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를 위하여 - 작가 츠바이크, 프로이트를 말하다
슈테판 츠바이크.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양진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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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배우던 [정신분석학] 교재는 하늘색 바탕 하드커버에 흰색 궁서체로 제목이 씌여진 것이었다. 심리학 개론서나 각각의 세분화 된 영역의 심리학 교재들에 비하면 눈에 띄게 얇아서 20세기 심리학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거장의 위대한 이론이 저만한 두께에 다 들어 있다는게 신기했다.

하지만 그 양이 얼마인지가 무엇이 중요한가.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면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자 했고 각종 실험과 연구를 통해 그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기에 이른다. 그것을 집대성한 것이 바로 [정신분석학]이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리비도'라든가 '의식 혹은 무의식'의 개념, '자아와 초자아' 그리고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생식기로 나눈 발달단계' 등의 개념이 등장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면이 어떤 단계를 거쳐 성장해 가는지 그리고 각각의 단계에서 필수불가결한 욕구의 충족을 경험하지 못하면 그것이 인간의 정신세계에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준다. 또한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면을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으로 나누고 인간의 욕구가 외부적인 환경에서 받아들여지거나 혹은 거부되는 상황에 따라 두 영역을 넘나들며 부정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 발현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인간 내면 연구에 관한 열정과 업적, 무엇보다 심리학의 광범위한 성장의 밑거름이 된 [정신분석학]의 골자인 성충동(리비도)에 관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이트는 순진무구의 상징인 유아에게서부터 성충동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것이 각 단계마다 적절한 방식으로 충족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성'적인 개념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그것의 진실여부와는 상관없이 논란이 될 수 있을 만큼 보수적인 시대에도 프로이트는 자신이 연구한 결과물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그러한 프로이트의 행동에 대해 츠바이크는 그의 성품이 본래 주위 사람들의 평판에 따라 좌지우지 될만큼 연약하거나 우유부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입징에서라면 프로이트가 그러한 강인한 성품을 가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만 하다. 그 당시의 논란과 대립은 오히려 심리학 발달에 자극을 주었을 것이고 [정신분석학]에서 파생된 줄기들은 우리가 인간을 이해하는데 더욱 다양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해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나 [꿈의 해석]과 같은 심리학적 업적들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에서 우리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프로이트 평전을 통해 프로이트 심리학 이론에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갖는다. 프로이트라는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와 그가 평생을 통해 달성한 학문적인 내용의 적절한 조화가 눈에 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한 시대의 지성인들이 서로에게 지적인 호감과 존경을 품고 서로의 영역에서 건승하기를 꾸준히 응원해 왔다는 것을 그들이 왕래한 서신을 통해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인간적이며 아름다운 교류인가. 마치 두 지성인의 영적 교감을 훔쳐 본 것 마냥 지적 즐거움이 느껴지는 부분이며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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