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이사이드 클럽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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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졌을 때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영원히 사랑해' 다. 죽을 때 까지가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주가 끝나는 그때까지 사랑하겠다 뭐 그런 뜻인데 영원이라는 말은 긍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영원히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꼭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소설 속 구미호나 뱀파이어처럼 수 백 년을 산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잘 안 간다. 지금의 인간은 100년만 살아도 오래 살았다고 하니.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역사의 시초부터 지금까지 강렬하게 이어오고 있는 원초적인 갈망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늙지 않고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사는 것. 사실 이것이 실현하기 힘든 것이기에 꿈을 꾸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현대 과학의 발달로 인해 조금씩 그 꿈에 다가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평균 수명도 길어지고 있고 질병에 안 걸리고 노화 방지하는 기술도 늘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100년 넘게 사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인간의 오래된 욕망을 기본 배경으로 전개되는 내용이다. 배경은 근 미래의 미국 뉴욕. 이미 세상은 평균 수명이 300세에 이르렀고 과학 기술의 발달로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한 몸을 갖게 하는 시술이 행해지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자 말자 유전자 검사에 의해서 남은 수명이 얼마인가를 평가 당하게 되는데 이때 긴 수명을 가진 우수한 유전자는 '라이퍼'로 분류되어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건강 관리나 먹는 것, 직장 등 삶을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 받게 되는 것이다. 대신 정부의 지시를 모두 따라야 한다.


라이퍼로 분류되지 못한, 별로 우수하지 않은 자원은 라이퍼에 비해서 정부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아마 그리 좋은 삶을 살지는 못할 것이다. 정부는 라이퍼를 분류하고 이들을 관리하면서 인구 감소의 문제를 벗어날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종은 아무리 풍족해도 통제를 받는 상황을 계속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성격이다. 오래된 삶에 일종의 권태과 환멸을 느끼게 된 라이퍼들은 비밀 모임을 결성해서 먹지 말라는 것을 먹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하면서 삶의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그 모임 이름이 바로 '수이사이드 클럽'.


주인공이자 라이퍼인 레아는 이 클럽에 다니면서 자신의 삶에 좀 더 여유를 두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만난 라이퍼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얀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게 된다. 오래전에 헤어졌던 아빠도 만나게 되는데 그 와중에 자신이 자살을 할려는 신호를 냈다고 정부에 의해서 감시를 당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실제로는 자살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지만 죽는 것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삶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뭔가 불편스럽다. 안락하지만 통제받는 삶과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사는 삶이 충돌하면서 어느 것에 가치를 두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사실 어렸을 때 막연히 오래 살아야지 했다. 100살 정도 살아서 TV 방송에 나오고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렸을때의 철부지같은 생각이었다. 나이 들어서는 적당히 살다가 아프지 죽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책 속의 라이퍼처럼 오직 자신의 외모와 생명 연장에만 관심을 가지고 살기는 힘들꺼 같다. 인간의 희노애락은 다양한데 맛있는 것도 못 먹고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가끔은 우울해져서 죽고 싶은 마음이 들때(실제로 죽지는 않고) 감시를 당한다면 그것이 참된 삶일까. 인간이라는 것이 서로간에 섞여서 함께 사는 존재인데 사랑하는 사람이 다 죽고 혼자 살아서 계속 새로운 사람은 만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기본적인 수명을 갖고 있다. 어떤 동물이던 식물이던 어느 정도 살다가 죽을 때가 되면 죽는다. 오직 인간만이 그 법칙을 깨고 더 오래 살려고 한다. 그것이 몇년이 아니라 수백년 궁극적으로는 영원 불멸에 이르러고 한다. 이것 자체가 자연을 거스르고 자신만 살겠다는 극이기주의가 아닐까.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것이 인간이라는 동물이 존재하는 하나의 이유라는 점에서 책 속의 영원이라는 것은 허무하면서도 참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는 수월하게 읽힌다.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주제로 삼아서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로 전개되고 있어서 재미있다. 다만 정부의 음모 이런 면도 약하고 스릴감도 뚜렷하지 않은 편이라서 그런면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있다. 이야기 전개로 봐서 뒤에 이야기가 더 나올꺼 같기도 한데 그러면 이야기 방향이 바뀔꺼 같아서 이대로 끝내도 좋을꺼 같다. 극의 갈등 구조를 더 키우고 정교하게 배치를 했다면 좀 더 흡입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오래 사는 것'에 대한 소재를 훌륭하게 잘 엮어낸 상상력이었고 '영원'의 가치는 또 다른 문제임을 생각하게 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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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너 다클리 필립 K. 딕 걸작선 13
필립 K.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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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K. 딕'은 당대보다 후대에 인기를 끈 대표적인 SF 작가다. 과학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다 풍족하진 않다지만 이 작가는 자신이 활동하던 시절에는 큰 빛을 못 보고 궁핍하게 살다가 조금 살만하다 싶을때 세상을 뜨게 되었다. 그의 생각이 너무 앞서있었던 것일까. 그가 살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쓴 작품들의 주제 의식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대였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혁신적인 생각이라고 찬사를 할테지만 그때는 보수적인 시절이어서 대체 무슨 생각이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을 꺼 같다.


