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사회학 이론> 

- 데니스 스미스 지음


제1장


(역사사회학자들은) 동시대 사람들에게 지식과 새로운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현실 속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가를 구분하는 수많은 견해를 평가하는데 지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간단히 말하면 역사사회학은 민주주의의 시민성을 함양하는 적극적인 추진력으로서 그 기능을 발휘하게 되었다. -10쪽 


역사사회학의 목적 중의 하나는 바로 우리들의 앞날이 열려 있는 문인지 넘기 어려운 장벽인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며, 그 벽을 넘어야 하는지 또 넘는다면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와 함께 그 벽이 제거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같은 쪽

= 지금도 그런 도움을 주고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간단히  묘사하자면, 역사사회학은 어떻게 사회가 기능하고 변동하는가를 밝히기 위해 지난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13쪽


틸리는 제도화 과정을 통해 '학문 영역, 학술지, 강의과목, 또는 취업영역에서 역사사회학의 전문분야가 확보'되면 결국 그 연구의 효과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첫째, 역사사회학의 "분야" 자체가 지적 통합성을 결여하고 있는데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러한 통합성을 결여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4쪽

= 역사사회학 분야 자체가 지적 통합성을 결여하고 있다?



제5장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 중의 하나는 이탈이 사람의 생존기회를 증진시켜 준다는 것이다. 동생이 발견해냈듯이 과정에 대한 자기 통제와 지적 통찰력은 잠재적인 위협과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인간 통제의 정도가 가능함을 보여준 셈이 되었다. -230쪽


엘리아스는 역사사회학이 분석의 주제에 따라 개입이나 이탈 모두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연구자들은 인간 상황에 참여하게 되거나 감정이입을 시킨다는 의미에서 개입되면서 명확한 인식에 도달하기 위하여 감정적인 반응들을 도외시한다는 의미에서 이탈된다. -같은쪽


(블로흐)는 구조의 형성과 재형성에 관여하는 인간 행위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구조적 제약과 기회를 통해 형성되는 선택의 결과와 이와 같이 의도되었거나 그렇지 않은 과정들이 시간과 공간을 통해 어떻게 구분되는지 등에 대하인지하고 있었다. -231쪽


과학자에 해당되는 저자들은 개입을 희생시켜 고도의 이탈을 성취해낸다. 반대로 변호인에 해당되는 저자들은 이탈을 희생시켜 고도의 개입을 표현해낸다. -237쪽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수용과 지속의 문제가 전후 역사사회학 연구의 3단계 모두와 연결된다는 점과 서구 자본주의 민주국가들 내부에서 그리고 그 외적 관계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변화가 연속적 단계를 보여주는 역사사회학의 문제를 구체화시켰다는 두 가지 논쟁점이 제기되었다. -247쪽


미국과 더 유사해질수록 민족적 가치의 통합을 한편으로 하고 점차 분화되는 조직과 집단에서 발생되는 수요와 요구를 다른 한편으로 하는 양자 간에 상호조절이 기대될 수 있다고 가정하는 역사정치학적 인식이 형성되었다. -248쪽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방법론은 다음의 두 가지 연구에 의해 길들여졌고 더 나아가 점차 이 연구분야에 그 자리를 양보하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국가기구가 시민적, 군사적 외관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를 형성하는 데서 생겨나는 현실적 기여에 대한 탐구가 그 첫째이다. 둘째는 이론적 설명에서 어떠한 형태의 권력에도 강조점을 두지 않고 '권력'의 대안적 표현으로서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다른 형태의 강제를 다루려는 태도이다. 스카치폴, 틸리, 브로델, 만, 기든스 모두의 공헌으로 역사사회학의 관심의 초점이 방향 전환을 하게 되었다. -252쪽


우리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국가의 흥망에 내재된 본질적 논리에 반하는 어떠한 행동 양식을 취할 수는 없다. -262쪽


흄은 그의 독자들을 '시장'의 수요자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정치적인 자기 선거구의 '유권자'로도 생각하지 않았다. 흄은 독자들을 단지 동료로 생각했다. -263쪽


만일 역사사회학이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에 유용한 공헌을 할 수 있다면 그 주된 관심 대상은 인간 행위의 특정 형태, 특별한 의도, 독특한 구조, 독특한 의미 등이 되어야 할 것이다. 홀은 보다 '철학적인 역사', 즉 '각기 다른 유형의 사회들을 구분하고 하나의 유형으로부터 권력의 본질과 인간 생존의 기회를 체계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다른 유형으로의 변환을 설명하는' 입장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고 보았다. -264쪽


