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서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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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렬한 팬이다.
대학교 1학년때 학교 도서관에서 [상실의 시대]를 처음 접하고 부터
그의 소설은 거의 다 읽었다. (단편소설 몇가지 정도만 못 읽었을까.)

판타지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작품에서 만큼은 예외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기괴하다.
표지그림에서부터 삽화, 이야기까지 모두 그렇다.
너무 짧은 이야기여서 그런가 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라서 자꾸만 어떤 의미를 찾게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양사나이,
주인공 '나'가 읽고 싶어하는 오스만투르크 시대의 세금징수에 관한 책,
홀연히 나타나 음식을 가져다 주는 예쁜 소녀,
고압적인 나이든 사서,
사서의 개이며 어린 주인공을 물었던 검은 개,
검은 개가 입에 문 찌르레기,
도서관에 남겨 둔 가죽구두 한켤레.
상징이 될만한 것들 투성인데 그 의미가 무엇일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나'를 지하 감옥에 가두고 음식과 책을 제공해 몸과 뇌를 살찌운 후 그 뇌를 먹는다는 이야기는
그림형제의 [헨젤과 그레텔]을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도서관은 과자집, 나이든 사서는 마녀가 되겠지.

헨젤과 그레텔도 기회를 엿보다 탈출에 성공했듯이
'나'도 양사나이와 찌르레기로 변한 예쁜 소녀의 도움을 받아 도서관에서 탈출해 집으로 돌아간다.
다른 것이 있다면 마녀와 마녀의 과자집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이상한 도서관과 나이 든 사서는 여전히 그곳에 그대로 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먹잇감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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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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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지루할 틈없이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지 않나 싶은 것.
결코 적은 양의 이야기가 아닌데 맘만 먹으면 아니 시간만 있으면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늘 밑바닥까지 추락한다.

제자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쫓겨나고 아내와 이혼한 주인공.
그는 도망치듯 파리로 온다.
언젠가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다는 염원을 간직하고 있었던 곳이지만
어쨌든 지금의 처지는 그렇게 낭만적이진 못 하다.

그러나 파리라고 해서 다를까.
계속해서 그를 따라 다니는 불행한 기운.

읽다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가 저만한 처지라면 파리마저도 떠나지 않을까 싶은데 어찌되었건 그는 악착같이 버틴다.

그러나 걱정마시라.
우연히 만난 환상의 여인은 그의 보호자임을 자처한다.
그녀의 손길이 스칠때마다 문제는 하나 둘씩 해결된다.
도무지 현실에선 가능하지 않은 방법으로
마법사가 나타나 마법의 가루를 뿌리듯이.

그의 소설에서 판타지를 만나리라곤 기대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판타지적인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의 취향때문인지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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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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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겉표지를 보고 몇 번이나 지나쳤던 소설이다.
우연히 읽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들의 리뷰가 담긴 sark님의 블로그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손이 가지 않았을 것.
sark님의 리뷰글을 읽으면서 어렸을때 탐닉했던 추리소설 시리즈가 생각났고
그 소설들을 읽느라 매일 한시간 일찍 피아노 학원에 갔던 일이 기억 났다.
피아노 학원엔 어린이용 추리 소설 전집이 있었는데 꽤 양이 많았다.
어찌나 재밌었는지 피아노 연습은 안하고 책만 읽어 댔는데
그래도 그 책들을 읽느라 학원엔 하루도 빠짐없이 갔더랬다.

그런 추억에 잠겨 있을 무렵,
마침 읽을 거리가 마땅치 않은 차에 도서관에 들렀고
몇가지 미스터리 소설류를 빌렸다.
그 중 하나가 이 책이다.

