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2disc) - 할인행사
허진호 감독, 유지태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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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채널을 돌리다가 '봄날은 간다'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영화 봄날은 간다의 음악이라면서 틀어주었는데

참 좋더군요.

그래서 영화와 연결해서 함 듣고 싶어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감독은 사랑의 생성, 발전, 소멸을 어쩜 그리도 훤히 꿰뚫고 있는지...

몇년전 극장에서 조카와 이 영화를 보고 난다음,

 

"너는 은수의 마음이 언제 변하기 시작했는지 아니?"

"몰라."

"'나 김치 못 담궈.' 이 말 했을때야. 그런데 상우는 그걸 눈치 못채고 못담구면

내가 담가준다며 철썩 들러 붙는 맨트라니."

 

조카는 상우의 편에서서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는 사람은 용서 할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저는 제발 여자들이여 은수처럼 좀 영악해져서 이불 덥고 징징

짜는것 좀 고만했으면 하는 입장이었죠.^^

 

그런데 어제 다시 보니 상우가 불쌍하더군요.^^ 수색역에서 돌아간 영감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집에가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라는 외침은

할미보다 자신에게 한 말이더군요.

 

며칠전 서평에서  되도 안한 남자일 경우 '그 남자를 차버리'는 것에 동의했지만

전혀 상처없이 그 남자든, 그 여자든 차버리면 인간이 어떻게 성숙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상습적이고 회복불능의 상대라면 차 버려야 겠지만

은수는 얄밉지만 나름대로 현실을 직시해 어쩔수 없었으니

지구가 한바퀴 돌 만큼은 그리워하다 혹은 원망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실지론 다들 그러하지요?

 

그는, 그녀는 왜 나를 떠났을까? 뻔히 이유를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고 미련을

못버리고 끊임없이 곱씹고 극복의 방법으로 여러일을 하다가 스스로 깊어지고 결국은

시원하게 떠나 보낼수 있게 되겠지요.

 

아마 상우같은 사람은 한번의 아픔이 있었기에 다음짝을 만나서 좋은 남편, 아빠가

될것입니다. 물론 가끔씩 비가내리거나 벗꽃이 만발하면 문득 아프게 떠오르기도 하겠지만요.

 

은수의 입장에서 볼땐, 아, 그 백종학(?)씨, 은수가 상우를 꼬시듯 은수를 꼬시는

재주가 있더군요.^^ 은수로서는 당근 넘어갈밖에요.

이혼녀인 자신의 처지에서는 어느모로보나  백씨가 띵호아~~

 

조연으로 나온 문식아저씨와 얼굴이 선명하게 나오지 않은 택시기사친구도 역할 좋았어요.

고스톱 치는 신애 언니 인환아저씨등등 여러모로 꼼꼼하게 좋았습니다.

 

좋은 영화 만드는 감독은 대통령해도 잘 할것 같아요. ㅋㅋ..

 

허진호 감독의 정서가

상우에게 그대로 녹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땅에는 수많은 상우들이 있겠지요.

 

아, 그 '상우들' 중에 한 인간이 과년(?)한 저의 조카들을 데불고 가주면....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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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6-05-0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진호...저도 참 좋아하는 감독이예요.
자기는 "쿨함" 보다 "신파"에 더 끌린데요. 저도......그렇답니다.^^

폭설 2006-05-0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감독은 뭐랄까, 인간적인것 같아요. kleinsusun 님 저는 '외출'도 괜찮았어요.
한번볼때는 브로크백이 그랬듯 좀 지루한 것 같기도 했는데요, 두번 보니 확실히 괜찮았습니다. 다만, 그 미적지근한 배드신이 좀 ...ㅋㅋㅋ 그런데 사진속의 흑인 아줌니는 뉘기래요? 그옆은 물론 님이겠죠?
 
인사이더 - [할인행사]
마이클 만 감독, 러셀 크로우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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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엑션에서 '인사이더'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알파치노와 러셀크로우가 같이 나온다고 해서 보게 되었는데...아주 좋은 영화였습니다.^^

보다가 중간에 하교하는 큰놈을 데리러 가야 했기에 놓친 부분도 있는데

대략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영화는 '내부 고발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러셀은 미국  모 담배회사의 부사장 까지 오른 과학자였는데 어떤 오해로 회사를 쫒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런가운데 시비에수 '추적60분'피디 알파치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알파치노는 제보로 들어온 어떤 책에 대한 자문을 러셀에게 구했고

 

러셀은 직장도 짤리고 시방 내가 그런것을 해줄 입장이 아니라며 튕겼는데 질긴 피디근성으로

알파치노는 제차 뎀볐고 러셀은 그의 인간적 매력이랄까에 넘어가서 한차례 얘기를

하게 되었지요.

