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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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승리를 말할 수 있으랴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한달 전이던가, 기자단을 통해 연극 맛보기를 보러갔을 때 초등학생 한 명이 소설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는데 '잔인했다'고 하더라. 내가 그 나이였을 땐 어땠던가? 물론 집에 청소년용으로 나온 '노인과 바다' 책이 있었다. 읽었는지 안읽었는지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후루룩 펼쳐보긴 했던 것 같다. 그때는 이 책이 잔잔하고 담담하고 그런데 재미도 없다고, 그렇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세계문학은 '재미없다'라는 인식이 박혀왔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책에 대한 '맛'을 알게 되고 읽었는지 안읽었는지도 모를 '노인과 바다'를 읽으니 확실히 달랐다. 아마도 그때는 '그냥 한 늙은이가 바다를 표류하는 이야기'라고 여겨졌을지도.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구나. 지금은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는 감정이 생긴다.

'노인과 바다', 고독한 배 한척의 그림 속에 벅차는 감정이 숨겨져 있었다.

 

 

 

노인은 생각했다, 새는 우리보다 더 고달픈 삶을 살고 있지, 도둑갈매기나 크고 강한 새들을 빼곤 말이야. 바다가 그토록 잔인할 수 있는데 어쩌자고 저 제비갈매기처럼 가냘프고 여린 새들을 창조했담? 바다는 상냥하고 아주 아름다워. 하지만 몹시 잔인해질 수 있어, 그것도 아주 갑자기. - 30p

나는 줄을 정확하게 드리우지, 노인은 생각했다. 다만 더이상 운이 없을 뿐이야. 하지만 누가 알아? 오늘이라도 운이 트일지?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인걸. 운이 있다면야 물론 더 좋겠지. 하지만 난 우선 정확하게 하겠어. 그래야 운이 찾아왔을 때 그걸 놓치지 않으니까 - 34p

"그렇지만 난 놈을 죽이고 말 거야." 노인은 말했다. "위대함과 영광의 절정에 있는 저놈을" 그게 부당한 짓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 노인은 생각했다. 나는 인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 놈에게 보여주고 말겠어. - 69p

이런 일들은 난 잘 모르겠어, 노인은 생각했다. 어쨌든 우리가 태양이나 달이나 별을 죽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건 다행이야. 바다에서 살아가며 우리의 진정한 형제를 죽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말이야. - 79p

노인의 정신은 이제 맑고 또렷했다. 그는 굳은 결의로 가득 차 있었지만 희망은 거의 품지 않았다. 이런 좋은 일은 오래가지 않아, 노인은 생각했다. 그는 그 커다란 물고기를 한 번 쳐다보고는 상어가 접근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차라리 꿈이었다면 좋았을걸, 노인은 생각했다. 놈이 공격하는 건 못 막겠지만 놈을 죽일 수는 있을지 몰라. 이놈의 덴투소, 노인은 생각했다. 이 망할 놈의 자식. - 106p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지 않아."

 

 

바람은 어찌 되었든 우리의 친구야, 노인은 생각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항상은 아니지만 말이야. 우리의 친구도 있고 적도 있는 저 드넓은 바다도 그렇지. 그리고 침대도, 노인은 생각했다. 그래, 침내는 내 친구야. 그저 침대면 돼, 그는 생각했다. 그래, 침대는 내 친구야. 그저 침대면 돼, 그는 생각했다. 침대에 눕는다면 참 좋을 거야 침대는 바로 네가 패배했을 때 편하게 누울 수 있는 곳이지, 그는 생각했다. 침대가 얼마나 편한 곳인지 난 여태껏 알지 못했어. 그런데 널 패배시킨 것은 누구지? 노인은 생각했다.

