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반호 현대지성 클래식 12
월터 스콧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양에서 역사 소설의 효시는 누구일까. 가만 생각해보면 서양의 옛 역사 소설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역사 소설이란게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사실과 허구를 섞어 만들어낸 책을 말하는데 최근의 역사 소설은 많이 읽었어도 옛날에 나온 책은 잘 몰랐었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서양에서 역사 소설이라는 장르는 생각보다 오래된것이 아니었다. 1814년 월터 스콧이 '웨이 벌리'라는 제목의 역사 소설을 쓴것이 효시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이 월터 스콧의 이름을 드높이게 한 책이 바로 '아이반호'다. 사실 제목만 봤을때는 어떤 내용인지 몰랐다. 아이반호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영지의 이름이다. 아이반호라는 영지의 기사 월프레드가 원래의 이름인데 줄여서 아이반호라고 이름을 부르게 되었는데 일종의 상징적인 호칭이 아닐까싶다.

 

이야기는 12세기 잉글랜드의 앵글로 색슨족과 노르만족의 대립과 반목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와 무용이 주된 이야기다. 우선 이 당시는 앵글로 색슨족의 잉글랜드땅에 노르만족이 들어와서 정권을 장악한 상태가 배경이다. 아이반호의 아버지인 세드릭은 앵글로 색슨 왕족인 로웨나 공주를 보호하면서 앵글로 색슨족의 독립을 열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공주를 또다른 앵글로 색슨의 후예와 결혼시킬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아들이라는 아이반호는 그만 로웨나공주를 사랑하고 만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쫓겨나는데 그는 당시의 왕인 사자왕 리처드를 따라서 십자군에 참여했다가 몰래 귀국한다. 그것은 리처드왕의 동생인 존 왕자가 일부 노르만족 귀족과 야합하여 왕위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반호는 마상시합에 나가서 존의 일파들을 이기고 로웨나 공주로부터 관을 받지만 시합중 입은 상처로 쓰러지게 된다. 그때 유대인 부호 아이작의 딸 레베카의 간호를 받게 되고 그들 사이에 뭔가 감정이 싹트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무르익을시간도 없이 로웨나 공주를 납치하려는 일당들에게 세드릭, 로웨나, 레베카, 아이반호가 모두 잡히게 된다.

 

우여곡절끝에 그 사실을 알게된 록슬리와 흑기사에 의해서 레베카만 제외하고 모두 구출하는데 레베카는 성전 기사단장으로부터 마녀로 지목당하고 재판을 받게 된다. 이때의 마녀 재판이란것은 시늉일뿐 그냥 화형당하게 되는 수순이었다. 이때 아이반호가 나타나서 결투를 통해서 레베카를 구하게 되는데 이때 흑기사가 신분을 밝히고 이 모든 사태를 수습하게 된다. 그는 바로 신분을 위장한채 돌아왔던 리처드 왕이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얼핏 전에 읽었는 내용이기도 하다. 사자왕 리처드는 워낙 이야기 소재로 많이 나오고 책에서 나온 록슬리는 로빈 후드의 이야기다. 당대의 이야기들이 여러 갈래로 전개되고 있는데 이것이 이어져서 영국 중세의 여러 법들이 등장하게 된다. 그것의 전초적인 시대가 바로 이때인것이다. 그리 복잡하게 전개되는 내용이 아니라서 책에 금방 빠져들게 된다. 각 인물들이 전형적이면서도 입체적인 묘사가 책을 더 흥미롭게 한다.

 

지금의 영국이란 나라의 정체성이 어떻게 합쳐져서 누대를 걸쳐서 형성이 되는지 이 책을 통해서 유추할수 있다. 앵글로색슨족과 노르만족이 각기 떨어져서 문화를 형성한거 같아도 그것이 서서히 융합되는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수 있다. 당시의 귀족의 분열, 그리고 중산시민의 형성등으로 인해서 영국의 민주주의가 발달하는 단초가 되는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원작을 적당하게 각색해서 어린이용이나 청소년용으로 나온것은 있어도 이렇게 원전 그대로 나온 책은 잘 없는거 같다. 역사소설의 선구자의 대표작이면서 당대 영국의 생활상과  정치적인 이야기를 흥미롭게 잘 조합한 이야기라서 재미있게 읽을수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족이라고 하면 다들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고 아낄꺼 같지만 그런 가정이 그리 많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을 좀 살아보면 알게되어있다. 가족인데 왜? 라고 할수 있겠지만 피를 나눈 사이라고 해도 독립된 개개인이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모든것에서 화합할수는 없는 것이다. 그냥 가족이니까 대충 봉합하고 사는 경우도 많고 아예 가족 해체에 이르는 경우도 제법 있는 세상이다.