이 작가의 작품은 소재나 배경은 미래 사회를 깔고 있어서 상상력이 참 풍부하다 싶은데 그 속에 스며있는 내용은 결국 인간성에 관한 것이다. 무엇이 진짜 인간이고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영화화한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 진정한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진짜와 가짜가 혼합된 상태. 필립 K. 딕은 그런식의 의문을 던지는 소설을 많이 썼다.


이번에 나온 작품은 아마 자신의 경험도 투영 된 거 같다. 가난하게 살면서 가정 생활도 순탄치 못했던 그가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던 것을 반영한 거 같은데 어쩌면 그 자신이 내용속으로 빠져 들어간 게 아닌가 할 정도다. 이야기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시절, 비밀 요원 프레드에게 지령이 떨어진다. 그것은 '밥 아크터'라는 이름으로 위장을 해서 비밀 요원이라는 정체를 숨긴 채 신종 마약인 'D물질'을 찾으라는 것이다.


주위 누구에게도 자신의 일을 숨긴 채 이중 생활을 하던 프레드는 스스로가 프레드인지 밥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일에 너무 몰두했을까. 마약 단속을 위해서 위장 잠입을 한 경찰들의 제법 흔한 예에서 보였던 중독이 그에게도 일어난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절제를 했어야 하는데 그게 쉬운게 아니었나 보다. 그런데 상부에서 어떤 용의자를 감시하라고 한다. 유력한 용의자라고 하는데 알고 봤는데 그 대상은 밥 아크터. 바로 자신이었다. 마약에 빠진 자아를 또 다른 수사관 자아가 감시하는 형국이다.


상황만 봐도 미칠 지경 아니겠는가. 두 개의 인격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자아 분열을 일으키고 만다. 자신이 망가진 것을 알게 되어서 재활 센터에 들어가지만 그 조차도 감시의 대상이 되고 만다. 그는 과연 어떤 거대한 계획의 한 일부로 작용하게 된 것인가. 아니면 그 자신의 깊숙한 곳에 있는 욕망에 지게 된 것인가.


책에서는 마약으로 인해서 환각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 가를 잘 묘사하고 있다. 내 정신이 내 것이

아닌 마약의 것이 되는 것이다. 왜 정부에서 마약을 없애려고 하는 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심신의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줄이이 위해서 잠깐 마약을 한다고 하지만 이내 강력한 작용으로 거기에 빠지게 된다. 


