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롭게 - 맑고 향기롭게 근본 도량 길상사 사진공양집
일여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법정스님이 타계하신지 어언 3년이 지나가고 있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처음 접한 것은 <무소유를 통해서였는데 이미 가진 것으로도 부족해서 더 손안에 쥐려고 하는 내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청빈한 삶의 지내고 계신 법정스님의 이야기를 보면서 이렇게 사는 것이 삶을 제대로 사는 것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 시간 이후 종교를 떠나서 법정스님의 책이나 강연들을 찾아보곤 했는데 그 안에는 촌철살인과 같은 말씀들이 담겨 있기에 뜨끔하기도 하고 절로 숙연해지기도 하면서 늘 스님의 이야기를 찾아 헤매었던 것 같다.

법정스님을 추모하고 길상사가 지닌 나눔의 정신을 알리는 데 더해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리는 마음도 담았습니다. 스님처럼 덕이 높은 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부모님 덕이었습니다. 선친과 선비의 영전에 사진공양의 결과물인 이 책을 올립니다. –본문

<날마다 새롭게>라는 책 안에서는 법정스님의 모습은 물론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진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두툼한 책의 두께만큼이나 방대한 사진과 단문이 어우러진 책을 보노라면 한창 동안이나 책에 푹 빠져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잊어버릴 만큼 사진 속에 동화되어 가는 느낌이었는데 일여스님의 모든 이들을 위한 염원이 이 책 안에 그득히 담겨 있기 때문인 듯 하다.

2008년 설법전 주불 점안식에서 반야심경을 봉송하시는 법정스님. 투병 중이셔서 그런지 매우 수척하고 피곤해 보이십니다. 수년간 스님을 뵈어왔지만 이토록 야윈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스님의 병세는 세상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본문

스님은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아마 나였다면, 부단히 이 부질 없는 목숨을 구해달라 혹은 이 고통이 사라지게 해달라 빌었을 테지만 법정스님의 모습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들이 보이지 않는다. 견고한 수도자로서 세상의 모든 근심들을 위한 합장일 듯한 이 사진은 그 사진 안의 모습만으로 겸허하게 만든다.

 

스님은 이분들과 종교를 초월해 깊은 교유를 나눴습니다. 길상사를 불교 냄새가 나지 않는 절로 가꾸는 것이 스님의 뜻이었습니다. (중략) 그래서인지 다른 종교의 지도자 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시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본문

평소 존경해 마지않던 김수환추기경님과 법정스님의 모습을 보노라면 종교라는 틀을 뛰어 넘은 이분들의 모습에 종교 자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너와 나를 가르며 편을 나누는 것이 아닌 융합의 한 마당을 보여주고 있는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씨익 웃게 되는 지금의 이 순간을 보노라면 이것이 진정한 세상의 사랑이 아닐까.

그냥 마당을 쓰시는 줄 알았습니다. 설마 마당에 줄을 그릴줄은 몰랐습니다. 스님의 줄 긋기는 경내에 흰눈이 소복이 내린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지런한 저 줄들이 바로 아무도 밟지 않은 눈입니다. 그러니 함부로 신발을 끌고 마당을 걸어갈 수는 없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내 발자국이 너무 부끄럽게 때문입니다.–본문

마당에 줄이 가 있는 이 사진을 보면서 언제고 나는 이토록 경건한 마음을 안고 비질을 해 본 적이 있나 싶었다. 눈을 치워야 하는 순간에도 펑펑 내리는 눈이 원망스러워서 대충 비질을 하다 말곤 했는데 이 사진 속의 스님을 보면 그 순간들이 마냥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내가 있던 흔적을 지우고서는 그 위에 또 다른 나를 채우는 모습이랄까. 스님은 비질을 하시는 매 순간 순간 이 하나에만 집중하며 하시는 동안 이 사진 속 모든 것과 하나가 되어 보인다. 나와 너의 경계가 없이 모든 것이 하나가 된 듯한 이 모습을 통해 마음속으로 이 결을 따라 사뿐사뿐 걷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49재를 앞두고 있던 이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이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막상 어머니가 가시니 필설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이른 아침 길상사를 찾아 극락전 서쪽 영단의 향로에 향을 피웠습니다. -본문

