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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 - 전2권 세트
박혁문 지음 / 늘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텔레비전 방송의 영향이란것은 참 대단하다.
거기 누가 나와서 어떤 어떤 책이 참 재미있더라고 말하면 그책의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니 말이다.
그래서 좋은 의도와는 관련없이 방송에서 책을 선정하는거 자체가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드라마와 관련된 책일 경우그 드라마의 인기가 좋을때 또한 많이 팔리기도 한다.

몇년전 크게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대장금' 이후로 그 콘텐츠를 가공하거나, 관련있는 내용물을 만들어서 출간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이 책도 그런 시류에 만들어진 '기획물'이다.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의미로 학술서적도 많이 출간되고 고대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져가는데 그런것을 배경으로 고대사와 관련된 여러 드라마가제작되거나 방영되고 있다.
그중에서 '주몽'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데 이책은 그런 와중에 나온 책인것이다.

그런데 전체적인 내용은 졸작은 아니라도 솔직히 하품 나올 책이다.
원래 역사소설을 좋아해서 수십종의 역사소설을 읽어봤는데 이책은 잘 쓰여진 소설책은 아닌거 같다.

우선 책 내용과는 관련없이 출판의 기본이 안되어있다.
무슨 오자가 이렇게 많은가.참고로 한책에서 5개이상이면 많다고 보는데 이건 숫자를 헤아리기 귀찮을 정도다.
일단 교정이 부실했다고 볼수있는데 더 말도 안되는건 분명히 내용상 '예?'라고 해야할 곳에서 '예!'라고 일관되게 쓰는 것이다.
외국어를 번역기로 돌려서 번역했나? 참 어처구니 없는 부분들이다.
이 책의 지은이가 현직 국어교사라고 하는데 솔직히 진짜 국어선생님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내용은 크게봐서 두 가지 정도가 맘에 안든다.
첫째, 대체 책 제목을 주몽이라고 한 이유가 무엇인가?
주몽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왕이 되는지에 대해서 그 배경이 되는 것에 대해서 서술하는건 맞지만 그 분량이 너무 많다. 전체가 2권인데 1권의 5분의 3이 그전의 이야기,그중에서도 해모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해모수가 사실 이책의 주인공처럼 보이는것이다. 모든것을 해모수가 안배하고 계획하고 그 계획의 일부로 주몽이 등장하는 격이다. 1권 중간부터 주몽이 등장하긴 하지만 해모수는 그뒤로도 나오면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니 누가 주인공이라고 하겠는가.
그리고 본격적으로 주몽이 등장해도 대체 주몽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별로 없다.
모든것은 해모수가 해놓은것이고 주몽은 따라가는것뿐이고 그 대단한 영웅이 나중에는 아들에게 무장해제 당하는지경에 이르기까지한다.
잘하는건 이름 그대로 활을 잘 쏘는것뿐...이래서야 주몽이 주인공이라고 할것인가?

두번째는 고구려의 건국이 시종일관 '혈통'과 관련있는것이다. 그것이 하나의 모티브가 될수는 있겠으나 이책에서는 혈통이 아니면 큰일날듯이 기술하고 있다.
고구려의 역동성과 활기찬 기상을 엿볼수가 없는것이다.
그리고 단군조선의 후손이 주몽이고 단군조선을 잇는 의미로 고구려가 탄생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그리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는 아니다.
단군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준왕의 혈통이 해모수와 주몽에게 이어진다는 설정인데 그것이 설득력있을려면 좀더 세밀한 기술이 있었어야하나 여기선 그냥 지나쳐 버렸다.