 

그래도 가족은 가족인건데 문제는 피를 나누지 않은 사이에도 가족이 성립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이웃사촌이 먼 친척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듯이 서로 마음에 맞고 가까이 살면 그게 가족이라고 부를수도 있지 않을까도 싶은데 그것도 사실 쉽지는 않을것이다. 가족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이 없다면 얼마든지 마음을 저버리는 일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의 연에 대해서 여러가지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이 책도 가족이라는 형태를 가진 사람 사이의 '인연'과 관련된 이야기다. 전혀 관련없는 여러 인물들이 한 울타리에 모여서 가족이라고 말은 안하지만 가족같이 사는 내용을 다룬 영화를 소설화했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가정같이 보이지만 다를 한가닥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제목처럼 소소한 것들을 훔치면서 살아가는 집의 구서원들. 옆자리 파친코 구슬을 자연스럽게 슬쩍하는 할머니 하쓰에와 좀도둑질로 시간을 보내는 어른남자 오사무, 회사에서 손님 옷 주머니를 슬쩍하는 어른여자 노부요, 돈받고 연애를 파는 젊은여자 아키, 어른남자에게 좀도둑질을 배우고 스스로 행하는 어린남자아이 쇼타 이들이 구성원이었다. 누가 보면 평범한 가정같다.하지만 아빠, 엄마 라고 부르지도 않고 뭔가 그냥 모여있는듯하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나 행동을 보면 보이지 않은 무언가로 이어저있는듯도 하다.

이 집에 우연히 어린 소녀가 온다. 집에서 방치되어있는 아이였는데 먹지도 못하고 그냥 홀로있는듯해서 오사무와 쇼타가 데려온다. 이름은 유리. 나이도 어리지만 잘 먹지 못했는지 작고 여리다. 그런 유리를 이 집의 사람들은 말없이 한 구성원으로 같이 살기로 한다.

 

사실 이 가족아닌 가족의 구성원들은 정상적인 가족의 삶을 살아오지 못한 사람들이다. 여러가지 상처를 입고 이 집에 정착한것이다. 하긴 정상적인 가족을 이루고 살았다면 이렇게 있지 않았겠지. 하지만 이들은 애써 표현은 하지 않지만 가족같이 살아간다. 같이 밥먹고 같이 놀러가고 같이 무엇을 한다. 단순히 한 집에 같이 산다는것 이상의 유대감이 있는것이다.

 

그냥 저냥 살아가는듯하던 이 집에 위기가 닥친다. 사실 좀도둑질을 하고 있긴 해도 집안을 먹여살리는 가장 큰 재원은 할머니의 연금이었는데 어느날 할머니가 덜컥 숨을 거두고 만것이다. 노환으로 돌아간것인데 당장 집도 없고 돈도 없는 이들에게 크나큰 일이 아닐수 없었다. 고민끝에 어떤 결정을 하게 되지만 이것을 시발로 해서 돌이킬수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내용은 전체적으로 담백하다. 일본과 우리의 정서가 다른것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은 탓인지 이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같은 이들은 크게 표현을 안한다. 그렇지만 행간을 통해서 이들이 어떤 진짜 가족보다도 강한 결속력으로 이루어진 사이임을 느낄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진짜 가족이라고 부를수 있을까. 아빠, 엄마 역할만 있을뿐 진짜 아빠 엄마라고 하지도 않는데.