 

그러다 우쩌다가 담배회사의 비밀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지 (망할 기억력) 아무튼 알파치노는

'당신이 알고 있는 우리가 모르는 담배회사의 기밀을 알려주시오.'

'안되오. 당신은 시청자들의 일회용 호기심을 채워주고 나면 그만이지만 나는 내가족은

어찌되는줄 아오? '

'당신은 내가 보호 해 주겠소. 참말이오. ( 그정도는 하는 사람이오.^^)'

 

진실과 가족지킴 사이에서 갈등하던 러셀은  모든 시민을 위해서 담배 회사의 비리를 공개하기로 결심합니다.

'담배에는 마약과 같은 성분이 들어있어 자꾸 피다보면 몬 끊어유'

글고 담배가 자꾸 땡기도록 그속에 넣어서는 안되는 물질도 넣고 그래요...'

 

중간에 못봐서 모르겠는데 암튼 이런 증언들을 했는데 다음날 신문에선 러셀의 말은 말짱

거짓이라고 도배가 되고 이에 히든카드인

외부로 공개해서는 안되는 법정증언, 즉 담배회사측의 파렴치가 담긴 것을 알파치노가 공개를 하여

상처끝에 시민들은 담배회사의 비리를 알게 되었지요.

 

몇년전 미국 담배회사들이 그 피해자를 상대로 막대한 배상금을 물려주게 된게 바로 이 영화속

주인공들 노력덕분이었나 보더군요.

지금이야 담배가 끊을수 없는 마약임을 다 알지만 이 영화의 사건이전에는

 

마약처럼 땡겨서피우면서도  권위있는 의사들의 담배에는 '중독성' 없다는 증언에 다들

그런줄 알았더군요. '담배는 마약과는 다르지, 암.'이라고 위로 하면서..

 

알파치노는 내부고발자인 러셀을 보호해 주겠다고 했는데 그러하지 못한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피디일을 그만두었지요.

 

못본 부분이라 모르겠는데 러셀은 이 사건 때문에 마눌에게 이혼당하고 딸둘을 저 혼자

키우며 고등학교에서 화학겸 일본어교사를 하면서 살았습니다. 고교교사를 막 시작하면서

내부고발 증언을 하게 되었는데 그는 그나마 얻은 직장도 잃을까봐 아주 불안해 했지요.

 

러셀은 진실을 알려야 된다는 사명과 조용히 살고싶다는 소박한 마음사이를 오가는 나약한

그리하여 갈등하고 불안해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해 줬어요.

 

풋풋, 러셀이 일본어도 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알파치노와 일식집에서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러셀이 '오사케 입뽕(술 한병)' 어쩌고 하니 알파치노가

'음 일본어 교사 할만 하구먼'하는 표정이었지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아, 러셀은 저런 목소리를 가졌구나. 뭐랄까....한국 배우로하자면 누구의

목소리와 닮았을까 밤새도록 연구(?)했으나 아직 못 찾았어요.

 

그는 나쁘게 보면 눈매가 좀 날카롭기도 한데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러한 것을 카바해준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예를들면 차인표는얼굴은받쳐 주는데 목소리가 좀 딸리는것과는

대조적으로..(차인표는목소리는 배우로서는 좀 그렇지만 사는모습이 아름다워서 또 카바되고..ㅋㅋ)

 

'LA컨피덴셜' 의 그 저돌적 싸나이의 모습과

'뷰티플 마인드'의 정신 착란증과 싸우는 존 내쉬 교수역등 러셀은 다리가 짧아도 몸매는 그다지

볼품 없다해도  맡은 역에 몰입하고 보는 이로하여금 감동을 주는 진정한 배우 같아요.

'신데렐라 맨'도 봐야 겠어요.

