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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여자
김미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0년 5월 17일 오후 4시경, 히말라야 로체 정상에 첫발을 디딘 한국 원정대원 중 하나가 아이젠에 걸려서 눈 밖으로 튀어 나온 서바이벌 키트를 발견한다. H.H라는 이니셜이 세겨져 있는 알루미늄 통을 본 대원은 삼 년 전 로체 남벽 코스로 단독 등정을 떠났다가 실종된 하훈의 물건이 틀림없다고 단언한다.
서바이벌 키트를 열자 그 안에서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이 나왔다. 거기에는 하훈이 1997년 5월 21일 MM이라는 여자에게 보낸 연서가 들어 있었다. 김인호 기자가 이 내용을 신문지상에 실었고, 얼마 뒤 제이라는 여자가 김인호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제이라고 밝힌 그녀는 MM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미목이 하훈을 처음 만난 것은 횡계에 있는 별장에서였다. 하훈은 별장지기의 조카였다. 미목이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을 때 하훈이 도움을 주었고, 이 일을 계기로 둘은 친해진다. 서로에게 강렬하게 끌리던 둘 사이에 정념이 싹 터 결국 관계를 맺게 되자 운명의 시계가 거꾸로 흐르기 시작한다. 미목은 결혼한 여자였다.
둘은 몇 번인가 도덕률에 따라 관계를 정리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별장지기의 상갓집에서 다시 재회한 둘은 자신들이 서로의 운명임을 인정하고 남편에게서 도망쳐 강원도로 숨어든다.
꿈과 같은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미목은 친정 오빠와 남편에게 발각되어 집으로 끌려간다. 미목은 한동안 친정집에 감금당했다가 남편에게 '양도' 되는데, 남편은 그때부터 미목을 육체적으로 학대하기 시작한다. 물론 강간과 같은 성적 학대도 빠뜨리지 않았다.
어느 날인가, 남편이 폐건물로 미목을 데려간다. 주먹질 끝에 성적 학대가 이뤄지려던 그 때 미목이 송곳 같은 물건으로 남편을 찌른다. 남편 영준은 그 자리에서 숨진다. 미목은 친구 제이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제이는 폐건물에 불을 놓아 증거를 인멸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 미목은 그러나 하훈을 만날 수 없었다. 하훈은 등반을 위해 네팔로 떠난 뒤였다. 부랴부랴 뒤를 쫓아간 미목은 베이스 캠프에서 로체 남벽을 올라가는 하훈을 검은 점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폭풍우가 몰아쳐 하훈은 실종되고, 미목 역시 인근 말을에서 하염없이 슬퍼하다 자살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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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무미건조하게 재구성해보면 섬뜩하다.
안정된 삶을 위해 결혼하여 윤택한 삶을 누리던 한 여성이 어느 날 야성적인 산악인을 만나 한눈에 반한다. 며칠 만에 둘은 몸을 섞게 되고, 부정한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지 않은 채 1년 여 간 밀회를 이어간다. 둘은 미사리 카페촌에서 만나 달콤한 술잔을 기울인 후 모텔, 차 안 가리지 않고 관계를 맺는다. 그러다 마침내 둘은 남편에게 어떠한 공식적인 이별 통보도 하지 않은 채 야반도주하듯 사라져 또 몇 달을 지낸다. 그 후 분노한 남편의 육체적 학대에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여자는 오랜 친구를 시켜 시체를 방화하여 증거를 인멸한 후 해외로 도피한다. 내연남이 죽자 돌아갈 곳도 사랑할 사람도 없어진 여자는 자살이라는 폭력적 결말로 인생을 마친다.
그래서 소설이라는 게 재밌는 거겠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에 히말라야 설산 이미지와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양념으로 더했다. <모짜르트가 살아있다면>은 풋풋한 맛이라도 있었는데, <자전거를 타는 여자>는 너무 식상하다. 그런데 왜 제목이 자전거를 타는 여자일까. 미목은 자전거 타기를 좋아한다고 말은 하지만, 딱 한 번 탔다가 자빠지는 장면 밖에 안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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