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뜨고 미국은 가라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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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파산하는 날 - 서구의 몰락과 신흥국의 반격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6월

SF 공상과학 소설이나 미래 흥망소설의 제목처럼 <미국이 파산하는 날>이란 아주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지만 원저의 제목은 <어떻게 서방세계가 주도권을 잃었는가>쯤 될 것이다. 제목<How the West was lost>. 요새 시류에 맞는 책이다. 더더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여파로 인해, (진원지인 미국이나 유럽은 상대적으로 멀쩡한데 비해) 한국의 주식이 반토막나는 현실과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아마 제목 보고 책을 고르는 분들은 손이 저절로 가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의 제목도 '중국은 뜨고 미국은 가라 앉는다'로 정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충격요법을 통하여 미국의 각성을 촉고하는 책이다. 물론 미국의 입장과 관점에서 애증이 녹아져 쓰여 있다. 다만 미국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단점이 부각되고, 중국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장점이 부각되어 있다. 물론 비교의 수사법으로 본다면 논리 전개하는 방식이 맞지만, 미국의 단점은 더 험악하게, 중국의 강점은 더 미화되어, 약간의 과장이 섞여져 있다고 본다. 다만 약간의 과장이 섞여져 있다고 해서 책의 전체 흐름에 문제가 있다거나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속사정을 들어볼 만하고, 많은 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 책은 그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본의 잘못된 배분, 노동의 잘못된 배분, 기술의 잘못된 배분, 교육의 질 저하, 인프라 투자의 미비, 엔지니어의 부재, 저축보다 소비 등(그외에도 많지만, 갑자기 열거하려니 생각나지 않아서...)을 들고 있다.

현재 미국발 경제위기의 원인 분석도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특히 책의 p100~106 쯤에 나오는 레버리지 효과로 인한 부동산 버블 및 그로 인한 위기 발생 분석은 개인적인 경험으로 그냥 지나쳤던 부분을 더욱 쉽게 정리하여 자세히 알게된 부분이었다. 물론 같은 장의 이후의 페이지에서도 더 깊은 분석이 나와 있다. 

책의 제목이나 단원별로 단편적으로 따로 떼어 본다면 미국(그리고 유럽도)은 문제가 많다, 너무 많아서 지금까지 지탱해 온 것조차 기적에 가까운 듯 보인다. 미국의 경제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하지만 책의 전반적인 느낌을 본다면, 이렇게 잘못된 점이 많으니 미국은 곧 망하고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신세계가 열린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렇게 문제가 많으니, 빨리 서둘러 해결책을 강구하라는 분발과 각성을 촉구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시말해 미국의 입장에서 과감한 개혁과 결단이 있기를 희망하는 느낌이 든다. 즉 미국적인 입장에서 위기를 정리하고 충격요법을 통해 깨우기 것이 책의 목적이란 것이 개인적인 결론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의 역할은 거의 무시(?) 혹은 무관심으로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분이 쓰신 해제와 역자 후기에는 언급되어 있지만) 강대국 사이에 끼인 새우등 신세로 끼인자와 약자의 설움 혹은 주역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에 대한 알량한 애국심 일 수 있겠다.

혹시 책 한 권을 읽기 힘들다면(시간이 없다던가, 책 한권 사보기 아깝다는 이유로) 마지막 표지 빨간색 정리만 읽어도 이 책을 통해 결론내린 향후 예측 시나리오를 살짝 곁눈질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