누군가를 위해 향을 피운다는 것이, 그 짧은 순간에 이뤄지는 이 의식 안에는 너무도 많은 것들 것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얼마 전 인 듯 하다. 서서히 타 들어가는 불꽃이 향을 잠식하며 한 줄기 향을 공간 안에 퍼트려가는 순간까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 망자에 대한 염원과 이 모든 것들이 오롯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과 이 모든 태도가 경건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하는 바람에 가슴 깊이 누르고 있는 그 슬픔까지. 이 짧은 동선 안에는 그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아마도 우리는 이 순간이 영원히 도래하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함께 하기를 바라며 그 누군가를 보내야 한다는 것보다는 언제나 곁에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하니 말이다. 그래서 인지 어느 순간부터 향을 피우는 것이 참 서글프게 느껴졌다. 이 서글픔 또한 미련이나 내 스스로의 회한이겠지만 말이다.

가지에 매달려 있는 물방울을 보며 미래를 보기 원한다면 현재의 나를 바라보라는 책 속의 이야기에 또 다시 겸허히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한 권의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내가 다른 사람이 된 듯 하다. 사진이 수록된 책이라고 하여 금새 읽어 내려갈 줄 만 알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잡혀 있었나 보다.

종교의 색채나 세속에서 말하는 틀을 넘어서 그 누구에게도 따스함과 깊은 상념을 안겨줄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르's 추천목록

 

 

법정스님 숨결 / 변택주저

 

 

 

 

 

독서 기간 : 2013.12.21~12.22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렌드 코리아 2014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4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2013년 계사년은 갈무리하고 2014년 갑오년이 도래하려 하고 있다. 이제 근 일주일정도 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아직 올해의 일들도 제대로 마무리를 못하고 있었기에 2014년을 준비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준비한다기 보다는 들이 닥치려 하는 2014년 앞에서 이미 다 지나가버린 올해를 그리며 허송세월로 지내버린 지난날을 체념하는 대신에 이 책 한 권을 집어 들어 보았다.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 달이 되면 이런 류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다. 한해는 어떠했으며 내년에는 어떠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득한 책들이 쉬이 찾아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나는 이제껏 이런 류의 책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무언가를 정리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따르기에만 바빴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실로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나라의 트렌드라는 이슈들을 정리해보고 갑오년의 트렌드가 무엇인가에 대해 마주하는 한 획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준비를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청마의 해라는 뜻을 가진 갑오년. 이 푸르름에 대한 이야기서부터 말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로서 이 책은 시작되게 되는데, ''이라는 것이 이토록 우리 주변에 많은 브랜드 네이밍의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말은 달린다. 인간이 탈 수 있는 동물 중에서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다. 그래서 말은 인간에게 아주 오랫동안 최고의 이동 수단이었다. 이러한 전통은 현대 문명에도 이어져 열차를 철마라고 부르고 자동차 이름에 말을 뜻하는 에쿠스, 포니, 갤로퍼, 랭글러, 머스탱 등의 이름을 붙이듯이, 인류의 이동수단에 대한 상상력은 대개 말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문

 

한 해 동안 이 나라에 충실히 살며 매일을 오가며 뉴스를 본다고 봐왔기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2013년의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남양우유 사태를 겪으면서 일었던 분노가 일기도 하고 층간 소음으로 끔찍한 뉴스들이 들리기도 하고. 좋은 뉴스만이 가득하길 바랐던 일들은 점차 냉혹해지는 사람들의 성향과 그러한 성향을 만들어가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든 한 해를 또 버텼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곤 한다.