 

마지막은 짙은 여운을 남기면서 끝난다. 다시 뿔뿔히 흩어지게 된 구성원들이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스스로의 의지로 그들만의 가족을 만들수 있을까. 아니면 그 자신이 다른 가족을 만들게 될까. 이들은 가족이었을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피를 나누지 않아도 가족이 될수있다고 본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얼마나 서로를 믿고 의지하느냐에 따라서 가짜 가족이 진짜 가족이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의 가장 큰 의미는 어디에서도 위로받을수없는 상처는 가족만이 돌보아줄수있다는 점인데 이 좀도둑 가족에서 그 모습을 볼수 있어서 가족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령함대 세트 - 전2권 - 미중전쟁 가상 시나리오
피터 W. 싱어.오거스트 콜 지음, 원은주 옮김 / 살림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과 소련이 냉전을 벌일때 그 시절이 오래갈꺼 같았다. 서로가 서로를 이기기 위해서 끊임없는 경쟁과 노력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싸움은 어쩌면 허무하게 끝났는것이 전쟁을 통해서 끝난게 아니라 소련 내부의 붕괴로 그냥 미국이 이겨버린것이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서로 대등한 초대강대국에서 미국 혼자만의 유일한 초대강대국이 되어버렸다. 공산주의의 패배로 인한 민주주의 승리라고도 할수있는데 미국의 저력이 그만큼 컸다고도 볼수 있겠다.

 

그런 미국의 시대가 계속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미소냉전이 종식되는것처럼 미국의 독주가 흔들리고 있다. 그것은 소련의 부활이 아닌 또다른 나라의 부상때문이다. 바로 중국. 큰 영토와 서양을 늘 두려움에 떨게 했던 막강한 인구를 바탕으로 경제개발을 한 결과 이제는 감히 미국과 맞설만한 국력을 가진 나라가 된것이다. 물론 아직 중국의 힘이 미국과 모든 면에서 대등한 정도는 아니지만 세계 경제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해봤을때 곧 미국을 앞지를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중국이 이 세상에 몇 안 남은 공산주의 국가란 사실이다. 비록 정통적인 공산국가가 아닌 서양식 자본주의를 상당부분 받아들인 변형된 형식이긴 하지만 전 중국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일수있는 국가주의적인 공산국가란게 문제다. 게다가 중국의 오랜 역사적인 전통인 팽창주의가 이미 아시아쪽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미국의 이익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에 미국의 경제력은 그렇게 좋지 못하고 세계 여러곳에서의 경찰노릇을 동시에 할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력을 앞세운 중국의 저돌적인 약진은 미국에게 중국에 대한 경계를 크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사드분쟁도 본질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반발로 인한것이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의 긴장은 여러 상상력을 낳게 하는데 그중에 하나로 만들어진 책이 바로 이 유령함대다. 바로 미국과 중국간에 전쟁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미국의 전력과 중국의 전력을 비교하면서 싸우면 누가 이기니 마니 하는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하는데 그것을 본격적으로 이야기소재로 삼은것이다.

 

이야기는 지금이 아니라 2026년이다. 그동안 중국은 다방면에 걸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고 특히 우주와 방위산업분야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실력을 쌓은 상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국에 전면적인 전쟁을 개시하는데 문제는 미국의 최첨단무기들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바로 중국의 사이버전쟁으로 인해서 전자무기들의 네트워크가 완전 박살이 나서 중국은 그냥 땅짚고 헤엄치는격으로 미국의 전투기 전함등을 손쉽게 요리하게 된다. 계속해서 패배하는 미국. 반면에 중국은 미국을 미 본토에 붙들어매놓고 전장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을 회유,협박해서 미국이 혼자 싸우게 만든다. 이제 미국은 굴욕적인 전쟁 패전의 위기에 몰리게 되는데 최후의 수단으로 유령함대를 동원한다. 중국의 감시에 걸리지 않고 유령처럼 적진으로 돌격할수있는 유령함대. 과연 미국은 반전의 실마리를 잡을수 있을까.

