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 - 시인 장석주가 고른 삶과 죽음, 인생의 시 30 시인의 시 읽기
장석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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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어떤 책을 집어 들었을 때 과연 이 책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들어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밀려들게 된다. 과연 이 책이 나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할지, 그 울림이 나에게 어떻게 전해질지에 대한 호기심에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면, 이미 어떠한 내용인지 알고 있는 책, 예를 들어서 연재물이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라면 기대감을 넘어 기분 좋은 설렘이 밀려들게 된다.

 얼마 전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청춘에게>이 시에 관한 편견을 모두 벗어 던지게 했던 책이기에 이 <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 도 너무나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펼쳐보게 되었는데, 그 기분 좋은 설렘은 계속해서 기운을 불어 넣어주고 있었고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참 즐거운 여정이었다.

어린 아들이 있다면 등을 곧게 펴고 앉아 시를 읽게 하라.
허무에 쉬이 감염되는 나약한 아들 따위는 키울 필요 없다.
선승에 좌선 하듯 시를 읽어라.
시와 좌선은 다 같이 본래 자기를 여미고, 여린 마음을 단련하도록 이끈다. –본문

 익숙하다는 이유로 그 안의 담겨 있는 의미들을 생각해볼 여유도 없이 바삐 흘러가는 우리에게 시는 한 템포 쉬어가며 새로운 것들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똑같은 사물을 바라보고 같은 풍경 안에 있어도 발견하지 못한 그 무엇을 시인들은 집약된 이야기 안에 담아내고 있고 그 응축되어 있는 이야기는 다시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끊임없이 시를 읽으라, 라고 주문하고 있고 그 주문은 나로 하여금 그가 전해주는 시를 계속해서 바라보게 한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피투적 기투, 즉 세계에 내동댕이쳐짐이 바로 그것이다. 바다에서 포획된 생선들에게 어판장 바닥은 그야말로 낯선 세계다. 생존의 영도, 즉 바닥이다.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한 추락도 있다. 바닥을 치고 난 뒤의 바닥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현실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다. 육탁은 온몸으로 바닥을 쳐서 제 살아 있음을 알리는 일이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몸짓이다. 그렇게 힘껏 바닥을 치다 보면 온몸은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본문

 읽는 것만으로도 묵직함과 왠지 모를 아득함이 느껴지는 <육탁>을 보면서 살아가는 동안에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나락의 끝자락에서, 그럼에도 다시 살아보겠노라 몸부림 치는 한 인간의 모습이 보이면서 애잔함이 느껴진다. 물론 이 안에서는 고기들로 하여금 육탁치는 모습을 표현하고 그들이 살았던 바다가 이제는 더 이상 제 세상이 아니고 어판장이 현재 그들이 놓여있지만 그 모습을 그려보면 번잡한 어판장이 아닌 우리네 삶의 모습이 뒷 배경으로 그려지게 된다. 고단한 삶은 어찌하여 가혹함만을 던져주는지 그 누구를 붙잡고 물어야 할지 모를 막막함이지만 그럼에도 살아봐야 한다, 라고 말하는 저자의 나지막한 이야기는 육탁을 보며 무거운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는 나에게 다시금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되어 준다.