 

소비자 개인의 불안을 부추기고 해결 또한 개인적으로 해야 한다고 설득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도 했다. 불안, 불신, 불확실의 3불 심리를 자극하는 '불안마케팅' 혹은 '공포마케팅'의 결과다. -본문

 

얼마 전 네이버의 뉴스 구독 창이 변화하게 되면서 이전에 쓰던 형태가 아니라 불편하다, 라며 그날 하루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이것은 소비자인 이용자들에게 모든 선택권을 위임한 것이라고 한다. 불만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소비자들에게 위임하면서 또 다른 불만을 일으킬 수 있는 소재 자체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사람은 무릇 자신이 있는 환경 속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들만 보게 된다고 하는데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을 보면서도 2013년의 이슈화 된 이야기들이라는 것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스칸디맘'이라는 것이었다.

 

아직 미혼이라는 이유도 이유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의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자부하고 있었는데 나는 '스칸디맘'이라는 단어 자체를 마주한 적이 없었다니. 얼마나 이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없었던 것인가, 라며 스스로 자책을 해보기도 한다.

엄마, 하면 모든 것을 자식에게 맞추고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이 떠오르곤 하는데 이 스칸디맘들은 육아의 정설로 자리하고 있던 그 모든 것들을 뒤집어 버린 혁신적인 사상과도 같은 것이다.

 

2013년 육아서적들은 아기에게 모유가 좋은 건 사실이지만 엄마의 현재가 더 소중하다고 당당히 말한다. 나아가 '천재는 엄마가 만든다'는 과거의 이상 교육열에 반기를 들며 '아이가 공부 못하는 것이 왜 엄마 탓이냐'며 당당히 말한다. -본문

 

이렇게 2013년에 휩쓸었던 것들을 넘어서 2014년를 사로잡을 트렌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힙합 음악에서나 들어왔던 SWAG라는 단어의 열풍 속에 담긴 이야기부터 가수가 없는 콘서트 장까지. 익숙하지는 않지만 들어봤던 이야기들이 이번 갑오년을 대표할 것들이라는 것에서 꽤나 즐겁게 이야기들을 읽어내려 간 듯 하다.

 

특히나 40대의 '어른 아이'라는 그들에 대해 다룬 부분은 꽤나 이색적이었는데 얼리어답터라는 단어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이 알고 보면 언제나 가장 먼저 시대의 변혁 속의 기술들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세대라고 한다. 그리하여 이들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뤄가려 하는, 언뜻 보기에는 40대라는 나이가 무색하기도 하고 그래서 때론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 그들의 2014년이 어떠할 지 기대된다.

 

특히 오늘날의 40대는 IT 기술과 디지털 문화 인프라의 격변기를 거쳐 왔다. 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PC가 등장했고, 1980년대 후반에는 286AT 컴퓨터가 출현했다. 1990년대에는 최초로 PC통신이 유행하면서 현재의 쌍방향적 의사소통 네트워크가 구축되었고 이들이 한창 20대일 때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현재의 IT네트워크가 본격화되었다. -본문

 

직설적이면서도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새로운 것들이 도래하게 될 2014년도가 기대된다. 과연 이 모든 것들이 드러나게 될 것인지, 아쉬움이 아닌 깔끔하니 올해를 정리하고서는 힘차게 달린 푸른 말을 기다려 보려 한다.

아르's 추천목록

 

『2014 한국을 사로잡을 12가지 트렌드』 / KOTRA

 

독서 기간 : 2013.12.19~12.22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 설렘으로 집을 나서라 - 서울대 교수 서승우의 불꽃 청춘 프로젝트
서승우 지음 / 이지북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개인적으로 청춘에 대한 무한한 희망만을 안겨주는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픈 것이 당연하고 서투른 것이 당연한 청춘들에게 이렇게만 하면 성공이라는 달콤한 길로 가는 직행이라는 식의 이야기는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곤 하지만 어느 새 그것이 결코 나의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되어 그 허탈함만 남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는 그래, 이렇게만 하면 되겠어!’라고 생각이 들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그 내용을 망각하고서는 또 다시 나의 삶을 살고 있으니, 언제나 성공이라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며 그들이 구축한 그들의 길로만 남아 있었다.

