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그의 작품들이 무엇이다,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는 했으나 아직 읽어보지 못한 터라 이 작품이 어떠할 지 궁금증이 더하게 되었는데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기반이 안타까운 뉴스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유아 아사 사건이었는데 게임에 빠져 있던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굶긴 채 며칠 동안 게임에만 집중하다 아이가 사망했다는 것이었는데 그는 이 사건을 보면서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이 세상을 누비고 다니는 스파이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바람으로 그려진 것이다.

베트남 병원에서 한 남자의 살해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꽤나 빠르게 전개되게 된다. 별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들어선 영화관에서 배경이 파란만장하게 바뀌는 이야기를 접한 느낌인데 이 소설의 무대는 베트남에서 한국, 일본 등등 각국의 펼치며 그 스케일은 방대함을 넘어 규모에 압도당하게 된다.

마지마 히로유키의 죽음은 그저 하나의 살인 사건으로 묻히기에는 너무나 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3의 연료라는 최첨단 우주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라는 거대 프로젝트 앞에 각국의 첩보가 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카노와 데이비드 김의 팽팽한 이야기 속에서 AYAKO의 등장으로 이 이야기는 어느 곳으로 기울지 모르는 난항에 빠지게 된다.

한 국가에 속해 있다기 보다는 그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쫓아 가는 그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한편의 소설 속에 있는 이야기일까? 라는 질문과 더불어 어디선가 이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이끌어진다. 과연 이들은 누구를 위해, 아니 무엇을 위해 이러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좀 전의 얘긴데요, 우리를 포함해서 누구도 그 상세한 실태를 모릅니다." 하고 부사장인 모리는 작은 소리로 화제를 되돌렸다.

"하지만 AN 통신이라는 조직이 실제로 존재하고 뒤에서 산업스파이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건 역시 사실이었군요." 하고 단덴이 말을 이었다.

". 이가리시 의원님이시니까 여기까지 얘기하는 겁니다. 우리도 요전번 위구르의 신위안 석유와 맺으려던 제휴가 무산되어 한쪽 팔을 잡아 뜯긴 것 같은 상황이라 지금부터라도 재기를 하기 위해서는 사원이 한마음이 되어 애쓰지 않으면 안 될 때입니다." -본문

평범한 국가 기관이 서로 다른 국가의 기관을 위해 일하고 있는 AN통신의 다카노 가즈히코와 중국의 국영 거대 에너지 기업인 CNOX의 데이비드 김은 유전 개발을 통해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다카노는 그와 함께 있던 부하를 구하기 위해 한일 축구전이 열리는 텐진의 축구장을 폭발되면서 이 모든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게 된다.

인공위성과 마이크로파, 신형 패널을 얻게 되는 자가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아물 분주하게 돌아다녀도 도저히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어. 게다가 그곳에서 그들이 쌓아 놓은 권력 기반은 단단해. 바깥사람이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거기 사람들에게는 안 막혀.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남의 말을 안 듣는 거야. -본문

그저 한 권의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듯한 이야기다. 아니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이야기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먹고 먹히는 치열한 첩보전 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국민들. 그 국민들 속에 더 없이 순수하고 영롱한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져 내는 뉴스들. 그 뉴스를 보며 잠시 동안의 분노만을 느끼고 또 그것들을 잊어버리는 우리는 이 시대의 다카노나 다오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무관심과 방관이 만들어낸 살벌한 글로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거대한 음모에 우리 모두가 가담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또 빨리 읽어 내린 만큼 이 소설 역시 금새 잊어버리고 다른 책을 쥐고 있는 것은 아닐지 책을 덮고 나서가 왠지 더 텁텁함에 여운이 남는다.

아르's 추천목록

 

39계단 / 존 버컨저

 

독서 기간 : 2013.12.18~12.2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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