은유로 설명하면 노예들은 그들의 생존기회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그들의 주인에 대해 항상 알고 있어야 한다. -266쪽


역사사회학은 국가 간의 관계를 이용하는 데 만연되어 있는 환상과 공포를 대체시킬 합리성을 대중의 이해 속으로 진전시ㅣ는데 도움을 주었다. ... 역사사회학은 이미 포장되어 있는 해답 꾸러미에 의해서가 아니라 연관된 문제와 증거자료를 포함하는 합리화 방법에 의해 그 모순의 틈바구니를 메꾸어야 한다. 이러한 예는 벤딕스의 언급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사회학자들은 인간 이성에 대해 굳건한 신뢰를 갖고 있어야 한다. ... 사회적 조작기술을 증진시키는 노력에 비하면 이러한 신뢰는 보다 인간적인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위대한 사회과학의 학문정통보다 가치있는 단 하나의 측면이다. 전체주의의 위협에 대항하는 학문적 방어력의 기반도 바로 이러한 신뢰에서 기인된다. - 267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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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무기 - Sweet Nuk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제 보니 참 많이 닮았다. 2008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의 촛불과 2003년 부안 반핵민주광장에서의 촛불. 광우병과 핵의 공포. 거짓과 불신. 좌빨언론에 속아 넘어간 백성들의 어리석음과 극렬 환경단체에 놀아난 촌놈들의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던 풍경. 헌법 제1조에 의거해 나라의 주인임에도 주인행세를 하는 순간 쏟아졌던 물대포와 소화기, 날아들었던 방패와 곤봉, 군홧발. 눈물.

노무현 정권은 인구 2만 명의 부안읍에 전경 7천 명을 투입해 ‘경찰계엄’이란 신조어를 만들었고 이명박 정권은 광화문 사거리에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 ‘명박산성’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두 정권 모두 자신들의 과오를 교훈삼아 군대를 동원해 평택 대추리를 밀어붙이고 경찰특공대를 동원해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을 진압했던 것은 아닐까?

200일 동안 거르지 않았던 촛불집회, 600여 명이 부상을 당하고 300여 명이 사법조치를 당했음에도 집회참가 연인원이 경찰추산으로도 20만 명을 넘겼던 부안은 마침내 국책사업을 막아냈다. 투표율 72%, 방폐장 유치반대 91.83%. 참여민주주의는 역설적이게도 참여정부의 폭압 속에 꽃을 피웠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2005년 불법과 탈법, 관권과 금권이 난무한 가운데 전국 4개 지역이 경합한 주민투표를 거쳐 방폐장은 경주로 결정됐다. 다시 시작된 거짓과 불신, 시기와 반목.

민주주의는 제도인가, 운동인가? 법과 절차는 인간다움을 지켜줄 수 있는가? 인권의 존재이유는 간명하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대미문의 참화를 겪은 뒤 유엔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은 “사람들이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으로서 반란에 호소하도록 강요받지 않으려면”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으로서 저항이 가능하려면, 야만의 무기와 맞서려면 보다 새롭고 더 나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열망하고 기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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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권영화제에서 청탁을 받아 영화에 대한 인권해설이란 걸 처음으로 써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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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2011.1.2 - 48호
세상을두드리는사람 편집부 엮음 / 사람생각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이번 호 특집은 '국가인권위원회 사태'를 다뤘습니다. 지난 연말 참 뜨거웠던 문제였는데 금새 잊혀진 듯 합니다. 아직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병철 위원장은 2010년 트위터들이 뽑은 올해의 찌질한 인물에 오세훈, 안상수를 제치고 1위를 찾이하기도 했지요. (바로가기 - 위키트리 선정, 2010 10대 '찌질뉴스'

기륭의 6년 동안의 투쟁기록이 담긴 글과 얼마전 2주기를 맞은 용산참사에 대한 인터뷰 기사도 실렸습니다. 연평도 사건을 바라보는 장애운동 활동가의 다른 시선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3-4월호는 한국사회에서 점점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혐오발언, 증오범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움직임과 관련해서 '혐오'라는 주제를 가지고 특집을 꾸미고 있습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져주시길...

 

사람이 사람에게 주름잡는 시간
인터뷰 끝나지 않은 용산 | 용산참사 유족 정영신 씨
인권이 내게로 왔다 관계의 비틀림에서 이끌리다
특집 국가인권위원회, 죽거나 나쁘거나
인권위의 타락과 남겨진 숙제
너무 멀리 가버린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대담 풀뿌리운동과 인권운동의 대화
기고 기륭 6년, 남기고 싶은 이야기
잇따른 해외파병, 누가 좀 말려줘요
서평 복지국가는 우리의 미래인가
엄마에게 쓰는 편지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차별
사람답게 연평도 사건이 생각나게 하는 것들
희망을 위한 직접행동 평화, 인권과 생태가 만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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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음과 없음 - 윤구병의 존재론 강의
윤구병 지음 / 보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여기 그림 하나가 있다.  