마약을 하면 몸이 녹는 것 뿐만 아니라 정신이 내 의지로 조절 할 수 없게 되는 무서운 것이다. 지은이가 평생을 우울증이나 신경쇠약증으로 고생했다고 하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두 개의 인격을 가진 이중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잘 전개 시킨거 같다.자신이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썼기에 마약의 위해성도 드러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마약을 매개로 여러 군상들의 삶의 파편을 잘 보여주고 있고 작전을 위해서 한 인간의 인격을 버리게 되는 비정한 모습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 좀 더 현실적인 내용이라서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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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스토리콜렉터 79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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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는 일본의 공포 미스터리 장르의 일가를 이룬 작가다. 인간 본연의 공포심을 이용해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데 단순하게 공포심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더 사실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 작가는 여러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데 독특하게 '집'시리즈가 있다.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서 어떤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데 사실 집이란 공간은 옛날부터 공포심의 공간으로 많이 활용되어 왔다. 그래서 동서양의 호러물을 보면 집이 주는 특유의 그 느낌이 있다. 미쓰다 신조는 그런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모르는 공간인 집을 이용해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번에 나온 작품은 앞에 나온 '흉가', '화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내용이다. 좀 더 평범한 느낌의 집이랄까. 제목만 보면 이상한 집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주인공인 유마는 아직 어린 한 소년이다. 오사카에서 살았는데 어머니가 재혼을 해서 새 아버지랑 도쿄의 대저택 같은 곳으로 이사를 간다. 어딘가 무뚝뚝한 새 아버지와는 달리 새 삼촌은 유마에게 더없이 편하고 친절해서 유마는 삼촌을 좋아하고 있다. 그러던 중 여러가지 사정으로 당분간 유마는 삼촌과 함께 살게 된다. 삼촌은 자기가 살던 아파트가 아닌 근처 숲 속 별장에서 살자고 한다. 


보통 같으면 산책하기 딱 좋은 별장인데 어딘가 느낌이 이상하다. 아닌게 아니라 별장 근처의 숲은 어린 아이만을 납치한다는 이상한 곳이다. 그냥 전설로만 전해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최근에 아이가 그 숲에 들어갔다가 납치되어서 살아 나오지 못한 경우도 있고 살아 나와도 기억을 잃어버린 일도 있었다. 당연히 유마는 그 숲에 들어가지 말라는 주의를 들었지만 무언가 이끌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별장 집은 오래되어서 윗층으로 올라갈 때 삐걱하는 소리도 들리는 곳이다. 그런데 한밤중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이제 진짜 유령일지 아니면 누군가가 침입했을지.


이야기는 유마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이상한 일들을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 특히 상냥하고 친절한 삼촌이 뭔가가 이상하다.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듯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어린 유마가 깨닫긴 힘들다.


책은 초반에 뭔가 미스터리 하면서도 으스스한 분위기의 집을 묘사하느라 조금 느리게 진행이 된다. 중반부터 유마가 겪게 되는 무서운 일들과 함께 후반부에 반전이 일어난다. 누가 나쁜 사람인지 누가 내 편인지 유마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게 된다.


책은 겨우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인 어린 유마의 시점에서 전개가 된다. 아직 어리기에 여러가지 기현상에 대해서 더 공포심과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사실 그 상황에서는 어른이라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을까도 싶다. 내가 유마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 현실감이 있을꺼 같다.


이야기는 후딱 읽힌다. 재미가 있으니 한번에 읽으면 그대로 읽게 된다. 사람에게 안전함과 따뜻함을 주는 공간인 집에서 일어나는 여러 괴이한 일들은 우리가 상상이 가능한 이야기라서 더 사실적으로 느낌이 오는 것 같다.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괴물이나 유령은 상상이 안되지만 이 작가의 이야기는 있을법한 상황을 만들어서 전개가 되기에 더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끼는 것이다.


이미 시리즈로 나온 흉가나 화가와 함께 이어서 읽는다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의 책은 한번에 딱 읽어내려가야 한다. 중간에 쉬다가 읽으면 책에서 느끼는 그 느낌이 제대로 전달이 안된다. 한번에 읽고 느끼는 그 느낌. 읽어보면 무엇인지 알 것이다. 밤에는 읽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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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수를 죽이고 - 환몽 컬렉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0
오쓰이치 외 지음, 김선영 옮김, 아다치 히로타카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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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 이치' 작가는 뭔가 좀 독특하면서 공포스럽기도 하고 말이 안되는거 같으면서도 곰곰히 생각하면 그럴싸한 글을 잘 쓰는 작가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작품들중에서 그런쪽의 작품들만 읽었으니까. 그런데 그런쪽의 작품도 쓰지만 편안하고 감동을 주는 책도 썼다고 하니 작가의 능력을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거 같다. 여러 장르에 능한 재능있는 작가를 한쪽면만 본 셈인데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 그의 작가적인 역량을 잘 느낄수 있는 책이 바로 이 '메리 수를 죽이고' 다.

