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계사년은 갈무리하고 2014년 갑오년이 도래하려 하고 있다. 이제 근 일주일정도 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아직 올해의 일들도 제대로 마무리를 못하고 있었기에 2014년을 준비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준비한다기 보다는 들이 닥치려 하는 2014년 앞에서 이미 다 지나가버린 올해를 그리며 허송세월로 지내버린 지난날을 체념하는 대신에 이 책 한 권을 집어 들어 보았다.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 달이 되면 이런 류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다. 한해는 어떠했으며 내년에는 어떠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득한 책들이 쉬이 찾아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나는 이제껏 이런 류의 책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무언가를 정리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따르기에만 바빴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실로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나라의 트렌드라는 이슈들을 정리해보고 갑오년의 트렌드가 무엇인가에 대해 마주하는 한 획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준비를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청마의 해라는 뜻을 가진 갑오년. 이 푸르름에 대한 이야기서부터 말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로서 이 책은 시작되게 되는데, '말'이라는 것이 이토록 우리 주변에 많은 브랜드 네이밍의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말은 달린다. 인간이 탈 수 있는 동물 중에서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다. 그래서 말은 인간에게 아주 오랫동안 최고의 이동 수단이었다. 이러한 전통은 현대 문명에도 이어져 열차를 철마라고 부르고 자동차 이름에 말을 뜻하는 에쿠스, 포니, 갤로퍼, 랭글러, 머스탱 등의 이름을 붙이듯이, 인류의 이동수단에 대한 상상력은 대개 말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문
한 해 동안 이 나라에 충실히 살며 매일을 오가며 뉴스를 본다고 봐왔기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2013년의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남양우유 사태를 겪으면서 일었던 분노가 일기도 하고 층간 소음으로 끔찍한 뉴스들이 들리기도 하고. 좋은 뉴스만이 가득하길 바랐던 일들은 점차 냉혹해지는 사람들의 성향과 그러한 성향을 만들어가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든 한 해를 또 버텼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곤 한다.
소비자 개인의 불안을 부추기고 해결 또한 개인적으로 해야 한다고 설득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도 했다. 불안, 불신, 불확실의 3불 심리를 자극하는 '불안마케팅' 혹은 '공포마케팅'의 결과다. -본문
얼마 전 네이버의 뉴스 구독 창이 변화하게 되면서 이전에 쓰던 형태가 아니라 불편하다, 라며 그날 하루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이것은 소비자인 이용자들에게 모든 선택권을 위임한 것이라고 한다. 불만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소비자들에게 위임하면서 또 다른 불만을 일으킬 수 있는 소재 자체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사람은 무릇 자신이 있는 환경 속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들만 보게 된다고 하는데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을 보면서도 2013년의 이슈화 된 이야기들이라는 것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스칸디맘'이라는 것이었다.
아직 미혼이라는 이유도 이유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의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자부하고 있었는데 나는 '스칸디맘'이라는 단어 자체를 마주한 적이 없었다니. 얼마나 이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없었던 것인가, 라며 스스로 자책을 해보기도 한다.
엄마, 하면 모든 것을 자식에게 맞추고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이 떠오르곤 하는데 이 스칸디맘들은 육아의 정설로 자리하고 있던 그 모든 것들을 뒤집어 버린 혁신적인 사상과도 같은 것이다.
2013년 육아서적들은 아기에게 모유가 좋은 건 사실이지만 엄마의 현재가 더 소중하다고 당당히 말한다. 나아가 '천재는 엄마가 만든다'는 과거의 이상 교육열에 반기를 들며 '아이가 공부 못하는 것이 왜 엄마 탓이냐'며 당당히 말한다. -본문
이렇게 2013년에 휩쓸었던 것들을 넘어서 2014년를 사로잡을 트렌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힙합 음악에서나 들어왔던 SWAG라는 단어의 열풍 속에 담긴 이야기부터 가수가 없는 콘서트 장까지. 익숙하지는 않지만 들어봤던 이야기들이 이번 갑오년을 대표할 것들이라는 것에서 꽤나 즐겁게 이야기들을 읽어내려 간 듯 하다.
특히나 40대의 '어른 아이'라는 그들에 대해 다룬 부분은 꽤나 이색적이었는데 얼리어답터라는 단어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이 알고 보면 언제나 가장 먼저 시대의 변혁 속의 기술들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세대라고 한다. 그리하여 이들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뤄가려 하는, 언뜻 보기에는 40대라는 나이가 무색하기도 하고 그래서 때론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 그들의 2014년이 어떠할 지 기대된다.
특히 오늘날의 40대는 IT 기술과 디지털 문화 인프라의 격변기를 거쳐 왔다. 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PC가 등장했고, 1980년대 후반에는 286AT 컴퓨터가 출현했다. 1990년대에는 최초로 PC통신이 유행하면서 현재의 쌍방향적 의사소통 네트워크가 구축되었고 이들이 한창 20대일 때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현재의 IT네트워크가 본격화되었다. -본문
직설적이면서도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새로운 것들이 도래하게 될 2014년도가 기대된다. 과연 이 모든 것들이 드러나게 될 것인지, 아쉬움이 아닌 깔끔하니 올해를 정리하고서는 힘차게 달린 푸른 말을 기다려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