"아무도 아냐."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난 그저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 - 126p

 

이미 여러 번 고기잡이에 실패한 노인에게 새롭게 행운이 오고 좋아할 찰나도 없이 바로 상어들이 쫓아와 그 행운을 앗아가 버린다. 또다른 큰 실패가 겹쳐지면서 좌절해 무너질 줄 알았지만 노인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칼을 잡는다. '차라리 처음부터 나한테 잡히지 말았으면' 한 순간에 상어밥이 되버린 거대한 물고기를 보며,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보며 노인은 말한다. '그저 누구의 탓도 아닌 내가 멀리 나갔기 때문이라고.' 격정적인 상어떼와의 혈투, 그토록 큰 자연인 바다와의 혈투는 안타까워 숨이 턱턱 막혔다. 바다 위의 배 한척, 홀로 있는 외롭고 고독한 싸움에 자신의 나약함을 느끼면서도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눈물겨우면서도 장엄하게 보이던건 왜일까. 현실에 있을 수많은 난관들에 우리는 노인처럼 자존심으로 불굴의 의지로 일어날 수 있을까. 헤밍웨이는 이 작품을 구상할 때 릴케의 '그 누가 승리를 말할 수 있으랴, 극복이 전부인 것을'이란 구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비록 수확을 얻지 못했고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패배가 아니라고 말하는 노인. 또다시 사자꿈을 꾸며 새로운 희망을 기약하는 노인에게 '그 누가 승리를 말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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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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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안녕 다정한 사람>

 

 

 

 

'참 대담한 기획이 아닌가'.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처음으로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이었다. 이병률의 여행에세이는 듣기도 많이 들었었고 읽고서는 여행 생각에 붕붕 뜨는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었다. 이런 작가와 함께 내로라할 명사들이 함께 여행을 하고서 그 흔적을 남겼다하니 어찌하여 눈이 가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유명인들이 자그마치 10명이다. 한 가지 장소에서도 느끼는 것은 수많은 것들로 나뉠텐데 이 책은 열 가지 장소에서만큼이나 그들의 느낌을 담았다. '여행하면 생각나는 곳', 어디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나.

 

 

첫번째로 만난 장소는 작가 은희경의 '호주'

'여행이란 멀어지기 위해 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돌아올 거리를 만드는 일이다. 멀어진 거리만큼 되돌아오는 일에서 나는 탄성을 얻는다. 그 탄성은 날이 갈수록 딱딱해지는 나라는 존재를 조금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함부로 혹은 지속적으로 잡아당겨지더라도 조금쯤은 다시 나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 18p

 

 

 

낯선 것 안에서 익숙함을 맞닥뜨리는 것이 좋다는 은희경 작가. 그녀는 신비스럽고 그리운 매력의 와인을 찾아 호주로 떠났다. 호주의 와이너리에서, 그리고 햇빛이 넘치는 자연안에서 향기를 가득 품고 돌아왔다. 그녀에게 여행은 와인을 마셨을 때 그려지는 장면들일까? '호주'라는 땅에 대해 들어왔던 말들처럼 그녀의 글은 산들바람처럼 솔솔거린다.

 

 

두번째, 이명세 감독의 '태국'

'결정되기 전 이미지란 환영과 같다. 하여 내게 있어서 이미지란 부수기 위한 대상이다. 지우기 위한 대상이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풍경을, 내 기억 속에 자리잡은 풍경을 부수고, 지워야만 지금 그대로의 실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행은 떠남이다. 떠난다는 것은 지금까지 누군가에 의해서 혹은 나에 의해서 규정된 것들을 몽땅 버리고 말 그대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다.'- 60p 

 

 

 

이명세 감독에 대해서는 영화 매니아인 언니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었다. 영화가 그냥 '예술'이라는 말. 그래서 그런지 이명세 감독은 '카메라'라는 그만의 창으로 세상을 보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듯 했다. '롱샷으로 보는 세상은 희극이고 클로즈업으로 보는 세상은 비극'이라는 그의 말. 영화에 관한 해박한 지식처럼 장면을 보는 그의 눈도 남달라보였다.