고대사 영역이라서 사료가 부족하고 유물도 접근하기가 힘든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개연성있지 않는 글을 쓰는것에 대한 변명이 될수는 없다.
국어 교사로서, 재야사학자로서의 지은이의 이력이 그리 빛을 발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요즘 방영중인 드라마를 이해하는데 조금의 도움이 된다고 하는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시류에 영합한 뻔히 보이는 기획물이라고 해도 그 얼개가 꽉 찬다면 상관이 없을것이다.
그러나 이책은 두번 읽을만큼 잘 쓰여진건 아니다.
소설적 재미도,문학적인 완성도도,출판의 기본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다만, 주몽에 대한 궁금증을 일부나마 해소시켜주고 어느정도의 재미는 있으니 재미삼아 읽어보는것까진 막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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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 나와 나 사이에 숨겨진 열두 가지 이야기
요시다 슈이치 외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최근 일본작가들의 작품들이 우리 독서시장에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동명 소설로 영화화까지 해서 일본 소설을 읽는게 익숙해지기 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히 한국에서의 '일류열풍' 이라고도 할수있는데 왜 갑자기 그런 인기를 얻고 있을까?
일단은 일본문학의 저력이라고도 볼수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문학도 서비스업종라는 의미에서,
달라진 독자의 기호를 잘 파악한 일본 작가들의 노력때문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시류에 영합한다느니 대중적인 인기만 쫓는다더니 문학적인 깊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올수도 있지만 어차피 대중과 유리된 작품은 박물관에서나 있을 박제된 골동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소설의 인기는 국내 작가들의 서비스정신의 부족함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도 볼수가 있겠다.

최근의 인기 일본소설의 특징으로 한다면 이미지가 세련되고 도시적이며 독자의 감수성을 잘 헤아
려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면이 있다.
가벼운듯 하면서도 어느정도 깊이가 있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가지 의미를 가질수 있는
내용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들도 국내에서 제법 흥행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일본의 여러 작가들의 면면을 한번에 맛볼수있는 단편소설모음집이 바로 이 책이다.
일본에서 여러 문학상을 탄 12명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들인데 호흡이 긴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소설로서 다양한 맛을 음미할수 있다.
뷔페긴 한데 본격적인 음식들에 앞서서 맛보는 에피타이저들의 모음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 짧은 내용에도 작가들 특유의 스타일을 느끼는것은 어렵지 않다.
요시다 슈이치나 아베 가즈시게, 유이카와 게이 같은 나름대로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작가들의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 스타일을 짐작 할수 있는 이야기구조이다.
어찌보면 약간 짧다고 느낄수 있을것이다. 보통의 단편보다는 사실 좀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난 이 소설 모음집을 엽편소설집이라고 하고 싶다.
그리 활성화된 장르는 아니지만 단편중에서도 좀 짧은 단편을 엽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이 책이
그런 소설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소개된 작가들이 쓴 장편 소설을 읽기가 부담스러운데 그 작가들의 글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는 안성맞춤인 책같다.

내용은 제목인 '비밀'이라는 주제에 맞춘 글들을 모았다.
특이하게도 하나의 사건에서 엇갈리는 두 사람의 상반된 생각들을 대비해서 보여줌으로써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그중에서도 첫번째 이야기인 '진도 4의 비밀'이란 이야기가 머리에 남는다.
결혼을 앞두고 각자 옛연인을 정리하기 위해 길을 떠난 두 사람이 어설픈 거짓말을 주고받으
면서 과거의 비밀을 덮으려는 모습은 어찌보면 현재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라는 점에서 현실감이 있었고 허둥대며 거짓말을 하는 남자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기
도 했다.

엽편소설인 만큼 천천히 몰입하는 스타일의 독서경향을 가진 사람은 이 책이 좀 황당할수도
있겠다.
이제 좀 잼있을라고 하는 순간에 급격히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읽는 소설이 아니므로 처음부터 바로 읽어 내려가야 글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할수 있을 것이다.
짧게 읽고 난뒤 오랫동안 여운을 가지고 자신의 마음을 생각해보라는 의도로 쓴 글들일수도
있다. 어떨땐 긴말이 필요 없을때도 있는 법이니 말이다.

여러 일본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는 가운데 나온 이 책은 기획면에서 독특하다고 하겠다.
단편중에서도 엽편에 가까운 소설들을 모았고 비슷한 주제와 양식의 소설들이라서 시간적 여유
가 없는 사람들에게 최신 일본 작가들의 맛을 보여줄수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도 볼수 있다.

다만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호불호가 있을수 있겠고 엽편이라는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
게는 그다지 인상깊지 않을수도 있을꺼 같다.
그리고 책 장정이나 번역은 깔끔하지만 분량에 비해서 약간 비싼 느낌이다.