 

책은 배경이 앞으로 10년후라는 점을 감안해서 그때 상용화될 여러 무기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대표적인게 드론이다. 지금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드론이 중요한 무기화되어서 이야기에 자주 등장한다. 드론뿐만 아니라 로봇,무인제트기 등의 무기와 각 병사들 생체에 심은 정보칩,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여러 전자장치등이 나오면서 현실감있게 전쟁을 그리고 있다.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 첨단무기는 전자화되어있는데 앞으로는 그것의 비중이 더 커질것이다. 이것에 착안해서 중국이 미국의 전자네트워크를 유린함으로써 전쟁의 승기를 잡아가는 과정이 잘 나타나있다. 사이버전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반격은 바로 이 전자전의 복구에서 시작되고 있고 이것의 승패가 결국 전쟁의 승리를 가르게 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야기는 여러 시점에서 동시에 전개된다. 유령함대를 지휘하는 함장, 그리고 중국이 점령한 하와이에서의 반란군, 중국의 전쟁 지휘부 장성, 미국에 도움을 주는 여러 민간인들, 중국과 함께 미국을 공격하지만 미국에 도움을 주는 러시아인 등등 여러 각도에서 인물들을 배치해서 더 생동감있고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중에서 제일 재미있는건 역시 제목인 유령함대를 이끄는 시먼스 함장부분이다. 여기에는 가족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도 드러나면서 수년간 왕래가 없었던 퇴역해군인 아버지와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함대를 재건해서 반격을 하는 모습 등등이 흥미로왔다.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소재를 가지고 현 시점과 가까운 시점의 전력을 사실감있게 잘 구상해서 재미있는 가상전쟁소설을 잘 만든거 같긴 하다. 실제로 얼마나 구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미래전에서 있을법직한 무기들을 미리 보는 면도 쏠쏠했다. 여기에 나온 전자무기가 우리나라 군에서도 실제로 쓸수있을꺼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쉬운건 지은이가 전문작가가 아니다보니 이야기전개가 매끄럽지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이 어떻게 발전했고 무엇때문에 전쟁을 시작했으며 전쟁후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서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그저 각 에피소드에서 조금씩 나오는 부분으로 유추할뿐이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전쟁은 단순히 두나라만의 전쟁이 아니라 그냥 제 3차 세계 대전이나 마찬가지인데 다른 나라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별 기술이 없고 거의 미국 중국이야기라서 좀 단조로운 느낌이 든다.

 

사실 미국과 소련이 극렬하게 대치할때도 전쟁은 없었다. 고만고만한 나라나 전쟁을 했지 초강대국끼리 전쟁은 그냥 다 죽는걸 알기에 전쟁할꺼처럼 하면서 전쟁은 못하는것이다. 미국과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국력이 미국에 버금가거나 넘어서서 옛날 미소냉전처럼 대립을 하게 된다고 해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꺼 같다. 무역분쟁 이런건 일어나도. 그래도 미래는 모르는 법. 미소와 미중의 대립은 서로 다른면이 많기에 가능성이 없는건 아니다. 책에서처럼 러시아가 중국과 동맹을 맺고 미국을 친다면 미국도 쉽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둘이 싸우면 과연 어떻게 될까라는 이야기는 참 재미있는 소재가 아니겠는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경계론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미래전이 현실감있게 잘 쓰여진 책같아서 재미있게 읽을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빈 후드의 모험 -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7
하워드 파일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때는 로빈훗이라고 불렀다. 뭐 시대에 따라서 표기법이 달라서 그런건데 옛날부터 이 로빈 후드의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었다는 뜻이다. 어렸을때는 세계 동화집에 실려있어서 그냥 아이들이 보는 동화인줄 알았다. 사실 내용상으로는 그것이 틀린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이 원전이 있고 훨씬 이야기가 길고 아이보다는 어른들이 볼만한 내용이란것을 안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도 오래되어서다.

원전을 보기전에는 그저 우리나라 홍길동처럼 여기 번쩍 저기 번쩍 등장하면서 가난한 자를 돕고 못된 자를 골려주는 일종의 의적같은 존재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로빈 후드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그리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였고 또 그들이 지향할려는 바를 내용속에 녹여내었기 때문에 그냥 동화가 아니라 여러가지 정치적 함의가 있는 이야기인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딱딱한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로빈 후드 뿐만 아니라  그의 동료들인 리틀 존, 앨런 어 데일 등의 이야기가 조화롭게 이어져서 흥미롭게 읽을수 있다.

