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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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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대한민국에 대한 향수로 읽힌다. 그것은 오랫동안 그 곳을 떠나 있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그 나라의 정서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작가의 글이 내 몸뚱아리 어딘가에 묻혀있던 본질을 자극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십년도 더 된 어느해 여름, 양평땅 어딘가에서 보낸 여름 휴가이기도 하고 영화관이 몰려 있던 종로 일대를 친구들과 함께 쏘다니던 추억이기도 하며 너무 오래되서 잊고 있던 남대문 근처에서의 직장생활에 대한 기억이기도 하다.

향수라는 것은 참으로 희한한 것이어서 무뎌졌다 싶다가도 어느 순간 불쑥 불쑥 나타나는데 세대로 치면 할머니와 손녀만큼의 차이가 나는 작가의 글을 읽다가도 이렇게 향수를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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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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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작가는 나의 부모보다도 앞선 세대이니 아무리 유명한 분이라 하더라도 글은 구식일거라고 생각했다. 도서관 선반에서 그분의 책을 몇 권 발견했을때 호기심은 생겼으나 망설였다. 다음번에 갔을때도 그 다음번에 갔을때도 그것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마치, 자 이제 그만 재고 한 권 읽어 보라고 권하는 듯이 말이다.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한 권을 빼어 들었다. 단편소설 여섯 편이 묶인 소설집이었다. 그 중 뒤에 몇 편은 다른이들의 글과 함께 엮여 있었다. 그것을 다 읽고나서 쥐뿔도 모르는 내가 참 오만했구나 라는 부끄러움이 고개를 들었다. 좋은 글은 세대니 시대니 라는 시간적인 개념과 무관한 것을...

누구는 우리의 어머니같고 누구는 우리의 이모같은 그런 평범한 이들이 화자로 나선다. 그러나 그들의 세대는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겪어 낸 불행한 한국 현대사의 희생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가슴 속엔 깊숙히 감춰 놓은 불안의 씨앗이 있다. 행여나 그것이 싹을 틔워 온 몸을 휘감아 버릴까 두려워 전전긍긍하는 상처받은 인간들이다. 작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세련된 문장으로 풀어 나간다. 가끔 뜻모를 한자어가 등장하지만 그마저 문장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장치인 것 같아 생경한 느낌은 어느새 감탄이 된다.

서울대에 입학했던 재원이라지만 전쟁통에 학교를 중퇴하고 학업을 이어가지도 못하였을 뿐더러 마흔이 될때까지 가정주부였다는 사람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자마자 첫 작품으로 공모전에 당선될 때는 다 이유가 있었을 터이다. 말같지도 않은 오만을 팽개치고 그 분의 글을 읽기 시작하였으니 다시는 망설이는 일없이 그 분의 작품을 맘껏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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