있는 것

없는 것

위에 있는 그림 중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의 실선은 과연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있는 것은 하나인가, 여럿인가?
없는 것은 없는 것이라는 형태로 있을(존재할) 수 있는가, 없는가?


<있음과 없음>은 흔히 '존재와 무'라고 철학에서 일컬어지는 있음과 없음에 대한, 존재론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윤구병의 존재론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책을 읽고 3시간 가까운 강의를 들었지만, 감히 존재론에 대해, 윤구병의 존재론에 대해 입을 뻥긋하기도 벅차다. 어쩌면 철학에서 가장 머리 아픈 분야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수학과 자연과학, 불교와 도교, 기독교 등 종교의 영역까지 맞닿아 있는 분야여서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존재론은 윤구병의 말에 따르면 '모든 의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는' 엄밀성을 가져야 한다(그래서 논리학, 수학과 맞닿아 있다. 집합, 직선과 삼각형, 원주율, 적분과 미적분이 등장한다). 다시 그의 말에 따르면 존재론(그리고 철학)의 과제는 "가장 큰 하나인 있는 것과 가장 작은 하나인 그 무엇을 양극단에 두고 이 두 끝, 한계 사이에 우주 전체의 삼라만상이 어떻게 배열되는지, 차례로 하나하나를 겹쳐서 우주의 전체 구조와 그 구조에 따르는 기능을 밝혀내는 일이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와서 이러한 존재론의 과제는 종교와 철학에서 과학으로, 빅뱅이론에서 소립자까지를 탐구하는 자연과학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거의 신앙에 가까운 과학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다. 하지만 자연과학, 수학은 아직도 원주율(파이)의 어떤 규칙성도 질서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쩌면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직선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법칙을 곡선의 세계, 원에서 찾고 있으니 말이다. "자연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되어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윤구병은 농사짓는 철학자이다. 철학과를 나와 한국 잡지계의 독보적인 존재인 <뿌리깊은 나무> 초대 편집장을 지냈고, 어린이 책으로 유명한 보리출판사름 만들었고,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1995년 변산에서 공동체 학교를 열고 농사를 짓는 이다. 그래서 그의 존재론, 그리고 철학은 서양철학에도 뿌리를 두고 있지만 한편 불교, 도교의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있는 것과 없는 것보다 있을 것과 없을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가 말하는 좋은 세상은 "있어야 할 것이 있고 없어야 할 것이 없는" 세상이며 그럴 때 존재론은 객관성이 아닌 당파성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존재론에 대해 입을 열었다가는 선무당이 사람잡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다시 첫번째 질문,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의 실선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답을 하자면 실선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이다. 실선이 있는 것이라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나가 되고, 실선이 없는 것이라도 마찬가지다. 왼쪽으로 가면 좀 있는 것, 좀 더 있는 것, 조금 더 더 있는 것...오른 쪽으로 가며 조금 없는 것, 조금 더 없는 것, 조금 더 더 없는 것... 바로 실선, 경계에서 운동이 생겨난다. 실선이 없으면 다 있거나 다 없는 세상이 되고 말기에 실선, 경계야 말로 존재하는 세상을 현실로 인식하게 하는 열쇠이며 운동의 출발점인 것이다.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관계만이 아니다. "어떤 하나가 다른 하나와 관계를 맺어 둘을 이루면.. 이 둘 사이에는 이 하나도 아니고 저 하나도 아닌 것이 나타나는데... 둘이 없으면 크기도 없고 공간도 없"다. "둘은 이 하나와 저 하나의 만남의 다른 이름이고, '실체'의이름이 아니라 관계의 이름"인 것이다.     

그러하기에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서 해가 뜨고 지는 일까지, 운동에서 관계맺음은 핵심이고 본성이다. 운동은 경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 본성에 대한 탐구, 경계에 대한 존재론, 존재에 대한 질문, 운동하는 존재의 철학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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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지 마, 형사절차! - 민변 변호사들이 쓴 수사·재판 완전정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지음 / 사람생각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망년회에서 변호사 친구를 만난 의사가 애로사항을 털어놓는다. 명절이면 친인척들이 자꾸 건강상담을 하는데 무료로 계속 상담을 해줘야 하나? 변호사는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고 우편으로 청구서를 보내면 편해질 거라고 코치를 해줬다. 그리고 며칠 뒤 의사는 변호사 친구가 보낸 청구서를 받게 되었다.