다소 사소한 일상의 일들을 내용으로 한 소설이니 편하게 부담없이 읽어보면서 스쳐 지나갔던
일들을 생각해 보는것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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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비투스 1
볼프 세르노 지음, 강혜경 옮김 / 갑인공방(갑인미디어)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이책을 역사 소설이라고 해야할지 모험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존의 소설과는 다른 느낌의 좀 독특한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우리가 원래 갖고있던 관념과는 좀더 다르게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딱딱한 역사적인
사실들을 이야기속에 자연스럽게 녹여서 어느새 그 당시의 사실들을 쉽게 기억하게
한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는 모험소설이라고 할수있다.
주인공인 의사 비투스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떠나는 과정속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모험담들이 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비투스가 실존인물은 아니지만 그 배경이나 여러가지 일들이 역사적인 것을
바탕으로 깔고있어서 당대의 사실들이 나오기때문에 역사소설이라고도 할수가 있는것이다.

때는 16세기 유럽의 중세시대.
절대적인 교황의 시대가 서서히 지나가면서 그 권위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갖가지 추한
행동을 일삼던 교회가 뒷배경이 된다.
주인공 비투스는 간난아기때 수도원에 버려져 수도원에서 계속 살아온 예비수도사.
그러나 그에게는 신에 대한 열망보다는 바깥세상과 사물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이 더 강한
상태였다.
그러한 가운데 그를 아버지처럼 보살펴주었던 수도원 원장이 죽으면서 그의 인생도 달라지게
된다.
원장은 그가 수도원에 오게 된 사연을 말해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보라고 한다.
그래서 새장속에 갖힌 새처럼 수도원에서만 살아온 비투스는 생전 처음으로 혼자서 먼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난쟁이 톰의 흉계에 빠져서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모르는 체로 감옥에 갖히게 된다.
죄목은 '이단죄'.
무너져가던 교회의 권위를 마녀사냥이라는 수단으로 유지하면서 공포스럽게 획일적인 믿음을
강요하던 어두운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이단죄라는것은 빠져나오기 힘든 무시무시한 죄목이었던 것이다.
수도원에서만 살아왔던 그로서는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에 대한 분을 삭히지 못했던 비투스는 그러나 그 감옥에서 그 자신의 일생일대의 모험을
함께 나눌 좋은 친구인 마기스터를 만나게 된다.
종교재판관의 억지에 의해 큰 고난을 겪으려는 찰라 마기스터와 함께 감옥을 탈출하게 되고
우여곡절끝에 유랑서커스단에 합류해서 여러가지 모험을 겪게 된다.
그리고 결국 가고자했던 영국에 도착해서 그의 출생의 비밀의 단서를 찾게되는데..

주인공인 비투스는 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고의였던 자의였던간에 버려진 고아로서 수도원에서 자랐고 정식 의학 공부를 배운건 아니지만
수도원의 한 신부님에 의해 의학을 배우고 여러가지 약에 대한 지식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를테면 오늘날의 약사와 의사의 직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 지식들이 그가 고난에 처했을때 헤쳐나갈수있는 유용한 무기가 되었고 그의 일생을
지배하는 직업이 되어 버렸다.
아직 젊은 약관의 나이지만 풍부한 의학,약학적 지식과 함께 선량하고 모험심 가득한 그의
성격은 책을 읽으면서 좋아하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는 매력적인 사람으로 느껴졌다.

주인공의 직업이 의사로 나오는 것은 그리 흔하지 않아서 그 자체로 독특한데 이 책에서는
그 직업에 걸맞게 여러가지 외과적인 수술이나 약초들, 병에 대한 치료법등이 자세하게 나온다.
소설 초입부에 개의 고름을 제거하는 작은 수술을 했던 비투스는 자기를 도와주었던 사람의
아들이 언청이 인것을 알고 그것을 바로잡는 수술을 하기도한다.
그 외에도 감옥의 간수였던 누누의 다리를 낫게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약초들을
비롯하여 많은 의학적인 지식들이 상세하게 전개된다.
물론 그 지식들은 당대에 실재했던 것들이고 그것들 중 일부는 현대 의학에서도 충분히
통할수 있는 지식들이란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지은이는 책의 첫째장에서 의학적 지식의 유효성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따라하지말라는
익살을 부려서 웃음짓게도 했다.

