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6월 초가 되면 친척들이 모여서 과천에 있는 고모네 매실나무에서 매실을 딴다. 집에서 먹기 위해서 농약 한번 안치는 그야말로 무농약매실이다. 올해도 지난 현충일에 모였다.뒤에 산이 있고 옆에 인가도 있기 때문에 매실이 제대로 클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모두 다 사라지기 때문에 조금 작더라고 미리 따러 가야한다.
나야 서울 촌놈이기 때문에 텃밭이라는 것도 한번 가꾸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친척들과 모여서 하는 매실수확이 체험학습의 전부이다. 항상 처음에는 나무에 붙은 매실이 잘 안보인다. 잎뒤에 숨은 녀석들이 초록에 가려 쉽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10분 정도 되면 그제서야 매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항상 맨처음에는 커다란 녀석부터 거둔다.작은 것들은 며칠뒤에 고모에게 걷으라고 말하면서 큰놈들만 놀라서 데려온다. 나무를 한바퀴 돌면서 대충 땄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한번 돌면 아까 미쳐보지 못한 곳에서 새록새록 새로운 녀석들이 보인다.
대충 큰녀석들을 거두었다고 생각하면 등장하는것이 막대기이다. 주로 작은 아버지나 작은 어머니가 흔드셔야 그래도 매실이 떨어지지 나같은 초보자는 아무리 흔들어도 나뭇잎 하나 떨어지지 않는다. 이때는 아무리 큰녀석들쪽으로 흔들어도 작은 녀석들도 함께 떨어진다. 바닥에 비닐을 깔고 온 식구들이 떨어진 매실을 주운다.
좀전까지는 머리를 들고 따는라고 머리와 팔이 아팠으나 이 단계부터는 허리가 아프기 시작이다. 계속 구부리고 떨어진 녀석들을 줏는다. 1시간 정도 엄마와 나,동생,작은 아버지 부부, 고모와 사촌제부,사촌동생, 작은 어머니 친구분까지 열심히 일했다.
잠시 휴식, 준비해온 과자와 과일과 냉커피 한잔을 둘러앉아 먹는다. 다들 이제 딸만큼 했으니 그만 하자고 하다가, 내년에는 이 밭이 수용당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어쩌면 매실 따기도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말에 누가 뭐랄것도 없이 다들 열심히 나무를 흔들고 떨어진 놈들을 주웠다.
10시반에 만나서 1시반까지 우리 세모녀가 열심히 거둔 매실이 집에 와서 재보니 20킬로그램이 좀 넘었다. 다른 때 같으면 주위사람들에게 많이 나눠주었으나, 올해는 모두 매실액을 담그기로 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매실을 딸수 있으면 좋으련만......
파란 여우님 말씀대로 갈색설탕을 넣어 항아리에 재웠다. 이런 녀석이 하나 더 있다. 작년에 담은 매실액은 다먹고 없으니, 한여름이 되어 이녀석을 먹을 수 있을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뱀다리 : 작은 어머니께서 알려준 매실주 담그는 법이 있는데, 매실액을 만든후 진액을 걸러놓고 남은 매실에 그냥 소주를 부어놓으라고 하신다. 남아있는 매실로도 훌륭한 매실주가 된다고 하셔서 올해는 저기다 매실액을 뺀다음 소주를 부을 예정이다. 넘 큰가 ^^;;;