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예술과 중력가속도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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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조합이 특이하긴 한데 한편으로는 그 부분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뉴스룸에 나오지 않았다면 읽어 볼 생각도 안했을 지도 모른다. 우선 에스에프니 첨단과학이니 하는 것들에 문외한이기도 하고 내용이 복잡다단해서 이해하지도 못 하면 읽느니만 못 하니까.


열 편의 단편이 묶인 소설집인데 모두 2050년쯤 되는 미래가 배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주로 넘나들고 화성에도 살고 막 그런다. 하지만 낯설어 마시라. 책 속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을 가지고 익숙한 감정을 공유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말을 한다. 그러니까 시간적인 배경은 미래지만 약간의 장치만 제외하면 인간적인 관계는 현재와 다르지 않게 돌아간다는 사실. 그래서인지 작가의 빼어난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재밌게 읽었다. 문장이 단순하면서 깔끔하니 술술 잘 읽히고 과학적 지식을 현란하게 나열하면서 잘난척하지도 않으니 부담스럽지 않고.


결론적으로 즐겁게 읽었고 다른 작품도 기꺼이 읽어 볼 생각이다. 더불어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오래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이왕이면 좀 색다른 작품이 두루두루 있으면 좋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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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거나 허무한 인간의 모습이외에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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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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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독신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이사온지 수개월밖에 되지 않은 외지인이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목을 졸린 흔적때문에 살해 되었을 거라 추정되지만 살해 동기도 살인 용의자도 쉽게 풀리지 않는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누가 봐도 추리 소설이지만 좀 더 읽다보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세 개쯤 떠오를 것이다. 대체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 그리고 두번째 에피소드까지 읽고 나면 확실히 알게 된다. 이것은 추리 소설을 가장한 휴먼스토리였음을.


영드에 나오는 샤프한 셜록 홈즈나 만화에 나오는 고전적 탐정 김전일의 기똥찬 추리 과정을 기대한 나는 몹시 당황스럽다. 그러나 장르의 크로스 오버를 시도했다(물론 지극히 편파적인 접근임을 눈치챘겠지만)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기로 한다. 무엇보다 날 지루하게 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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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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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까지 쉼없는 읽기를 마치면서 글쓰기 노하우를 배우겠다는 바램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어떻게 살 것 인가에 대한 고민만 깊어졌다. 빈껍데기같은 글쓰기가 되지 않도록 소신을 세우고 끈기있게 밀어 부치려면 삶의 방향부터 잡아야 한다기에 그렇다. 뜬구름 잡는 얄팍한 술수가 얼마나 가겠나. 결국 밑천이 떨어지고 말 것을.


두 전직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보좌했던 저자는 그들의 말과 글을 인용하여 글쓰기 노하우를 풀어 놓는다. 저자 자신도 글쓰기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건만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은 주로 두 전직 대통령의 방식에 관한 것이다. 저자 자신도 두 대통령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의 기본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쓰라는 것이다. 남의 말을 빌려 쓰는 것은 한계가 있고 아무런 감흥을 줄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글쓰기에 녹아 들도록 하려면 독서와 사색이 기본이고 어떤 구조와 형식을 빌어 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끊임없는 노력과 시도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한다. 결국 좋은 글쓰기에 대한 고민은 삶의 방향을 어떻게 정하고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의 문제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것부터 해 보기로 했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으니까 더불어 좋은 글을 쓰고 싶으니까, 삶에 대한 고민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한바탕 철학적인 몸살을 앓다니.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운 것이 또 하나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삶의 방식과 태도다. 그것이 통제된 언론을 통해 접했던 것들과 사뭇 달라서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들에 관한 진리이 무엇이었는지 조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스럽다. 무엇보다 그들의 말과 글이 자신의 권위와 이익을 위한 속임수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감동스럽다. 가슴 속에 품은 말은 더 많지만 인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인만큼 이쯤에서 접어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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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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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는 작가의 변. 작가는 침몰하는 삶에 류승민과 이수명을 내던진다. 이수명은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도망친 정신분열자다. 그 앞에 나타난 류승민은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입원 첫 날부터 탈출을 시도하는 문제아다. 자신의 운명을 저항없이 받아들이고 싶은 수명에게 병원을 통째로 뒤흔드는 승민은 멀리하고 싶은 시한폭탄같은 존재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명과 승민은 매번 같은 일에 휘말린다.


어느날 수명은 승민이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승민의 마지막 바램은 자신의 의지대로 하늘을 날으며 눈이 머는 것이다. 눈이 먼다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그 장소는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싶다는 것이다. 승민의 말은 수명에게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끼게 된 것. 수명은 처음으로 자의적인 탈출을 시도한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자유의지라는 가치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존재.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명분을 움켜쥐고 사는 존재.

그 가치와 명분에 울고 웃는 존재.


어린 아이도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지 못하면 주저앉아 울음부터 터트리지 않는가. 자신의 의지를 거부당한 상태는 어린 아이라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닳고 닳은 어른이야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가 처절하게 무시되는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장치였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이 소설이 시작된 초기의 물음에 대한 답을 수명의 말을 빌어 세상에 외친다.


넌 누구냐?

승민이 물었다.

알아맞혀 봐.

내가 대답했다.

새야?

아니.

비행기?

아니.

그럼 누구?

나는 팔을 벌렸다. 총구를 향해 가슴을 열었다. 그리고 언덕 아래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나야. 내 인생을 상대하러 나선 놈, 바로 나.

(337-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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