 

사실 여러편의 작품을 모은 중단편선집인데 제목이 '환몽 컬렉션'이라고 한다. 원래 알고 있었던 작가 특유의 글쓰기가 나오는가 했는데 전부 다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기괴하고 특이한 서술을 한 작품도 있긴 했으나 일상적인 내용의 작품도 있어서 '오츠 이츠' 라는 작가의 글쓰기를 전반적으로 맛보기에는 이 책이 제격인거 같다.

 

그런데 특이하게 여기에는 4명의 작가가 나온다. 지은이가 오츠 이치 외 이렇게 되어있어서 4명의 작가의 모음집으로 보였다. 각 작가에 대한 이력도 앞뒤 날개에 소개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트릭이었다. 이름이 다르고 이력도 다른 이 4명의 작가가 실은 오츠 이치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썼지만 여러 사람이 쓴 글을 모은것처럼 느끼게 함으로써 각 이야기의 독립성을 가지게 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거 아니라고 해도 각 이야기가 차별적이고 느낌이 달라서 같은 작가가 쓴 작품들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역시 '염소자리 친구'다. 책에서 제일 분량도 많고 주제 의식도 있으면서 구조 자체가 탄탄하다. 일반적인 이야기지만 중요 소재로 쓰이는 것은 역시 환상적인 것이다. 주인공 집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여러가지가 날아오는데 옷가지는 물론이고 어느날은 강아지까지 날아온다. 이윽고 날아온 날은 미래에 발행된 신문. 거기에는 주인공이 아는 사람의 죽음이 적혀 있었다. 그 죽음을 바꾸기 위해서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 주된 얼개다.

 

이 이야기는 학원 폭력이라는 조금은 상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그것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을 주인공이 추적해가는 추리적인 내용이 흥미롭게 잘 전개가 되었다.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날듯한 현실성을 보여줘서 몰입감이 더 깊었던듯 하다. 이야기의 끝에 가서는 주인공이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결론이 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예측을 했지만 씁쓸한 느낌을 들게 했다.

 

이와는 반대로 좀 재미있고 발랄한 이야기도 있었으니 그것은 '소년 무나카타와 만년필 사건'이다. 만년필 도난 사건이 일어나고 한 학생이 범인으로 지목당하지만 그는 진범이 아니다. 어떻게 사건이 해결될수 있을까 했는데 뜻밖에도 반에서 있는듯 없는듯 했던 존재감없는 무나카타가 해결한다는 이야기인데 아주 큰 사건은 아니지만 사건을 추리하는 내용이 잘 짜여져서 흥미롭게 읽었다. 무나카타 시리즈로 나와도 좋겠는데 이 단편 해설자의 말에 의하면 뒷 이야기는 없다고 하니 아쉽다.

 