16세기의 약초에 대한 지식과 의료술이 이 책을 실제적으로 느끼게 하는 내적인 요소라면
중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역사적인 사실들은 외적인 요소라고 할수있겠다.
기본적으로 그 당시의 역사적인 사실을 주로 그릴려고 한것이 아니라 모험의 배경을 설명하는
차원에서 그렸다고는 해도 당시의 교회의 타락상이나 항해술, 해적선등은 실증적이고 상세
하게 그려져서 자연스럽게 그 시대를 알수있게 한다.
어차피 그 시대와 무관하게 삶을 살수는 없다는 의미에서 그런 시대적인 상황이 비투스의
모험심의 배경이 되었다고도 할수가 있겠다.

특히 그당시에 행해졌다는 백내장 수슬의 장면이나 종교재판에서 행해진 몇단계의 무자비한
고문 방법등은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비투스의 모험심과 더불어 이런 장면들이 이 책을 더욱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

이책은 전2권으로 나왔지만 전체는 3부작이라고 한다.
2부인 "캄포디오스에서 온 의사", 3부인 "닥터 비투스의 모험"이 뒷이야기인데 1부인 이 책
만 봐도 벌써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어쩌면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처럼 계속해서 모험담이 이어지는 연속소설이 될지도 모르
겠다.
1부에서 모험을 시작하는 시기가 불과 20살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각권이 400쪽이 넘는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어렵지 않은 이야기 구조와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
이나 의학적인 지식들을 적절하게 잘 배합해서 쉽고 재미있게 잘 읽을수 있게 잘 지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옮긴이도 지적했듯이 감옥에서의 일상이 너무 길었고 그의 모험의
주된 이유였던 출생의 비밀을 푸는 과정이 우연에 의한것이라던가 하는것으로 좀 소홀히 다루어
진게 아닌가 하는것이다.
출생의 비밀을 푸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다면 수긍할수있겠으나 그것이 비투스가 모험을
떠나게 된 첫번째 이유였기에 좀더 세밀하게 그렸어야 했다.
그런 때문에 2부로 넘어가기전 끝장면이 이야기의 힘이 떨어지는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에도 비투스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의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와 여러가지 흥미
진진한 모험들이 오랫만에 보는 재미난 모험소설이었다.
벌써부터 그의 신대륙에서의 새로운 모험이 펼쳐지는 2부가 기다려진다.

번역도 깔끔하고 책의 장정도 좋다. 분량에 비해서 가격도 비교적 싼거 같고 가벼운 재질로 인쇄한 덕분에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책이 무겁지 않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으로 나오는 비투스와 그의 친구인 마기스터의 인물 묘사는 정말 잘된거같아서
뽈때기라도 땡겨주고싶을정도로 귀엽게 잘 그려졌다.
모험 소설이라고 해서 여성 독자분들이 외면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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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세트 - 전10권
나관중 원작, 검궁인 지음 / 여러누리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진수가 지은 정식역사서인 '삼국지'를 근간으로 한 소설 '삼국지연의'는 그것이 지어진 이후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왔고 가면 갈수록 더 크게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500년대에 처음으로 들어왔다는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많은 작가들이 자신만의
삼국지를 쓰고 싶어 할 정도다.
이미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드라마, 영화 등으로 삼국지 콘텐츠의 응용이 넓혀져서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친숙하게 느낄것이다.
가히 삼국지 열풍이라고 할만하지만 최근에는 삼국지야말로 제대로된 독서를 방해하는 책이라고
주장하는 삼국지무용론도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삼국지의 대중적인 영향력이 커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방이후에 여러 작가들의 삼국지가 나왔었고 최근에까지도 계속해서 새로운
삼국지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내용상으로 크게 차이가 나는것이 아니다.
엄연히 원작이 있는 중국의 역사소설이기에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표현의 차이일뿐 그 스타
일상으로 봐서 크게 다르다고 볼수있는것은 아닌것이다.
중국본을 직역이나 정역을 하거나 중국본을 일본어로 옮긴 것을 다시 한국어로 옮겼거나 하는
건데 기본적인 내용은 거의 같다고 할수있을것이다.
작가에 따라서 특정인물이나 사건을 키우기도, 줄이기도 하는 정도로 특색을 나타냈다고는 하나
삼국지라는 큰 타이틀로 본다면 소소하다고 할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검궁인의 삼국지는 기존의 삼국지와는 다르게 '무협'소설을 표방하고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검궁인은 무협소설을 주로 써온 전문 무협소설가이다.
무협소설이라는 장르는 그 특성상 비현실적이거나 황당무계하고 지나친 우연, 정형화된 인물들
의 내용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삼국지는 비록 소설이긴 하지만 정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기에 무협소설가와 삼국지
의 만남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이었다.