한번이라고 꽉 짜인 살과 살 사이의 틈에 제 몸을 끼워맞추고
누군가를 단숨에 관통해본 자들은 알리라
나무는 저를 짜갠 도끼날에 향을 묻힌다본문

 손택수 시인의 <녹슨 도끼의 시>는 녹이 슬어 이제는 둔하게 무뎌져 버린 도끼가 가지고 있는 지난 날의 위엄을 전해주며 그 모습을 통해 파란했던 시간을 보낸 중년에게 그들의 과거에 대한 찬사를 보내며 현재 그들에게 남겨진 녹슬어버린 모습은 시간을 담은 자연스러운 것임을, 그것을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존경해야 함을 전해주고 있다. 늙어버린 그들이 아닌 찬란하게 빛났던 그들이 품었던 치열했던 향기를, 아직 그것을 품어보지도 못한 젊은이들에게 그들에 대한 전상서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생활 속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전해주는 한미영 시인의 <밀가루 반죽>에서부터 삶의 묵직함을 느낄 수 있는 시들까지, 그야말로 시에 대한 한상 차림이 이 안에 그득히 담겨 있다. 하루 한 편, 짧은 시간을 내어 시를 읽는 것이 나의 하루를 얼마나 풍족하게 해주는지를 알게 해준 시간이었기에 이 책을 덮는 마지막이 내내 아쉽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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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청춘에게 / 장석주저


  

 

독서 기간 : 2015.05.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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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청춘에게 - 시인 장석주가 고른 사랑과 이별, 청춘의 시 30 시인의 시 읽기
장석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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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학창시절 문학 시간에 시를 마주하는 순간이면, 이 안에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기록하고 외워야 할까, 라는 생각에 푸념이 먼저 밀려들곤 했다. 나에게 있어 ''는 그 안의 이야기를 가슴으로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외우고 암기해야 하는 그야말로 주입식 학습의 산물이었고 그렇기에 ''는 늘 어렵고 버거운 것으로만 남아있다. 

 원체 책을 읽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시집을 왠만해서는 읽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읽어온 시집이 손에 꼽을 정도이며 그것마저도 통독이 아닌 발췌독으로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기에 시를 읽어봐야겠다는 엄두 조차 가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인데 장석주작가의 이름이 낯이 익다는 그 하나의 기억만으로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청춘에게>를 읽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것은 시인의 일이 영업 판촉 인력의 일과는 다르다는 것. 영업 판촉 인력은 자기가 팔아야 할 제품을 친절하게 설명하지만, 시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중략) 

 공익성만을 따지자면, 시인들은 인류 문명 건설에 아무 보탬도 되지 않는다. 평생 시가 뭔지 모르고 시집 한 권 읽지 않아도 사는데 불편한 일은 없을 테다. 시를 읽는 것과 읽지 않는 것을 가르는 차이란 모자를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것 정도로 사소한 것일 뿐.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시를 읽지 않는 삶보다 시를 읽는 삶이 조금이라도 더 좋다는 점이다. -본문 

 유쾌하면서도 담대하게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그의 문장들에 매료되었다. 그가 전해주는 시는 그의 문장으로 다시 전해지며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들이 오롯이 나에게 전달되고 그 이야기들을 바라보면서 시를 이렇게 바라보면 되는구나, 라는 생각과 시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다가갈 수 없을 것만 같다는 버거움이 조금씩 사그라들게 되었다. 

 이전에는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그 무언가에 대해서 새로운 눈을 뜨게 된 나로서는 이 안의 이야기들을 바라보면 볼수록 점점 가슴이 설레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가난은 그 자체로 선도 악도 아니지만 가난을 구조적으로 낳는 사회는 악이 선을 압도하는 타락한 사회다. 가난에 처한 사람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사실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는 점이다. 돈의 속성에는 애초에 행복은 만들어낼 요소가 없다. 그렇다고 가난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가난은 굶주림과 사회적 기회의 상실을 낳고, 불만족과 고통을 만들며 우리 내면에 탐욕의 씨앗을 심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난이 우리를 고통과 불행으로 몰아넣는 것만은 아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본문