#2.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유머다. 이야기의 무대는 미국인데 거기서는 변호사가 한국에서의 국회의원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변호사의 수를 늘리자고 했더니 어떤 이들은 미국 사례를 들며 망국론을 펴기도 했단다. 물론 모든 변호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다수가 아니라 소수라는 점이다.

#3.
그런 소수를 이른바 '인권변호사'라고 부른다. 사실 법대로 하자면 모든 변호사는 인권변호사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있는지도 모르고 변호사들은 알고 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 '변호사법'의 제1조는 변호사의 사명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충복인 정치인을 만나기 힘들고, 머슴노릇하는 공무원을 만날 수 없듯이 이 사명에 충실한 변호사도 그렇다. 그래서 인권변호사라는 말이 생겼다. 지지난 정부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생겼고, 지난 정부에서는'인권경찰'이라는 말이 생길 뻔 했지만 인권변호사의 역사는 꽤나 유서깊다. 인권변호사들의 모임이 이 책을 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변이다.

#4.
작년 촛불집회에서였다. 시청광장 주변에서 후진을 하던 전경버스가 한 시민을 치었고 흥분한 시민들은 전경버스를 애워싸고 마구 흔들었다. 주변에는 버스를 구출하러 출동 대기 중인 전경들이 모여들었다. 그 가운데, 그 안에 타고 있던 경찰간부와 시민들 사이에 민변 변호사들이 있었다. 저 뒤쪽에서 또 다른 웅성거림이 들렸다. 한 정보과 형사가 시민들에게 붙잡혀 무전기를 빼았겼다. 시민들은 형사의 신분증을 요구했지만 형사는 막무가내였다. 전경버스 주변에 있던 한 변호사가 비집고 들어 소속과 이름을 받아적고 나서야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5. 
촛불집회에서 그들이 했던 일은 사실 변호사의 업무와는 좀 거리가 있는 일이었다. 사실 집회시위 현장에서 변호사가 할 일이 딱히 있어보이지도 않는다. 대한민국 거리에서는 경찰이 곧 법이니까. 그런 답답함과 아쉬움도 이 책을 내게 하는데 한몫했을 성 싶다. 길을 가다 검문을 받았을 때, 경찰로부터 동행을 요구받았을 때, 갑작스럽게 연행이 되어 경찰서에서 '조서'라는 것을 '꾸미게' 되었을 때... 등등의 그야 말로 실전에서의 쓸모있는 요령들이 적혀있다. 목차만 봐도 꽤나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좀더 알기 쉬운 용어와 말랑한 문체가 아쉽지만 전자제품 사용설명서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그런데로 쓸만하다.

#6. 
어떤 이로부터 한 철거민 아주머니를 인터뷰하다가 그 분이 도시개발법을 줄줄 외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세금을 한번 뜯겨보면 주택임차보호법의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법은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아니라 강자에게 주어진 면죄부 같은 것인지 모른다. 그 망할놈의 법 때문에 억울함을 달래기 보다는 더 억울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는 게 별 도움이 되지도 힘이 되지도 못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나면 저 그럴듯한 '사명'을 외면하고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는 대다수 변호사들보다, 허구헌날 불법집회 운운하는 경찰간부보다, 경찰청 보도자료 배끼는 사이비 기자들보다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진짜 법, 현장에서 무시되고 천대받지만 진짜 집행되어야 할 법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7.
대부분의 자기개발서가 궁극적으로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는 부속품을 재생산해내는 것이라면 이 책은 민주사회를 위한, 민주시민의 자기개발서라 할만 하다. 형사절차, 경찰과 국가를 상대로 자기개발을, 그것도 내 돈 만원을 주고 해야 하는 게 서글프기는 하지만 여타의 자기개발서에 비하면 아깝지 않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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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로거가 바라본 앰네스티와 인권 (12월4째주)
    from Amnesty HumanLog (Beta) 2009-12-21 14:40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주 한 주도 씩씩하게 시작하셨나요?    개인적으로 전 요즘 얼마남지 않은 12월 달력을 볼 때마다  매 시간을 고이 접어두고 싶답니다.    얼마 남지 않은 12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 한주도 파이팅이고요.   그리고 이번년도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해도 좋다고 하니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과 함께 예쁜 추억들 많이 만드세요 !!    12월 셋째주 한 주동안 블로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