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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의 연구실 - 우주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상상의 요람 ㅣ 데이바 소벨 컬렉션
데이바 소벨 지음, 장석봉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천동설과 지동설. 과학 시간에 단 몇 페이지의 분량으로 배웠던 이 교과서 속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되살아났다. 현대의 과학으로 천동설이 아닌 지동설이 옳다는 것이 이미 밝혀진 진리이기에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변모하는 그 역경의 시간에 대한 것보다는 결과론적으로 지동설이 옳다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그 근거들을 배우는 대만 급급한 시간을 지나왔다. 천동설이 굳건히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던 수 많은 시간을 비집고 지동설이란 씨앗이 발아하기까지의 그 험난하면서도 격정의 순간들에 참관의 기회를 얻은 셈이었다.
레티쿠스 :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물러라’” 라고 여호수아가 했던 말을요.
코페르니쿠스 : 아, 물론이지. 누구나가 아는 구절이 아닌가.
레티쿠스 :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 멈추어라!”
함께 : “태양이 머물렀도다!”
레티쿠스 : 맞습니다. 참사회원님. 태양이 머물렀지요. 그리고 그게 그의 요점입니다. 왜냐하면 참사회원님이 말씀하신대로 태양이 이미 머물러 있다면, 어떻게 여호수아가 태양이 머무르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었겠습니까? –본문
나라의 운명이 행성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던 시대였다. 세계는 흙, 물, 공기, 불로 이루어졌으며 달이나 다른 천체는 에테르라는 변화하거나 파괴되지 않는 물질로 이루어졌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을 받들고 프톨레마이오스를 존경해 마지않던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상을 뒤집어 지구는 우주의 한 조각으로 고정되지 않고 지구가 움직인다는 생각을 품기까지 그 스스로는 엄청난 혼돈의 시간을 보냈을 터이다.
움직이는 지구에 서 있는 것은 그 혼자만이었다. 모두가 지구를 중심으로 이 세계가 움직이는 것이라 성경을 기반으로 하여 이미 진리로 받아들여져 있는 그 당시에 참사회원인 그가 그것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만으로 지구 속의 세계뿐만 아니라 그가 믿고 있던 세계는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지동설이 맞다 라는 것을 오랜 시간의 관찰로 밝혀냈으나 그는 쉬이 그 내용을 세상에 알릴 수 없었다. 교구의 외압도 있었겠지만 그들의 반대론자인 루터파들에게도 이 내용은 그저 한낱 우스개 소리에 불과한, 허무맹랑한 이야기로만 치부되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천동설을 의심하지 않고 천명이라고 여기고 있었기에 코페르니쿠스이 밝혀낸 진실은 유포되어 세상에 빛을 바라기엔 그 당시의 세상은 그의 속도에 비해 너무 더디게 돌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코페르니쿠스와 그의 유일한 제자였던 레티쿠스의 만남이 희곡의 대본과 같은 형식으로 쓰여져 있었는데 이 부분은 읽는 내내 그들의 진실을 향한 긴장되면서도 설레이는 현장에 함께 하는 기분이었다.
.레티쿠스 : 모든 별들이 움직였습니다. 별들이 돌고 도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코페르니쿠스 : 아니야, 별들은 움직이지…..
레티쿠스 : 굉장했어요.
코페르니쿠스 : 돈 것은 바로 자네야. 별들이 돈 게 아니지. –본문
코페르니쿠스를 만나 세상의 이치를 다시금 깨닫고 배우는 그 순간들, 레티쿠스는 그가 그 동안 알고 있던 세상을 변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내가 알아왔던 세계가 실은 허구였다는 것을 어떻게 하루 아침에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들을 마주하면서도 그는 마지막까지도 “움직이지 않잖습니까!” 움직였다면 바람으로 느끼거나 자신 스스로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며 끝까지 항변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 백 년의 진리를 진리가 진리가 아닌 것으로 밝혀내기까지 코페르니쿠스는 그가 살아있는 동안에 끊임없이 관찰하고 연구에 매진하였다. 그의 제자를 이해시키는데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 세상 모두를 이해시키기까지 그 몇 갑절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숙고한 동안 창조주가 창조한 세계의 움직임을 철학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움을 느끼기 시작하여 연구를 매진하게 되었다는 그의 담대한 고백은 그가 살고 있던 시대에는 세상에 대한 도전이자 대항이었다. 한 줄의 진리가 자리잡기까지 그가 홀로 버텨온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진정 제대로 돌고 있는 지구 안에 자리잡고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일 게다. 한 문장의 과학이 탄생하기까지 시간을 역행하여 지동설의 산고를 몸소 느끼며 그 동안은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