일단 시도 자체는 괜찮은 편이라고 할만하다.
삼국지는 그 분량이 보통 책 10권에 해당하는 양이라서 읽기가 그리 쉬운건 아니다.
책이란것은 계속 읽어야 일관된 기분으로 느낄수있는데 삼국지는 너무 길어서 중간에 쉬다가
읽다가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읽는 호흡이 끊겨서 앞에 내용을 기억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국지를 읽고싶어도 엄두를 못내는 사람이 많은데 일단 그 점에서 이 책은 쉽게 잘
읽힌다.

무협소설의 특징이 쉽고 재미있게 잘 읽히는 것인데 그 장점을 잘 이용해서 책읽기가 그리 어렵
지않게 잘 나아간다.
기존의 삼국지를 읽고 이것을 읽은게 아니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내용상 군더더기는
뺀거 같고 내용 전개가 빠르다.
시가가 나온다던지 하는 감상부분은 빼고 전투나 사건 위주로 묘사를 하면서 기본의 삼국지보다
는 흥미롭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나라 황제를 무림의 황제라는 뜻의 무황으로 이름 짓는다던지 각 지역의 수장을 무림회의 지부장
이라고 칭한다던지 하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무협소설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남녀간의 사랑 장면같은것도 심심찮게 등장해서 기존의
삼국지를 읽은 사람들은 이것이 삼국지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런 장면들이 필요한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일단 무협이라는 장르 특성을
충실하게 차용한것으로 보인다.
무협소설을 즐겨읽은 사람이라면 쉽게 접근할수있는 것일수도 있을 것이다.

인물을 묘사하는 면에 있어서는 작가의 주관과 상상력이 좀더 녹아있다.
조조같은 경우에는 잔혹한면도 보여주지만 그의 성실함과 지혜로움을 잘 보여주기도 하고
유비는 기존의 삼국지에서는 어찌보면 어리석게 보일수도 있게 보이나 이 책은 초반부터
속이 깊고 참을성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인물 묘사방식에 있어서 말이나 행동에서 유추하는 기존 삼국지에 비해 좀더 직설적이고
쉽게 바로 묘사하는것이다.
그래서 읽은 사람은 빨리 내용을 파악하고 몰입할수 있게 되는 면이 있다.

그리고 전투 장면 같은 경우도 무협장르의 특성을 대입하여 좀더 박진감있고 리듬감있게 묘사
를 한다. 기존의 삼국지에서는 싸우기전의 묘사가 길었으나 이 책은 그런 면을 줄이고 실전중심
으로 묘사함으로써 좀더 흥미있게 책을 읽을수있게 한다.

지은이는 끝부분을 공명이 끝나는 부분으로 했다.
유비 삼형제와 손권, 조조 그리고 제갈공명을 삼국지의 가장 큰 주인공이라고 했을때 다른 사람
도 다 죽고 공명도 죽는 시점이 삼국지의 마지막이라고 한 설정은 나름의 논란이 있겠지만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뒤에 삼국을 통일하게 되는 여러 이야기가 있긴해도 위의 6명의 캐릭터가 워낙 강력한 터라
그들이 다 죽고 난뒤의 이야기는 좀 흥미가 떨어졌었는데 작가도 그런 의미로 끝을 정했는거
같다.
그 뒤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드라마에서 말하듯 시즌1이 끝나고 새로 시작되는 시즌2같은 성격
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공명의 죽음으로 대미를 장식한것도 나쁘지 않게 보였다.