 

알파치노는 ,남자들이 이늙은아자씨를 왜 좋아하나 했는데 그는 자신도 빛나면서 옆의 사람을 빛나게 해주는 능력이 있더군요.

 

토욜 아침 왠 횡설 수설... 암튼 아침 먹고 오늘의 일정은,

 

'시리아나' 보러 갑니다.^^

 

 

아참 이 영화 뒷얘기...자막이오르면서 이들의 이후의삶을 알려주었는데요. 러셀은 화학교사 안 짤리고 잘하고 있고 알파치노 또한  피디 관두고 모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행이지요.

 

우리나라의 내부 고발자의 말로는 어떠 하지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영화도 이런 영화 좀 다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극도 이젠 좀 접고 작업의 정석 , 연애의 기술이런 것도 좀 접고 진지하게 생각할만하고 감동을 주는 그런영화

말이예요.

 

잘나가는한국 영화 톱텐을 보면 깝깝한 영화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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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니 브래스코 - [초특가판]
마이크 뉴웰 감독, 조니 뎁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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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치노를 처음 본 것은 ‘여인의 향기’때 이었습니다만 그땐 그가 그 인지도 몰랐지요.

모르기는 ‘대부’ 때도 마찬 가지였습니다만...^^


지난 연말 쯤 어느밤 자정넘어 엠비씨 무비에서 대부를 보게되었습니다.

화려하고 유쾌한 결혼식과 함께 어떤 아줌니가 마이크를 잡고

성악가처럼 노래를 부르더군요.


아시죠? 저 성악 좋아하는 것. 후후, 모르시면 지금부터 기억해줘요. 플리즈~~


그노래에 이끌려 노래 끝날때까지 함보자 하다 이영화의 제목은? 하고 오른쪽 상단을 보니

‘대부’라고 쓰져있더군요.

뭣이? 그 대부가 그 대부란 말인가.

대부또한 영화음악으로 많이 듣곤 하던 노래였거든요.


‘영화 대부의 테마입니다. 어쩌고 저쩌고...’ 라디오에서 한번씩 들려지던 음악이었지요.

그리고 고교시절 영화음악모음집 같은 데서도 많이 들었고요.

그 영화를 직접본다? 아니야, 그 영화가 아닐지도 몰라. 화면이 넘 세련됬잖아.


그러나, 영화가 진도가 나갈수록 그 영화는 대부가 맞았습니다.

쉰목소리 아자씨의 하는 행동하며, 마피아들의 모습 , 총, 시칠리 등 맞았어요.

그때부턴 아주 몰입을 하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전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줄곧 말론 브란도를 알파치노로 생각하고

알파치노를 말론 브란도로 생각했습니다.

흘려들은 기억에, 영화대부를 얘기하면서 다들 알파치노와 말론 브란도 하더군요.


땜시 당시 대부로 나오는 아버지말론이 알파치노인줄 알았지요.^^

나중에 그둘을 뒤 바꿔 생각했다는 것을 알고 월매나 적응이 안되던지.

쇠뇌 시켰습니다. ‘내가 잘못 짚었어. 아부지가 말론이고 제복입은 아들이 알파치노래..제발 헷갈려 하지마.’


대부는 너무 멋진 영화였습니다. 저는 총쏘는 영화 싫어했는데 대부를 보니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다음날 바로 비디오가게 가서 대부 2, 3를 찾으니 2가 없더군요.

그래서 3만 빌려보았습니다.


아부지의 뒤를 이어 보스생활하는 알파치노 크흐~~어찌 그리 많이 늙었을 수가 있는지

저는 바로 지난밤에 대부 1에서 사관학교 제복을 입은 파릇파릇한 청년

알파치노를 보았는데 다음날 비디오에서 대부 3을 보니 여인의 향기때 보았던

그런 늙은양반이 되어있더군요.


참고로, 대부1은 73년, 대부 2는 75년 아카데미작품상이었는데 대부 3은 기억이 가물하나

79년?쯤 나왔던 것 같아요. 10년도 안된 세월이었는데 분장이 너무 완벽했던지

폭삭 늙은 알파치노를 보고 넘 놀랐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사실은 가족을 너무 사랑하고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또 지키려고 마피아생활을 접을 수 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자신의 마피아 생활이 가족에겐 평생의 고통이었음에 오열하더군요.