 

이야기는 로빈 후드가 우연히 노팅엄 주 장관의 친척을 죽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우발적인 사건이었지만 노팅엄 주 장관에게는 로빈 후드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된거나 다름없다. 불을 키고 덤벼드는 주 장관때문에 로빈 후드는 셔우드 숲으로 숨어들게 되고 그때부터 유명한 의적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책에서는 셔우드 숲으로 들어간 로빈 후드가 여러 동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의기투합을 해서 압제자들에게 대항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로빈 후드가 보통 우리가 봐왔던 많은 의적스타일이 아닌걸 알게된다. 그는 나쁜놈을 벌한다는 대전제는 같지만 형식이 다르다. 보통 의적들은 가난한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고 부유한 사람들의 재산을 빼앗던가 그러는데 로빈 후드는 독특한 방법을 쓴다. 일단 그들이 표적한 사람을 셔우드 숲의 자신들의 은신처로 유인(?)을 한다. 거기서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고 여러가지 유흥을 제공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한다. 그러고는 그것을 즐긴 댓가를 내라고 한다. 일종의 놀이공원 입장료인셈이다.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황당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말이 안되는건 아닌게 그들도 그 시간을 재미있게 즐겼기 때문이다. 다만 값이 좀 비쌌을뿐.

 

이야기는 읽는 내내 로빈 후드와 그 동료들의 활약이 흥미롭게 진행되는데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재치있고 위트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수 있다. 그런 성격때문에 많은 경우 어린이용 동화로 각색되서 소개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책의 끝부분으로 가면 로빈 후드의 결말이 나오는데 사실 이것은 어렸을때 여러 동화집에서도 못봤던 내용이었다. 이미 여러 경로로 그 결말을 알고 있긴 했는데 실제의 책속에서 읽어본적은 처음이다. 원작을 그대로 옮긴 이 책 덕분이 아닌가싶다. 역시 각색이 된 책은 원작이 있을때 그 본연의 내용을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때 동화로 보고 참 오랫만에 원작 그대로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때의 감흥도 다시 살아났고 또 더 자세하고 나름의 의미가 있는 전체 이야기를 다 볼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나 드라마 연극 등을 통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로빈 후드의 참모습을 느낄수 있는 책이어서 로빈 후드 이야기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꼭 한번 원전을 읽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미중전쟁 1~2 세트 - 전2권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우리는 북한이라는 위험한 적을 바로 위에 두고 있어서 주된 신경을 그쪽에 쏟고 있어서 그렇지 우리를 둘러싼 나라들이 만만한 나라들이 아니다. 일제 식민지 시절의 자신들의 만행을 끝끝내 인정하지 않고 호시탐탐 우리에겨 영향을 끼칠려는 일본도 쉽지 않은 상대인데 거기다가 중국이 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우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아닌가. 조선조에들어와서는 사대의 관계였지만 더 오래전 삼국시대 이후로는 수많은 침략을 받았던 나라다. 좋은점과 나쁜점이 공존하는 건데 최근 중국이 눈부신 경제발전을 하면서 거기에 많은 의존을 하게된 우리나라로서는 여러가지면에서 발목을 잡힐 우려가 있다.

 

그리고 러시아. 러시아는 옛 제정 러시아 시절에는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소련이 등장하고 한동안 안 좋다가 소련이 무너지고 나서 관계가 회복된 사이다. 직접적인 침략의 의도는 거의 없지만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수있는 국가다.

나머지는 미국. 미국은 우리의 전통적인 맹방 우호국가이긴 하지만 살벌한 국제정치계에서 영원한 우방도 없고 또 우방이라고 해도 마냥 친하게 될수있는건 아니다. 우리의 정치 경제적인 위상이 커지면서 마찰도 생기고 서로의 이익때문에 다투기도 하는 사이다.

 