 신경림 작가의 <가난한 사랑노래>를 보면서 그 안의 상징적 의미나 꼭 알아야 할 문학적인 요소들을 넘어서 이 안에 전해지는 먹먹함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듯 하다. 가난하기에 사랑마저 포기했던 그들은 그럼에도 다시 오늘을 넘어서기 위해 그 자리에 서 있다. 물론 그들이라고 해서 삶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을 뿐이다. 그 먹먹하지만 막막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현재의 이야기가 이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 많은 미사여구가 필요없이 담백한 언어의 고리는 그 어떠한 문장보다도 이 안에 사는 이들의 삶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초식동물 이마에 돋은 뿔은 살상 병기가 아니다. 그 뿔은 평화와 위엄, 하고자 함이라는 신성한 가치의 상징이다. 장인수 이마에도 '온순한 뿔'이 돋아 있다. 뿔이 있으니 들이 받는 것은 핏속에 내장된 차가운 본성이다. 흑염소들의 기막힌 뿔 맛을 아는 드문 시인이니,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깃든 그 장난기, 그 천방지축의 기예, 그 천진한 지혜는 들판 학교 동문인 검은 염소들에게서 배운 게 분명하다. 시인은 염소의 벗이고, 염소와 같은 부류인 착한 짐승이다. 세상의 요청과 부침을 핥고, 비밀스러운 것들과 스스로 충만한 것들을 핥는 혀를 가졌다. -본문 

 장인수 작가의 <온순한 뿔>을 읽으면 그 안의 모습이 눈 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느낌이 든다. 어느 날 학교 앞에 등장한 염소들과 함께 하교하는 나와 천방지축처럼 보이는 염소들이 실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존재들이지만 그 찬란한 기억을 나누었던 당시의 염소들은 이제 그의 곁에 없다. 어린 시절 수 많은 추억을 나누었을 그들이 그가 자란 지금은 추억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 안에 담긴 모든 시들을 하나하나 꺼내 놓고서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만큼 모든 조각들이 영롱한 제 나름의 빛을 품고 있다. 시라는 또 하나의 세계를 열어준 책이기도 하거니와 저자의 따스한 문체에 매료되어 정신 없이 읽어내려갔던 이 책을 통해서 시를 하나하나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시에 전혀 관심 없던 주변이들에게도 내가 느낀 감정을 함께 나누고픈, 그리하여 주변이들과도 이 안의 이야기를 같이 나눠보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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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의 시간 / 도종환저


  

 

독서 기간 : 2015.05.0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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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 -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아우름 4
주철환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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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인생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면 그의 주변에 있는 친구들을 보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의 주변에 있는 이들이 그가 살아온 인생을 알 수 있는 총체적인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곧 그의 삶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현재의 나의 곁에 있는 이들은 내가 그 동안의 삶을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알려주는 이들일 텐데 천성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게으름과 늘 안일한 마음 덕택에 누군가를 먼저 찾아가기는커녕 늘 누군가에게 연락이 와야만 나가곤 하는 이 몹쓸 행태는 안 그래도 편협한 인간관계의 씨를 마르게 하는 장본인이 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안돼, 라는 것을 알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 라는 마음에 그 무엇도 할 수 없이 종종거리던 나에게 이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는 지나온 시간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지막이 전해주고 있다. 

 정현종 시인도 <방문객>이라는 시에서 말했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라고요. 우리가 친구가 되어 기꺼운 마음으로 만나고, 인생을 이야기하고, 고단한 어깨를 주물러 주고, 악수하며 격려해 주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친구의 수를 늘리기보다는, 나를 만나서 진정 행복한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꼬였던 마음이 풀어지고 서로로 인해 새롭게 결심하게 되는, 그런 만남을 여러분도 하고 싶지 않나요? –본문
 

 핸드폰의 무수한 연락처를 넘기면서도 그 안에 정작 마음을 터놓고 있는 이들은 별로 없다는 것을 보면서 이 편협한 인간관계를 어찌하면 늘릴 수 있을까, 라고만 생각했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이들에 대한 마음을 열지도 않은 채 더 많은 사람을 알게 되면 이 헛헛함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상 그 이후에 누군가를 또 알게 된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나의 행태를 늘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만들었으니 나는 내 안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만 했고 그 교정을 위해서 이 안의 이야기들을 조금씩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전환점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 한창 영어에 맛들일 무렵 무척 좋아했던 말은 ‘If I were you’였습니다. 발음을 할 때 모양도 귀엽고 의미 또한 정겹기 때문이지요.
내가 너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내가 너라면 어떤 느낌을 가질까, 빙의 놀이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 
 