 

 

세번째, 이병률 작가의 '탈린'과 '산타마을'

그들은 놓치지 않기 위해 그만큼의 안간힘으로 그들이 오래 지켜온 색깔에 매달려 있다. 그것을 놓치는 순간, 인생이 꺾이고 마는 사람들처럼. 그래 그런가. 사이가 드문드문한 가게들, 식당들도, 행간이 선명한 술집의 불빛들조차도 모두가 탈린이라는 인생의 골목길을 수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106

 

 

 

그에게 여행이란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란다. 능청스러운듯 아닌듯 한 말에 웃어야될지 말아야될지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가장 추운 겨울, 그리고 가장 추울지도 모를 마을 안에서 더욱 화려하게 보이는 불빛들을 보는 마음이 어떠했을까? 그리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꿈을 품은 산타마을의 편지는 어떤 글이 담겨있었을까. 내가 여행의 베테랑(?)이라고 여기는 그의 글에 또한번 끌려들었다.

 

 

네번째, 백영옥 작가의 '홍콩'

홍콩은 한때 내게 어둠의 도시였다. 크리스토퍼 도일의 흔들리는 카메라처럼 불안하게 가라앉는 도시였고, 그런 정서는 내가 가진 균열들과 정확히 맞아떨어져 언제나 나를 흔들었다. - 128p

여행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행의 기억은 그것을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기억이고, 그곳에 함께 있던 사람들과의 기억이다. - 154p

 

 

 

영화 <중경삼림>의 장면들이 쓰윽 지나쳐가는 듯 써진 작가의 글의 첫머리.

 나에게도 기억에 남는 영화였기 때문에 홍콩의 모습들을 다시금 떠올려볼 수 있었다. 왠지 시끌벅적해보이는 홍콩. 그곳엔 정말 온갖 종류의 먹거리들이 다 있다고. 어이쿠야 내가 갈 곳이네....^^;

 

 

다섯번째, 작가 김훈의 '미크로네시아'

'나에게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이다. 계절에 실려서 순환하는 풍경들, 노동과 휴식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 지나가는 것들의 지나가는 꼴들, 그 느낌과 냄새와 질감을 내 마음속에 저장하는 것이 내 여행의 목적이다.' - 159p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미크로네시아. 인간의 무력함을 알게 될 열대밀림, 아침의 첫 빛을 관찰할 수 있는 열대의 바다. '열대의 바다에서 색은 공으로 소멸하지 않는다. 색들은 생멸을 거듭하면서 공을 가득 채운다. 열대의 바다에서 색과 공은 서로 의지해있다. 색은 공의 내용이고, 공은 색의 자리이다. 색과 공이 서로 끌어안고 시간 속을 흘러가고 있다. 열대의 바다에서 색과 공은 동행한다.' (171p) 이 책속에서의 김훈 작가의 글은 심해처럼 영롱한 빛을 품고 있는 보석같다. 여행을 노동이라고 표현하는 작가에게, 노동이라는 표현은 평소에 내가 힘들때 말하곤 하는 '노동'의 의미보다 수없이 많은 의미들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사진 속에서, 자연과 원주민들 옆에 서있는 작가의 눈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여섯번째, 음악감독 박칼린의 '뉴칼레도니아'

우린 '되고 싶은 것'들을 많이 상상하게 된다. 나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사람들 역시 특히 여행을 하며 상상을 하고 자신의 세계를 더 나은 그림에 접목시킬 것이다. - 214p

 

 

 

언젠가 TV에서 뉴칼레도니아 광고가 나왔을 때부터 푸른 바다 빛깔에 홀려 '언젠가 꼭 가겠다'하고 소리치던 곳이면서도 '도마뱀이 우글거린다'는 소리에 겁을 먹었던 기억이 있는 곳. '그 아름다운 곳으로부터 멀리 있다는게 참으로 다행이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뉴칼레도니아가 상상의 세계라고 말한다. 정말 마음이 두근두근한 곳이다. 언젠가 이 곳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을 정도로.

