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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몬드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리뷰를 쓸때마다 저 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매번 고민하는데 간혹 생각할 것도 없이 이건 무조건 다섯개야 라고 책읽기를 끝마치기도 전에 정하게 되는 책이 있다. 어제, 오늘 읽은 이 책이 바로 그렇다.
감정 표현 불능증.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이런게 정말 있는가 싶은 정서적 장애로 알렉시티미아라고 한단다. 트라우마와 같은 경험적 원인에 의해 생길 수도 있고 선척적으로 감정을 관리하는 편도체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 윤제는 후자의 경우다. 인간이면 누구나 느끼는 희, 로, 애, 락, 오, 욕의 감정을 느낄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인간.
지능적으로 혹은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감정을 느끼지 못 하는 것 쯤이야 살아가는데 무슨 장애가 될까 싶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인간은 자고로 사회적 동물이라 했는데, 사회적 동물이라면 타자와의 관계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건데, 그 관계성의 핵심인 감정 교류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면?
그런데 여기서 나는 다른 각도의 문제를 집어 볼란다. 세상엔 이런 장애없이도 도무지 감정 교류가 되지 않는 인간들이 있다는 사실. 멀리 볼 것도 없이 그게 안되서 높은 자리에서 내려오신 분을 포함해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갖가지 이유로 감정 표현 불능의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 부분적으로는 나도 그런 사람축에 속하는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는데 예를 들면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무엇인가를 강요하는 것, 그것만해도 아이들의 감정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소통 불능 상태를 보여 주는게 아닌가. 사회 전반에서 이런 문제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뉴스의 사회면을 덮는 온갖 종류의 사건, 사고들.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다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결국 소통의 문제이고 감정 표현 불능의 문제다.
소설에서 윤제는 결정적으로는 곤이와 도라, 간접적으로는 엄마와 할멈, 그리고 심박사와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 변화한다. 그리고 그 반대의 역할도 한다. 선천적으로 작은 아몬드(편도체)를 후천적으로 키우는 경험이다. 그 과정은 윤제를 한단게 성장시킨다. 윤제의 성장을 따라가면서 가슴 속에 무엇인가가 하나 남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그러한 변화와 경험, 그리고 성장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은 물음이다. 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