다행히 큰아들은 끝까지 보스되길 거부하고 성악을 하였는데 딸은 아비의 뒤를

장학재단이란 것을 맡았다가 반대파에 의해 살해 되었지요.


딸을 잃은 알파치노, 대 오페라 극장 계단에서 ‘아아!!!......’오열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군요.

그속에 보스생활 몇십년의 ‘회한’이 다 들어 있었습니다.^^


그후 저는 괜찮은 영화하면 한동안 ‘대부’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알파치노가 궁금하여 비디오를 뒤졌는데 다들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

봐? 말아? 하면서 망설이면서 뒷전으로 미루곤 했는데 그제 ‘인사이더’를 보고 나서는

알파치노영화를 싹쓸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쿠르트’랑 ‘데블스 에드버킷’을 늘 볼까말까 망설이며 만지작 거리곤 했는데

봐야 겠어요.


글구 인사이더 전에는 ‘인썸니아’를 보게 되었는데 아, 저 그영화 보고 졸려 죽는줄

알았습니다. 영화가 재미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인썸니아(불면증)에 걸린 형사역을

알파치노가 너무 잘해서 저 마저 졸리게 했다는 것입니다.

인썸니아도 괜찮았어요.


그리고 ‘씨티홀’은 존 쿠잭과 함께 나왔는데 인사이더때도 얘기했지만 이분은 함께 나온

사람을 너무 빛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자신도 빛나면서.


아 글고, 생각해보니 가장 중요한, ‘도니 브레스코’


도니 브레스코는 알파치노 때문이 아닌 조니뎁 때문에 띵호아~ 심봤다 외치며

보게 된 영화였는데 이 영화에서도 알파치노 끝내주더군요.

별볼일 없는 중간 보스였는데 조니뎁이 FBI요원으로 자신들의 마피아 세계에

잠입한  인물 인지도 모르고 그를 끝까지 믿었다가 죽게 되지요.


죽으러 가면서 그의 마눌에게 말하기를

혹시 조니뎁으로부터 전화오면 ‘그래도 괜찮다고 상관없다고 전해줘.’라는 뜬금없는

말을 하지요. 무슨 뜻인가 했더니



‘니가 FBI요원이라도 상관 음써, 나는 너랑 함께 했던 지난 5년이 행복 했어. 나는 니가 좋아’

머 그런 뜻이었어요. 조니뎁 또한 마피아를 소탕하기 위해 잠입했지만 알파치노와의

정 때문에 괴로워 했지요.


참 도니브레스코는 실화인데 실명은 까먹어 버렸는데 암튼 도니란 이름으로  아무개 FBI요원이

마피아에 들어가 5년간 그들의 씨줄 날줄을 밝혀내어 200건 기소에 100건을 처벌했다던가요. 도니는 그후 마피아들의 표적이 되기에 증인 보호 프로그램 원칙으로 숨어서 사는데


그분이 숨어서 살면서 그때의 얘기를 소설로 발표했는데 아, 이소설이 너모

인기있어서 50만 달러어치가 팔렸다던가요. 그래서 마피아들은 이런 괘씸한 것 하면서

도니 브레스코를 잡아오는 사람에게 50만 달러를 주겠다는 현상금을 걸었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도니 브레스코는 그런 영화입니다. 알파치노와 조니뎁 환상입니다.^^


마무리...


알파치노 넘 멋있어요. 짜리몽땅하고 하루 세갑씩 30년 담배피운 사람마냥 목소리가

쉬어빠지고 걸걸하지만 그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간적 면모는, 열정은

감출수가 없는 것 같아요.^^  알파치노처럼 늙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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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나날들 - [할인행사]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 안소니 홉킨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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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를 보다보니 '안소니 홉킨스'를 많이 만나게 되었다. 구미인 답지 않게 좀 작았으며, 오동통해서 가뜩이나 작은 키가 더 작아 보였다. 시선을 끄는 타고난 외모는 아니었으나, 그의 영화를 거듭 볼수록 그의 진한 매력에 빠져 들었다.

자신만만함과 야무져 보이는 인상만큼이나 그의 영화들은 조리 있었고 엉성하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그의 '영화인생' 전반에 걸친 영화를 다 보고 싶지만 우리 동네 비디오 가게 사정상 그럴 수 없음이 아쉽다.