 

 

일곱번째, 셰프 박찬일의 '일본 규슈'

지구의 역사는 제각기 먹느라고 살아가는 인간이 남겨둔 패총의 총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미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도, 우뚝 솟은 서울도 거대한 조개무지와 다를 바 없는, 먹고 뱉어낸 허기와 욕망의 바벨탑인 바에는. - 247p

 

 

 

그렇지, 역시 식도락 여행이다. 식도락 여행은 나도 무지 좋아한다. 여행에서 먹을 것이 빠진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런데 박찬일 셰프의 식도락 여행은 '도시락'기행이다. 우리의 시선과는 달리 셰프의 손으로 만든 음식들이 도시락으로 나오게 되고, 식당에서 굳이 도시락을 시켜 그 자리에서 먹고. '에키벤은 이미 음식과 도시락을 넘어 '현상'이라고 불러도 될 의미심장한 일본 해석의 코드였다' (- 230p)

 

 

여덟번째, 가수 장기하의 '런던'

밤거리의 순진무구한 흥겨움과 낮 동안의 쓸쓸한 고요함을 함께 가진 사양산업의 도시. 리버풀은 내게 이번 여행의 세렌디피티였다. - 285p

 

 

 

그에게 여행은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타게 된 전철 창밖으로 바라본 풍경이 문득 참을 수 없이 아름다운 것.'

 나의 여행에 대한 생각과 가장 비슷한 것이 장기하의 여행이었다. 그의 런던 여행은 음악기행이다. 그리고 지극한 팬심 발동의 시간.

 

 

아홉번째, 신경숙 작가의 '맨해튼'

여행은 낯선 세계로의 진입만은 아니다. 그리운 것들과의 재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는 이렇게 흘러가겠지,를 뒤집는 일은 인생에서 수시로 발생한다.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도 새로운 것이 발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이다. 예기치 않게 뉴욕을 그리워하는 일이 내 인생에서 발생하기도 하는 것처럼. - 293p

 

 

맨해튼은 작가가 한동안 살았던 공간이었다고. 그래서 여행에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움과의 재회공간. 그리고 돌아와서도 그리움으로 가슴속에 남아있는 공간. 그런 공간이 나에게도 있을지 생각해본다.

 

 

마지막, 가수 이적의 캐나다 '퀘벡'

시민들은 강둑에 혹은 언덕에 늘어서 이 특별한 체험에 동참한다. 도시는 파괴 대신 리터치를 고안해냈고, 완전히 새로운 품격의 도시로 밤마다 다시 태어난다. 가상현실이 현실과 행복하게 끌어안는 장면을, 우리는 어쩌면 만들수도 있을 것 같다. - 355p

 

 

 

그가 말하는 여행, 현실을 벗어나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곳. 하나의 독립공간 같은 캐나다 퀘벡에서 이적은 그 현실이 가상현실과 제대로 만나게 되는 행복감을 느낀 듯하다.

 

 

열 가지의 포인트를 하나씩이라도 담고 싶어 다소 리뷰가 길어지긴 했지만 그 길이만큼 만족이 있는 책이었다. 마침 방학이라 여행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채운 탓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보시다시피 모두 전업 작가들이 쓴 책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어떤 부분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서로 다른 그들의 직업처럼, 개성을 느끼며 변덕스럽게 미소짓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10개의 여행에 대한 의미가 모두 '행복'의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을지도. 나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마지막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나에게 여행은 '같이 여행을 떠난 사람과 서로 자꾸 지어지는 웃음을 보고 무언가 더 보려는 조급함에 빨라지는 발걸음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 여행가고 싶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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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 우리가 알지 못한 유럽의 속살
원종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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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만 볼 수는 없잖아?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 원종우>

 

 

 

 

 