상상이 벽을 넘어가 처지가 다른 사람에게 이른다면 그것이 빙의입니다. 사업 실패에 경매로 집까지 날린 가장, 자식이 학교 폭력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부모, 온갖 불이익을 감내하며 열심히 일했지만 끝내 계약 연장이 안 된 비정규직 청년…… 뉴스만 보아도 빙의할 소재들로 넘쳐나지요. –본문
 

누군가를 만나면 내 이야기를 널어 놓기에 정신이 없었던 나의 모습은 그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는 그저 내 안의 것들만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현재 그 사람이 처해있는 현재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관심 따윈 없이 그저 나는 나일 뿐이었으며 시간을 공유한 그 순간에도 나는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기에만 급급했을 뿐이니, 타인에게 있어서 나는 늘 오롯이 혼자만 존재하는 사람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읽어내려 감에 따라 그럼에도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감사한 사람들인지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보게 된다. 현재의 내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는 그들의 있었기에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늘 그들을 외면하며 지내왔었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지난날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된다. 앞으로는 나의 곁에 있는 이들을 살뜰히 챙기며 이 모든 인연이 서로에게 따스해 질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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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진 날 / 송정연저


 

 

독서 기간 : 2015.03.2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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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혁명 - 우리는 누구를 위한 국가에 살고 있는가
존 미클스웨이트 외 지음, 이진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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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국가의 국민들에게 당신의 국가가 현재 집행하고 있는 체제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과연 모든 이들이 만족한다고 답을 하게 될까칭찬보다는 그 동안 각자 가지고 있던 불만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싶다얼마 전 연말정산 때문에 한동안 시끄러웠던 요새는 무상 급식 중단을 넘어서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리 사건들로 정신 없이 흘러가고 있는 지금우리나라를 넘어 정부는 더 이상 변화할 수 없는 지경에 빠져든 것일까.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발된 이후그저 한 국가의 문제라 넘길 수 없을 만큼 세계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을 때 미국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세계의 정부가 휘청거렸던 것들을 보노라면 과연 21세기 현재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부는 어떠한 모습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절약을 중시했던 사람들’은 중앙정부에 빵과 물만으로 검소한 생활을 하라고 요구했다그들은 국가의 기본 기능을 최소한으로 줄인 다음그러한 최소한의 기능조차 다시 최소한으로 줄였다글래드스톤은 자신이 국가의 대의명분을 위해 최대한 아끼며 구두쇠 생활을 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그는 부패와 사치를 상대로 끝없는 싸움을 벌였다심지어 정부 부처에 저렴한 필기 용지를 사용하라고 지시했다그는 투명성을 낭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 중 하나로 활용했다. –본문

한 때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며 정부의 역할보다는 개개인의 주체가 중심이 되어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형태였다가 이 안에서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의 크기가 커졌다가시대마다 원하는 국가의 상으로 국가는 계속해서 변화해 가고 있기는 하나 현 21세기의 정부는 어떠한 형태로 변모되어야 할지에 대한 답에 대해서 저자는 싱가포르와 스웨덴 정부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지정책이 너무도 잘 되어 있는 유럽의 정부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아닌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나로서는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한 롤 모델을 주장하는 그의 주장은 이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답을 제시하고 있다동양은 자신들의 내향을 튼실히 하고 있던 와중 서양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몸집을 키워나가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었으며 그 와중에 일어났던 혁명은 국민들에게 더 많은 복지와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만큼 국민들의 세금을 낼 수 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변모해 나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까지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재의 서양의 복지사회는 위태롭다는 것을 전하며 양질의 교육을 받는 국민을 기반으로 하여 실제 국가의 면적은 크지 않지만 세계 경제에서도 한 축을 당당히 긋고 있는 싱가포르를 주목해야 한다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는 우파가 오랫동안 주장했던 대로 민영화를 부활함으로써 소유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는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다둘째는 좌파가 오랫동안 주장했던 대로 부자들과 좋은 네트워크를 확보한 사람들에게로 흘러가는 보조금을 줄이는 것이다그리고 셋째는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랫동안 주장했던 대로 진정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만 복지 혜책이 장기적지속적으로 제공되도록 복지정책을 개혁하는 것이다. –본문