쉽고 빠르고 재미나게 접근하겠다는 지은이의 의도는 어느정도 적중했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라서 그런지몰라도 그 시도에 걸맞지 않은 아쉬움도 보인다.

우선 이책은 '무협소설 작가 출신'의 책이지 '무협소설'이 아니다.
무협이라는 장르는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비현실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역사소설은 현실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테면 내공,외공,무슨무슨 10장 뭐 이런식의 무협에서 나오는 무술이나 용어가 나오
지 않는다.
무협을 표방했지만 무협스럽지 않은 모습인것이다. 무협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그리 무협스럽
지 않게 느껴질것이다.

그리고 재미를 추구한다고 해도 삼국지라는 거대한 얼개에서 주는 감동과 교훈이란것이 있는데
그런면에서 이 책은 깊이가 좀 부족한듯이 보인다.
재미를 중점으로 두었기때문에 발생할수있는 사항이긴 하나 재미와 감동이 동급으로 느낄수있는
방법도 있을것이다.

또 하나는 내용 전개를 빠르게했다고는 하나 분량 자체는 그리 줄은거 같지 않다.
기존의 삼국지도 대게 10권정도 분량인데 이 책도 10권이라서 양 자체로는 읽기가 그리 수월한
것은 아니다. 기왕에 삭제할껀 삭제하고 빠른 전개를 목표로했으면 2-3권 분량은 더 줄여도
되지 않을까.
내용상 끝은 공명이 죽은때까지 인데 다른 삼국지는 그 뒷얘기까지 다 담고도 10권이니 양이 그리
줄은건 아닌 셈이다.
삼국지 원형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광고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분량이다.

10권이나 되는 방대한 양에다가 나오는 사람수도 상당히 많다.
주요인물이 아니라면 헷갈릴 수도 있다. 그래서 기존의 삼국지는 권말 부록이나 각 권마다의
해설을 통해서 인물들을 정리하거나 연표를 작성하거나 지도를 그려넣는 듯의 읽는이의 이해를
돕기위한 부록을 첨부하는데 이 책은 그런것이 하나도 없다.
설정자체가 무림이라고 해놓았으니 연표를 작성할순 없다고 해도 나오는 인물들을 모아서 해설하는
정도의 서비스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달랑 지은이 후기만 맨 마지막 권에 적는것은 성의부족으로밖에 안 보인다.
그리고 쉽게 썼다고는 해도 그래도 역시 삼국지에 나오는 무수한 사자성어나 용어들은 한글세대
에는 어렵게 느껴질수도 있다.
권말에 그것들을 설명한 것도 덧붙였으면 좋았을껄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무협적으로 접근한 삼국지의 등장은 환영할 만하다.
삼국지의 엄숙주의에 빠져서 언제까지고 어려운 삼국지를 읽을순 없는 노릇이다.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고전을 쉽게 접근하게 하는것도 의미가 있는거 아닌가?
기존의 정역,평역된 소설들도 물론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지만 이런 식의 시도도
책과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는데 도움을 준다고 본다.
검궁인의 삼국지처럼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소설들이 많아진다면 그만큼 우리의 독서생활도
더 풍요로워질것이다.

다음에는 '무협풍'이 가미된 것이 아닌 '완전무협삼국지'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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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서태후
펄 벅 지음, 이종길 옮김 / 길산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에 책의 제목을 봤을때 서태후앞에 연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거 보고 좀 의아스럽게 여겼었다.무소불위의 철권을 휘두룬 서태후에가 애틋한 시절이 있었단 말인가하고 말이다.그리고 '펄벅'이라는 지은이가 주는 호기심도 작용하면서 읽고싶은 마음이 생기게 만들었다.