 역사는 분명히 다른 측면에서 본 단면을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한다. 여러 매체로만 남겨진 우리의 과거를 이해하기에 한가지 시선으로 보는 것 만으로는 우리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유럽문화 계열을 공부해야하는 나로서는 새로운 역사에 대한 자료들이 굉장히 반갑다. 이렇게만 보던 것을 저렇게만 보게 되고, 오해했던 것을 새롭게 다시 고쳐 알게 되는 것이다.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는 그 제목 대로 어떠한 편견이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냉정하게 관찰한 과거의 역사들을 자신의 의견과 함께 담아내었다. 그리고 기존의 역사서와는 다르게 유럽의 곳곳에 숨겨져 있는 내면들에 의문을 품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예를 들면 '히틀러의 로마 따라잡기', '현재도 이어지는 중세적 무지와 편견'처럼 시대에 따라 흐르는 역사적 사실 이외에도 새롭게 관찰할 수 있는 과거의 이야기들 또한 이야기 해준다.

 

 

 

 

 

 전 딴지일보 편집장이었던 이 책의 지은이 '파토' 원종우는 그러한 역사와 논리 이외에도 자신이 여러나라에서 겪어 왔던 현대 유럽에 대한 얘깃거리도 늘어놓았다. 우리나라의 발전된 면과 유럽 여러나라의 모습들을 비교하고 보다 바람직한 문명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하는지 생각할 동기를 준다. 한국과 유럽, 어느 문화가 더 낫다고 말하지 않는다. 분명 장점과 단점이 서로에게 존재한다. 저자는 이러한 장점과 단점을 서로 이해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방식은 온정적이고 따듯한 면은 있지만 그래서 낳는 병폐도 만만찮다. 지금가지 한국 사회의 모습이 증명하듯 자칫 사회 전체가 감정과 핑계, 무책임에 의해 끌려다니는 공정하고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일장일단이 있는 것인데 분명한 점은 그들이나 우리나 아직 가장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 111p)

 

 

삶의 여유는 단지 토요일에 쉬는 식의 기계적인 방법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이런 정책들은 사회 전체의 여유를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끌개에 불과하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여유가 사회 전체에 공유되는 것이다. 내가 시간적, 금전적인 여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것을 허용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를 한 템포 늦추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늦춘 템포를 일이 돌아가는 속도의 기준으로 삼고 비용을 지불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일의 속도도 느려지고 돈도 더 내야 한다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사회 전체에서 공유된다면 손해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34p

문명 차원에서 '발전' 이라는 말을 쓰려면 인간의 존재 양식이 총체적인 의미에서 향상되어야 한다. 전구의 발명은 기술을 통해 어둠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문명적 차원의 개가지만, 이어진 형광등의 발명은 기술적 발전의 의미는 있어도 같은 무게로 평가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 56p

 

낯선 것,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고 소화하지 못하는 문명은 저열하다. 서로 간에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대화와 양보로 조정하지 못하는 문명은 천박하다. 그러나 소화하지 못하거나 조정하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총칼을 앞세워 상대를 파괴하려는 문명은 저열함과 천박함에 더해 잔인하고 위험하다. 이런 자들이 강력한 폭력의 권능을 가졌을 때 인류의 미래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 131p

 

슈퍼맨의 훌륭하고 영웅적인 활동을 정치적인 의미에서 한 단어로 규정한다면 무엇일까. 그것은 '독재'다. 의도 자체는 순수했을망정 임의로 세상을 자기 기준에 맞게 강제적으로 바꾸어버렸기 때문이며, 그 모든 것이 물리력이라는 바탕하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가 믿는 바와 만든 세상이 진정 옳은 것인지, 복잡한 인간심리 및 세계정치와 경제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검증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그저 유사시에 언제나 폭력으로 변할 수 있는 무한완력이라는 힘을 가진 그가 만들어가는 세상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 329p

 

 

 

