피소드에서 조금씩 나오는 부분으로 유추할뿐이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전쟁은 단순히 두나라만의 전쟁이 아니라 그냥 제 3차 세계 대전이나 마찬가지인데 다른 나라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별 기술이 없고 거의 미국 중국이야기라서 좀 단조로운 느낌이 든다.
사실 미국과 소련이 극렬하게 대치할때도 전쟁은 없었다. 고만고만한 나라나 전쟁을 했지 초강대국끼리 전쟁은 그냥 다 죽는걸 알기에 전쟁할꺼처럼 하면서 전쟁은 못하는것이다. 미국과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국력이 미국에 버금가거나 넘어서서 옛날 미소냉전처럼 대립을 하게 된다고 해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꺼 같다. 무역분쟁 이런건 일어나도. 그래도 미래는 모르는 법. 미소와 미중의 대립은 서로 다른면이 많기에 가능성이 없는건 아니다. 책에서처럼 러시아가 중국과 동맹을 맺고 미국을 친다면 미국도 쉽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둘이 싸우면 과연 어떻게 될까라는 이야기는 참 재미있는 소재가 아니겠는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경계론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미래전이 현실감있게 잘 쓰여진 책같아서 재미있게 읽을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