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변화한다 - 모옌 자전에세이
모옌 지음, 문현선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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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중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작가.

노벨 문학상이란 거대한 타이틀을 이름 앞에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2013년의 주인공 모옌 작가. 그의 이름을 기사에서 보기 전까지도 나는 그의 작품을 알 지도 못했다. 이 시대에 함께 공존하고 있는 지도 몰랐던 중국의 대륙에 한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이 그저 배알이 뒤틀려있었는지도 모른다. 몇 번이나 우리나라의 작가가 노벨 문학상의 후보에 올랐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었는데 이번에도 안타깝게 그 기회를 놓쳐 바로 옆의 중국이 그 상의 주인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하나의 호기심이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말하는 그의 지난 이야기들이 말이다. 환각적 리얼리즘의 대가라는 소개글을 보며 책 장을 넘기면서도 나는 그저 그의 수상을 빛내기 위한 그럴싸한 수식어로만 치부하며 그의 이야기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과거가 있다. 나의 지난 일들을 타인에게 들려주는 회상의 방식에는 딱히 정해진 공식이 없다. 어제의 이야기를 하다 10년 전 지난 일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다시 오늘의 일들을 들려줄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를 현재로 끌어오기에 청자의 입장에서도 심지어 화자 역시도 그 날의 일들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화자에게 달려있다.

우연히 알게 되었던 인도의 기자로부터 중국의 역사와 관련된 글을 써 달라는 제안으로 시작된 이 책은 그의 기억들과 중국이란 사회의 현실이 얼버무려져 적당히 간이 베어 들어간, 꽤나 감칠맛 나는 이야기였다. 40여년 전의 이야기를 하며 오늘을 이야기 하고 엄청난 시간들을 뛰어 넘는 공간적인 간격에도 불구하고 차분히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그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하는 묘한 끌림이 있다.

기계로 만들어지는 자오쯔가 신기하고 새로운 세상이었던 그 당시는 이제 그저 책 안에서만 존재하는 시대이다.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기계로 만든 자오쯔는 만나 볼 수 없으며 손으로 직접 만든 자오쯔가 인정 받는 세상이다. 그 당시에는 최고의 기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기계는 현재로는 사라지고 유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입으로 말하지 않고 글로만 뜻을 표현한다는 모옌은 그 수 십 년의 시대를 지내왔다. 나 역시도 그와 같이 또 수 십 년의 시간들을 보냈고 보낼 것이다. 하지만 그 절대적인 시간 속에서 모옌과 같이 시대 상을 이해하고 그 변화에 민감하게 나의 삶과 접목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무언가 미덥지 못하게 시작한 그와의 조우는 책 장을 덮는 순간 그의 추종자로 변모하게 만들었다.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이야기가 아니라 중국이란 대륙을 담아 그의 방식대로 기록하는 그만의 방식이 무척이나 유쾌하다. 그의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볼 생각이다. 또 다른 그의 인생의 필름을 다시금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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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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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동으로 대하소설 토지의 저자, 소설가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문단 데뷔 이후에 꾸준히 시를 발표했다는 이 시집의 서문을 읽으면서도 내게는 소설가 박경리가 아닌 시인 박경리는 낯설기만 했다. 소설만을 집필했다고 알고 있던 내게 그녀의 시집은 신비로운 또 다른 세상이었다.

토지는 1969년에서 1994년까지 26년 동안 집필된 대하소설이다. 소설로 쓴 한국 근대사라 일컬어 진다. 그 세월을 지내온 사람이기에 20권의 대하소설은 어찌 보면 그녀가 겪은 인생을 축약해 놓은 것이라 할 것이다. 소설가 박경리가 살아온 한국의 역사를 조명한 것이 대하소설 토지라면, 이 시집은 그녀가 고백한 것과 같이 그 시대를 살아온 그녀 스스로에게 주는 위안과 같은 선물이다.

먼저 인생을 살다 간 사람의 담대한 고백이자 우리에게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는 한 페이지의 길지 않은 문장으로 나열되어 있다. 토지와 같이 한 페이지 마다 가득히 글자가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이 가볍다고 말할 수 없다. 툭툭 던져지는 한 마디 한 마디 안에 느껴지는 삶의 묵직한 무게가 아련하게 가슴에 박힌다.

20권이라는 대하소설의 토지를 보면서 나는 대체 이 책을 내가 사는 동안에 다 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단순히 읽는 것에 대해 그 강한 기운에 눌려 감히 손을 대지 못했었다면 이 시집은 그나마 한번 즈음 그의 삶 속에 녹아 든 기나긴 여운과 함께 따스하면서도 가슴 아련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시에 대해 그 어떠한 지식도 그 안에 담긴 의미도 모르지만 읽는 내내 뭔지 모를 어렴풋한 그리움을 느꼈다. 더 이상의 그의 시를 만날 수는 없겠지만 그녀가 남긴 유대한 유산은 잠깐이나마 지친 일상에서 발견하는 수림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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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가 - 채소값부터 노후연금까지, 실물경제를 움직이는 16가지
랑셴핑 지음, 차혜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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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가? 우리가 국가에게 원하는 것은 로또 1등에 당첨된 것처럼 개개인에게 수 억 원의 비용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매년 GDP 성장률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실제 국민들의 체감 경기는 언제나 바닥을 치는 것을 넘어서 마이너스 성장률을 사무치게 느끼고 있을 때 국가는 단 한번이라도 이러한 국민들의 바람을 헤아리고 그것을 풀려고 노력했느냐 하는 대에 대한 질문이다.