 책의 제목을 마주하면서도 과연 설렘으로 집을 나선 적이 얼마나 있었는가를 돌이켜보며 거의 혼수상태나 마찬가지의 몽롱한 상태로 잠에 취해 억지로 회사로 향하고 있는 매일 아침을 떠올려보며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로 또 다시 씁쓸해졌다.

 그 알싸한 느낌을 안고서는 한편으로는 내 스스로의 자세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세상에 출간된 이런 에세이를 얼마나 읽어보았다고 몇 권의 데이터를 가지고선 전체의 것을 뻔함이라는 틀로 인식하고 간주하는 것인지. 내가 구축해 놓은 고정관념과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천천히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 배경에는 방황하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감싸 안아주는 위안은 더없이 달콤하지만 그 유효기간은 몇 시간에 불과하다. 현실의 자리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다시 인생의 롤러코스터에 탑승하여 경쟁과 속도전에 부대끼며 당면한 일들을 헤쳐나가야 한다. 힐링이 해결에주는 문제란 없다 와 경험에서 터득한 나름의 믿음이 있었다. 결국 용기’ ‘노력’ ‘열정’ ‘도전은 인생사에서 유통기한 없는 만고불변의 진리라는 사실에 나는 오히려 희망을 가졌다. –본문

 이미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저자에게도 나와 비슷한 경험들이 있다는 것에서 점차 책의 위안이 되어간다. 누가 그랬더라, 가 아닌 내가 해봤다! 라는 신념으로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를 그래서 이전에 접했던 책들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이미 성공 유전자를 온몸에 안고 있기에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인물이 아니라 그에게도 나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점에서, 그리하여 롤러코스터 인생을 보며 부럽기도 했지만 현실은 다시 그의 발목을 잡은 일이 왕왕 있었다는 것에서 이 책을 통해 처음 마주하는 그였지만 공통적인 경험이 있다는 것으로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타인의 생각 속에서 늘 살아야 한다면 이것은 육체가 부자유한 것보다 훨씬 더 나쁜 노예 상태가 된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중에서 -본문

열정적으로 살다 후회 없이 떠난다는 말을 남기며 퇴임을 꿈꾸는 그는 정말 그가 가고 싶은 길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것이 주변 이들이 만류하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들이라고 해도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 세계 최초 ‘무인태양광자동차경주대회’를 성공리에 진행하게 되는데 모든 이들이 물음표를 던졌던 이 여정에 그는 당당히 느낌표를 안고 돌아온 것이다.

 

 서서히 가열하듯 누군가를 다독이며 이끄는 것이 아니라 가히 충격요법이라 일컬을 정도로 강도 높은 자극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면서 진정 현실을 즉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어느 동화책 속 이야기처럼 우리네 인생의 주인공은 우리이므로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풀리고 하는 것이 아니므로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곳의 현실과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내 사이의 간극을 제대로 마주하고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그는 제자들에게 냉철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정해놓은 목표의 수준과 현실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학생들은 이 정도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요구되는 노력은 그 보다 몇 갑절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현실을 직시하고 노력의 강도를 높여 체계적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 그 자신감이야말로 자신이 쳐놓은 울타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도구다. –본문

남이 만들어 놓은 성 안에서 그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며 따를 경우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뒤를 쫓는 형국이 될 수 밖에 없다. 막연하게 이렇게 하면 되겠지, 가 아닌 어디든지 자유롭게 그러나 명확한 현실을 인지하고 도전하라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막연한 동경이 아닌 어찌하든 도래할 나의 미래를 위하여 남들과 같은 것이 아닌 남들과 달라 두렵지만 내가 가고픈 길을 가기 위한 준비를 해 보아야겠다.

 

아르's 추천목록

 

『당신의 출근길은 행복한가요』 / 김희정저

 

 

독서 기간 : 2013.12.19~12.21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그의 작품들이 무엇이다,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는 했으나 아직 읽어보지 못한 터라 이 작품이 어떠할 지 궁금증이 더하게 되었는데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기반이 안타까운 뉴스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유아 아사 사건이었는데 게임에 빠져 있던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굶긴 채 며칠 동안 게임에만 집중하다 아이가 사망했다는 것이었는데 그는 이 사건을 보면서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이 세상을 누비고 다니는 스파이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바람으로 그려진 것이다.