다음은 <양들의 침묵>에서 맨 처음 그를 인상적으로 보고 난 다음 그의 영화들을 좇다가 발견한 세 편의 잔잔하면서도 좋은 영화들이다.

<휴먼 스테인>(The Human Stain, 2003)

<휴먼 스테인>에서 안소니 홉킨스는 메사추세스 아티나 대학의 고전문학교수 '콜만 실크' 역으로 아무도 모르는 과거를 가진 남자로 나온다. 그와 아픔을 함께 나누는 '퍼니아(니콜키드먼 분)' 또한 파란 만장한 과거를 가진 여자로서 둘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역할을 하다 자살에 이르게 된다.

콜린실크 교수는 성공한 대학교수였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흑인이고 유대인이라는 것을 평생 숨기고 살았다. 그는 자신의 강의에 나오지 않는 학생을 향해 '스푸크'라고 하였는데, '유령'과 '깜둥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던 이 단어를 대학 당국과 학생들은 '깜둥이'로 해석하고 그를 물러나게 하였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도 깜둥이인데 어찌 자신이 '깜둥이'란 뜻으로 '스푸크'라고 했겠느냐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도 있었으나 침묵하였다. 때문에 그는 대학에서 쫓겨났고 그 충격으로 그의 부인은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는 실은 부인에게도 평생 자신의 몸에 흑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숨기고 살아왔었다.

자신의 피부색은 다행히 백인의 형상이라 백인 행세를 할 수 있었지만 혹 자신의 아이가 흑인으로 나오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평생 아이도 단념하고 살았다. 이러한 그를 두고 그의 어머니는 '몸의 자유를 얻고자 평생 마음의 감옥에 갇혔다'며 안타까워하였다.

콤플렉스란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본인의 입장에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을 벗을 수 없는 멍에이기도 하다. 더구나 콜린 교수의 경우는 시대적 배경상 단순한 콤플렉스를 떠나 사회적 불이익 혹은 이루고자 하는 꿈의 장애가 될 수도 있었기에 숨길 수밖에 없었는데 안소니 홉킨스는 한(恨)이 가득한 콜린실크 역을 찡하게 소화해 주었다.

<하트 인 아틀란티스>(Hearts In Atlantis, 2001)

이 영화의 시작은 어른이 된 사진작가 바비 가필드(데이빗 모스 분)가 유년의 친구 셜리의 부음을 접하고 잊었던 고향을 찾아 추억을 반추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고향은 어제처럼 그를 11살 유년의 추억 속으로 안내해 주었다.

심령술을 가진 '테드 브로티건(안소니 홉킨스 분)'은 그의 초능력을 이용하려는 FBI를 피해 아주 단출한 가방 하나만 들고 '바비 가필드'의 2층에 세 들어 살게 되었다. 바비 가필드는 아버지가 돌아간 후 생계 유지로 힘들어 하는 엄마와 함께 외로운 삶을 살고 있었는데, 테드 할아버지의 출현은 그의 마음에 안정과 추억을 주었다.

바비는 동네친구 '셜리'와 '케롤' 그리고 테드 할아버지와 함께 멋진 꿈같은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가 바비의 엄마가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실의에 빠져 돌아온 후 모든 것이 어긋나 버렸다. 바비 엄마는 동네의 불량소년으로부터 케롤을 구해준 테드를 오히려 성폭행자로 경찰에 신고해버려 그는 바비의 집을 떠나야 했다.

가뜩이나 FBI가 자신을 찾는 전단을 뿌려 불안한 가운데 바비 엄마의 신고는 테드에게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바비의 집을 떠나게 된 테드는 복권 당첨금을 바비에게 찾아오라 부탁하였고, 바비는 자신에게 마음의 위안을 준 테드 할아버지를 위해 어린아이 답지 않게 비장하게 임무 수행을 했지만 테드는 잡히고 말았다.

이 영화에서 안소니 홉킨스는 남들이 갖지 못한 특별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보편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된 자의 덧없음을 잘 표현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어린 바비에게 아버지와 같은 자상함을 주어 그가 상처를 딛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신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 할아버지 역으로서도 훌륭하였다.