뉴스를 틀어보면 언제부터인가 암울한 소식들뿐이다. 물가는 점점 오른다고 하는데 실제 서민들의 지갑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몇 십 년을 일한다고 해도 수 많은 불빛이 가득한 아파트 촌에 내 집 하나 갖기가 힘들고, 채소값만 해도 폭등한다는 소식들이 들려올 때면 만원 짜리 한 장으로 장을 보기가 점점 버거워 진다.

량센핑이라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현재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라고 한다. 미국에서 석.박사를 취득하고 국제 금융관련 논문 인용률이 세계 1위를 차지할 만큼 경제학의 대가라고 불리 울 만한 그는 자국의 현실에 대해 매보다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철저히 비판하고 있다.

국가에 대한 정책과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의 세계 속의 갭의 차이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량센핑의 눈을 통해 본 중국의 현재와 문제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뉴스 채널과 검색 엔진 등 모든 정보에 대한 것에 철저히 감시하는 자국에 대해 그가 이토록 냉소적인 비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스스로 중국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세계 전반적으로 펼쳐진 국가와 국민간의 미덥지 못하지만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상관관계라기 보다는 중국이라는 대륙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 내용이라 안타깝기는 하지만, 차근차근 분석해 나가며 실제 실행가능하고 효율적인 해답까지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1KM에 갑작스레 폭등하는 배 추값과 그들만을 위한 금리 인상 등에 대한 소소하면서도 생활 속에 묻어나는 문제들을 그의 눈높이가 아닌 우리의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나가기에 가볍게 책 장을 넘기며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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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린다 뱁콕.사라 래시버 지음, 김보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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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인 ‘WOMEN DON’T ASK’처럼 나 역시도 도무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 그런 여자 중 한 명이었다. 직장 생활이든 친구들과의 관계든 연인과의 관계이든 간에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다.’ 라는 생각으로 내가 조금 감내하며 지내면 되겠지 라는 생각과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언젠가는 진심을 다 통하겠지 라는 막연한 믿음과 그것이 여자로서의 나에게 충실한 것이라 생각하며 지금까지를 살아왔다.

여자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을까? 라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펼친 이후 내가 생각했던 여자가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이라기 보다는 여자들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요구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부족한 현실에 대한 인지를 못하고 있기에 그 동안에 여자들이 놓치고 있던 것들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즉 충분히 여자들에게 주어져야 하지만 그들만 모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읽는 구절마다 뇌리에 강렬한 충격 그 이상의 것을 남겨 주었다.

초 저금리 시대, 거의 0%에 가깝다는 이율 속에서도 단 0.%의 이율이라도 높은 은행을 찾아발품을 팔아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소수점 이하의 이율이라도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를 받고자 하는 그 노력에 비하면 여자들은 그 원금, 다시 말해 연봉을 더 늘리고자 하는 일이라 칭할 수 있는 연봉 협상의 테이블에서는 너무나도 관망자의 태도를 취한 다는 것이다. 일 년 동안 단 몇 푼의 이자를 더 받기 위해서 애를 쓰면서도 그에 몇 배 혹은 몇 십배를 더 얻을 수 있는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는 소극적이면서도 회사에서 제시하는 그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더 이상 착한 여자일 필요는 없다. 자신의 의견을 드러낸 다고 해서 나쁜 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자들에게 바라온 모습만이 나의 전부가 아니며 내가 드러내지 않는다면 세상은 언제까지나 나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저는 이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혹은 저의 의견은 이것입니다 라는 시도 만으로도 나의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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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 - 악기와 편성 당신의 재즈 음반 12장
황덕호 지음 / 포노(PHONO)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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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라는 말은 종종 들어본 적이 있다. 재즈 풍이다, 재즈 카페다, 심지어 노래 가사에도 종종 등장하는 이 재즈라는 단어는 익히 들어본 적은 있지만 사실상 그 실체에 대해서는 무엇인지 갸우뚱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마치 유령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지만 그 실상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허공을 향해 손을 내 짓는 것과 같은 존재가 재즈였다면 이 책의 저자는 나와 같이 재즈라는 단어만 알고는 재즈에는 문외한인 이들에게 차근차근 곁에서 오감을 동원해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해주는 설리반 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사실 책으로 재즈를 논한다는 것에 대해 한계가 있을 것이라 내심 그 한계성에 대해 책을 펼치기 전부터 의구심을 가지고 봤다. 또한 그 동안 재즈라는 것에 그다지 친숙하지 않았기에 어렵기만하고 동떨어진 이야기들만 나열해 놓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고민들이 괜한 기우였다는 것을 단숨에 깨달았다.

 재즈 수첩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저자는 너무나도 나를 잘 알고 있었다. 별 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펼친 이 순간의 그와 나의 조우는 둘 간의 꼭 필요가 아닌 우연을 통한 만남이기에 더욱 소중한 인연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갑작스런 재즈에 관한 관심이나 공부가 아닌 1년에 12장 정도의 음반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권유하고 있다.

 음반을 산다는 것이 되레 낯선 요즘 시대에 그는 동떨어진 듯 하지만 그는 굳이 음반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재즈를 접하기를 권한다. 그가 골라놓은 12장의 음반은 재즈라는 장르에 있어 너무나도 유명하면서도 현재까지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 놓았다. 가만히 읽다 보면 이 음반들을 찾아보지는 않고서는 못 배기도록 그의 이야기는 재즈에 대한 유혹으로 넘실거린다. 12장의 음반 속에 내가 들어보았던 음악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를 따라 간 재즈의 길은 하나 같이 무언가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재즈 연주 속에 즉흥 연주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나에게 그는 꾸지람 보다는 이 좋은 것들을 모르고 지내던 나를 다독이며 또 다른 세계로 통하는 길을 가만히 열고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재즈이다, 이런 음악이 무엇이다, 라는 것을 가르쳐주기 보다는 가만히 마음을 열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는 여유를 알려준 그가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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