지난 학기 프랑스 혁명에 대해 정말 골치아팠던 시간을 보냈었기 때문에 프랑스 혁명에 대한 부분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그리고 유럽문명의 시발점인 로마 이야기와 외전으로 등장한 프리메이슨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특히나 소소한데 재밌게 보았던 부분은 이야기가 끝나고 난후 한 문장으로 들려주는 자잘하고 잡다한 지식들이 재미있었다. 공포스럽게만 보이던 단두대, 기요틴이 죽일 때 고통을 주지 않게 한 기구라니.... 또한 이야기 속에 나오는 중세시대, 마녀의 고발 사유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당시 마녀로 잡혀가는 이유는 얼토당토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큰소리로 웃는 사람, 많이 웃지않는 사람, 혼자 중얼거리는 사람, 몽유병, 낮잠자는 사람..... 현재가 중세시대였다면, 어휴 끔찍하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저자의 냉정한 태도를 가장 많이 엿볼 수 있었던 부분이 친일파에 대한 내용이었다. 제국주의에 대한 이야기 중이었는데, 작가에 의하면 친일파 중에는 실제로 기회주의자이자 파렴치한도 많지만 일본 제국주의의 명분을 믿고 지지했던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나 유명한 '내선일체 : 일본과 조선은 하나다'에 대해 일부 고위 친일파들은 체제와 사고를 강요한 것으로 비판받는 이 사상에 대해 '조선인이 일본인과 똑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차별받는 현실을 두고 비판했다'고 한다. 조선인의 이익이라는 입장에서 내선일체를 준수하라고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일본인의 독점욕에 대한 터무니 없는 명분이었고 친일파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아직도 치가 떨리지만 '내선일체'라는 사상에 대해 이렇게 느낄 수 있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다.(물론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ㅡㅡ)

 

문명은 그저 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문명의 발전을 위해 빌딩을 건설하고 다리를 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명인으로 부끄럽지 않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노력에서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 150p

어쨌든 저자가 계속해서 강조하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문명을 스스로 빛나게 하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가꾸고 스스로의 생각을 제대로 자리 잡히게 해야 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독도의 경우도 그렇다.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치면서도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어필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현재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는 아직 너무나 작다. 발전된 것이라 여겼는데 아직 한국이란 나라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더불어 세계에서 차별받기를 원치 않는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보다 낮아보이는 사람들에게 차별을 하고 있다. 이런 아이러니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성장해야 한다. 지금가지 역사는 인간으로 대변되어 왔다. 작가의 말처럼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우리 하나하나의 의식이 제대로 자랐을 때 우리 나라의 위상이 세계에서 더욱 큰 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좋은 역사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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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즈가 보낸 편지 -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윤해환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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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즈가 보낸 편지 - 윤해환> 2013년 시작과 함께 한국추리소설을!

 

 

 

 

 

 

 

 

 제목에서 보시다시피 이 소설은 셜록홈즈 '패스티쉬'소설 입니다. 패스티쉬라고 하니 뭔가 생소해서 찾아보았는데 원작과의 유사를 드러내면서 풍자나 해학이 들어가있지 않은 기법이라고 합니다. 만약 여기에다가 풍자가 들어간다면 패스티쉬가 아닌 '패러디'물이 된다고 하네요. 패스티쉬란 소재라서 그런지 작품 내에서 셜록홈즈에 나왔던 인물이 나오고 셜록홈즈의 대사들이 가끔 등장합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건 홈즈 패스티쉬지만 주인공은 새로운 인물이라는 거! 실제 인물인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가 '김내성'입니다. <홈즈가 보낸 편지>는 이 '김내성'이란 작가를 주인공으로 그가 어떻게 추리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셜록홈즈 이야기와 연계해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실 이 책은 이웃인 '특급변소'님이 쓰신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책으로 6회 디지털 작가상을 수상하셨다는.. 예전부터 홈즈가 보낸 편지에 대해 약간씩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주셔서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드디어 출간이 되어서 읽게 되었어요. 출간 직후 인터넷 서점에서 꽤 순위가 높아서 너무 궁금했는데 그동안 바빴던 터라 2013년의 첫 독서를 이 책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홈즈가 보낸 편지>는 2013년의 시작에 꼭 맞는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재밌게 즐길 수 있었던. 지금까지 읽었던 추리소설들을 생각해보면 셜록홈즈 단편 몇편과 한국 추리단편, 한국작가의 장편소설한권, 일본 유명작가의 소설 몇권..ㅋㅋ 이렇게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아서 한국 추리소설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추리소설 초보(?)가 단순히 재미에만 맞추어 평하자면 이 소설 정말 신선했답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요소를 갖고 있어서일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근현대의 배경(근현대사 무척 좋아한다는..)과 '김내성'이란 인물이 그 이유인데요. 예전에 봤었던 고전 배경의 추리소설 단편은 조금 실망한 감이 있었는데 <홈즈가 보낸 편지>는 새벽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일제강점기와 계속해서 나오는 우리 고유의 소품들(ex. 방갓)이 나오면서도 셜록홈즈와 외국인 친구, 그 당시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추리소설 작가의 이야기가 위화감없이 잘 들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긴장감 넘치는 3.1운동 배경의 오프닝! 꼭 셜로키언(셜록홈즈의 열성팬들)이 아니더라도 흥미를 일으키기는 충분했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서대문 형무소의 1081호 이야기. 이 부분 덕분에 더욱 긴장감 극대화!!