베트남 병원에서 한 남자의 살해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꽤나 빠르게 전개되게 된다. 별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들어선 영화관에서 배경이 파란만장하게 바뀌는 이야기를 접한 느낌인데 이 소설의 무대는 베트남에서 한국, 일본 등등 각국의 펼치며 그 스케일은 방대함을 넘어 규모에 압도당하게 된다.

마지마 히로유키의 죽음은 그저 하나의 살인 사건으로 묻히기에는 너무나 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3의 연료라는 최첨단 우주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라는 거대 프로젝트 앞에 각국의 첩보가 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카노와 데이비드 김의 팽팽한 이야기 속에서 AYAKO의 등장으로 이 이야기는 어느 곳으로 기울지 모르는 난항에 빠지게 된다.

한 국가에 속해 있다기 보다는 그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쫓아 가는 그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한편의 소설 속에 있는 이야기일까? 라는 질문과 더불어 어디선가 이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이끌어진다. 과연 이들은 누구를 위해, 아니 무엇을 위해 이러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좀 전의 얘긴데요, 우리를 포함해서 누구도 그 상세한 실태를 모릅니다." 하고 부사장인 모리는 작은 소리로 화제를 되돌렸다.

"하지만 AN 통신이라는 조직이 실제로 존재하고 뒤에서 산업스파이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건 역시 사실이었군요." 하고 단덴이 말을 이었다.

". 이가리시 의원님이시니까 여기까지 얘기하는 겁니다. 우리도 요전번 위구르의 신위안 석유와 맺으려던 제휴가 무산되어 한쪽 팔을 잡아 뜯긴 것 같은 상황이라 지금부터라도 재기를 하기 위해서는 사원이 한마음이 되어 애쓰지 않으면 안 될 때입니다." -본문

평범한 국가 기관이 서로 다른 국가의 기관을 위해 일하고 있는 AN통신의 다카노 가즈히코와 중국의 국영 거대 에너지 기업인 CNOX의 데이비드 김은 유전 개발을 통해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다카노는 그와 함께 있던 부하를 구하기 위해 한일 축구전이 열리는 텐진의 축구장을 폭발되면서 이 모든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게 된다.

인공위성과 마이크로파, 신형 패널을 얻게 되는 자가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아물 분주하게 돌아다녀도 도저히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어. 게다가 그곳에서 그들이 쌓아 놓은 권력 기반은 단단해. 바깥사람이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거기 사람들에게는 안 막혀.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남의 말을 안 듣는 거야. -본문

그저 한 권의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듯한 이야기다. 아니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이야기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먹고 먹히는 치열한 첩보전 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국민들. 그 국민들 속에 더 없이 순수하고 영롱한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져 내는 뉴스들. 그 뉴스를 보며 잠시 동안의 분노만을 느끼고 또 그것들을 잊어버리는 우리는 이 시대의 다카노나 다오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무관심과 방관이 만들어낸 살벌한 글로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거대한 음모에 우리 모두가 가담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또 빨리 읽어 내린 만큼 이 소설 역시 금새 잊어버리고 다른 책을 쥐고 있는 것은 아닐지 책을 덮고 나서가 왠지 더 텁텁함에 여운이 남는다.

아르's 추천목록

 

39계단 / 존 버컨저

 

독서 기간 : 2013.12.18~12.20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릴케의 침묵 - 불가능한 고백, 불면의 글쓰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2013년 읽었던 책 중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로 꼽는 김운하작가님의 <카프카의 서재> 이후 <릴케의 침묵>이란 신간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이유 불문하고 이 책은 바로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프카의 서재>는 주변 이들에게도 추천해 마다하지 않는 책이었거니와 개인적으로도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한 권의 책을 통해 인간의 할 수 있는 생각이 어디까지 펼쳐질 수 있는지에 대한 벅찬 감동을 느꼈던 이이기에 <릴케의 침묵> 이 책은 어떠할지 너무도 설렘을 안고 펼쳐 보기 시작했다.

