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의 침묵 - 불가능한 고백, 불면의 글쓰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2013년 읽었던 책 중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로 꼽는 김운하작가님의 <카프카의 서재> 이후 <릴케의 침묵>이란 신간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이유 불문하고 이 책은 바로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프카의 서재>는 주변 이들에게도 추천해 마다하지 않는 책이었거니와 개인적으로도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한 권의 책을 통해 인간의 할 수 있는 생각이 어디까지 펼쳐질 수 있는지에 대한 벅찬 감동을 느꼈던 이이기에 <릴케의 침묵> 이 책은 어떠할지 너무도 설렘을 안고 펼쳐 보기 시작했다.

<카프카의 서재>가 책을 통해 저자의 깊은 상념들에 대한 보고서였다면 <릴케의 침묵>은 책을 통해서 느꼈던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생각과 일상 생활 속에 접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카프카의 서재는 그만의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면 이 책은 조금 더 가까우면서도 나의 치부를 드러내게 하는 시간이었다.

불면의 글쓰기, 그것은 불가능한 고백의 언어가 비끄러매어진 침북이다.

이 책은 그런 불가능한 고백들과 침묵하는 불면의 글쓰기로 구축되어 있다. 사유하는 존재인 우리는 모두 부재하는 기원을 찾아 방황하고, 그러한 방황 속에서 사라져가는 누군가들이지만, 시간이 오로지 우리가 빚어내는 삶의 이야기 속에, 사유하는 언어의 화폭 속에 닻을 내린다. -본문

책을 읽고 나서 수 많은 리뷰를 남기는 동안, 그저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의무적으로 기록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써 내려갔던 지난 기록들에 대해서 별 다른 생각들을 해본 적이 없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가득한 문장들에서 번지르르한 윤기가 도는 것으로 보여 문장마다 길이를 늘려가며 계속된 수식어를 사용했으며 그렇게 써내려 간 리뷰가 어느 정도의 길이가 되면 그것으로 만족할 뿐, 그 이후 내 글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감들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니, 사실 리뷰를 쓰는 그 와중에도 그러한 생각들을 해본 적이 없다. 그저 분량에 대한 고민만 해 보았을 뿐 나는 내 글에 대한 어떠한 고민이나 상념에 빠져본 적이 없다. 그저 써내려 가는 것이다. 그 안에 내가 담겨 있다는 생각도 나를 대변하는 것이란 고민도 없이 나는 무념무상의 자세로 키보드 자판을 써내려 간 것이다

'글쓰기'에서 우리말 ''의 어원은 두 가지로 추정된다. 선을 긋는 것의 '()', 그리고 ''. 글쓰기는 선을 긋는 행위 혹은 선을 극기 위해 붓이나 펜을 움켜잡은 손이다. 종이가 비싸고 귀하던 시절, 가난하기 그지없던 옛 선비들이 단 하나의 문장을 쓸 때도 얼마나 심사숙고 하였던가를 생각하면 내 손이 몹시 부끄러워진다. 내가 하얀 백지 앞에서 그토록 망설이고 주저했던 것은 그런 두려움과 부끄러움 때문이다.-본문

죽음 이후 뼈에 새겨진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새긴 이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 다시 지금의 우리 앞에 마주하고 있다.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사람은 사라져도 남아 있는 글을 보면서 나는 현재의 이 순간,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긴장을 하게 되는 듯 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아름다운 글들은 사라지고 있다. 자신을 잃은 글들이 난무하며 무엇을 향해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잃은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떨리는 사랑의 이야기를 가득 담았던 그 찬란했던 순간들이 가고 이제는 무의미한 시간들만 가득한 이 숨막힐 공간의 공포를 저자는 토로하고 있다.

수컷 공작의 아름다운 깃털이 없는 인간에게는 오직 낭만적인 꿈을 화려한 깃털의 대체물로 가질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있어 한 권의 책과 편지는 유혹적으로 펼쳐진 공작의 깃털과 같다. 그러나 그 아름답던 수 많은 책과 편지들은 어디로 갔는가. 둔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른 채 떨리는 손으로 편지 겉봉투를 자르던 그 순간들은 어디로 갔는가. -본문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듯 어느새 무의미한 문장들을 이어가는 나를 보면서, 그의 조근조근 내뱉는 독설처럼이나 따끔거리는 조언들로 하여금 나름대로의 반성을 하게 된다. 한 줄의 문장이 마침표만으로 완성되는 줄만 알았던 글에 대하여 앞으로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에 대한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아르's 추천목록

 

카프카의 서재 / 김운하저

 

 

 

독서 기간 : 2013.12.17~12.20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