 

 

내성과 카트라이트는 조금 전 처음 만났다. 공통점이라고는 주근깨와 '엿=캔디'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셜록홈즈와 왓슨,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양인들의 이야기를 듣자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 25p

나에게 지금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관찰력, 글쎄. 추리력, 모르겠다. 지식, 없다. 그에 비해 카트라이트는 대단해. 어쩜 저리도 영특하지? 카트라이트가 부러웠다. 어떻게해야 그리될지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카트라이트처럼, 아니 카트라이트가 존경하는 셜록 홈즈처럼 되고 싶어! - 56p

내성은 대동강 저 멀리 사라지는 동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게 정말 현실일까, 저 이는 실존하는 인물일까, 혹시 이게 모두 꿈은 아닐가, 내일이 오긴 할까 고민하며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89p

갑작스러운 호통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내성 자신조차 놀랐다. 자연스레 이야기하려 하였는데 감정이 조절되지 않았다. 사방에 가득한 박하향 때문이었을까, 생각과 달리 가슴이 두근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 183p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계획을 구상해야 했다. 소설이라면 트릭이 실패해도 괜찮다. 책이 안 팔리면 그만이다. 현실은 다르다. 치졸하다 비웃는 저들보다 못한 처지에 떨어지리라. 카트라이트가 이야기한 토막민처럼 몰락하리라. '도망쳐' 내성의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꿈틀거렸다. - 229p

과거의 사건도 현재의 고민도 미래의 정체도 모두 잊어버리고 그저 지금처럼 흐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박힌 오래전 기억이란 이름의 바늘이 따끔따끔 가슴을 건드리며 조바심을 낸다. 우동 한 줄기 또르르 말아 입속에 넣으며 기억을 달랜다 이제 곧이다. 곧 모든 것이 해결될 테니 지금을 즐겨라. 한 그릇의 우동을. - 266p

 

 

 

 

책의 특이한 점은 작가가 '모른다고 본문을 읽는 데 딱히 큰 문제는 없지만 안 읽으면 섭섭할 매우 편협하고 사적인 주석들'이라고 적어둔 맨 뒷편의 10장 정도의 푸짐한 주석인데요. 사실 이렇게 뒷부분에 따로 정리해둔 주석들은 잘 읽지 않게 되는데 작가가 안 읽으면 섭섭할 매우 편협하고 사적인 주석들이라고 써놓으니까 '아, 왠지 엄청 비밀스런 이야기가 있을것 같다. 안보면 후회할것 같다ㅋㅋㅋㅋ' 하고 꼬박꼬박 읽게 되더라구요. 근데 재밌는 정보들이 가득! 혹시나 귀찮다고 넘어가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래도 '혹시나'하고 읽어보길 바라요. 아마 추리소설의 팬들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정보가 될 것이고, 저같이 추리소설과 많이는 친하지 않은 독자들은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듯 해요.