이 책은 어찌보면 일종의 '애정소설'이라고도 볼수있겠다. 펄벅의 대지같은 책만 봐온 나로선 펄벅이 이런 책도 썼나 싶을정도로 그 분위기가 다른 책이었다.우리가 흔히 아는 서태후는 청나라말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실질적인 황제로 군림하면서 청나라의 멸망을 재촉한 사람정도로 알고 있을것이다. 그러나 이책에서는 그런 면보다는 서태후도 한명의 여인이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며 주위의 상황이 그녀를 그렇게 몰고갔다는걸 그리고있는 책이다. 펄벅은 이 책을 통해서 역사적인 판단이나 잘잘못을 내리고 있지는 않다.그저 서태후라는 여인에 대한 인간적인 면을 들추어 내며 독자에게 판단을 내리게 하는거 같다.

이야기는 청나라 말 황제의 후궁으로 간택되어 입궁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여기서 보이는 그녀는 그저 보통의 감정을 가진 평범한 여인일뿐인거같다.그러나 입궁이후에 황제의 총애를 받기위한 행동이나 생각등은 지혜롭고도 현명한 처녀라고 여겨지고 아마 이것이 훗날 대국을 지배할것을 알게되는 단초가 아닐까 생각된다.이야기는 그녀가 황제의 사람을 받아 후궁이 되고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황제가 되고 그러면서 그녀가 권력을 쥐면서 여러가지 사건들이 일어나는 과정들을 담담하게 그리고있다.

사실 그녀가 행한 행동들은 그 자신이 살기위해서 어쩔수 없는것이었을지도 모른다.그녀가 사랑했던 영록과의 혼인이 이루어졌어도 그런 성격이 나왔을까? 그 환경이 그녀로 하여금 변신하지 않을수없게 만든것은 아닐까? 때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녀로,때로는 작은 일에도 슬퍼하는 감성적인 여인의 두 얼굴을 보였던 그녀는 그 내면을 살펴보기 전에는 단지 변덕스런 인물로 비춰졌을것이다.펄벅은 그녀가 그런 모습을 나타내는 과정을 급하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적당한 호흡으로 보여주고있다.

서양세력이 물밀듯 밀려오는 그 격랑의 시대에 최고통치권자로서 그녀는 분명히 한계였던 인물이었다.세상을 보는 안목이나 서양세력의 본질에 대한 인식을 그녀한테 기대할수는 없는 노력이었다.그래서 그녀로 인해 청나라가 멸망했다는 논리도 나올수 있을것이다.그러나 만일 그녀가 없었다면 청은 그전에 멸망했다고도 볼수있지 않을까? 그 당시로선 그녀가 유일무이한 대안이었고 그녀가 나라를 부강시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유지는 시켰다는 점에서 나라의 운명을 연장시켰다고도 볼수있을것이다.혹자는 어차피 망할 나라 몇년 더 끈다고 해서 나아질것이 무엇이겠느냐고 하겠지만 그 연장된 시간속에서 나은 미래를 설계할수도 있는것이다.비록 그런 것은 실패하고 말았지만 그 책임을 그녀혼자에게 물을수는 없을것이다.나라가 망하는데 하나의 군주만이 잘못하는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책에서는 청조말의 혼란스럽고 급박한 사정에 대해 자세히 말하고 있지는 않다.그저 서태후에 대한 초점을 이동하는 과정에 부수적으로 조금씩 그 환경을 살피고 있을뿐이다.그리고 서태후의 인간적이고 사랑을 갈망하는 평범한 모습을 주로 부각시키고 있다.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지게 마련이라서 그런입장에서 패자라면 패자인 서태후의 진면목이 많이 가려진것이 사실이다.서태후가 날카롭고 잔인한 면을 보인것도 사실일것이다.그러나 그런면만 가진것이 아닌 그녀도 남자의 사랑을 받고싶었던 한 여인으로서 그려지고 있는것이다.

사실 펄벅의 대지에서 보여줬던 그런 깊이가 이책에선 그리 보이지 않는다.서태후의 모습만 쫓아가다보니 좀 단조로와진거 같기도 하고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해석이나 평가가 빠지다보니 인물역사로서 보기도 좀 어려웠다.아마 펄벅은 서태후를 통해서 인간의 감정을 묘사하고 나타내려고 한거같다.역사소설이 아니라 그냥 파란만장한 삶을 산 한 여인에 대한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깊은 울림은 솔직히 잘 엿보이지 않았지만 두꺼운 분량이 잘 읽힐만큼 섬세하고 재미있게 쓰여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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