 정부가 비대해짐에 따라서 사회 곳곳에 드러나는 문제들을 집중 조명하며 이미 기득권에 있는 이들의 잇속만을 챙기고 있는 현시대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기에 읽는 와중에 텁텁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 깊이 있는 내용들로 인해서 한 번에 쉬이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정부의 선택과 그들의 모습을 방관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흘러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바라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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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베토벤 분데스리가 / 최연 



 

 

독서 기간 : 2015.03.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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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쓴 음모론과 위험한 생각들
캐스 선스타인 지음, 이시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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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사회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유명 연예인의 이슈가 터질 때면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그 의구심은 뒤에 가려진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해 찾아보게 하고 이러한 이야기들은 음모론이라는 이름으로 떠오르게 되는데이것이 진실이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속닥속닥 전해지는 이야기에 더 심증이 움직여지는 요즘과연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과 진실과의 관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이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라는 책은 이 모든 것을 속속들이 전해주고 있다.

 <넛지>의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이 그가 그 동안 주장했던 논문의 이야기들을 이 책 안에 담아 놓았는데 논문의 음모론에 대한 의식에서부터동물의 권리결혼에 대한 권리종교 집단이 말하는 성차별과 중간주의 등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을 담고 있는데 이전에는 이토록 구체적으로심도 있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제들을 마주하는 것이라 읽는 내내그 동안 세상에 대해 너무 무심하게그리고 마치 그것이 당연하게만 생각해 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음모론은 정보 관료가 직접적인 반박이나 언어적 반경을 통해 신념을 교정하려는 시도에 극도로 저항하는 측면이 있다음모론자들은 음모를 꾸미는 주체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음모론은 부정하는 명백한 근거들도 모두 음모의 일환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믿는다이렇게 자기 폐쇄적인 음모론의 특징은 음모론을 척결하려는 정부와 관료들에게 심각한 현실적 문제를 떠안긴다. -본문

 특히나 음모론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보노라면 과연 이것이 진정한 사실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기함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존 F. 케네디의 암살이 미국 정보부에 의해서 자행되었다는 것과 에이즈 바이러스가 의사들의 손에 의해서 탄생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세상이 말하는 진실이 두렵게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9.11 테러에 대한 끊이지 않는 의구심들에 대해서 저자는 그 안의 이야기들을 나열하며 실제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주장하고 있는데 수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이 사실을 음모로 쌓여진 것들의 결과물이라니인간이 저지르는 만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바라보며 두려움을 넘어 공포까지 느끼게 한다.

 동성 결혼을 인정한다고 해서 어떤 종류의 사회적 해악이 뒤따를까일각에서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결혼 제도자체를 보호하는 한 방편이라고 주장한다그러나 순전히 의미론적인 논점 외에도이 주장은 매우 당황스럽다어떻게 동성 결혼이 결혼 제도를 위협한다는 말인가결혼 제도를 진입할 권리를 확대한다고 해서 전통적인 결혼이 위협받을 리 거의 없다. –본문

 뒤에 이어지는 동물의 권리나 결혼에 대한 이야기종교에서 바라보는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름대로 관대한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들이 투성이라는 것을 전해주고 있다동성간의 사랑을 보면서 어릴 적에는 잘못된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과연 옳은 생각이었던 것인가에 대해서 그의 주장들을 따라가다 보면은 무언가 한 쪽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는 것이 때론 불편함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실제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것들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이 안의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것들을 알려주게 되는데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알약을 먹고 난 직후의 느낌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싶다무언가 목에 걸리듯 옥죄어 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이것이 실제의 진실이라면그 동안 알고 있던 것들과 대조를 위해서도 한번쯤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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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펑크 / 줄리언어산지저


 

 

독서 기간 : 2015.03.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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