이렇게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세계최강국들로 둘러쌓인 우리의 현실은 어느 한쪽을 편들수도 없고 또 어떤일을 할려고 해도 일일이 동의를 구해야하는 그런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다. 정말 복잡하면서 실타래같이 꼬인 이 상황을 아주 세밀하게 조율을 잘 해야하는데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그것이 잘 안되어서 지금은 더 어렵게 된 상황이다. 심심하면 우리의 뒷통수를 치는, 그 속을 알수없는 북한이 최근 핵발사에 성공을 해서 핵을 거의 가진것처럼 되어서 더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트럼프라는 희대의 인물이 대통령이 되어서 그야말로 어떤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속을 알수가 없으면서 어떨땐 우리에게 유리한 소리를 하지만 어떨땐 당장에라도 전쟁을 일으킬려는 소리를 하면서 상황을 더 심각하게 몰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다행이 우리는 정신 제대로 된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되긴 했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할지는 정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정치적인 배경을 두고 책이 나왔는데 바로 미중전쟁이다. 사실 미국은 중국이 급부상하는것을 경계해왔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 한미일 삼각 동맹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경제에서 많은 부분 중국과 연결되어있어서 만일 삼각 동맹이 현실화되면 우리의 경제적인 이익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이미 사드의 조기배치로 인해서 중국과의 경제 교류가 절단이 나서 수조원의 피해를 입고 있지 않는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우리만 죽을맛이다. 게다가 북한까지 핵을 빌미로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으니 더 꼬인 정국인셈이다.

 

이야기는 세계은행 비엔나 지부에 세계은행 본부에서 파견한 김인철이란 한국인 조사요원이 파견되는걸로 시작된다.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에 지원됐던 세계은행 자금이 비엔나에서 돈세탁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조사하기 위함이었다. 조사도중에 유력한 정보를 주기로 했던 사람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사태는 더 복잡해진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돈의 흐름이 결국 세력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방편임을 알게 한다. 그리고 트럼프의 위험한 생각. 전쟁이 임박하면서 더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치 상황. 결국 우리만 최대의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긴밀하게 그리고 있다.

 

책은 최신의 경향까지 반영해서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트럼프,시진핑,문재인,김정은,푸틴 등 지금 각국의 지도자들 이름이 실명으로 나오고 있고 몇몇의 가공인물을 제외하면 최대한 실존 인물을 등장시켜서 극의 사실성을 높이고 있다. 일단 이야기는 재미있다. 김진명이란 작가의 명성을 드높이게 한

'재미'라는 면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어렵지 않은 내용 설명으로 현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도 책을 읽으면서 알수있게끔 해주고 있어서 흥미롭게 잘 읽혀서 단숨에 읽었다.

 

아쉬운건 소설이긴 해도 각국 지도자들을 좀 어리석게 그리고 있다는것이다. 트럼프는 물론이고 중국의 시진핑이 전쟁앞에서 벌벌떠는 사람으로 표현해놨고 푸틴도 약점앞에서는 쉽게 무너저내리는 사람으로 설정을 해놔서 사건이 생각보다 쉽게 종결된다. 물론 그 과정은 지난한 일들이 많긴 했지만. 각국 인물들이 좀더 냉철하면서 무서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가벼우니깐 더 위험한것도 있긴 하지만.

 

지은이는 우리를 둘러싼 4강의 입맛만 맞추다보면 방향성을 잃을까봐 우려하고 있다. 일견 타당한 주장이긴 한데 우리의 지금 시점은 사실 옴쭉달싹할수없는 상황이다. 어느 누구에게 편을 들수 없는 상황이다. 안보를 위해서 미국에 붙으면 당장 입에 풀칠 못하고 어렵게 살 국민이 수십만이다. 그렇다고 중국에 붙는다면 바로 북한의 위협에 노출되게 된다. 굶어죽느냐 폭탄에 맞아 죽느냐 뭐 그런 상황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수있을까. 그야말로 정밀하고 교묘한 외줄타기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그것을 어떻게 잘 해낼지 걱정이다. 현 정부가 나름 잘하고 있다곤 해도 워낙 상황이 쉽지 않은 탓에 어떻게 잘 풀릴지 알수가 없다.

 

이야기는 흥미로왔다. 지은이가 보는 상황에 동의하는건 아니지만 그렇게 흘러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런쪽도 저런쪽도 다 생각해야한다는 점에서 가치있는 내용이었다. 전쟁은 없어야한다.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어야한다. 이시점에서 전쟁이 난다면 우리는 승리하겠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털털이가 될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저 영토를 온전히 보전한다고는 볼수 없다. 그런점에서 정말 이 안개정국을 잘 헤쳐나가길 바랄뿐이다. 책은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잘 드러내었고 우리의 엄중한 상황을 직시할수있게 하면서도 스릴감있게 재미있게 쓴 김진명다운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