표제작인 '메리 수를 죽이고'는 우리 나라 소녀들에게도 익숙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영화등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재가공해서 쓰는 팬픽 같은것이 많은데 그것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외적으로 자신이 없어서 다른 사람과도 교류가 거의 없다. 그녀에게 유일한 친구는 판타지 세계의 잘 생긴 금발 소년이다. 그의 포스터를 방에 붙여놓고 그와의 대화를 상상속에서 했는데 그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2차창작글을 쓰기 시작한다. 바로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을 투영한 메리 수를 등장시킨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게임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고 거기에서 자신의 작품을 연재하기 시작한다. 글을 좀더 잘 쓰고자 하는 욕심으로 책 내용에 관련되는 것들을 조사하고 공부하고 또 직접 실습까지 하면서 점점 세상밖으로 나온다. 책은 일종의 성장 소설로 읽힌다. 주인공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오타쿠적인 삶에서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때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잘 그리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전체적으로 내용이 흥미롭고 술술 잘 넘어갔다. 미스테리한 내용부터 으스스한 내용도 있고 환상적인 소재에 실제 일어날수 있는 이야기까지 풍성한 내용을 담았다. 여러 장르의 글쓰기를 한다는 작가의 글솜씨를 잘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어서 좋았던거 같다. 이 작가의 확장성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몰랐던 성향의 다른 책을 읽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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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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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임루프 즉, 시간이 계속 이어지면서 끊임없이 다시 살아가는것을 말하는데 그것을 다룬 작품은 많다. 아무래도 시간은 되돌릴수 없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미련이 남은 인간들의 희망이 염원화된 장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사실 재미가 있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본적은 없지만 내 자신이 그렇게 산다면 어떤 느낌일까. 전에 어떤 영화에서 하루가 끊임없이 재생되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는 24시간이 무한 반복되는거였다. 처음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걸 다 하고 살지만 수없이 반복되다보니 삶에 대한 의욕이 사라진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설득력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할수있는건 제한되어있는데 기억은 그대로인채 시간이 무한대라면 또 그것이 계속 반복된다면 하고 싶은걸 마음껏 하며 살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타임루프물은 어찌보면 인간이 꿈꾸는, 그러나 이루어질수 없는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소재 자체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내용을 잘 꾸리지 않으면 금방 식상해질수 있는 한계가 있는 장르다. 다른 타임루프물과는 다른 느낌을 줘야하는데 확실히 이 책은 그런면에서 색다른 재미를 주는 내용이었다. 형식적으로는 타임루프물이지만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도 담고 있어서다.

 

주인공인 해리는 기차역 화장실에서 태어났다. 태생부터 뭔가 정상적이지 않았는데 어린 시절도 좀 불우한 편이었고 죽을때도 외롭게 세상을 마친다. 그런데 그가 다시 태어났다! 그것도 전생의 기억을 안고서. 뭔가 이상하다고 여긴 그는 정신병원으로 보내지고 끝내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고 거기서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이어지는 환생. 세 번째 환생에서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되면서 왜 이런 살을 살게 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 여러가지를 배운다. 철학, 의학, 물리학 등등 다시 태어날때마다 다양한 공부를 하게 되지만 원인을 알수가 없고 다만 세상에 자신만이 이런 삶을 사는것은 아니란걸 알게된다.

 

그리고 열한 번째 죽음에 이르렀을때 자신의 삶이 또 한번 바뀌게 된다는것을 알게된다. 그것은 세계 종말과 관련된 어떤 소녀의 전언이었다. 대체 무슨일이지? 자신의 삶이 어떻게 세상을 구하게 된다는건지?

알고보니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 외에도 또 있고 그들이 하나의 연대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과거와 미래를 아는 지라 역사에 개입하면안된다는 주류파와 역사를 바꿀수도 있다는 비주류파의 대립이 있게 된다. 해리는 이 소용돌이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정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하게 된다.

 

이야기는 재미있다. 큰 틀에서 이야기 골격은 복잡한게 아니지만 한두명이 나오는 타임루프 인생들이 아니라 여러명이 나오고 또 그것에 관한 정의로 대립하게 된다는 설정이 독특하면서 이야기를 힘있게 이끌어간다. 초반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삶을 살지만 이내 무한의 삶이 주어진걸 깨달으면서 점차 살아있는 의미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흥미로왔다. 여러번의 삶을 사는 만큼 이야기도 길어서 책이 제법 두껍지만 내용이 재미있어서 진도는 빨리 나가는 편이다. 각 삶에서 내가 주인공이었으면 이렇게 했을텐데하는 생각도 들었고 책 후반부에 주인공이 선택하는것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었다. 역사에 개입하거나 관망한다는 것이 단순한 선택이 아닌 나름의 가치가 있게 느껴져서 더 현실감있었던거 같다.

 

시간여행같은 이런류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책에 흠뻑빠질수록 내가 이야기속에 있는거 같아서다. 이 책은 그런 느낌이 더 했는데 아마 이야기에 몰입이 잘 되었던거 같다. 실제 이런 삶을 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에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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