<남아있는 나날>(Remains of The Day, 1993)

<남아있는 나날>에서 안소니 홉킨스는 집사 일에 최선을 다하느라 사랑마저 포기하는 완벽주의 집사 '스티븐스'역을 맡았다. 그는 하녀장인 '샐리 켄튼(엠마톰슨 분)'에게 호감을 가졌으면서도 사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오로지 사무적으로만 대하였다. 이에 샐리 켄튼은 더 이상 그에게서 희망을 못 느끼고 '벤'이라는 남자와 결혼하면서 하녀장일을 그만두었다.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흐른 후, 스티븐스는 자신이 모시던 달링턴 경(제임스 폭스 분)의 정치적 실패 후 저택의 새 임자가 된 잭 루이스 백작(크리스토퍼 리브 분)에게 하녀장을 구하러 간다는 명목으로 휴가를 받아 20년만의 외출을 하였다.

그런데 가는 곳 마다 자신이 모셨던 달링턴 경을 헐뜯는 것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그 집의 집사였음을 부인했으나 나중에는 시인을 하였는데, 사람들이 경의 정치적 행위의 실패를 그 인격의 결함으로 까지 몰고감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켄튼을 만나 다시 돌아와 달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로부터 자신의 딸아이가 임신을 해서 못 간다는 거절의 말을 들었다. 이제야말로 켄튼에게 고백을 해야지 맹세하고 떠난 여행이었는데, 스티븐스는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음을 꺼내지 못하고 내리는 빗속에 '그리움'을 떠나보내야 했다. 매정하게 말했지만 켄튼 또한 미련이 남았고 그 어쩔 수 없는 미련은 비가 되어 스티븐스의 마음을 적셨는지도 모르겠다.

둘은 시종 '당신을 좋아 했네' 한 마디 하지 않았지만 내리는 빗줄기는 그들을 대신해 그것을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었다. 안소니 홉킨스는 이 영화에서 20년 응어리 진 그리움과 뒤늦게 꿔 본 꿈이 어긋나는 아픔을 돌덩이를 하나 가슴에 얹은 듯 절절하게 연기해 주었다.

마무리…

비디오 말고 극장에서 안소니 홉킨스를 본 것은 옛날 <가을의 전설>에서 처음 본 셈인데 그때는 그 아들 '삼형제'의 아버지가 안소니 홉킨스인줄 몰랐기에(?) 못 본 거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지금 나는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 노배우를 극장에서 처음 만나게 될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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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야기 (CD + DVD) - [초특가판], Movie & Classic, Antonio Vivaldi - The Four Seasons / Concerto Grosso D minor
이와이 슈운지 감독, 마츠 다카코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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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네 계절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다 좋다. 그중에서 어느 계절이 제일 좋으냐고 묻는 것은 저마다 찬란한 네 계절에 대한 모독일수 있겠으나 그래도 기어이 하나 꼽으라면 ‘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봄의 월(月) 중에서 또 어느 달이 제일 좋으냐고 고르라면 보편적 예상(5월?)을 뒤 업고 ‘4월’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4월의 봄’ 들판에서 느껴지는 흙의 숨결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 흙을 뚫고 저마다 새록새록 돋아나는 초록들은 보고 또 봐도 늘 아찔하다.

영화 <4월 이야기>에는 그런 봄의 들판과 언덕, 그리고 공원에 초록이 충만하다. 그렇게 이제 막 피어오르는 계절과도 꼭 닮은 대학 신입생 ‘니레노 우즈키(마츠 다카코)’는 새로운 환경에서 설렘과 고독이 교차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고교시절 대학시험 6개월을 앞둔 우즈키는, 짝사랑하던 밴드동아리 선배 ‘야마자키’가 도쿄에 있는 ‘무사시노'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선배는 무사시노대학 인근의 ‘무사시노도’라는 서점에서 일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그 소식은 그대로 그녀에게 향학열이 되어 불타올랐다. ‘열심히 공부하여 야마자키 선배와 같은 학교의 학생이 되자.’

무사시노 대학은 평소실력 대로라면 그녀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학교였는데 사랑이 준 노력이 ‘기적'을 불러낸 것이었다. 하여 그녀는 대학신입생의 봄을 홋카이도의 가족들과 헤어져 도쿄에서 홀로 학교를 다니며 자취생활을 하게 되었다.