 

"You're the one! You're my Sherlock Holmes!"

널다리골 교회의 살인이야기 궁금하시졍?! (어머, 널다리골 교회 실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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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눈에 띄는 신간 에세이 [by. 리니Rinny]

 

 주구장창 내린 눈에 추워하던 찰나에 2012년이 지나고 새해가 왔다. 해가 바뀌는 경계에 너무나도 바빴던 나는 조용히 기뻐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비록 한살은 더 먹을지라도 언제나 새해의 카운트다운은 설렌다. 그리고 엊그제 내가 한 고민, '새롭게 무엇을 읽을까?' 이번 달에도 내 가방에 쏙 넣고 다니고 싶은 즐거운 에세이들이 가득하다. 1월의 주목 신간을 읽으면서 새해의 경계를 지금이나마 시끄럽게 환호하며 맞이하고 싶다.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 이지상> 중앙books | 2012-12-17
 - 오래된 여행자의 행복 노하우
정처없이 떠돌고 싶어 무조건 떠나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 새롭게 떠나 만난 곳에서 생소하게 접할 많은 감정들을 어떻게 대해야 되는지 작가 이지상은 오랜 여행경험을 통해 이야기해준다. 페이지 가득 꽉 찬 감성적인 사진들에 역마살이 지극히 끼일 것 같아 걱정이 되는 책이다. 어떡하지, 떠나고 싶다.

 

 

 

 

 

 

 

 


<모두 변화한다 - 모옌> 생각연구소 | 2012년 12월
 - 거침없이 펜을 놀리는 노벨문학상 작가의 자서전
나에게 중국문학은 낯선 분야였다. 그러나 2012년, 중국문학의 거장이 노벨문학상을 거머쥐었고 새롭게 관심을 두게 되었다. 환상과 사실을 넘나드는 소설같은 그의 회고록이 너무나 기대된다. 중국 사회의 변화와 함께 읽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이야기. 웃고 즐겨볼 준비 되었는가.

 

 

 

 

 

 

 

<파리,날다 - 설정환, 매그너스 무어>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12-14
 - 흥미롭다. 재미있다. 신기하다

죽은 파리의 사진과 일러스트를 사용한 작품들. 이런 흥미로운 작품들을 본적이 있는가? 아마도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6개의 국가와 여러 상품들에 이 작품이 적용되었기 때문. 이 재미난 작품에 시인 설정환의 글들이 더해졌다. 만약 누군가 이 작품을 '그냥 죽은 파리를 모아논 것'이라고 느낄테라면 아마 시인의 따스한 글과 함께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을듯 하다.

 

 

 

 

 

 

 

 

<엄마와 함께한 북클럽 - 윌 슈발브> 21세기북스 | 2012-12-21
 -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북클럽

췌장암 진단을 받은 엄마와 그 아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수단은 '책'이었다. 그리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리고 생이 끝난 이후에도 함께 연결되게끔 해준 것이 바로 '책'이었다. 예정된 미래를 준비하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책의 진정한 힘을 알 수 있게 하는 이 책은 좋은 책 목록까지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의 기록이다.

 

 

 

 

 

 

 

 

<내면 산책자의 시간 - 김명인> 돌베개 | 2012-12-10

 - '무언가 다른' 김명인의 런던 이야기
여느때보다 더욱 정치적인 시선이 많이 제시되고 있는 시점이다. 학생운동과 문학평론의 경험을 가진 작가 김명인의 런던이야기를 읽는다면 다른 여행 에세이들과는 달리 사적인 상황들에 깊게 빠져들 것이다. 내면 산책자의 시간, 어떻게 보면 치유적인 따뜻한 이야기만 그득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 역사의 기억속 아픈 곳을 다시한번 긁어주는 날카로운 시선 또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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