<카프카의 서재>가 책을 통해 저자의 깊은 상념들에 대한 보고서였다면 <릴케의 침묵>은 책을 통해서 느꼈던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생각과 일상 생활 속에 접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카프카의 서재는 그만의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면 이 책은 조금 더 가까우면서도 나의 치부를 드러내게 하는 시간이었다.

불면의 글쓰기, 그것은 불가능한 고백의 언어가 비끄러매어진 침북이다.

이 책은 그런 불가능한 고백들과 침묵하는 불면의 글쓰기로 구축되어 있다. 사유하는 존재인 우리는 모두 부재하는 기원을 찾아 방황하고, 그러한 방황 속에서 사라져가는 누군가들이지만, 시간이 오로지 우리가 빚어내는 삶의 이야기 속에, 사유하는 언어의 화폭 속에 닻을 내린다. -본문

책을 읽고 나서 수 많은 리뷰를 남기는 동안, 그저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의무적으로 기록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써 내려갔던 지난 기록들에 대해서 별 다른 생각들을 해본 적이 없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가득한 문장들에서 번지르르한 윤기가 도는 것으로 보여 문장마다 길이를 늘려가며 계속된 수식어를 사용했으며 그렇게 써내려 간 리뷰가 어느 정도의 길이가 되면 그것으로 만족할 뿐, 그 이후 내 글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감들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니, 사실 리뷰를 쓰는 그 와중에도 그러한 생각들을 해본 적이 없다. 그저 분량에 대한 고민만 해 보았을 뿐 나는 내 글에 대한 어떠한 고민이나 상념에 빠져본 적이 없다. 그저 써내려 가는 것이다. 그 안에 내가 담겨 있다는 생각도 나를 대변하는 것이란 고민도 없이 나는 무념무상의 자세로 키보드 자판을 써내려 간 것이다

'글쓰기'에서 우리말 ''의 어원은 두 가지로 추정된다. 선을 긋는 것의 '()', 그리고 ''. 글쓰기는 선을 긋는 행위 혹은 선을 극기 위해 붓이나 펜을 움켜잡은 손이다. 종이가 비싸고 귀하던 시절, 가난하기 그지없던 옛 선비들이 단 하나의 문장을 쓸 때도 얼마나 심사숙고 하였던가를 생각하면 내 손이 몹시 부끄러워진다. 내가 하얀 백지 앞에서 그토록 망설이고 주저했던 것은 그런 두려움과 부끄러움 때문이다.-본문

죽음 이후 뼈에 새겨진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새긴 이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 다시 지금의 우리 앞에 마주하고 있다.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사람은 사라져도 남아 있는 글을 보면서 나는 현재의 이 순간,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긴장을 하게 되는 듯 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아름다운 글들은 사라지고 있다. 자신을 잃은 글들이 난무하며 무엇을 향해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잃은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떨리는 사랑의 이야기를 가득 담았던 그 찬란했던 순간들이 가고 이제는 무의미한 시간들만 가득한 이 숨막힐 공간의 공포를 저자는 토로하고 있다.

수컷 공작의 아름다운 깃털이 없는 인간에게는 오직 낭만적인 꿈을 화려한 깃털의 대체물로 가질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있어 한 권의 책과 편지는 유혹적으로 펼쳐진 공작의 깃털과 같다. 그러나 그 아름답던 수 많은 책과 편지들은 어디로 갔는가. 둔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른 채 떨리는 손으로 편지 겉봉투를 자르던 그 순간들은 어디로 갔는가. -본문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듯 어느새 무의미한 문장들을 이어가는 나를 보면서, 그의 조근조근 내뱉는 독설처럼이나 따끔거리는 조언들로 하여금 나름대로의 반성을 하게 된다. 한 줄의 문장이 마침표만으로 완성되는 줄만 알았던 글에 대하여 앞으로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에 대한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아르's 추천목록

 

카프카의 서재 / 김운하저

 

 

 

독서 기간 : 2013.12.17~12.20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