밀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은 일본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을 생각나게 한다.
사건은 언제나 밀실에서 일어났고
김전일은 언제나 '범인은 이 안에 있다.'라고 외친다.
그리고는 사건을 하나 하나 풀어 가는데 그전까지 도무지 가능할것 같지 않은 일들이
그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간다.
어린이용 추리 만화니까 딱히 복잡할 것은 없다.
그러나 언제나 범인을 찾아내는 통쾌한 결말은 신이 났다.

이 소설은 딱 그만큼까지다.
범행의 치밀함에 비해 살해 동기는 살짝 어이가 없으나
오랜만에 어린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유쾌한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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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춤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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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선 시스터 문]을 읽고 주저없이 그녀의 책을 선택했다.

첫번째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나지만
가바시마가 실종되기 전 설정해 놓은 장치들을 쫓아 가면서
이 단편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끝까지 읽고 보니 이것은 단편집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아이디어 노트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든다.
독특한 설정이나 독특한 구성으로 엮인 이야기들은
장편으로 풀어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이미 그런 책들이 나와 있는지도 모르지만.

책의 맨 뒷편에 쓰여진 작가의 말을 보니
작가 스스로도 몇가지 단편들은 더 긴 이야기로 써보려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미처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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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를 위하여 - 작가 츠바이크, 프로이트를 말하다
슈테판 츠바이크.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양진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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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배우던 [정신분석학] 교재는 하늘색 바탕 하드커버에 흰색 궁서체로 제목이 씌여진 것이었다. 심리학 개론서나 각각의 세분화 된 영역의 심리학 교재들에 비하면 눈에 띄게 얇아서 20세기 심리학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거장의 위대한 이론이 저만한 두께에 다 들어 있다는게 신기했다.

하지만 그 양이 얼마인지가 무엇이 중요한가.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면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자 했고 각종 실험과 연구를 통해 그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기에 이른다. 그것을 집대성한 것이 바로 [정신분석학]이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리비도'라든가 '의식 혹은 무의식'의 개념, '자아와 초자아' 그리고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생식기로 나눈 발달단계' 등의 개념이 등장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면이 어떤 단계를 거쳐 성장해 가는지 그리고 각각의 단계에서 필수불가결한 욕구의 충족을 경험하지 못하면 그것이 인간의 정신세계에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준다. 또한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면을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으로 나누고 인간의 욕구가 외부적인 환경에서 받아들여지거나 혹은 거부되는 상황에 따라 두 영역을 넘나들며 부정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 발현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인간 내면 연구에 관한 열정과 업적, 무엇보다 심리학의 광범위한 성장의 밑거름이 된 [정신분석학]의 골자인 성충동(리비도)에 관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이트는 순진무구의 상징인 유아에게서부터 성충동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것이 각 단계마다 적절한 방식으로 충족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성'적인 개념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그것의 진실여부와는 상관없이 논란이 될 수 있을 만큼 보수적인 시대에도 프로이트는 자신이 연구한 결과물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그러한 프로이트의 행동에 대해 츠바이크는 그의 성품이 본래 주위 사람들의 평판에 따라 좌지우지 될만큼 연약하거나 우유부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입징에서라면 프로이트가 그러한 강인한 성품을 가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만 하다. 그 당시의 논란과 대립은 오히려 심리학 발달에 자극을 주었을 것이고 [정신분석학]에서 파생된 줄기들은 우리가 인간을 이해하는데 더욱 다양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해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나 [꿈의 해석]과 같은 심리학적 업적들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에서 우리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프로이트 평전을 통해 프로이트 심리학 이론에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갖는다. 프로이트라는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와 그가 평생을 통해 달성한 학문적인 내용의 적절한 조화가 눈에 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한 시대의 지성인들이 서로에게 지적인 호감과 존경을 품고 서로의 영역에서 건승하기를 꾸준히 응원해 왔다는 것을 그들이 왕래한 서신을 통해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인간적이며 아름다운 교류인가. 마치 두 지성인의 영적 교감을 훔쳐 본 것 마냥 지적 즐거움이 느껴지는 부분이며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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