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추락/머니랩>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끝나지 않은 추락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의 세계경제 분석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장경덕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경제 위기에서도 뉴스는 좋은 것만 이야기 하고, 정부가 잘한 것만 이야기 한다. 뉴스에 비판 기능이 없고 반대하는 의견을 다루지 않는다면 뉴스가 공보나 홍보와 무엇이 다를까… 경제 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비책이나 준비는 없고, 다만 외부의 어려움을 이겨낸 내용만 줄기차게 방영한다. 의심스럽다면, KBS 9시 뉴스를 보고, SBS 8시 뉴스를 보라. 정부의 장밋빛 정책에 대한 홍보만을 전달할 뿐이다.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내용을 방송한다. 하지만 그것을 옳은 일일까, 그냥 믿으면 다 잘되는 것일까… 이러한 의심을 갖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필자는 자본주의의 금융시스템에 관한 구조적인 결함을 조목조목 짚어 가면서 이야기 하면서 이 책을 시작한다. 경제학자들은 시장을 선도(先導, 더 좋은 경우라면 善導) 했었나 하나, 스스로 사후에 평가자가 됐을 뿐 경제 위기가 진행될 때까지 경제학자들의 역할은 없었다고 자평한다. 이 책은 그 근본적인 자본주의의 금융시스템에 대하여 ‘아니오’라고 말한다. 국내에서도 지금까지 아니오라고 말한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김광수 경제연구소 같은 곳은 이른바 좌빨로 분류하고 매도할 뿐, 그들이 지적하는 이야기를 듣고 준비하지 않는다. 미국중심으로,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월 스트리트의 이야기는 아무 거름장치 없이 고스란히 전달받을 뿐이다.

이 책의 표현대로, 현재 금융시장의 실패는 품질관리 시스템 없는 제조업 같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금융상품에는 검증과정이 없다. 금융가들이 이해득실에 따라 상품을 만들고, 연준도 아니고 미국정부도 검증하는 일 혹은 안전장치에 관한 일을 하지 않는다. 이런 정부가 당연하게 해야 할 행동은 다만 불필요한 규제로 분류되고 개혁할 대상이 될 뿐이었다. 그 결과는 암울한 현실이다. 미국은 소비대국으로서 발생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채무로, 돌려 말해 채권 발행으로 늦춰지고, 그 채권은 독일이나 일본에서, 심지어 미국보다 가난한 나라인 중국이나 산다. 부자나라 미국 국민들이 이룬 과다한 소비을 골을 중국에서 채워주는 것이다. 급여보다 많은 소비를 위하여 모자란 금액은 무분별한 대출로 이어지고, 대출은 주식시장의 거품으로 반영되었다. 거품이란 시간이 지나면 꺼지므로, 부동산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은 신용카드 대금도 갚지 못한다. 그 결과 우량 주택 대출과 상업용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쳐 지금 미국발 글로벌한 경제 위기를 불러 왔다.

이 책을 보면 미국은 금융선진국인지 알았더니, 알고 보니 조직화된 사기꾼이었다. 불량 금융상품을 만들고(중간에 나오는 수수료를 따먹고), 구조적인 불합리함을 여럿이 나눠 가지면 안전할 것이라, 좋게 말해 위험의 분산이라고 속이고, 그 위험이 커지고 커져 그들이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닥쳐오자 정부지원금으로 보너스를 받았다. 이 책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금껏 나온 해결책을 되짚어 보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5장이 핵심인 듯) 부시 행정부의 무분별한 금융지원 정책은 기존의 상업은행으로부터 시작하여, 투자은행, AIG 같은 기업을 지원하였고, 그 법적인 뒷받침으로 TRAP 같은 법안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무분별한 대출로 이어져, 금융권과 금융시스템은 파괴되었으나, 월 스트리트는 계속 풍족한 보너스를 누렸으며,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금융권은 계속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었다. 그 원인의 주체인 월 스트리트는 그 책임은 행정부로 떠넘긴다. 더욱 큰 문제는 현 현 오바마 행정부도 그 연장선에 있어 그리 희망이 밝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어 가면서 느끼는 점으로, 자유시장 경제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 들어 답답한 느낌이었다. 이해가 안가는 곳에는 투자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작가 스티글리츠의 논리는 케인즈 학파의 이론에 가깝다. 각국 정부들이 추진하는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정책에 동의 한다. 하지만, 시장은 만능기구가 아니므로 이제 자정작용의 한계를 넘었고, 이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여 규칙을 만들고, 심판을 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가들이 그들 자신을 위하여 규칙을 만들어 왔고, 그 손실은 납세자들이 메우는 부시-현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의 오류를 끊을 때가 왔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그는 신자본주의(New Capitalism)로 월 스트리트에 대한 신뢰 회복을 우선하며,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 사이의, 시민과 정부, 지금 세대와 다음 세대사이에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외 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p321). 2009년 G20에서 경기 회복을 위해 글로벌 공조가 중요한지, 세계적으로 조화된 규제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지 논의에 대해 필자는 둘다 중요하다고 말한다(p333). 국제적으로 포괄적인 규제가 없으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나라로 옮겨 갈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례로 든 Tax Heaven(조세피난처)같은 예를 보면 그의 주장은 맞다.

현재까지 세계의 위기를 생산하고 또한 해결책으로 제시해 왔던,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는 시카고 학파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또한 이로 인하여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퍼트린 미국식 자본주의의 폐해에 따라 지금의 자본주의가 짝퉁자본주의로 퇴색되었다고 말한다. 미국 이외의 나라(한국도 포함된다)엔 농산물 생산에 보조금 지급을 반대해오면서 자기네들 나라에선 자동차산업, 철강, 금융산업엔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한 미국의 2중성을 우리는 눈여겨 보아야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물량위주의 농업정책의 걸림돌이 되는 우리의 농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미약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위탁화하여 비상시 식량을 무기화 경우에도 무조건적으로 순응해야만 하는 구조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또한 이 책에선 새로운 글로벌 준비제도를 제안하고, 준비통화를 만들(거나 다른 통화로 대처하는)것도 찬성한다. 이 후 거시 경제학의 원론에 관한 이야기로 들어간다. 시장은 완벽하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니 정부의 통제를 최소화 하여야 한다는 신고전주의학파(=시카고학파)를 대비시켜, 적절한 규제를 만들고 심판을 보는 정부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케인즈학파를 옹호한다. 또한 지금까지의 방법은 경제위기를 해결하는데 그다지 좋은 방법이 되지 못하니 지금의 방법이 아닌 여러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 지금의 문제는 작고 조그마한 문제가 아니다. 금융시스템과 그에 기반한 제도들, 그리고 많은 연결고리를 끊어 버려야 하는 경제체계의 광범위한 실패라고 진단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저자가 책을 쓰는 동안에도 시대와 상황이 바뀌고 있다. 그만큼 급박하게 변한다는 뜻이다. 현재 재정지출을 늘리는 정책 같은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지도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반등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며, 기대는 그리 희망적이지 못하다. 지금 당장의 현실과 바로 눈앞의 미래를 보기 원한다면 책의 10장 이후의 이야기 ‘후기’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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