고향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도시인 도쿄에서 수줍음 많은 이‘촌녀’는 급우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질 성격이 못되었다. ‘사에코’라는 친구를 따라 낚시 동아리에도 들어봤지만 완전히 동화되어 화기애애해 질 수는 없었다. 때문에 우즈키는 햇살 좋은 4월의 많은 날들이 적적했으며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그 적막과 고독을 매워줄 단 하나의 빛은 야마자키 선배와 조우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야마자키 선배가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서점으로 매일처럼 출근하며 책 한권씩 샀다. 그러나 매번 다른 여학생이 계산대를 지킬 뿐 선배는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어느 날은 용기를 내어 선배의 아르바이트 시간을 물었다.

선배의 아르바이트 시간을 안 다음부터는 선배가 일하는 시간에 맞추어 서점엘 들렀다. 과연, 선배는 그 시간에 일을 하고 있었다. 진즉에 그리 할 것을. 우즈키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애써 잠재우며 아무 말도 못하고 책 한권을 사서 나왔다. ‘선배는 나를 모르고 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날 서점을 들락거린 결과 어느 날 계산을 하다말고 선배는 홋카이도의 고등학교 이름을 대면서 ‘혹시?’ 하였다. 그러면 그렇지. 우즈키는 선배가 뒤늦게 어렴풋이나마 자신의 존재를 알아준 것이 너무 기뻤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서점을 등지고 나오는데 비가 조금씩 내렸다. 선배는 손님들이 놓고 간 우산을 주려고 했으나 ‘시방’ 우즈키에게 비 같은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쌩쌩 자전거 패달을 밟는데 그녀의 감정을 고조시키려는 듯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그대로 가다간 책이고 뭐고 홀딱 젖을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어느 미술관 앞에서 비를 피하다가 마침 우산을 들고 나오던 신사에게 대뜸 부탁을 하였다.
“금방 돌아 올 테니 우산 잠시만 빌려주세요.”

우즈키는 맹렬한 속도로 달려 다시 서점 앞에 섰고 선배에게 우산을 빌려가는 것이 낫겠다고 하였다. 여러 개의 우산들 속에서 선배는 그중 예뻐보이는 빨간 우산을 우즈키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 그 우산은 우산살이 조금 망가져 있었다. 때문에 다른 우산을 주겠다는 선배에게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빗소리에 기대어 그녀는 용기를 내었다.

“선배, 아직도 밴드활동하나요?”
“아니. 그런데 (내가 밴드 활동 했던 거) 어떻게 알지?"
“유명했으니까요!”
“거짓말.”

우즈키는 우산 돌려주러 다시 한번 들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아까보다 더 신나게 빗줄기를 뚫고 달렸다. 사랑보다는 다른 그 무엇에 관심이 있어보이던 선배가 그녀의 마음을 읽어주고 동화되어 줄지는 의문이지만. 자고로, 지금 사랑을 시작하려는 젊은이라면 첫사랑의 상대 혹은 짝사랑의 상대는 야마자키 선배처럼 그 방면의 선수(?)가 아닌 사람을 만나기를.

짝사랑 야마자키 선배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는 했으나 우즈키의 다음 작업(?)이 성공할지 어떨지. 그러나 4월의 새순들이 점점 푸르러 무성한 초록이 되듯이 그녀의 짝사랑 또한 나름의 어떤 진전이 있을 터. 물론 그녀의 희망대로 되어지면 재미없으리라.

요즘은 첫사랑이 너무 빨라 초등시절이 그 시원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영육이 어느 정도 성숙한 이십대의 처음 사랑을 첫사랑이라 부른다면 그 대상을 잘 고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첫사랑의 방식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는 그 후 두 번째 세 번째 사랑을 함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하다. 추억은 될지언정 상처받지 않는 첫사랑을 위하여 첫사랑의 상대를 고름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4월 이야기>는 사랑을 시작하는 첫 마음의 풋풋한 자세를 잘 그려주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우즈키가 첫사랑의 상대를 아주 잘 고른(?) 것 같다. 그런 사람과 그렇게 시작한 사랑이라면 결과가 어떻게 ‘쫑’이 나든 추억은 될지언정 상처는 되지 않으리라.

지금 나름의 첫사랑에 설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사랑을 이어가기에 앞서 남의 첫사랑 <4월 이야기>를 참고해 보는 것도 다 피가 되고 살이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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